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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며칠이 더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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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방금 공지된 내용 하나로 시끌시끌하다. 중간고사의 하이라이트, 대인 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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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대상 선택이 오늘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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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전투 총 3회, 상대 지목제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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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지정하면 1:1 대결이 성립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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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목받지 않았거나 지목하지 않은 학생들은 랜덤으로 상대가 배정된다. 공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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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나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누구에게 지목당할 일도 지목할 사람도 딱히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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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내가 신경 써야 할 당면 과제는 단순했다. 등장인물들의 스펙을 끌어올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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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인의 습격에 대비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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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스펙을 끌어올리는 것, 이번에 끌어올릴 핵심 멤버는 두 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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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나, 그리고 천여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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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린은 현재로서 이미 충분히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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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지금 당장 내가 개입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쓸데없이 손을 댔다가는 흐름을 망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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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시우는 아직 미뤄둔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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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나와는 매일 검법 훈련을 진행하고 있고, 그녀의 성취도는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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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금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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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안 해! 아니, 못 해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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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야. 다시 천천히 좀 읽어봐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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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1시, 천여울과 카페에서 티격태격하고 있었다. 유하나에게는 양해를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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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수업이 끝난 후, 그녀가 문제를 붙잡고 씨름하는 걸 본 게 화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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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이 끝났는데도 자리를 떠나지 않은 채, 고개를 숙이고 머리를 박고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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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라면 벌써 어디론가 사라졌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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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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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여울은 원작에서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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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건 빠릿빠릿하게 이해하면서도, 유독 이론적인 부분에서는 한없이 백치 같은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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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열심히 쥐어짜내는 모습이 기특해서 몇 개 풀어줬더니, 제발 좀 도와달라고 매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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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오늘, 이렇게 카페까지 끌려오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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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어렵다며 투덜대는 문제는 하급 성법진을 설계하는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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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여타 다른 마법진을 생성하는 것과 비교하면 난이도가 높은 편이긴 하다. 성법은 기본적으로 마나뿐만 아니라 신성력의 회로까지 따로 설정해야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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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봐, 회로가 두 개니까. 전원도 두 개여야지. 하나로 때려 넣으면 섞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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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노트에 간단한 도식을 그려가며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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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천여울은 미간을 찌푸린 채 문제를 노려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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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다고 안 풀릴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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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더니 갑자기, 눈을 번쩍 뜨며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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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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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좀 이해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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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걸 이해시키는 데 2시간이나 걸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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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떡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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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겨우 문제 풀이를 마무리하고 나니, 천여울이 한숨을 푹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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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이ㅡ 그냥 손 뻗으면 써지는 성법을 내가 왜 그리는 법까지 알아야 하는지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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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를 한심하다는 듯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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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너는 천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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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여울은 따로 진을 설계하는 과정 없이도 감각적으로, 혹은 본능적으로 성법을 펼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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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설계를 통해 신성력의 흐름을 더 정교하게 조절하면, 효과가 훨씬 강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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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공부시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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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은데… 해인이 너는 어떻게 이렇게 잘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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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여울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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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매를 살짝 좁히고, 시선은 반쯤 올라간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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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법도 공부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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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목소리에는 은근한 장난기가 섞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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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말문이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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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알려주려고 공부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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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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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결국 대답하는 대신 그녀의 이마에 손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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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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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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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소리와 함께, 천여울의 머리가 살짝 튕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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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서 뭐 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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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여울이 머리를 감싸 쥐었다. 살짝 상기된 볼과 반짝이는 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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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 묘하게 계속 괴롭히고 싶어지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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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빨리 풀고 집 좀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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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심코 페이지를 넘기며 문제를 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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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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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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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날카로운 시선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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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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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곧, 카페의 문을 열고 헐떡이며 들어서는 한 남자의 모습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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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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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숨을 몰아쉬며 우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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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눈빛엔 불쾌감과 날이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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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선을 조금 옆으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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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끝쪽, 창가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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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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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의 패거리 중 한 명이 우리를 힐끔거리며 슬쩍슬쩍 쳐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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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마치 우연히 시선이 머문 척, 괜히 커피잔을 휘저으며 능청스럽게 행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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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녀석이 일러바친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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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가 늦은 시간에 외간 남자랑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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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런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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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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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옆에서 깊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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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여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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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짧게 숨을 토해내더니, 내 옆으로 몸을 더 밀착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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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애초에 마주 보고 있지 않았다. 