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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화 거지 그리츠(Gritz) (15) - 그레이스의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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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그건 뭐였을까? 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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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이 친 거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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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도 안 내렸는데 벼락은 무슨 벼락이야. 지진이 맞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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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흰 다 틀렸어! 내가 두 눈으로 분명히 봤다고! 달빛 아래에 거인이 있었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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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간 또 술 처먹고 헛소리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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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소리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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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리아의 주민들은 수군거림을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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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지 전체를 강타한 굉음과 땅울림. 희미한 달빛 아래에서 빛나던 금색과 은회색의 빛을 많은 이들이 목격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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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붙여 점점 커졌고, 수많은 추측과 가설이 뒤얽히며 혼란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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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신께서 승하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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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든 혼란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듯이, 얼마 지나지 않아 카닐리안 가문의 공식 입장이 발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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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신께서는 주민들의 성대한 연회에 흡족해하셨으며, 자신의 수명이 다하기 전에 ‘계승의 의식’을 치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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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에 있었던 각종 소리와 빛은 의식의 여파이며, 의식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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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신으로 다시 태어나신 그레이스 님께서는 영민들에게 안심하고 일상을 영위하라고 말씀하셨으며, 또한 새로운 무녀의 공출 역시 없으리라 단언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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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신이 세대교체를 했다는 소리에 영민들은 당황했지만, 이내 곧 카닐리안 가문의 공표를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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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축제니 뭐니 하며 충분할 만큼 조만간 무슨 일이 있으리라 낌새를 풍겼던 만큼 언젠가 일어날 일이 일어난 거라 여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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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닐리안 측은 영민들이 옛 신전에 접근하는 건 막았지만, 먼발치에서 현장을 바라보는 건 의도적으로 방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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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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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앉은 상태에서도 높이가 수십 미터에 이르는 나무 거인의 잔해는,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에게 경외감을 주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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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인근 나무가 모조리 뽑혀 나갔기에 시야가 탁 트여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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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나무 거인을 ‘수호신의 허물’이라고 여겼으며, 이 경이로운 구조물은 영민들의 수호신 신앙을 더욱 강하게 하는 데 일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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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은 성공적입니다. 영민들은 다시 안정을 되찾았고, 농작물에 이상이 생겼다는 보고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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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닐리안 저택의 집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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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공손한 태도로 보고를 올리며, 가주는 힐끔 그레이스의 눈치를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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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의 집무실에서 다른 이에게 하인 노릇하는 것이 자존심이 상할 법도 했지만, 가주는 그런 사소한 문제는 개의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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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신에 관련된 진실과 역대 가주가 저지른 이야기를 그레이스가 밝히는 순간 가주는 끝장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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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카닐리안 가문의 지배력과 정당성을 보증하는 것이 신의 핏줄을 이었다는 점이니 그레이스가 ‘전대 신’의 핏줄은 더 이상 중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 그걸로도 끝장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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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냥 이것저것 다 떠나서 수호신으로서 계승한 힘을 얍! 하고 휘두르는 순간 가주는 억! 하고 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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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족 중 몇 명이 정신 못 차리고 ‘한때 우리의 팻감에 불과했던 계집이니 잘 구슬려서 뜻대로 다루자!’라고 주장하긴 했지만, 가주는 그놈들을 그냥 전부 매달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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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종해야 할 이유가 이토록 많은데 과거의 신분 운운하며 주도권을 쥐려고 한다니, 죽으려면 제발 혼자 죽으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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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잘된 일이네요. 혹시 농사가 영 아니다 싶었으면 정말 힘을 써야 하나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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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는 그리 말하며 집무실 한구석에 있는 화분에 손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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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손에서 흘러나온 은회색의 빛이 닿은 순간, 꽃봉오리만 맺혀 있던 꽃이 한순간에 만개하고, 그걸로도 모자라 아예 꽃다발처럼 증식하며 화분을 가득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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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평범하게 물주고 햇볕 쬐게 한다고 해서 가능한 일이 아닌 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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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주는 무심코 침을 꿀꺽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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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수호신이 사라지면 그레이스의 능력 역시 사라지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본 적도 있었지만, 지금 저 모습으로 봤을 때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을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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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저는 가볼게요. 언제 돌아올지는 잘 모르겠지만… 뭐 크게 상관은 없죠? 어차피 전대 수호신 때도 신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뭘 한 건 아니잖아요. 아, 그래도 이건 기억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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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의 회색 눈동자가 가주를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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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도 빼어난 외모이긴 했지만, 몸에서 은회색의 광채를 내뿜는 지금 그녀의 모습은 정말로 신이라고 해도 될 만큼 신비롭고 경이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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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저씨랑 카닐리안을 내버려두는 건 여러분이 좋아서 그런 게 아니라, 진실을 전부 까발렸을 때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는 걸. 근데 가문의 해악이 혼란보다 더 크면, 음. 뭐 굳이 뒷말은 안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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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 명심하겠습니다. 