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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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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슥슥.

-슥슥슥.

“… 뭐해?”

주서준은 도저히 수업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가온에 도착해서 처음 듣는 수업인데, 옆에 앉아계신 분이 너무 시끄러웠기 때문.

칼로스의 학생들은, 가온과 다른 커리큘럼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당분간은 그 균형을 맞추기 위해 반을 통일했다.

“말 걸지 말아봐.”

옆자리의 윤채하는 머리를 박고 무언가 쓰는 것에 열중한 채, 신경질적으로 대꾸했다.

수업은커녕, 필기조차 하지 않은 채 혼자서 바쁘게 책상 위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어제도 그랬다. 멘토 활동이 시작되자마자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대체 뭘 하는 거야?

주서준은 옆으로 슬쩍 몸을 기울이며 테이블 위를 확인했다.

그러나 그의 시선이 향하자마자──

째릿.

마치 털을 잔뜩 곤두세운 고양이가 하악질하는 것처럼, 그녀는 책을 재빠르게 감쌌다.

팔로 잽싸게 막아버리고, 몸까지 책 위로 살짝 웅크리며 노골적으로 경계했다.

뭔가 책인 것 같긴 한데. 주서준은 포기했다. 슬슬 교수님의 눈총이 따끔해질 상황이었기에.

“아.”

그러나 마침, 어제 미처 전달하지 못한 말을 떠올렸다.

그는 나직이 말했다.

“이번 주 토요일 약속 비워놔.”

그러자 윤채하는 여전히 책을 내려다보며 대꾸했다.

“왜.”

“마탑에서 수업 잡아준다던데.”

원래 칼로스를 떠나 가온으로 넘어오면서, 마탑과의 연도 끊길 줄 알았다. 그런데 다행히도 마탑에서 그와 그녀를 좋게 봤는지 추가 수업을 약속했다. 그에게도 다행인 일이었지만.

사실 이미 마탑에서도 그들의 포텐셜을 주목하고 있었다. 마탑의 입장에서도, 이 정도 인재는 손에 쥐고 있는 게 훨씬 좋은 장사였다.

주서준은 당연히 그녀도 기뻐할 줄 알았다.

“음….”

그러나 윤채하는 턱을 괴고, 곰곰이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꼭, 갈 필요는 없잖아?”

그녀는 책상 위를 가볍게 톡톡 두드리며, 느리게 대꾸했다.

“그야… 뭐, 꼭 가야 하는 건 아니긴 한데….”

흥미를 갖는 횟수가 적은 윤채하에게, 마탑은 몇 안 되는 ‘재미있는 곳’이었다. 따라서 당연히 기뻐할 줄 알았는데.

다른 건 몰라도, 마탑에서 제공하는 수업이나 연구 기회에는 언제나 반응을 보였으니까.

“안 갈래.”

그러나 그녀는 이번만큼은 다르게 말했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책장을 넘겼다.

“재미없을 것 같아서.”

주서준은 황망한 표정을 지었다.


일전에 모라스를 토벌한 것에 대한 보상.

상장 수여야 며칠 전에 끝났지만, 정작 부상은 소식이 없었다. 대체 언제 주나 싶었는데, 드디어 인원들이 불렸다.

사실 이것만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

나, 천여울, 그리고 유하나.

우리는 협회가 운영하는 무구 창고 앞에 서 있었다.

이곳은 가온이 공식적으로 소유한 영약과 아티팩트, 무구들이 보관된 장소였다.

그때, 앞에 서 있던 이사장이 환한 얼굴로 우리를 맞이했다.

“자, 마음껏 고르세요! 학생 여러분.”

그는 특유의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두 손을 펼쳐 보였다.

“여러분 덕분에 가온이 더 큰 피해 없이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하하하!”

틀린 말은 아니다.

당시 이 셋이 없었으면, 학교가 뒤집혔을 테니까.

“각각 한 개씩 원하시는 걸로 골라주시면 됩니다.”

