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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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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죽겠네.”
아침 러닝.
이젠 꽤 익숙해졌지만, 여전히 끝나고 나면 다리가 풀릴 지경이다.
숨을 몰아쉬며 주저앉자, 옆에서 따라 뛰던 유하나도 숨을 고르며 말했다.
“오늘… 평소보다… 빠르지 않았어…?”
“알면 다행이다.”
나는 그렇게 말하며 결국 잔디에 드러누웠다.
“나는 쫓아가기만 했는데 죽을뻔했어.”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나름 즐거웠다.
유하나와 함께 뛰는 시간은 늘 좋은 루틴이 됐으니까.
한참을 쉬고, 늘 그렇듯 자판기에서 뽑은 생수를 들고 운동장 한쪽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숨 고르며 잠깐의 정적이 흐른다.
“… 저기 해인아.”
유하나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가볍게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슬쩍 나를 바라본다.
“그 이번에 하는 체험, 어디로 갈 거야?”
“나? 아직… 고민 중.”
어제 내 정리된 노트를 봤다.
체험은 한 단체에서 최대 두 단체까지 가능하더라.
어차피 이것도 지원하면, 또 거기서 역으로 기업에서 각 단체의 기준으로 선별해 골라가는 느낌이었다.
나 같은 경우는 사실, 어딜 가도 문제는 없을 것이다.
지원만 하면 대부분 받아줄 가능성이 높으니까.
그때, 유하나가 조용히 말을 꺼냈다.
“혹시 청풍…대는 어때?”
그 말과 동시에, 그녀는 살짝 시선을 내렸다.
나는 피식 웃었다.
유하나는 원작에서 대부분 청풍대를 택한다, 주인공이 억지로 끌고 가는 게 아닌 이상.
벌써 가주로써 유망주 영입을 하다니.
“이거 템퍼링 아니야?”
물론 템퍼링은 전혀 아니지만, 괜히 놀리고 싶어서 질문했다.
장난스레 던진 말에 유하나의 반응이 바로 돌아온다.
“어? 아,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그냥!”
손사래 치는 그 모습에, 웃음이 새어 나온다.
“농담이야.”
나는 손을 내저으며 웃었다.
유하나는 민망한 듯 고개를 돌렸고, 귀끝이 살짝 붉어져 있었다.
“뭐, 나쁘지 않지. 청풍대도 좋은 곳이니까.”
청풍대는 명문이다.
단체의 운영력도 탄탄하고, 국내 인프라 또한 잘 갖춰져 있다.
어딜 가도 알아주는 느낌.
그런데 내가 선택하기에는 여러모로 아쉽다.
청풍 대는 철저히 국내 기반 길드다.
대부분의 활동을 국내에서 하는 편.
훗날, 편린이나 이런 것들을 얻기 위해서는 해외로 나가야 할 일이 생길 텐데.
그때마다 아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향후 내가 가야 할 방향은, 좀 더 넓었다.
“근데 아마… 안 갈 것 같아.”
“……왜?”
유하나가 조심스레 되묻는다.
“그냥.”
나는 잠시 숨을 고르고 말했다.
“내가, 욕심이 너무 많네.”
그 말에 유하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대답은 없었지만, 그녀의 눈빛이 잠시 떨렸다.
물이 절반쯤 남은 생수병.
그 입구를 입에 대고는, 마시지도 않고 한참을 붙들고 있다.
그러다 결국 입을 열었다.
“… 알았어.”
곧이어, 유하나는 살짝 웃으며 일어섰다.
“좀 이따 보자.”
그 한마디를 남기고 조용히 등을 돌렸다.
미소는, 어딘가 살짝 슬퍼 보였다.
***
그날 오후, 가온의 B 강의실.
수업과 수업 사이의 시간이었지만, 학생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고 있었다.
아니, 떠날 수 없었다고 해야 할까.
“그러니까~ 우리 길드에 오면, 계약 수당은 물론이고, 무구도 대여되고, 위험수당은 기본에, 멘토 영웅이 일대일로 커리큘럼도 짜줍니다.”
단상 앞. 누가 봐도 외부에서 온 사람이 서 있다.
자신감 넘치는 표정과 과도하게 활기찬 제스처.
