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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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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된 던전은 양옆으로 길이 나뉘어 있었고, 벽으로 막혀 있었다.
누가 봐도 전형적인 미로형 던전.
일전에 언급한 대로 역시나 ‘모의 던전 공략 실습’은 이름처럼 단순히 던전만 공략하는 수업이 아니었다.
이 던전의 구조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반대편 어딘가에도 한 팀이 배치되었을 가능성이 컸다.
총 4개의 던전, 각 던전에 두 팀씩 스폰 시켰을 것이다.
던전을 공략하다 보면 만나게 되겠지.
“… 방금 뭐였어?”
윤상혁은 던전에 진입한 뒤에도 교관의 말을 되새기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니까 싸우라는 거잖아?”
나는 시온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강아린, 요한 팀이랑 싸워서 이기라고?”
시온은 땅에 손을 얹고 가만히 앉아 눈을 감고 있었다.
나는 끝나기를 기다리며 그 옆에서 조용히 서 있었다.
“… 아니지. 우리도 해인이가….”
윤상혁이 중얼거리려는 순간, 김대현이 손가락을 입에 갖다 대며 조용히 말했다.
“쉿.”
윤상혁의 중얼거림은 그에 의해서 저지당했다.
그때, 시온이 천천히 눈을 뜨며 땅바닥에서 일어섰다.
손바닥에 묻은 흙을 툭툭 털어내고 그녀는 나를 바라봤다.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어때? 어레인지 가능하겠어?”
그녀는 내 질문에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아니, 대략적인 방향만. 기감을 방해하는 장치가 깔려 있네.”
어레인지는 던전의 구조를 감지해 최적의 공략 루트를 파악하는 궁수의 기술이다.
통상적으로 미로형 던전은 어레인지를 통해 구조만 파악하면 공략이 단순하다.
하지만 이 기술은 고도의 마나 운용 능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학생들에게는 거의 불가능한 영역에 가깝다.
그래서 편하게 가나 했지만, 역시 가온은 철저했다. 완벽히 막아둔 듯했다.
“가자.”
우리는 시온이 가리킨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는 잠시 멈춰서 윤상혁을 돌아봤다.
“상혁아, 가드 포지션 가능해?”
가드라는 포지션은 팀 중앙에서 원거리 딜러와 지원가를 보호하는 역할이다. 상대의 공격이 핵심 자원에 닿지 않도록 막아내며, 동시에 상황에 따라 공격으로 전환할 수 있는 다재다능함이 요구된다.
“나?”
윤상혁은 본인에게 손가락을 가리키며 되물었다.
그럴 만도 하다. 전위는 내가 맡고 있으니, 중앙에서 시온을 보호하는 가드 역할은 방패를 들고 있는 김대현이 맡는 것이 더 합리적으로 보일 테니까.
하지만 이건 몬스터와의 전투에 한정된 이야기다.
대부분의 몬스터는 지능이 낮아, 상위 개체를 제외하면 진영의 중앙에 있는 원거리 딜러나 지원가를 직접적으로 노리는 경우가 드물다.
따라서 눈먼 공격을 방패로 막아내는 데는 김대현이 적합하다.
그러나 대인전은 다르다.
인간은 언제나 진영의 중앙, 핵심 자원들을 노리니까.
그럴 때는 단순히 방패로 막아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물론 내가 상대가 중앙까지 도달하는 상황을 허용하지는 않겠지만, 효율의 문제였다.
“아, 대인전이니까.”
그때 김대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다.
‘좋네.
김대현은 기본적인 지식도 있고, 상황을 빠르게 파악할 능력 또한 보유하고 있었다.
시온 역시 살짝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내 눈은 틀리지 않은 듯했다.
나는 윤상혁에게 가드 포지션의 역할과 필요성을 간단히 설명했다. 그 또한 기본은 했기 때문에 금세 수긍했다.
전위는 나, 중앙에는 윤상혁과 시온, 후방에는 김대현.
진영을 정리하며 우리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
윤상혁은 정해인의 지시에 따라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사실 그의 이론을 완벽히 이해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일전부터 느낀 게 있었다.
‘쟤 말만 들으면 된다.
틀린 말을 안 한다. 거의 자다가도 떡이 생기는 수준.
그러나 긴장이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가드 역할은 처음이었으니까.
게다가 아까 교관의 말은 곱씹을수록 꺼림칙했다.
‘상대를 만나면 싸워서 이기라니?
사실상 말만 안 했지 무조건 만난다는 뜻이랑 다름없었다.
몬스터 상대로는 괜찮지만 강아린이나 요한 같이 뛰어난 학생들 상대로도 잘 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그때 옆에서 같이 걷던 하시온이 입을 열었다.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
아까부터 그녀는 앞장서고 있던 정해인의 등에 시선이 고정되어 있었다.
“어차피 해인이가, 웬만하면 다 해결할 거니까.”
윤상혁은 그녀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그와 팀을 해봤다면 부정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정해인이 갑자기 멈춰 섰다.
"잠깐."
그는 손을 들어 올려 우리를 멈춰 세웠다.
그 순간, 정해인의 시선이 한쪽 벽 틈을 향해 날카롭게 고정되었다.
그리고는 소리쳤다.
“대현!”
김대현은 재빠르게 중앙으로 이동해 방패를 높이 들어 올렸다.
-촤르륵!
그의 방패에서 빛이 퍼지며 방어막이 펼쳐졌다. 쇠뇌들이 발사되기 시작했고, 날카로운 금속의 파편들이 방어막에 박히며 폭음을 냈다.
-파바바바박!
“크으으으….”