이사장은 내게 다가와 찡긋 웃으며 어깨를 두어 번 툭툭 두드렸다.

‘징그럽게….

어디까지나 쇼맨십이다.

일전에 입학 때 ‘비사관학교’ 출신은 물을 흐릴 수 있다며 가장 반대했던 사람이었는데, 인제 와서는 학교의 자랑이라며 난리다.

“그럼, 열도록 하겠습니다.”

그의 말과 함께, 협회 직원이 단말기에 손을 가져갔다.

거대한 문 옆 스캐너에 이사장이 손바닥을 올리자—

-쿠구구궁.

거대한 창고의 문이 서서히 열렸다.

그리고, 안에 담긴 엄청난 광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창고의 내부는 생각보다 더 거대했다.

‘생각보다 괜찮네.

영약, 아티팩트, 여러 가지 무기들. 가온의 창고는 질적으로도, 양적으로도 뛰어났다. 가온의 창립자가 모아둔 것들이다. 생전 수집가로 유명했던 그였으니까.

아마, 뭘 집어도 평타 이상을 칠 거라 생각하지만….

‘일단 얘네들 뭐 고르는지부터 보자.

내가 뭘 집을지는 이미 계획해놨다. 고민은 했었는데, 어제로 완전히 결정했다.

일단 천여울과 유하나가 무엇을 고르는지 보고,

별로면 회유하거나 추천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게 좋을 듯했다.

아주 거덜을 내야지.

그래서 나는 뒤에서 가만히 지켜봤다.

“자유롭게 골라주시면 됩니다!”

이사장이 말했다.

하지만, 난 웃을 수밖에 없었다.

‘이것 봐라?

대충 봤을 때는 몰랐는데, 자세히 보니까 보인다.

겉으로 보면, 진짜 괜찮아 보인다. 좋아 보이고.

그런데 알고 보니까 ‘진짜’ 괜찮고 ‘진짜’ 좋은 것들은 산더미 안에 교묘하게 숨겨져 있었다.

마치 일부러 좋은 물건을 감춰두기라도 한 것처럼.

유하나는 가장 먼저 무구 쪽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 더미 사이 깊은 곳에 숨겨진 가벼워 보이는 아대. 일종의 손목 보호대로 보이는 것을 꺼내 들었다.

겉보기엔 평범한 천으로 된 보호대.

‘좋은데?

그러나, 난 저 보호대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나쁘지 않다. 아니, 굳이 말하자면 잘 집었다. 나는 이사장을 곁눈질로 바라봤다.

겉으로는 평정심을 유지하는 척했지만, 그녀가 아대를 집는 순간 움찔한 것을 나는 놓치지 않았다.

유하나는 다가오더니 그 아대를 꺼내더니 그대로 손목에 장착했다.

그리고는 손목을 이리저리 돌려 보이며 내게 물었다.

“어때?”

좋다.

그녀가 집은 것은, 그리스 신족 중 하나인 티탄의 힘줄로 제작된 아티팩트다. 지구의 기술은 아니고, 던전에서 나오는 물품일 텐데.

근력 성장을 보조하고, 전체적인 훈련에 도움을 줄 것이다. 마침, 그녀가 수련하고 있는 화접검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괜찮네.”

잘 골랐다.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녀도 미소를 지으며 이사장 쪽을 돌아봤다.

“저는, 이걸로 할게요.”

그녀가 이사장에게 말했다.

“…아 네….”

이사장은 잠깐 당황하는 듯했다.

하지만 곧 표정을 수습하고는, 곧바로 다른 무구를 추천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하나 학생, 저쪽에 있는 갑주는 어떤가요? 마법 저항이 뛰어나고, 보호 성능도….”

그가 가리킨 것은, 화려한 장식이 새겨진 근사한 갑주였다. 겉보기에 엄청 좋아 보인다. 그러나 사실은 빛 좋은 개살구다.

“….”

