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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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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커스는 혼란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어쩔 줄 몰라 했다.

분명 뇌기를 폭발시켰다.

이 정도면, 저따위 인간쯤은 불타올라 재가 되어야 했다. 적당히 나가떨어질 줄 알았는데, 그마저도 버텨내고 있었다.

“크아아….”

살점이 타들어 가는 냄새 속에서도, 놈은 여전히 창을 쥐고 있다.

쥐새끼 같은 기습이었다.

허술한 틈을 파고들어, 마치 목덜미를 물어뜯는 야수처럼.

그의 역장은 단 한 순간에 찢겨나갔다.

‘대체 왜?

바르커스는 이해할 수 없었다. 이건 말이 안 된다.

그분이 내려주신, 축복이자 금제. 이 역장은 결코 인간 따위가 뚫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창날이 심장 깊숙히 박혔다. 그 날에 깃든 불길한 기운의 마나가, 상처 치유를 막고 있었다.

천천히 상흔을 갉아먹는 것처럼. 심장이 회복되지 않는다. 상처가 점점 깊어진다.

놈을 올려다봤다. 이미 기절했다.

온몸이 바싹 타올라 의식을 유지하는 것조차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창만큼은 절대 놓지 않고 있다.

게다가, 주위를 둘러싼 번개의 폭풍이 사그라들기를 기다리는, 벌레떼들.

바르커스가 놈을 떨쳐낸다 해도. 상처 입은 자신을 끝장내려 벼르는 것들이, 사방에 포진해 있다.

슬금슬금 눈에 불을 켜며 틈을 노린다. 아무리 바르커스 본인이라도 해도 이 몸상태로는 쉽지 않다.

‘죽음.

그 단어가 머릿속을 스치는 순간, 온몸의 신경이 곤두섰다.

절대 안 될 일이다. 그분의 위대한 계획에 누가되어서는 안 된다.

이놈에게 허점을 드러낸 것도, 방금 들은 비보 때문이다.

‘바르커스를 제외한 사도(使徒) 넷, 전원 퇴거(退去).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전장에서, 바르커스를 제외한 모든 사도가 철수했다.

성공한 것이 아니다, 강제 퇴거였으니까.

바르커스의 머릿속에, 다른 사도들이 패배한다는 선택지 따위는 없었다.

따라서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무엇이 되었든, 반드시 살아가야 한다.

이번 집행을 위해, 그분이 내려주신 또 다른 권능.

그는 하찮은 벌레 따위를 제거하기위해 사용하는 것에 환멸감을 느꼈으나.

이제, 정말 가릴 것이 없었다.

‘여기서, 내가 죽을 수는 없다.

적어도, 퇴거.

돌아가는 것으로 만족하기 위해.

주위를 덮는 뇌기의 장벽.

그 안에서, 공간이 뒤틀린다.

심장에 창이 박힌 채로, 바르커스의 몸이 희미하게 흔들린다.

-팟.

바르커스가 일순간 사라졌다.

흑색의 번개가, 정해인을 감싼다.

그리고 이내, 둘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시공간이 멈춘 무(無)의 공간.

바르커스는 깊이 숨을 들이쉬며, 전신을 감싸는 충족감을 만끽했다.

죽음이라는 공포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상처에서 검붉은 피가 흐르고 있었으나, 그것은 이제 의미가 없었다.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바르커스는 이 권능을 내려주신, 위대한 존재를 향해 경건히 되뇌었다.

솟아오르는 충심에 무릎을 꿇었다. 그렇게 몇분이 지나고, 그는 여유롭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벌레를 밟을 차례다.

기습이었다. 방어와 모든 것을 도외시한 혼신의 일격.

순간,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 허용해버리고 말았다.

객관적으로 평가한다면, 우수하다. 벌레치고는, 뛰어나다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인간의 기준에서나.

분명, 흠집 하나조차 나지 않았어야 했다. 그럼에도, 창끝이 그의 심장을 꿰뚫었다.

‘마나.

그 불길할 정도로 정순한 마나가 역장을 찢어버리고 회복을 막았다.

“….”

어째서인지, 불길한 감각.

이 자리에서 끝내야만 한다.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바르커스는 무의 공간을 가로지르며 놈에게 향했다.

그러나.

‘허.

분명 기절한 채로 널브러져 있을 줄 알았다. 예상을 비웃듯 놈은 멀쩡히 앉아 있다.

피범벅이 된 몸을 간신히 일으켜, 그루터기에 걸터앉아 있었다.

“놀랍군.”

아직도 버틸 여력이 있다는 것인가?

이미 심지가 다 타버린 촛불 같은 존재다.