김대현이 신음했다.
그리고 방어막 사이로 보이는 정해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트롤들이 거대한 도끼를 휘두르며 정해인에게 달려들었지만, 그는 놀랍도록 차분했다.
정면에서 트롤의 도끼가 내려치는 순간, 정해인은 몸을 낮춰 회피하며 옆구리로 파고들었다.
-쉭!
그의 창이 사선으로 그어지자, 첫 번쨰 트롤의 목에서 붉은 선이 그려지며 피가 솟구쳤다.
그러나 그 트롤이 쓰러지기도 전에 정해인은 이미 다음 목표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와….
넋 놓고 감탄할 수밖에 없는 전환이었다.
회피와 공격은 분리되지 않으며 그 자체로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고, 그의 창끝은 치명적인 정점만을 노렸다.
그때 후방에서 급작스럽게 나타난 또 다른 트롤이 정해인의 빈틈을 노리며 반격에 나섰다.
정해인은 몸을 틀어 공격을 회피하려 했지만 양쪽에서 날라오는 공격에, 몽둥이의 끝이 아슬아슬하게 그의 옆구리를 스쳤다.
그러나 바로 그때였다.
-찌이이익
“저, X발 새끼가….”
옆에서 욕지기와 함께, 활시위가 팽팽히 당겨지는 소리가 들렸다.
​“뭐, 뭐야?”
윤상혁은 화들짝 놀라 하시온을 돌아봤다
하시온의 손에 들린 활은 이미 가득 당겨져 있었고, 그녀의 시선은 여전히 정해인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야, 잠깐—!”
윤상혁이 채 말을 끝내기도 전에—
-팟!
화살은 번개처럼 날아갔다.
화살은 정해인의 등을 향해 곧장 직선으로 날아갔고, 순간 숨이 멎을 듯한 긴장감이 윤상혁의 심장을 조였다.
하지만 정해인의 행동은 재빨랐다.
그는 뒤를 보지도 않은 채, 마치 본능적으로 알기라도 한 듯 고개를 살짝 옆으로 꺾었다.
-푹!
화살은 정해인의 귀 옆을 스치며 그 궤적 끝에서 트롤의 미간을 정확히 꿰뚫었다.
정해인이 뒤를 돌아보며 엄지를 살짝 들어 올렸다.
그의 엄지를 본 하시온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윤상혁은 방금의 상황을 떠올리며 깊게 숨을 내쉬었다.
트롤은 고블린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개체다. 한 마리 한 마리가 거대한 체구와 압도적인 완력을 지니고 있다.
다른 학생 중에, 저렇게 트롤 여럿을 단독으로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그는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름들을 하나씩 떠올리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게다가 방금 그 정신나간 사격과, 그보다 더 정신나간 회피는 생각을 그만두게 만들기 충분했다.
“이게 가능하다고….”
그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
교관 이 미친 새끼.
던전의 핵심이자 꽃은 함정이라지만, 이렇게 공격적으로 배치해 뒀을지는 몰랐다.
거기다가 쇠뇌에 걸린 화살촉에 매끈거리는 그 액체, 분명 마비 독이었다.
‘미친 거 아니야?
나는 본대와의 거리를 조금 좁혔다.
생각보다 던전의 난도가 높아 보이니, 돌발 상황을 통제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러한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우리는 곧바로 안전 구역에 도착했다.
좁은 공간에 배치된 몇 개의 의자와 간이 테이블, 한쪽 벽에는 생수를 비롯한 간단한 보급품이 준비되어 있었다.
이 정도면 편히 쉬기에 충분했다.
윤상혁은 의자에 털썩 앉으며 숨을 고르더니, 내게 물었다.
“근데, 해인아.”
“응?”
“너랑 시온… 혹시 아는 사이야?”
그의 말에 나는 시온을 흘끗 바라봤다.
그녀는 구석에 앉아 활줄을 점검하고 있었다. 고개를 숙인 채, 평소처럼 태연한 모습이었다.
“왜?”
“아니… 합이 너무 좋아서….”
나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대충 대답했다.
“뭐, 오래 알아 왔으니까.”
그러면서도 내 머릿속에 묘한 기분이 스쳤다.
그러고 보니 시온은 왜 시드로 선발되지 않았을까?
랭크도 19위로 충분히 선발될만한 등수였다. 그리고 단언하건대 시온은 절대 19위 정도의 실력이 아니다.
나는 시온에게 물었다.
“시온.”
그녀는 고개를 들며 내 눈을 마주쳤다.
“응?”
“유닛 수업 때, 무슨 일 있었어? 네가 시드가 아닌 게 이상해서.”
시온은 내 질문에 한참을 고민하더니, 별것 아니라는 듯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냥 앞에서 막 자기들끼리 정하길래, 별말 없이 따라갔는데··· 결국 완전 하위권으로 완주했어.”
그랬구만.
“네가 좀 소극적이긴 하지.”
시온의 성격을 생각하면 충분히 그럴 만했다.
남들과 부딪히길 꺼리는 그녀의 태도는 종종 본인의 실력을 정확히 평가받지 못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곤 했으니까.
“소극적…?”
옆에서 듣고 있던 윤상혁이 의아한 듯 중얼거렸다.
“왜? 무슨 일 있어?”
시온은 부드럽게 웃으며 윤상혁을 향해 되물었다.
“어, 아니. 아무 일도.”
그녀는 다시 내게 시선을 돌리며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내가 시드였으면 너랑 같은 팀 못했잖아?”
시온의 미소는 어딘가 장난스러우면서도 다정한 기색이 담겨 있었다.
“난 이게 더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