흰 정장을 번쩍이며 말을 이어가고 있는 인물은, 국내 30위권 길드 래피드의 소속 스카우트였다.
“A급 영웅 칼릭스 아시죠 칼릭스? 그 영웅도 볼 수 있는데….”
아주 노력한다.
사실 그럴 만도 한 것이, 세계 1위 아카데미 가온에서는.
국내 30위권 길드는… 솔직히 말해 경쟁력이 떨어졌으니까.
학생들 몇몇이 슬쩍 주변을 눈치 본다.
진심으로 관심을 가진 표정도 있고, 그냥 한 귀로 흘리는 표정도 있긴 한데.
대부분 그냥 나가고 싶어 하는 표정이다.
그렇게 단독 콘서트가 진행되다가….
“아무튼, 이번 체험도 많은 신청 부탁드립니다!”
스카우터가 나갔다.
“어휴….”
“말 너무 많은데?”
“저길 누가 간다고….”
학생들의 투정과 몇몇 학생들은 우습게 보기까지 한다.
옆의 윤채하도 마찬가지다.
“… 쿨.”
물론 수업부터 자긴 했는데, 어쨌든 잔다.
학생들은 제각기 한숨을 쉬거나,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다음 강의 시간을 기다렸다.
그러다가.
끼익.
열린 문틈으로, 새로운 사람이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상대는 흠칫 놀랄 만큼 낯익은 얼굴이었다.
최근 로터스의 부대표로 새롭게 선임된 인물.
이름은, 유세린.
원작에서도 등장했다.
로터스는 2위를 지키면서도 한동안 침체기란 평가가 많았으나, 그녀가 들어선 이후 체질을 개선한다.
물론, 대표가 썩었기에 결말은 정해져 있지만.
“다들 조용히 있어서… 혹시 방해된 건 아닐까 걱정했네요.”
보통, 길드 설명회는 소위 말하는, ‘애매한’ 길드들이 많이 한다.
인지도는 낮고, 신뢰도는 부족하며, 무엇보다 학생 영입이 절실한, 그런 길드들.
그런 점에서 보자면, 로터스는 설명회와는 가장 거리가 먼 곳이었다.
방금 전 래피드 소속 스카우터와는 여유부터가 달랐다.
발걸음, 시선, 숨소리까지.
단상 앞에 서는 그 순간, 학생들의 자세가 바뀌었다.
“로터스의 부대표, 유세린입니다. 반가워요!”
통통 튀는듯한 그녀의 등장에, 강의실의 이목이 단숨에 집중된다.
누구도 장난을 치지 않았고, 아무도 스마트워치를 들여다보지 않았다.
그녀는 단상 앞으로 걸어가며, 자연스럽게 이어 말했다.
“시간이 길진 않을 거예요…. 다만, 최대한 솔직하게 말씀드릴게요!”
그녀의 시선이 강의실 전체를 가볍게 훑었다.
그것만으로도 일부 학생들은 자세를 고쳐 앉았다.
“로터스는—”
짧은 숨을 고른 그녀가 갑자기 정색하며, 담담히 선언했다.
“낙오된 영웅을 위한 길드는 아닙니다.”
짧은 정적이 흘렀다.
그 말은 거칠지 않았지만, 묘하게 도발적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시선이, 맨 앞줄. 턱을 괸 채 심드렁하게 앉아 있는 강아린에게 닿는다.
강아린은 지루하다는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그런데도 유세린은 거기에, 시선을 조금 더 머문다.
“저희와 함께, 최고가 되고 싶으신 분만, 오시길 바랍니다.”
그 순간.
‘… 뭐지?
그 순간.
분명히 느껴졌다. 그녀의 시선이 내게로 향하더니, 한순간 또렷이 머문다.
[일체지각(一切知覺)이 통찰안(洞察眼)에 저항합니다.]
그러자, 유세린의 눈빛이 일순 멈칫한다.
설마 본인의 권능이 통하지 않을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
미소를 살짝 머금은 채, 나를 향해 고개를 아주 천천히 숙인다.
그리고 그녀는 옆에 서 있는 단정한 차림의 여성 스카우트를 손짓으로 가리켰다.
“문의는 이쪽 스카우터 분께 해주세요. 그럼, 전 먼저 실례하겠습니다아~”
말을 마친 그녀는 뒤돌아 나갔다.
