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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반의 담당 교관, 도한성은 상담실 안에서 학생들과의 면담을 이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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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반은 실력 편차가 큰 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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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 성적 하위권부터 상위권까지 폭넓게 섞여 있는 터라, 도한성 입장에서도 골치가 아플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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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스카우트의 청탁을 거절하지는 않았으나, 적어도 학생들의 앞길이 잘되기를 바라는 교수는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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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하룻밤을 꼬박 새워가며 학생 한 명 한 명의 진로와 추천 방향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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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되는 건 체력보다, 정신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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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학생 오라고 좀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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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마치자, 조용히 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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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문을 밀고 한 학생이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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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여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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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가장 뜨거운 이름의 학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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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소 정식 성녀로 승격하며, 엄청난 잠재력을 보이는 차세대 최고의 유망주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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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유망주’라는 단어로는 이제 담아내기 어려울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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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한성은 잠시, 책상 위에 놓인 그녀의 기록을 훑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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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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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런 경우에는 오히려 교관이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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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기 점수가 많이 올랐군요. 이 부분은 앞으로도 꾸준히 보완해 나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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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시험에서 0점에 수렴하던 필기시험 점수가 많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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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법은 감각도 중요하지만, 기초 이론이 뒷받침돼야 실전에서도 흔들리지 않아요. 그 외엔… 뭐랄까. 너무 잘하고 있습니다. 이대로만 계속 하시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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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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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여울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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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둔 진로는 역시, 교단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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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온 오퍼도 교단뿐이다. 그런 그녀가 다른 곳을 희망한다는 것 자체가 빅 뉴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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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령 그렇다면, 교관은 최대한 교단 쪽으로 마음을 돌리게끔 유도할 의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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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여울은 잠시 눈을 깜빡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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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현재로선, 교단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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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표정한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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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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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자애로운 모습을 보였던 전대 성녀와는 사뭇 다른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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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건 성격 차이니까. 그럴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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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저도 이야기할 게 거의 없네요. 너무 잘하셔서. 앞으로도 힘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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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를 정리한 도한성이 고개를 들어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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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여울은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인 후,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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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음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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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고 들어온 건, 이번에는 강아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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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으로 거물급 유망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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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한성은 무심코 그녀의 얼굴을 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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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밑의 다크서클과 약간 부은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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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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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좀 못 잔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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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강아린이야말로 정말 해줄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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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행, 성격, 성적 그리고 진로까지. 모든 게 완벽한 학생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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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린 학생도… 제가 딱히 드릴 말씀이 없네요. 힘든 점은 없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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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점… 네.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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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린은 무표정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그대로 좀비처럼 걸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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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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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어진 상담은, 유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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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교류전 단체전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인물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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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파로 지금 그녀에게는 수많은 단체와 길드가 오퍼를 보내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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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한성은 상담용 스마트 패드를 돌려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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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유하나 학생에게 도착한 오퍼 목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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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스, 청풍대, 블룸스가든. 국내 톱 티어 길드는 물론, 해외 명문 길드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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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도 청풍대는 유하나의 본가에서 운영하는 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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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도한성이 알기로는, 가주인 유무진은 딸을 강제로 붙잡을 인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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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나가 원한다면, 자유롭게 길을 택하게 할 사람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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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생각해둔 진로나, 특별히 가고 싶은 단체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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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성적이 좋은 학생들을 연속으로 만나서 그런지, 마음이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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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못한 학생들이 눈만 높았다면 쓴소리가 동반될 수밖에 없지만, 이 학생은 그런 쪽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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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앞의 유하나가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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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러운 분위기, 척 봐도 귀족 집 자제의 느낌이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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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나는, 잠시 망설이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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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현모양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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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릅ㅡ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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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나의 전혀 예상치 못한 대답에 도한성은 마시던 커피를 전부 내뿜을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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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무슨 대답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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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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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동시에, 며칠 전 동료 교관들 사이에서 오갔던 사담이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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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김 교관님, 대체 이런 학생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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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요? 무슨 일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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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담당하는 학생인데… 이 학생은 성적도 좋고 뒷배도 좋고 활도 잘 쏘는데, 진로가… 어이가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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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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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현모양처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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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하하! 진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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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은 최대한 많이 낳고 싶다는데, 내가 머리가 어질해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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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한성은 그 사담에 직접 참여하진 않았지만, 워낙 강렬한 내용이라 지나가다 들은 기억이 남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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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설마 자기 반에도 그런 학생이 있을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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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다시 물으려 했으나, 유하나의 표정을 봐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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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은 살짝 붉어졌지만, 표정은 진지했고 시선도 흔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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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재미없는 농담 따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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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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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스럽긴 했지만, 학생의 진심이라면 존중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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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마무리하려던 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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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한성의 입에서 그만 질문이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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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혹시, 그렇다면… 이미 마음속으로 정해둔 상대라도…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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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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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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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한성은 손바닥으로 얼굴을 연거푸 쓸어내리며 마른세수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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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 뭐 이런 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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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이미 자신의 삶의 방향을 정해둔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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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조용히 서류를 덮고 담담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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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마칩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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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나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남기고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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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한성은 가볍게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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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현기증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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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학생은… 윤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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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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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마법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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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들이 그렇듯이, 범상치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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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해질 것 같다는 예감이 스쳤지만, 그래도 받아야 할 면담은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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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열리고, 윤채하가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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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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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윤채하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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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이 최근 그녀에게 유망주 최고 대우 수준의 오퍼를 공개적으로 넣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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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우리꺼야.’ 