그녀는 갑주를 한번 보더니, 그대로 고개를 돌려 내 눈을 바라봤다. 마치 ‘어때? 라고 묻는 듯.

나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저건 별로다.

“괜찮아요, 이걸로 할게요.”

“…그럽시다.”

이사장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은 천여울이었다.

그녀는 하품을 살짝 하며 손바닥으로 입을 가리며 아티팩트 더미 쪽으로 이동했다.

그리고는 신성 계열 보물들이 모여 있는 구역으로 직행.

그녀는 손을 뻗어 아티팩트 더미 속으로 넣었다. 그리고 몇 번 손을 휙휙 저으며 뭔가를 찾더니, 이내 손을 빼 들었다.

“!!”

옆에 서 있던 이사장이 발작했다. 그녀가 집어 든 것은, 은색 반지 테 위에 붉은 보석이 박힌 반지였다.

‘미친.

아우로라의 심장.

여기있을 줄은 몰랐다. 저건 진짜 좋다.

마나와, 성력 둘 다 사용해야 하는 성자들 특성상 불균형이 생기기 쉬운데.

저 반지는 그 균형을 완벽히 잡아준다. 어느 하나 튀어나오지 않게끔.

그러나, 그녀는 그대로 다른 약병을 하나 더 집어 들었다.

‘안돼.

저건 좀, 구리다. 심하게. 마법사에게 좋을 수는 있겠으나, 마나를 일시적으로 뻥튀기시켜주는 일회용 영약이다. 천여울에게는 전혀 쓸모가 없었다.

그녀는 영약과 반지를 들고, 곧장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내게 물었다.

“뭐가 좋아 보여?”

나한테는 금과 돌, 둘 중 뭐가 더 좋은지 묻는 것과 비슷한 질문이었다.

“오, 그 영약 엄청 좋아 보이는데요?”

이사장을 필사적으로 영약의 효용성을 호소했다.

나는 조용히 왼쪽에 있는 반지를 가리켰다.

천여울은 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별 고민도 없이 오른손에 있던 영약을 뒤로 던져버렸다.

-툭.

영약이 무의미하게 바닥을 구른다.

반면, 그녀의 손바닥 위의 반지는 붉은빛을 은은히 내뿜었다.

“해인아, 그럼 이것 좀 껴….”

그녀가 손등을 살짝 내밀려는 순간.

“잘됐네, 이사장님? 얘 반지 좀 끼워주시겠어요?”

유하나가 끼어들었다.

그 순간.

천여울의 손이 멈췄다.

그리고 반지를 들어, 그대로 중지에 꽂아버렸다. 그리고 곧장, 그 반지를 낀 중지를 유하나를 향해 쭉 내밀었다.

유하나는 그런 천여울을 보며 고개를 갸웃하며 감탄했다.

“예쁘다~”

천여울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고마워~”

그러나 여전히 중지를 내릴 생각은 없어 보였다.

나는 그 냉랭한 분위기를 뒤로하고 앞으로 향했다.

유하나도, 천여울도 각자에게 완벽한 아티팩트를 손에 넣었다.

이제, 내 차례다.

나는 보다 구석지고, 초라한 곳으로 걸어갔다.

그곳에는 철로 된 핼버드가 벽에 기댄 채 서 있었다.

날카로운 월아와, 곧게 뻗은 창신.

쭈그려 앉아 자세히 들여다봤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주변의 무구와 보물들. 그러나, 유독 이 철제 핼버드만이 본래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천천히 다가가, 손을 살짝 갖다 댔다.

“!”

순간, 주변의 기온이 급격히 떨어졌다. 그러나, 핼버드에는 어떤 서리도 끼지 않았다.

방금 막, 확인은 끝났다.

"이걸로 할게요."

20년 전. 이 땅에 강림했었던 문명 종결수(終結獸)이자.

괴룡(怪龍) 알데바란의 송곳니.

'카타스트로피.'

내가 찾던 그 무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