실망하시는 일은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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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들바들 몸을 떠는 가주의 모습에, 그레이스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인 뒤 그대로 창문 쪽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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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회색의 신성력이 그녀의 몸을 감싼 직후, 가주가 재차 시선을 향했을 때 이미 그곳에는 그레이스는 존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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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주는 그제야 겨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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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생활이 그리 평탄치 않으리라는 직감이 들긴 했지만, 이 또한 업보라고 생각하면 어쩔 도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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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는 도시의 길거리를 느긋하게 걸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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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레이스가 모습을 드러내기만 해도 각양각색의 반응을 보였던 영민들이었지만, 지금은 호위 하나 없이 길거리 한복판을 대놓고 거니는데도 누구 하나 그녀에게 말을 걸려 하거나, 그녀를 보며 수군거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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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애초에 그레이스가 그곳에 있다는 것조차도 인식하지 못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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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는 쓴웃음과 함께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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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만능이네,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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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력이란 곧 바라는 것을 이루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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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려고만 하면 몸을 강화하는 것도, 상처를 치유하는 것도, 지금처럼 존재감을 억누르는 것도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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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한계가 없는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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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가 계승한 신성은 농경신의 것이고, 그녀가 가장 힘을 잘 발휘할 수 있는 것도 농사 관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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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는 신성력의 소모 효율도 나쁠뿐더러, 경우에 따라선 아예 할 수 없는 일들도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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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야를 가득 메울 정도의 논밭을 기름지게 하는 것보다, 작은 횃불 크기의 불꽃을 만들어내는 게 더 어렵고 힘들다고 하면 이해가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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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레이스는 거기에 큰 불만을 느끼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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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 보면 이런 능력을 가지게 된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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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츠의 설명에 따르면 신족 이외의 존재가 사람들의 염원을 직접 힘으로 삼기 위해서는 초월자가 되어야 한다는데, 그레이스는 초월자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염원을 곧바로 신성력으로 변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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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의 강탈이 어쩌니, 하나의 주술적 의식이 어쩌니 하는 설명을 듣긴 했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레이스는 거의 이해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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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자신이 일종의 후천적 신족으로 변했으며, 그게 꽤 터무니없는 일이라는 정도만 자각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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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길을 걷기를 얼마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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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발길이 드문 도시 외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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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번듯하게 완성된 고아원의 새로운 건물과 마당에서 즐겁게 뛰노는 아이들을 보며, 그레이스는 입가에 깊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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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실토실 살이 차오른 뺨과 깨끗하고 번듯한 의복이, 아이들의 생활 여건이 전보다 훨씬 좋아졌음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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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야 새로운 수호신님이 본래 이곳 출신이라는 건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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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감히 저들을 부모 없는 아이들이라고 함부로 멸시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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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향해 다가갈까 말까를 한참이나 고민하는 듯하던 그레이스는, 이내 그대로 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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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냐, 인사는 안 하는 거냐? 저 녀석들도 반가워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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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런 그녀의 눈앞에, 덩그러니 바닥에 놓인 오크통 하나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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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의 얼굴이 순간 다채롭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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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 의심, 기쁨과 반가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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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감정은 마지막이었지만, 그녀는 그 감정을 어이없음이라는 뚜껑으로 덮은 채 부루퉁한 얼굴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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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그것보다 다른 말이 먼저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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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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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당연히 ‘미안하다’죠! 그렇게 갑자기 사라져 버리면 어떻게 하라고요!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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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수호신과의 싸움이 끝난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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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츠는 별다른 설명 하나 없이 그대로 모습을 감추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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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뜬 뒤. 바닥에 널려 있던 오크통의 잔해를 보고 얼마나 기겁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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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로 들었던 그리츠의 목소리가 퍽 여유로웠던 것과 핏자국이나 시체 같은 게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승리를 점치기는 했지만, 그래도 추측과 확신 사이에는 절대 좁힐 수 없는 아득한 거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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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긴 개뿔. 내가 어디 가든 내 맘이지. 어찌 감히 일개 수호신 따위가 거지의 자유를 침해하려 하느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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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의 이마에 십자 혈관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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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말없이 다가가 오크통을 퍽하고 걷어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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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년이 이제 사람을 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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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쳤다! 쳤으면 어쩔래! 말이라도 미안하다고 해주면 어디 덧나기라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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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어, 그만 차라! 그러다 구멍 나 이 년아! 