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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턱.
몸이 무너진다.
공중에서 떨어지는 정해인의 몸을, 알데바란은 무심히 앞발을 뻗어 받아냈다.
의식이 완전히 끊어진 듯, 축 늘어진 그의 몸에서 잔열이 서서히 빠져나갔다.
한동안 가만히 내려다보던 알데바란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어깨.
단단했던 외피가 깨져 가루가 되어 흩어지고 있다.
잔뜩 난자된 상처의 자국이 그의 어깨를 깊이 파고들어 있었다.
-흠….
알데바란은 조용히 숨을 들이쉬었다.
처음에는 방향성이 나쁘지 않았다.
살짝 기대한 부분도 있었지만, 결국 이번에도 실패라 여겼다.
그렇게 생각하며, 돌려보내려 했다.
그런데 막판에 기세가 달라졌다.
단순한 분투나, 회광반조라 치부하기에는 무언가 달랐다. 마치, 누군가 옆에서 도와주는 듯한….
알데바란은 천천히 시선을 들어 올렸다.
멀리, 심상 세계 외부. 정해인의 곁에 작은 인간 하나가 웅크리고 있다.
흑발의 소녀. 그녀는 정해인의 몸을 꽉 끌어안고 있었지만, 알데바란이 주목한 것은 따로 있었다.
그녀에게서 흘러나오는 기운. 그것은 그로서도 경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
알데바란은 서서히 눈을 감았다.
이 정도면, 과연 그들에게 통할 것인가. 아슬아슬한 선이다.
불가능할 거라 단언할 수도 없고, 확실히 가능하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다만, 이번에는 녀석 혼자가 아니라는 것, 그에게 지속적으로 흘러들어오는 검은 불꽃이 그 방증이리라.
알데바란은 흐릿하게 웃었다.
-좋다.
원래였다면, 절대 시련의 통과로 인정해주지 않으려 했으나.
그가 가볍게 손짓하자, 바닥에 놓여 있던 카타스트로피가 염동력에 의해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알데바란의 발톱 두 개가 창에 닿았다.
금속이 맞부딪히는 듯한 소리와 함께, 창대에 울림이 퍼졌다.
카타스트로피의 기운이 강하게 요동쳤다.
흑요석으로 만들어져있던 창신에, 붉은색의 음각이 새겨진다.
이것으로.
시련은 통과다.
이후의 일은 녀석에게 달려있다.
그가 스스로 만들어낸 길은, 열려 있는가.
아니면, 단순한 우연이 이끌어준 길인가.
알데바란은 조용히 정해인이 남긴 상처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곤.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어우 씨.”
나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외피를 깨고, 공중에서 떨어지는 것까지는 기억이 난다.
그런데… 그 이후가 기억이 안 난다.
‘설마, 실패했나?’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급히 주변을 둘러보다, 곧바로 시선을 돌려 카타스트로피를 확인했다.
그곳에는 변해버린 창이 있었다.
검은빛의 단조로운 외관에, 표면을 타고 흐르는 붉은 음각이 추가됐다.
마치 살아있는 혈관처럼 미세한 빛을 품은 채 서서히 박동하는 듯한 느낌.
나는 천천히 손을 뻗어, 창의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됐구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2차 시련, 통과했다.
이제 나는 녀석의 힘을, 조금이나마 빌릴 수 있다.
아직 시련은 많이 남았지만, 지금은 이걸로 충분했다.
“일어… 났어?”
낮고 나른한 목소리.
나는 고개를 돌렸다.
시온이 눈을 비비며 일어나고 있었다. 시간이 꽤 흘렀는지, 그녀는 내 곁에서 잠든 듯했다.
아마도 내가 깨어날 때까지 호법을 서다가, 그만 스르르 잠에 빠져든 모양.
나는 무심히 손을 뻗어, 그녀의 이마 쪽으로 내려앉은 머리칼을 정리했다.
잔열이 남아있는 이마.
시온은 멍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성공했어.”
나는 자신 있게 말했다.
그 말과 동시에, 몸을 타고 흐르는 힘이 더욱 또렷하게 느껴졌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
이제, 결전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황금 같은 주말.
그러나 강아린은 도심을 가로질러 아르카디아의 신전으로 향하고 있었다.
여러모로 준비할 것이 많았기에 쉴 수는 없었다. 그녀는 이번이 가장 중요한 고비라고 판단했었으니까.
수행비서를 대동해, 편하게 차를 타고 갈 수도 있었으나.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은 기사에 의해 기록되는 편이었다.
따라서, 아르카디아와의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그녀는 직접 걸어서 신전의 정문으로 들어가고자 했다.
강아린이 걸으면, 거리가 잠시 정적에 휩싸인다.
검은 빛이 감도는 그녀의 머리카락이 햇빛 아래 찰랑이며 반짝였다.
멀리서 보고 있던 이들이 속삭인다.
“강아린아니야?”
“예쁘다….”
“교단에는 무슨 일이지?”
그녀는 이미 스타였다.
사업가이자, 예비 영웅이며, 재능까지 갖춘 인물.
그녀가 어디를 가든, 눈길이 쏠리는 건 당연했다.
강아린이 들어서자, 데스크에서 업무를 보던 사제 한 명이 황급히 자리에서 뛰쳐나왔다.
“강아린님!!”
익숙한 얼굴의 사제다. 아마, 천여울 라인.
따라서 강아린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안녕하세요~ 성녀님과 약속이 있어서 왔어요.”
사제는 눈을 깜빡이며 조금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어쩐지 난감한 표정.
“앗! 네네, 그런데… 지금 성녀님께서 여신님께 오후 기도를 드리고 계셔서, 조금만 기다려주실 수 있을까요? 곧 끝날 예정이에요!”