그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누구 하나 소리를 내지 못했다.
“…….”
정적이 흐르고, 그 다음 순간.
학생들이 자리에서 일제히 일어났다.
서로 먼저 가겠다는 듯이 스카우터 앞에 몰려든다.
“로터스, 원래 저런 느낌이었어?”
“좀 귀여운데, 또 멋있네….”
나는 감탄했다.
확실히, 그 시선은 영광의 자제인 강아린을 향한 것이었다.
말하지는 않았지만 내포된 의미는 모든 학생이 느꼈을 것이다.
‘맹주를 제치고, 함께 최고가 될 학생만.
뭇 학생들의, 가슴을 울릴 만 한 발언이다.
그렇게 로터스의 스카우터까지 자리를 비우고, 나는 식당으로 향했다.
천여울은 같이 가지 않았다.
식단관리라는데, 먹는 족족 어딘가로 간다던가 뭐라던가.
딱히 이해하고 싶지 않아서 더 묻지 않았다.
같이 간 건 윤채하였다. 밥은 뭐, 늘 그렇듯이 학식.
입안을 헹구고 식당 문을 밀고 나왔다.
슬슬 여름이 다가오는지, 따뜻한 햇볕을 피하며 그늘로 걸었다.
그때.
“똑똑.”
누군가의 손끝이, 내 어깨를 두드렸다.
진짜, 입으로 똑똑. 거리는 소리를 내며.
나는 고개를 돌렸다.
기분 좋은 장미향이 풍겨왔다.
향수라기엔 자연스럽고, 생화라기엔 조금 더 선명한 향.
“정해인 학생?”
아까 단상에 섰던 인물.
유세린.
그녀는 손에 작은 서류 하나를 든 채, 살짝 웃고 있었다.
“왜 저한테 답변 안 해줘요?”
그녀는 장난스럽게 물었다.
옆의 윤채하가 기겁하는 표정으로 날 바라본다.
“말을 그렇게 하시면….”
유세린의 말에 담긴 의미는 간단하다.
중간고사 입찰전 당시 로터스는 나를 15억이라는 거금으로 입찰했다.
비록 뱅퀴셔에게 밀려 1위는 놓쳤지만, 그 정도 금액이면 충분한 의지를 보인 셈이다.
나는 그런 길드들의 입찰에 답변을 해줄 수 있었지만… 어떤 단체에도 하지 않았다.
“제가 직접 보고 입찰 한거여서요, 정해인 학생이 부임 후 제 첫 픽이었어요.”
“그런가요.”
“네! 메두사를 서걱ㅡ 하고 써시는데….”
나는 심드렁하게 받았다.
그러나 그녀는 멈추지 않는다.
“로터스로 안 올래요?”
유세린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러나 내 대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유세린이라는 인물 자체에는 관심이 있다.
그녀가 로터스에서 나온다면 모를까.
로터스 길드 자체로는….
“안 갑니다.”
“역시 그런가요?”
그녀는 거절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대했던 반응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뭐, 마음 바꿀 시간은 아직 많으니까요.”
“힘 안 들이시는 게 좋을 텐데요.”
“그건… 내 맘!”
유세린은 익숙한 웃음을 흘리며 돌아섰다.
나는 그녀가 멀어지는 방향을 조용히 바라봤다.
여러모로 아쉬운 등장인물이긴 하다.
어깨만 잘 받쳐주는 동료가 있었다면, 멀리 날아오를 텐데.
배신과 모략.
그녀의 미래는, 알고 있다.
주인공이 접하는 그 어떤 루트에서도, 그녀는 죽음을 피하지 못한다.
로터스는 반드시, 성시우와 대립하는 단체였으니까.
그러나, 이미 많이 바뀌어가고 있다.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한마디 정도는 해도 괜찮지 않을까.
“저기요.”
그녀가 멈췄다.
천천히 고개를 돌린다.
“네?”
“사람 조심하세요.”
유세린은 눈을 가늘게 떴다.
잠깐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 그리고는, 고개를 갸웃하며 미소 지었다.
“…해인씨 엉뚱한 면이 있으시네!”
“그쪽도 만만치 않습니다.”
나는 그렇게 한마디하고 고개를 돌렸다.
크게 엮일 생각은 없었다.
이제부터는 그녀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