천여울이 먼저 자리로 넘어와 같은 소파에 나란히 앉아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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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거의 딱 붙어 있는 수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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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모습을 본 요한의 표정이 더욱 험악해지며, 그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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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귀는 사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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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심하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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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여울은 그제야 요한을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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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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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보다 더한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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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썩은 음식을 삼키려다 실패한 사람처럼, 벌레라도 씹은 듯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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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단호하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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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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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스토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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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쪽이 더 가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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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여울의 목소리는 싸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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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얼음장 같은 표정으로 요한을 노려봤다. 요한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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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쟤는 왜 못 오고 저기서 저러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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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 금지 신청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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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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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교단에 접근금지마저 신청한 모양이었다. 원래였다면 말도 안 된다며 경을 칠 일이었겠으나, 그만큼 천여울의 세력이 늘어난 것이라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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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와 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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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둘의 사이는 살짝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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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어릴 적부터 용사와 성녀는 특정한 방식으로 교육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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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는 세상을 지키고, 성녀는 용사를 보필하며 순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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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오랜 세월 동안 그들에게 내려온 ‘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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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시대는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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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 내부에서도 세력이 나뉘었다. 구시대의 방식을 유지하려는 자들과, 새로운 변혁을 원하는 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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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요한은 아직, 그 사상에 벗어나지 못했다. 그는 여전히 자신이 용사이며, 성녀는 자기 것이라 믿고 있다. 자기 곁을 떠나서는 안 되는 존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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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심한 시선으로 요한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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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죽일 듯이 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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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가져야 할 성녀가 다른 남자와 함께 있다는 게 못마땅한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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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에서는 성시우였겠지만, 지금은 아무래도 내가 타깃이 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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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은 결국 몇 초간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화를 꾹꾹 눌러 담으며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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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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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여울에 대한 집착이 보다 일찍 터져 나옴에 따라, 요한이 취할 선택지도 다양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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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뭔가를 직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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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여울과의 1대1 과외를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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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지 손가락이 살짝 아파 온다. 딱밤을 몇 대를 때렸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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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틀리는 거 같아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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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숨을 내쉬며 침대에 누워 고민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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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당면한 과제가 두 개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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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등장인물의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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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은 예상보다 훨씬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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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두 번째, 마인의 습격에 대한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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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만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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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금의 나는 다소 여유로운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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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원작의 흐름보다 훨씬 빠르게 편린을 습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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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라면 스토리 중후반에 가서야, 수많은 고난을 거친 끝에 겨우 손에 넣을 수 있는 기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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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걸 흡수한 게 나라는 점이 변수이긴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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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나에게는 동백검을, 천여울에게는 십자가를 쥐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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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이번 중간고사는 뱅퀴셔의 일원들도 함께다. 가온에 대한 첫 습격이 일어난다고 해도, 생각보다 손쉽게 막아 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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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비도 할 만큼 했고, 좋은 변수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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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무엇보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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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습격은, 어디까지나 튜토리얼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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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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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하나의 종족이라기보다는, 개별 개체에 따라 그 위험도가 천차만별인 존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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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이라는 이름을 단 것 중에도, 실상은 잡졸에 불과한 것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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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번에 가온을 습격하는 놈들 역시, 그런 부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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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온이 결코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 위한 일종의 쇼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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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습격에 마인 간부 급이 직접 움직이는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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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온에 상주한 세력들을 상대로 전면전을 벌일 정도로 무리수를 둘 단계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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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문제는, 그들은 더 확실한 혼란을 만들기 위해— 억류하고 있던 ‘마물(魔物)’을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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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걸 저지하는 것이, 사실상 핵심이라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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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마트 워치로 옥션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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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한 돌낫, 아니, 하르페는 내일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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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 마물에 대한 대비도 완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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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워치를 끄고 편하게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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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리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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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워치에서 처음 듣는 알림음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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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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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손가락을 움직여 알림 창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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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내, 헛웃음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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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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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인 전투 지목 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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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킹 2위 요한] -> [Unknown 정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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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인 전투 지목 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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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킹 42위 성시우] -> [Unknown 정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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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지목당할 일이 없을 것이라던 내 예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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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 좋게 빗나간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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