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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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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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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디션이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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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잔 게 아니라 좋은 요양을 한 느낌이라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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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깊은 잠을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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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트하우스의 최첨단 시스템 에어컨은, 늘 최적의 온도를 유지하며 내게 기분 좋은 서늘함을 선사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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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새벽녘쯤이 되면 오한이 올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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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오한이 들 때쯤이면, 나는 으레 잠을 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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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에어컨을 끄거나 이불을 더 강하게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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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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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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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채하가 잠결에 차가워진 내 몸 쪽으로 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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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는, 자연스럽게 나를 끌어안으며 품으로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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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채하의 몸은 나와는 정반대로 아주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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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튼실한 난로처럼 기분 좋은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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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뜨거운 체온이, 얇은 잠옷 너머로 내게 전해져 오며 에어컨의 서늘한 기운을 완벽하게 중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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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음과 양의 조화, 하는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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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무튼 쾌적하게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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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일어나 씻으러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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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실은 하나고 사람은 두 명이니 시간이 비교적 덜 걸리는 내가 먼저 빨리 씻자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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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를 마치고 밖에를 나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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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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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채하도 마침 잠에서 깨어나는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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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런 윤채하의 머리를 한번 부드럽게 쓰다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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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 학교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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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기 싫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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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채하는 이불 속으로 파고들며, 어린아이처럼 칭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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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의 나라면, ‘넌 더 자, 나는 갈 테니까.’ 이렇게 다소 삭막하게 굴었을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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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윤채하의 기특한 발언이 아직도 그녀에게 까방권을 만들어 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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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피식 웃으며 그녀의 머리맡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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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깨우는 다정한 부모님처럼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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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서 아침 먹고 등교하자. 아침으로 먹고 싶은 거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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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에 이불 속에서 꼼지락거리던 움직임이 멈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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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슬슬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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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에, 이불이 살짝 들썩이더니 그 틈으로 부스스한 주황빛 머리카락과 졸음에 취한 눈동자가 나를 빼꼼히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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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체를 들더니 마치 소라게가 집에서 빠져나오듯 이불 밖으로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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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조용히 중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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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트…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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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모습에 다시 한번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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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어. 천천히 씻고 나와.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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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윤채하에게 일러둔 후, 먼저 안방을 나와 거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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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그락달그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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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넓은 주방에서, 익숙하게 식재료를 꺼내고 계란물을 볼에 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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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리모콘을 조작해 아침 뉴스를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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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그램 스크린에서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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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소식입니다… 간밤의 뉴욕 증시는 소폭 하락 마감했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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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빵을 토스터에 넣으며 무심하게 뉴스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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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준비하며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접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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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국제 소식입니다. 최근 중국 광둥성에서, 미상의 마력 분출 현상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현지 길드 연합은, 이 마력 파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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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계란물을 풀던 손을, 잠시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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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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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전에 있었던 상하이 대규모 습격 직전의 파장과 매우 유사하여,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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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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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손에 쥐고 있던 젓가락을 잠시 내려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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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리에 멈춰 서서 뉴스를 제대로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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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속 심각한 표정의 아나운서와 전문가들이 예측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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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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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둥이라는 지역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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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악신의 세력이 굳이 그곳을 직접 타격할 이유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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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습격을 당한다 해도 큰 문제가 없는 지역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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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문제는 그 지역적 위치의 특성과…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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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둥성에서 조금만 고개를 위로 돌리면 있는 곳, 후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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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곳에는, 유하나의 질서의 편린이 잠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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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바티칸에서의 일을 통해 악신이 편린의 존재를 명확히 인지하게 되었다는 것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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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넘기기에는 여러모로 불안요소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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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어떡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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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 분출이 나타났다는 것은, 머지않아 거의 7할 이상의 확률로 마인의 습격이 이어진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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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저것을 의식해서 바로 광둥으로 날아가 24시간 대기를 탈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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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모든 마력 분출이 습격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나는 일개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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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적인 파견 없이, 다른 나라의 습격에 관여하는 것이 웃긴 일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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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머릿속에서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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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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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문제를 직접 해결할 필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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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고의 길드를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이 내 옆에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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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권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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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위한 