그녀는 속에서 올라오는 웃음을 꾹 눌렀다.
걔가 기도를?
대체 누구한테?
그녀는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웅장한 돔 형태의 구조물 한가운데, 거대한 여신의 조각상이 공중에 떠 있었다.
신전의 중심을 지키는 성스러운 존재.
모르긴 몰라도, 기도의 대상이 아마 저 동상은 아닐 것이다.
강아린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괜찮아요, 그냥 여기 앉아서 기다릴게요.”
강아린은 자연스럽게 신전 한편에 마련된 소파로 향했다.
가죽으로 덮인 소파는 부드러웠고, 신전 내부의 은은한 향이 코끝을 간질였다.
그녀는 다리를 꼬며 여유롭게 기대앉았다.
그렇게 몇 분이나 흘렀을까.
저 멀리서, 천여울이 걸어 나왔다.
그녀의 흰색 예복이 사뿐히 흔들리며 움직인다.
은은한 조명이 그녀의 몸을 따라 흘러내렸다.
잘록한 허리를 지나 부드럽게 이어지는 곡선.
골반은 깊고 풍만하게 떨어져, 옷 너머로도 우아한 분위기를 풍긴다.
성스러우면서도, 동시에 시선을 사로잡는 관능적인 실루엣.
‘… 짜증나네.’
저 거대한 무언가를 보면 기분이 상한다.
객관적으로 그녀 또한 뛰어난 몸매를 가졌지만, 천여울은 또 다르다.
뭐랄까… 그녀가 탄탄하다면 천여울은 부드럽고 유연했다, 말랑말랑한 느낌이랄까.
그가 무엇을 좋아할지 몰랐기에, 그냥 순수하게 짜증이 밀려왔다.
“많이 기다리셨죠?”
천여울은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매끄럽고 완벽한 외교적 대응이었다.
그런데 뭐지, 이 속에서 뭔가가 올라오는 듯한 기분은.
하지만, 그녀는 프로였다.
“아니에요~ 신전 내부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몰랐어요.”
천여울과 강아린이 자연스럽게 응접실로 향하려는 순간. 반대편 기도실에서 요한이 걸어 나왔다.
그 순간.
요한은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강아린과 눈이 마주친 순간, 아주 잠시였지만, 찌릿한 전율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그녀에게 얻어맞았던 기억이, 요한이 강아린을 마주치는 것을 꺼리게 만들었다.
요한은 잠시 시선을 피했다.
눈을 마주치는 것조차 부담스러운 듯했다.
그러나 강아린은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애초에 그녀는 그를 인간 이하의 언저리로 여기고 있었고, 그것은 천여울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은 아무런 반응 없이, 요한을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그때.
요한의 라인으로 여겨지는 주교가 기도실에서 나왔다.
그는 순간 강아린을 발견하고, 표정을 환히 밝히며 손을 내밀었다.
“하하하, 영광의 영애님을 여기서 뵙게 되다니. 반갑습니다! 저희 아르카디아와는 늘 좋은 관계를 유지….”
외부적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전혀 달랐다.
정확히는, 아르카디아 전체가 아닌 ‘천여울’의 세력만이 영광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교단 전체가 영광에게 협력적이다? 웃기는 소리다.
교주 또한 이를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수많은 시선이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기에 할 수 있었던 계산적인 행동이었다.
‘강아린은, 분명 외부의 시선을 신경 쓸 것이다.’
주교는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이제 그녀가 악수를 받아들이고, 동맹을 과시할 차례였다.
그러나, 강아린에게 외부의 평가보다 중요한 것이 있었다.
그녀와 천여울은 약속이라도 한 듯, 차가운 표정으로 그 손을 무시한 채 응접실로 들어갔다.
'더러워.'
저 역겨운 손을 만질 생각 따위는, 추호도 없었으니까.
조용한 응접실 내부, 둘의 대화는 끝없이 이어졌다.
“그래서, 맹주 인원도 대기시킨다는 거지?”
천여울이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물었다.
“협회에 역제안했어.”
강아린은 여유롭게 다리를 꼬며 답했다.
“당황하긴 하던데, 인원 추가되는 게 나쁠 건 없으니까 조만간 받아들일 거야.”
정해인은 정확히 팔라딘에만 도움을 요청했으나, 강아린 또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날까지 남은 시간은 2주.
각자가 맡아야 할 역할이 있었다.
“글로리가 오는 거야?”
천여울이 물었다.
글로리는 맹주의 1팀. 온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아니.”
강아린이 짧게 잘라 말했다.
“길드장님이랑 미국 간다더라, 편린 시연한다고.”
천여울의 눈동자가 가늘어졌다.
그리고 웃으며 물었다.
“네가 쓸 거?”
세계에 정확히 4개만 있는 그 편린.
하나는 정해인에게 안정적으로 안착했고, 나머지 3개는 그녀들에게 돌아갈 몫이었다.
그중 하나는, 펜타곤 지하에 박혀있었으나, 최근 미국이 편린의 사용법을 발견했는지 이를 시연하겠답시고 전 세계의 유력 인사들을 초청했다.
“실패하겠지만.”
강아린은 코웃음을 쳤다.
천여울도 고개를 끄덕였다.
짧은 침묵.
“후….”
앞둔 결전은. 난이도가 요철처럼 튀어나와 있다.
강아린은 이것만 해결된다면 당분간은 평화롭다 여겼다.
그러니,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이 분기점은 사랑해 마지않는 그에게도, 가장 중요한 고비가 될 터였다.
그녀는 손끝으로 찻잔을 굴렸다.
서늘한 차향이 공간을 감쌌다.
“잘, 해보자.”
“응.”
이번만큼은, 그녀들 모두 같은 마음이었다.
결전은,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