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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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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는 영감이 턱에 손을 얹고, 깊은 고민에 빠진 채 앉아 있었다.

“편린을 흡수했다고….”

그의 목소리에는 감탄과 의심이 동시에 섞여 있었다.

“문제는 없을 것 같다. 광철이 놈이 만든 검사에서도 문제없었으니까.”

나는 영감에게 내가 편린을 흡수한 과정을 설명했다.

다만, 과거로 시간 여행을 해 7일간 머물렀다는 사실은 빼고.

그냥 적당히 둘러댔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누가 또 알고 있지?”

나는 머릿속에 한명의 이미지를 떠올렸다.

강아린.

그녀는 내가 편린을 흡수한 것을 알고 있다.

지금 어디 있는지는 모르겠다만.

“강아린, 강아린이 알고 있습니다.”

나는 그녀의 이름을 입에 올렸다.

“강아린? 영광?”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박광철이 반응했다.

나는 그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피곤하겠구먼~

그는 중얼거렸다.

영감은 여전히 눈을 감고 생각을 정리하는 듯했다.

한동안 침묵이 이어졌고, 방 안은 적막했다.

그러다 천천히 눈을 뜬 영감이, 깊은 한숨과 함께 입을 열었다.

“… 어차피, 네가 세상에 드러나는 건 시간문제였다.”

그의 목소리에는 체념과 결단이 뒤섞여 있었다.

“슬슬… 받아들여야 하겠어.”

그렇게 말한 영감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묵직한 발걸음으로 문을 열고, 나를 힐끗 돌아보며 한마디를 건넸다.

“조심히 가라.”

나는 조용히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의 딸, 그러니까 시온의 어머니를 마인에게 잃었다.

그녀는 빛나는 재능을 가진 영웅이었다.

그러나 마인들은 그녀의 성장을 두려워했고, 결국 그녀를 죽였다.

그날 이후, 영감은 달라졌다.

그는 나와 시온을 훈련시키고 성장시키면서도, 그 어떤 곳에도 우리를 노출하지 않았다.

가온에 입학하는 것조차, 처음에는 완강히 반대했었다.

하지만 결국, 그는 자신의 신념을 꺾고 받아들였다.

문이 닫히고도 한동안 방 안에는 적막이 맴돌았다.

먼저 입을 연 것은 박광철이었다.

“가온으로 돌아갈 거지?”

나는 짧게 대답했다.

“어, 그러려고.”

그는 내 대답을 듣고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리고는 뜬금없이 말을 던졌다.

“음… 곧 중간고사인가?”

타이밍을 생각해보면, 아마 그럴 것이다.

“맞아.”

그러자 박광철이 살짝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그래, 알았다.”

그 웃음에는 어딘가 묘한 기색이 서려 있었다.


나는 가온으로 돌아왔다.

[시온]: 해인, 아라 언니한테 얘기 들었어. 뭔 일 있다며?

기숙사 문 앞.

워치에 진동이 울렸다.

나는 시온의 메시지를 확인하며 짧게 답장을 남겼다.

그와 동시에 문을 열었다.

그러나, 방 안에 들어선 순간.

“아 씨발….”

백두산을 등정 했던 당일, 나는 협회에서 동백검을 받아 내 방바닥에 뒀었다.

그리고 그 동백검은 지금 거실 바닥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검신에서 뻗어 나온 붉은 덩굴.

그것은 실내 곳곳을 뒤덮으며, 방을 완벽한 정글로 만들어 놓았다.

가구들은 덩굴에 휘감겨 형태를 알아볼 수 없었고,

천장에는 엉킨 가지들이 얽혀, 마치 수목원 천장처럼 드리웠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옆에 걸어둔 창을 빼 들었다.

“이걸 언제 다 치워….”

나는 앞을 막아선 덩굴을 베어내며, 거실 중심부로 접근했다.