그래도, 화풀이 상대 정도는 되어줄 터.

그때.

“… 줬어.”

놈이 중얼거렸다.

만신창이가 된 상태로, 무언가를 되뇌듯이.

“뭐라?”

바르커스는 미간을 찌푸렸다.

“정말, 잘해줬어. 네가… 나보다 나아. 정말로.”

그제야 놈의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바르커스의 눈이 살짝 흔들린다.

놈의 표정에 깃든 감정은, 죽음에 대한 공포도, 분노도 아니었다.

대신 순수한 미소가 떠올라 있을 뿐.

놈은 환히 웃고 있었다.

기쁨에 찬 눈물을 흘리며. 뭔가를 초월한 듯한 표정으로.

짊어진 짐들을 내려놓은 것처럼 후련하게 날아가듯, 환하게.

분명 울고 있었지만, 누가 보더라도 행복한 울음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놈이 몸을 일으킨다.

-우드득.

신체에서 나는 섬뜩한 파열음이 공간에 울려 퍼진다.

한계 이상의 가동으로 인해 나오는 소리. 이미 죽은 몸이나 다름이 없었다.

“쯧.”

‘이미 끝났었나.

흥미가 사라졌다.

일어난 것은 용한 일이지만, 이미 싸울 능력조차 없는 벌레의 잔재다. 시간 낭비할 필요 없다.

바르커스는 흥미를 잃은 눈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것보다, 다른 사도들의 상황이 대체 어떻게 된 것인지를 알아봐야 했다.

“그때도, 지금도.”

그때.

스산한 목소리가 귓가를 스쳤다.

바르커스는 무의식적으로 몸을 돌렸다.

“너는 또 도망을 가는구나.”

놈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눈물 자국이 희미하게 남아 있는 얼굴.

그러나 그 눈빛만큼은,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입을 여는 것조차 부담스러운 듯, 입술이 바들바들 떨린다.

그럼에도, 놈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존재 자체가, 불공평의 극치이면서.”

바르커스의 미간이 좁혀졌다.

처음엔 신경도 쓰지 않았다. 허공에 내뱉는 헛소리에 불과하다 여겼다.

그런데.

어느새, 놈은 창을 쥐고 있었다.

분명, 방금 상대했던 놈이다.

싹수는 있었지만, 아직 한참 멀었다.

그런데.

‘누구란 말인가.

처음 보는 놈이다. 같은 얼굴이지만, 같은 존재가 아니다.

“이제야.”

놈이 목을 천천히 틀었다.

-뿌드득, 뜨득.

“저울의 균형이 맞는 것 같네.”

놈의 입술이 서서히 말려 올라갔다.

눈물 자국이 남은 얼굴 위로, 비틀린 미소가 떠올랐다.

“두 번은 안 놓쳐.”

-슥.

그 순간, 놈의 형체가 사라졌다.

바르커스의 팔이 저절로 들려졌다.

본능적인 방어 반응. 그러나 그것조차 늦었다.

-콰직.

눈앞에서 놈의 형체가 일그러지는 듯하더니, 어느새 창날이 팔을 뚫고 들어와 있었다.

“너와 나는 원래 절대 만날 수가 없었는데….”

이글거리는 시선에, 비웃음 섞인 속삭임.

“다시 만날 수 있게 해준, 너의 신에게 감사를.”

큭, 하는 소리와 함께 비웃는다.

“감히!”

바르커스의 심장이 요동쳤다.

정확히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분명 그분을 향한 조롱이라 느꼈다.

급히 주먹을 내질렀다.

온몸이 쏠렸다.

그때.

-콰직!

“크아아!!”

몸이 쏠려 균형이 무너지는 순간조차, 놈의 의도였던 것처럼.

그 틈을 기다렸다는 듯. 놈의 창끝이, 왼쪽 가슴팍의 구멍을 꿰뚫었다.

피와 함께, 마나가 역류하며 터져 나왔다.

바르커스는 본능적으로 손을 뻗었지만, 막을 수 없었다.

-콰직, 콰직, 콰직.

거침없이.

집요할 정도로 잔인하게.

바르커스는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온몸의 힘을 모아 번개를 터뜨렸다.

-콰과과광!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역장을 한계까지 증폭시키며, 놈과 거리를 벌렸다.

“…….”

그러나 놈은 바르커스의 도약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 자리에서, 조용히 손을 들었다.

-사각, 사각, 사각.

공간이 일그러지며, 땅에서 형태를 이루는 수만개의 형체.

분신이었다.

그리고, 그 분신들이 서서히 모여든다. 수천 개가 하나로 얽혀들었다.

마침내, 그것들이 하나의 거대한 창을 이룬다.