라고 선언하는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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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다른 단체들은 접근조차 못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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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윤채하 본인도 마탑과의 교류가 잦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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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려 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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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교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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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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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혹시, 제가 뱅퀴셔에 입단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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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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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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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밖의 질문. 도한성은 잠시 멈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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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는, 천천히 생각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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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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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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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퀴셔는 폐쇄적이고 영입 조건도 깐깐한 걸로 유명하지만, 윤채하라면 자격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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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곧 예정되어 있는 현장 체험도 고려한다면 접점은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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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관련 자료입니다. 곧 있을 교내 일정 중 하나로 편성된 체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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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채하는 차분히 자료를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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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자료를 넘기며, 짧게 몇 가지를 물었고 도한성도 그에 맞춰 조용히 조언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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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의외로 그런 조언을 곧잘 받아들이는 타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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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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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꾸벅 숙이며 나가는 윤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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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과는 반대로, 너무 정상적인 면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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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적으로 있었던 이질적인 상담과는 다른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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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한성은 정신이 돌아온 것을 느끼며, 조교에게 다음 학생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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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학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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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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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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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한성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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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답게, 가장 재밌는 학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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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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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여울과 윤채하를 포함해, 대부분의 학생들은 상담을 마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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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얘기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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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옆에 앉은 천여울과 윤채하에게 가볍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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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이야 교단 소속이기도 하고, 딱히 다른 데로 갈 이유가 없는 상황이지만 채하는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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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냥 필기 성적 오른 거. 그거 잘했다고 칭찬받았어. 진로는 정해져 있으니까 계속 열심히 하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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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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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여울의 약점은 필기, 그리고 그걸 지적한 걸 보니 교수도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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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윤채하 쪽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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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하 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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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폭탄 발언으로 뜬금없이 뱅퀴셔를 가고 싶다 했는데, 상담 내용도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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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채하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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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랑 똑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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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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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더 대화를 이어가려던 찰나, 조교가 앞문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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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인 학생~ 다음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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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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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상담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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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실 문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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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똑 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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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볍게 노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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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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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반의 담당 교관. 도한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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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없이 눈인사만 주고받고, 자리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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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서류를 한 장 넘기고, 조용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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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인 학생은… 현재 랭크는 없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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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서류를 돌려, 내게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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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이미 예측이 가능한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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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그는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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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를 가고 싶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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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옆에 있는 패드를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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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패드 화면을 내 쪽으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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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앞에 펼쳐진 건, 입찰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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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찰전이라는 명칭 아래, 내 이름을 둘러싼 숫자들과 길드 로고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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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공식 오퍼들은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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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고사부터 교류전까지. 너무 우수한 결과들을 내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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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한성은 덤덤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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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학생이 1학년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소속이 없다면… 관심을 안 가질 수가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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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귀라는 정체가 아직 드러나지도 않았는데도 이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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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선택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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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한성의 말투는 차분했지만, 그 말에 담긴 의미는 아주 명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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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입학한 1학년 학생이지만… 놀랍게도, 고르는 입장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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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패드 화면을 바라보며 잠시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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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나는 아직, 어디를 갈 것인지 딱히 결정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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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퀴셔의 영감은 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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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어디를 가는지는 전혀 상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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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뿐인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늘 하던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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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는 내가 뱅퀴셔로 오길 바라는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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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른 길을 택한다고 해도 그가 내게 실망할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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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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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 역시, 강아린과 형식적인 약속을 한 적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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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마 그녀 역시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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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영웅협회, 청풍대, 해외 대형 길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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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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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봐도 어지러울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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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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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10년 전에도 비슷한 식으로 고민을 미뤄왔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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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가 가장 좋을지는, 결국 그 순간에 가봐야 알게 되는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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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내 고민이 얼굴에 다 드러났는지, 도한성이 짧게 웃음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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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이 많아 보이시는군요. 당연히 지금 결정할 이유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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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책상 옆에 놓인 다른 서류를 집어 들어, 내 앞에 조용히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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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직접 한번 체험해 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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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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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한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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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있을 교내 공식 일정입니다. 견학, 간단한 실무 참여, 실제 임무 관전 등 여러 방식으로 진행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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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천천히 서류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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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안엔 익숙한 이름들이 줄지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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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 아르카디아, 로터스, 협회, 청풍대, 뱅퀴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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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외에도 수많은 길드와 단체들의 이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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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말없이 서류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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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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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에게 유명 단체들을 직접 경험하게 해주는 가온의 교내 프로그램 중에서도 꽤 신경 써 만든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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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말고사 직전에 배치된 이 체험은, 학생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도구로 쓰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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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보면… 타이밍도 마침, 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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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서류를 덮으며 짧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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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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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겪어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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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이 어려울 땐, 가장 확실한 판단 근거가 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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