그곳, 방의 한가운데 박혀있는 동백검은, 기분이 좋은 듯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스윽!

나는 박힌 검을 검집째로 뽑아냈다.

검과 연결된 뿌리들이 하나둘 끊어지자, 마치 수명을 다한 것처럼 매달려 있던 덩굴들이 시들어갔다.

‘빨리 갖다줘야겠네.

적합한 주인을 찾으면 이럴 일이 없다.

검을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유하나랑은 아침 뜀걸음뿐만 아니라 파트너 트레이닝도 함께 하기로 했었다.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11시.

지금 바로 만나기는 늦었으니, 내일 약속이라도 잡아야겠다.

나는 워치를 열고, 짧게 메시지를 보냈다.

[정해인]: 하나야, 혹시 내일 파트너 가능해?

그리고 답변이 오기 전까지 워치를 닫고 시든 줄기들을 주우려 하던 그때.

-띠링!

10초도 지나지 않아 메시지가 즉시 도착했다.

[유하나]: 파트너?? 무슨 파트너?? 일단 나는 좋아.

빠르네.

나는 바로 답장을 보냈다.

[정해인]: 저번에 말했던 파트너 트레이닝, 건네줄 것도 있어서.

[유하나]: 아… 기억났어. 그럼 내일 저녁 6시에 B동 훈련장에서 어때?

나는 짧게 좋아. 라고 답하며 워치를 닫았다.

B동 훈련장은 기숙사에서 가장 가까운 훈련장이다.

그런데, 이걸 어떻게 건네준담.

동백검은 모로 봐도 보통의 물건은 아니다.

그녀의 성격상 준다고 해서 덥썩 받을 것 같지는 않은데….

‘잠깐.

굉장히 쓸모없는 고민이 아닌가?

생각해보니 그냥 손에 강제로 쥐여주면 그만이었다.

나는 검을 천장 전등에 대롱대롱 매달았다.

이러면 적어도 다시 뿌리를 내릴 일은 없을 것이다.

벌써 11시였다.

‘그냥 자자.

더 고민할 것도 없었다. 너무 바쁜 하루였다.


오늘도 정확히 9시 00분에 맞춘 등교.

나는 평소처럼 뒷문을 열고 지정석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는 천여울이 앉아 있었다.

나는 별말 없이 그녀의 옆에 앉았다.

“안녕.”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

그러나 천여울은 아무런 대답 없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몸 하나하나를 유심히 뜯어보는 듯한 시선.

그리고 이내, 그녀의 얼굴에 환희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어제 수업 뭐 별거 없었지?”

나는 자연스럽게 대화를 꺼냈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황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렇게 몇 초간 날 바라보던 그녀가,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린 듯 입을 열었다.

“네에….”

천여울은 여전히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부끄러운 듯 고개를 푹 숙였다.

평소라면 활기차게 말을 걸었을 그녀가, 지금은 딱 달라붙어 다소 조신하게 앉아 있었다.

“아침부터 왜 그래.”

나는 나름 자연스럽게 말을 꺼냈지만, 천여울은 여전히 시선을 들지 못했다.

손끝이 꼼지락거리고, 무언가를 고민하는 듯했다.

그러다가, 결국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게… 그냥….”

“그냥?”

“뭔가, 달라 보여서 ….”

천여울이 몰래 내 얼굴을 힐끗 올려다봤다.

그리고는 다시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다.

나는 책상을 툭툭 두드렸다.

역시, 성녀 후보인 그녀 또한 내 변화를 본능적으로 눈치챈 듯했다.

기본적으로 편린의 기운과 신성력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으니까.

그러나 천여울이 더 묻기 전에, 강의실의 앞문이 열렸다.

-철컥.

담당 교관인 도한성이었다.

그는 여느 때와 다름없는 차분한 표정으로 걸어 들어와, 단상에 섰다.

그리고는 무표정한 얼굴로 출석부를 펼쳤다.