바르커스의 숨이 턱 막혔다.

“무슨….”

단 하나의 창이 아니었다. 방금 자신을 꿰뚫었던 그 창이.

위력도, 개수도, 더 이상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강대해졌다.

50개…? 100개…?

셀 필요도 없다.

저걸 맞는 순간, 형체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창 하나하나가 모두 불길한 기운을 품고 있었다.

‘이건….

안된다.

그러나.

망설일 틈조차 없었다.

놈은 그 순간, 단 한 마디를 중얼거렸다.

“팔랑크스.”

그와 동시에.

-콰과과과과과과광!!!!!!

빛이 터졌다.

굉음과 함께, 공간이 뒤틀렸다.

순간, 바르커스의 의식이 새하얗게 날아갔다.


남성이 거대한 구덩이로 걸어갔다.

크레이터. 운석이 박힌 것처럼 생긴 깊고 거대한 구덩이.

그 중심을 향해 그는 미끄러지듯 내려간다.

온몸이 번개에 그을려 새까맣게 타올랐다.

멀리서 보면, 마치 흑색 장포를 입은 것만 같았다.

정신력.

지금 남성이 버티는 유일한 힘이었다.

이미 이 몸은 한계에 다다랐다. 아까부터 쓰러져도 이상할 게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마무리는 하기 전까지는 쓰러질 수 없었다.

천재일우의 기회였다.

그는, 억제력에 묶여 결코 밖으로 나올 수 없는 존재.

그런데 그 억제력을 감당할 수 있는 자가 직접 손수 빼내 줄 줄이야.

악신.

놈의 초월적인 직감이.

역으로 기회가 된 순간이었다.

어느새, 눈앞에 도달했다.

놈은 머리와 팔까지, 신체 전체가 반쯤 날아가 있었다.

“크…흐흐흐.”

뭐에 그리 우스운지.

피로 범벅이 된 입술이 벌어지며, 바르커스가 웃었다.

희미한, 그러나 기괴한 웃음.

“이런 놈이, 있었을 줄이야.”

되뇌인다.

"그분에게 보고할 거리가 생겼군."

킬킬거리는 웃음이 잔향처럼 남는다.

그러나 남성 또한 웃었다.

바르커스가 저렇게 태연할 수 있는 이유.

절대 죽지 않을 거라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놈을 보호해 주는 공간.

녀석들은, 늘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서 지지 않는 싸움만을 해왔다.

역겨운 놈들.

이제, 그 착각을 바로잡아줄 차례다.

남성은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짰다.

그때. 마치 밤하늘의 별이 사라지듯.

그 자리의 모든 것이, 서서히 지워지기 시작했다.

무한한 흑색의 공간.

영역이 펼쳐지며, 거대한 구덩이를 덮었다.

남성은 편린(片鱗)이 없었다.

살아남기 위해 무엇이든 만들어 내야만 했다.

고안하고 고심하며, 가능한 모든 행위를 하며 미친듯이 발버둥쳤다.

그리하여, 마침내 그가 도달한 경지.

마인들의 금제를 찢어내기 위해 창조해 낸, 그만의 이빨.

묵귀(墨鬼)의 영역이. 이곳에서 펼쳐진다.

[무위무상(無爲無相)]

절대자든, 초월자든, 신이든.

그 어떤 존재여도 상관없다.

금제? 신성? 시공간?

그 어떤 개념도 이곳에서는 사라진다.

이 영역 안에서, 모든 법칙은 무의미하다.

“후….”

남성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게··· 대체···?"

바르커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말도… 안되는….”

놈이 굼벵이 같은 자세로 땅을 더듬기 시작했다.

연결되어 있던 모든 감각이 끊어지는 느낌.

아마 본능적으로 직감할 것이다.

여기서는, 그분조차 자신을 구원할 수 없다는 것을.

결국 너희도, 한 꺼풀 벗기면 나약한 존재다.

남성은 비틀거리며 창을 두손으로 잡는다.

후들거리는 팔, 그래도. 이대로 내려찍는 것만큼은 할 수 있다.

“안돼… 안돼…!”

바르커스의 손이 허우적거리며 남성의 다리를 붙잡았다.

망설일 틈이 없다.

조금만 늦더라도 쓰러지는 건 남성 쪽이다.

-푹!

창이 땅에서 뽑혀 놈의 머리 위를 정확히 조준한다.

그리고 그대로.

“안돼!!!!!”

“됐….”

-콰직!

“…다.”

단말마와 함께.

남성의 온몸도 동시에 무너졌다.

그리고.

흑색의 영역을 넘어.

시공간이 멈춘 무의 공간이.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