원래 있던 게 망가져서 간신히 새로 구한 거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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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마음에 구멍을 냈으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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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긴 실랑이가 있던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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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는 지친 듯이 턱 하니 바닥에 주저앉아, 그대로 오크통에 등을 기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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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닐리안 가문은 일단 내버려두려고요. 여러모로 괘씸한 곳이긴 하지만, 거기가 완전히 망해버리면 또 새로운 사람이 권력자가 되겠다고 이리저리 날뛸 테니까요. 그렇게 새로 권력을 손에 넣은 사람이 전보다 나으리라는 보장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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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흐, 네년이 마음에 드는 녀석으로 고르면 되는 일 아니냐. 그것도 아니면 직접 통치해도 되고. 전보다 신성력 수급도 잘 될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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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요. 무녀님, 무녀님 하면서 떠받들어지는 것만 해도 지긋지긋했는데, 이젠 아예 대놓고 신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얼마나 호들갑을 떨지 상상만으로도 끔찍한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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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한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도 그것 때문이냐? 너를 향한 태도가 달라질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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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냥 다가가서 신경 쓰지 말라고, 평소처럼 대하면 된다고 말해볼까 생각도 했는데… 안 되겠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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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본인이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고 한들, 받아들이는 처지에서 그게 쉬울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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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레이스 본인의 이기심을 위해서 상대에게 힘든 일을 강요하는 거고, 설령 어찌어찌 고아원 내에서 평범한 사람으로 받아들여진다고 해도 그레이스가 특정 시설이나 거기 사람들을 과하게 편애한다는 말이 나온다면 이 또한 언젠가 불화의 씨앗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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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순수한 아이들도, 몸이 커지고 머리가 굵어지면 어떻게 헛바람이 들어갈지 모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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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바깥으로 나가볼 생각이에요. 저를 잘 모르는, 무녀니 수호신이 하는 것에 대해서도 알지 못하는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환경, 새로운 꿈을 향해서. 뭐, 너무 방치하면 또 영지 상태가 이상해질 수도 있으니까 가끔 돌아오긴 해야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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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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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가줄 수는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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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츠는 대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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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를 향해, 그레이스가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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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인사를 하러 왔다는 거 알아요. 이제 떠날 생각이라는 것도. 그러니까 부탁할게요. 가지 말아요. 내 곁에 계속 있어 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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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에도 끝은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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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고개를 끄덕이면 벨라리아 최고의 미소녀인 데다가 겸사겸사 수호신이기도 한 아가씨랑 연인이 될 수 있다고 해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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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과 자기애가 아주 하늘을 뚫는구나. 그래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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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정말 너무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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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흐, 본래 이런 놈인 줄 몰랐던 것도 아니면서 뭘 새삼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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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요. 어쩌다가 이런 이상한 괴인한테 끌려서는. 하다 하다 얼굴도 못 본 남자한테 고백했다가 차였다고 생각하니 억울해서 눈물이 다 나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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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하고 깊은 한숨을 내쉰 그레이스는, 그런데도 울거나 매달리는 대신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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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그러면 포기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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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선택이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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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당신을 포기하겠다는 뜻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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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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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는 활발한, 묘하게 악동 같은 얼굴로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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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사뭇 경건한 태도로 무릎을 꿇고 그리츠를 향해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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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조차 모르는 이여. 가장 낮은 곳을 자처했기에, 누구보다도 자유분방했던 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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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에 허우적대며, 웃는 얼굴 아래에서 비명을 지르던 저의 목소리를, 오직 당신만이 들어주셨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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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께서 저를 웃게 했고, 당신께서 저를 구원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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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당신께서는 저의 신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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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저를 향해 기원한다면, 저는 당신을 향해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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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저를 신이라고 칭송한다면, 저만큼은 당신을 향해 칭송을 바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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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기원을 이루어 주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제가 스스로 이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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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께서 저의 곁에 남지 않겠노라 하신다면, 제가 당신 있는 곳에 찾아가 머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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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려 주시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발길을 멈추시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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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기원하는 것만은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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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침묵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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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참, 사서 고생을 하는군. 멋대로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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퉁명스러운 대답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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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는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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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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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그녀는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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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히 바친 기원이 닿은 무녀가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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