“강아린.”

짧은 정적.

오늘 그녀는 오지 않았다.

도한성은 별다른 말 없이 출석을 마친 후, 곧장 수업을 시작했다. 별것 없는 내용이었다.

각종 무기에 대한 심층적인 이론 수업이랄까.

이론 자체는 필요했지만, 실전 감각이 중요한 무기 전투의 커리큘럼을 생각하면, 딱히 중요한 부분은 아니었다.

나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며 시간을 죽였다.

그렇게 강의실의 공기가 느슨해지고, 집중력이 점차 흐려질 무렵.

도한성은 학생들을 향해 시선을 돌린 채, 천천히 입을 열었다.

“월요일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다음 주부터는 중간고사 기간입니다.”

교실이 술렁였다.

중간고사.

가온의 첫 중간고사는 굉장히 유명하다.

단순한 성적 평가가 아니다.

여기서의 시험은 곧, 가치 평가전이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입찰전’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는 평가 방식.

그 이름처럼 중간고사 성적이 단순한 점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길드, 단체, 혹은 개별 팀들이 시험을 참관해 학생들을 평가하고 ‘입찰’하는 구조다.

각 단체는 자신이 원하는 학생을 선점하기 위해 금액을 걸어 입찰을 진행한다.

입찰 된 학생들은 해당 단체와 자동적인 커넥션이 형성되며, 이후 길드 인턴, 혹은 특별 프로그램을 통해 직접 실무 경험을 쌓을 기회를 얻게 된다.

그리고 입찰가는 자연스레 가온의 랭킹에도 반영된다.

뼛속까지 자본주의적 시스템.

학생들은 단 한 번의 기회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된다.

길드들에 더 높은 입찰가를 받기 위해, 자신을 최대한 어필해야 하는 시험.

마치, 학생 경매와도 같다.

“아마, 잘 아시다시피 이번 중간고사 역시, 가치 평가전으로 진행됩니다.”

도한성은 말을 마치며, 뒤를 돌아 칠판에 메모하기 시작했다.

“그러니, 이번 평가전에 참여하는 메이저 단체들의 목록을 전달하겠습니다.”

메이저 단체는 학생들의 목표이다. 메이저가 아닌 단체들도 많이 참여하지만, 학생들의 목표는 기본적으로 메이저 단체였다.

교실의 모든 이목이 쏠리기 시작했다.

-글로리

당연한 선택이었다.

세계 1위 길드이자, 가장 강한 집단이니까.

-로터스

이 역시 마찬가지.

글로리 다음으로 세계 2위를 차지하는 길드였다.

-아르카디아

‘음….

아르카디아 교단이 참여하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었다.

아마 치유 전문 지원가를 선발하려는 것이 아닐까.

그 이후에도 몇몇 메이저 단체들의 이름이 칠판에 적혀갔다.

그리고, 목록이 마무리되는 듯했을 때.

도한성 교관은 마지막으로 한 단체의 이름을 추가했다.

-뱅퀴셔

순간, 교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뱅퀴셔가? 진짜?

-와, 이걸 참여하네.

맨 앞자리에 앉아있던 성시우는 벌떡 일어나며 칠판을 노려보기까지 했다.

웅성거리는 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그럴 만도 했다.

뱅퀴셔는 팀원을 뽑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당연히 가치 평가전에도 참여하지 않는 편이었고.

그런데 이번에는 메이저 단체로 이름을 올렸다.

이는 학생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컸다.

뱅퀴셔가 직접 평가전에 참여한다는 것은, 반드시 한명은 데려가겠다는 뜻이었으니까.

그러나 나는,

‘여길 왜….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뱅퀴셔는 애초에 원작에서 평가전에 참여하지 않았으니까.

‘아.

-음… 곧 중간고사인가?

그제야 떠올랐다.

박광철이 나를 향해 던졌던 의미심장한 말과 그 웃음.

나는 이마를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