대의적인 차원으로 보면 괜찮을 것 같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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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적인 조사가 어려우면, 그녀의 정보망을 이용하면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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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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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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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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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덜 깬 하품 소리와 함께, 윤채하는 씻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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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물로 씻으면 잠이 좀 깨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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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일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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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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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밥부터 먹이고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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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못 해먹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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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닛 활동 수업이 한창인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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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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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앞에서 윤상혁이 핏기 하나 없는 얼굴로 바닥에 대자로 뻗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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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손에서 떨어져 나간 검이, 쨍하는 소리를 내며 바닥을 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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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건 비단 윤상혁만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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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내 옆에 있의 두 명을 제외한 모든 학생들이 허덕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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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2학기의 수업 난이도는 1학기와 비교도 안될 정도로 올라간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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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위에서 둥둥 떠다니는 홀로그램 의자에 앉아, 박창명 교관이 우리를 무심하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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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과자는 즉시 훈련장을 떠나도록. 오늘 수업은 이걸로 마무리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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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차가운 목소리가, 워치를 통해 팀에게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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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우리 조는 방금 막 통과를 해서 상황이 조금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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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지옥 같던 훈련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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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땀으로 젖은 셔츠를 털며, 훈련장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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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끝나고 할 게 많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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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어서 할 수나 있을는지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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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실습 훈련장의 입구에 앉아, 홀로그램 스크린으로 다른 조의 상황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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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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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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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 구성에서는, 나와 다른 아이들이 전부 찢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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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윤채하와 천여울, 유하나와 강아린은 이론상 ‘아웃라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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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평균을 아득히 뛰어넘는 실력적으로 우월한 학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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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팀이 어떻게 구성이 되든, 그 압도적인 재능으로 팀을 끌고 가며 두각을 나타내야 하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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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내 눈앞에 펼쳐진 상황은 조금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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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유하나와 강아린은 전혀 상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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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나가 속한 3조의 스크린. 그녀는 팀원들이 뒤에서 허덕이든 말든, 혼자서 앞을 뚫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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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린이 속한 1조 역시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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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직접 싸우기보다는, 리더인 양 팀원들에게 정확하고 냉철한 지시를 내리며 효율적인 루트로 모의 던전을 공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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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모두, 방향성은 다르지만 아웃라이어 다운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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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천여울과 윤채하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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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윤채하가 속한 5조의 스크린을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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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팀은 고블린 무리에게 고전하며 공략 실패 직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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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윤채하는, 카메라의 사각지대인 동굴 구석에 쪼그려 앉아, 소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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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니까 뭔가를 하긴 하는데, 적극적으로는 안 하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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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천여울의 8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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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더 최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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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공략 내내 팀원들과 각을 세우며 노골적으로 대립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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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이 무언가 지시를 내리면 그녀는 코웃음을 치며 그 지시를 무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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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천여울이 직접 나서서 지휘했다면, 이까짓 오크 군락 따위는 5분 안에 정리할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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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쉽게도 팀원들의 성격 또한 그녀의 독단을 받아줄 만큼 유순하지는 못한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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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우는 운이 좀 안 좋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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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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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채하와 천여울. 이 둘의 공통점은 명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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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네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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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없으면, 팀 플레이를 못 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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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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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여울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지시를 듣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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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채하는 내가 없으면 뭘 해야 할지조차 모른다. 원래 저런 성격이 아니었는데, 분명 그녀는 싸가지가 좀 없지만, 당찬 스타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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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내가 저들을 이렇게 만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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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조, 8조 탈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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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조의 탈락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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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관람석에서 일어나, 그녀들이 나올 훈련장 출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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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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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쉬이이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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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 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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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여울의 팀원들이, 씩씩거리며 나를 지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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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뒤로, 잔뜩 심통이 난 얼굴의 그녀가 걸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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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음, 윤채하의 조도 나왔다. 윤채하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주춤주춤 걸어 나올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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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두 여성 모두, 나와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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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뜩 심통이 나 있던 천여울의 얼굴에, 언제 그랬냐는 듯 화사한 미소가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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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뜩 풀이 죽어 흥미가 없던 윤채하의 표정에,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활기가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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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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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내 쪽으로 빠르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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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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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모습을 보며, 그때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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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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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잘못일 수도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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