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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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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채하는 대답을 고심했다.
‘묵귀 씨를 사랑해?
사랑하냐 하지 않느냐에 대한 고민은 아니었다.
100% 확신할 수 있다. 그를 사랑한다. 고민할 가치가 없다.
태어나서 처음 느끼는 감정임에도 불구하고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이 감정만큼은, 더 이상 의심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얼마나?
처음엔 그저 호기심이었다.
늘 궁금했고, 왠지 더 알고 싶었다.
그를 따라 가온까지 왔지만… 흥미는 점차 뒤편으로 사라져갔고.
그와 마주하는 날들이 쌓일수록, 윤채하는 자신이 천천히, 그러나 깊숙이 빠져들고 있음을 느꼈다.
정해인은 윤채하에게 끊임없는 새로운 세상을 보여줬고.
윤채하는 그가 내미는 손을 잡는 것만으로, 아무것도 몰랐던 몸에 낯설고도 설레는 자극이 온몸에 새겨졌다.
최근 들어서는 그가 윤채하의 세상의 중심이 되어버렸다.
흥미도 흥미지만, 이제 정해인이라는 사람 자체에 대한 사랑이 더 크다고 볼 수 있었다.
게다가 일전의 보드게임.
그가 다른 여성과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먹먹해짐을 느꼈다.
말로는 표현 못할 감정이 가슴을 죄어왔다.
속이 답답하고, 한동안은 숨이 막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그만큼이었다.
“네.”
윤채하는 즉답했다.
고민의 내용은 많았지만 실제로 지난 시간은 1초 남짓이었다.
큰 채하는 미소를 지으며, 미니 채하의 답변을 조용히 곱씹었다.
마음에 든다는 듯, 입가에 희미한 웃음이 떠올랐다.
손끝으로 테이블을 살짝 두드리던 그녀가, 갑자기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럼, 섹스는 했어?”
“네?!”
미니 채하는 놀란 토끼처럼 몸을 움찔거리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얼굴이 순간적으로 확 붉어지고, 커다란 눈이 크게 떠진다.
그 모습을 바라본 큰 채하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건 아직이고… 하긴, 워낙 철벽이지.”
큰 채하는 손가락을 하나씩 접으며 뭔가를 세기 시작했다.
“그럼, 해보고 싶어?”
순식간에 이어진 질문.
너무 갑작스럽다.
미니 채하는 뭐라 답해야 할지 몰라 한동안 입을 다물었다.
‘갑자기….
질문을 던진 사람이 자신임에도, 이건 쉽사리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도, 어쩐지 부정하고 싶지도 않았다.
따지자면 아마….
큰채하는 한 번 더 웃으며, 장난스럽게 시선을 맞췄다.
“조금 다르게 물어볼게, 상상한 적 있어?”
“…….”
… 있었다.
아니, 사실 매우 많았다.
마법사의 생명과 연료는 풍부한 상상력에서 나온다.
천재 마법사인 윤채하의 상상력은 어마어마할 수밖에 없었다.
윤채하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거렸다.
뺨에 열기가 차올랐고, 시선은 저도 모르게 바닥을 향한다.
“응… 잘했어. 마법사니까 자연스러운 거야.”
큰 채하는 미소를 머금고, 미니 채하의 뺨을 조심스레 어루만졌다.
미니 채하는 눈을 감고, 그 감촉을 받아들였다.
짧은 침묵 끝에 큰 채하가 조용히 물었다.
“내가 누군지는 알지?”
“윤채하…요.”
“그래, 맞아. 너랑 나는, 결국 같은 사람이긴 한데….”
큰 채하가 가볍게 머리를 쓸어 넘겼다.
“원래는 절대, 이렇게 마주칠 수 없어. 네가 아는 세계에서도, 내가 아는 세계에서도.”
불현듯, 테이블 위의 빛이 미묘하게 일렁였다.
“그런데 저~기 밖에 계신 성격 급한 신이 어떻게든 우리를 만나게 하고 싶으셨나 봐.”
큰 채하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을 잇다가, 어느 순간 눈빛이 깊어졌다.
“깊은 얘기는 할 수 없고. 시간이 별로 없어서 꼭 전해줘야 할 말. 몇 개만 말해줄게.”
그녀는 한 번 더 미니 채하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미니 채하도 긴장감에 숨을 삼켰다.
갑작스러운 상황이지만, 꼭 들어야 할 것 같았다.
“첫 번째. 목숨을 걸고 묵귀… 그러니까 해인씨 옆에 붙어있어. 한시도 떨어지지 마. 절대로.”
말은 담담했지만, 그 말끝에는 알 수 없는 절박함이 스며 있었다.
사실 그렇게 당부하지 않아도, 미니 채하는 이미 그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다만 그가 너무 바쁘고, 주변의 여성이 너무 많기에 눈치가 보여 그러지 못했을 뿐.
큰 채하는 그런 마음을 꿰뚫은 듯 살짝 미소 지었다.
“눈치 보지 않아도 돼. 넌 이레귤러야. 그리고 해인 씨한테 당당히 선택받은 사람이고.”
웃으며 한 마디를 더 보탠다.
"넌, 그 사람의 아이잖아?"
그 사람의 아이, 아이.
좋은 울림이다.
“… 네.”
미니 채하는 힘을 내서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용기가 난다.
“두 번째. 끊임없이 연구해. 마인을 죽일 수 있을 때까지. 인페르노로는 택도 없어, 많이 모자랄거야. 어떻게든 해내야 해.”
연구와 성장.
이건 윤채하에게 가장 자신 있는 영역이었다.
그리고 큰 채하의 목소리가 급격히 낮아졌다.
“마지막, 세 번째. 그를 존중하고 신뢰해. 해인 씨는… 절대 틀리지 않아.”
말끝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러나 큰 채하는 이내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그런데… 사실 이건 이미 너무 잘 하고 있는 것 같아. 나보다도 네가. 정말 다행이야.”
그 미소에는 어딘가 모를 씁쓸함이 어렸다.
세 가지 당부는 짧았지만, 그 이유를 알 수 없을 만큼 미니 채하의 가슴속 깊은 곳에 박혀왔다.
마치 눈앞의 큰 채하가 느끼는 슬픔과 애틋함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했다.
“너무 빨리 말해버렸네. 음… 궁금한 거 있니? 지금이라면, 되는 선에서 답해줄 수 있어.”
순간, 미니 채하의 입술이 무의식적으로 열렸다.
가장 궁금했던 것. 대체, 당신의 정체가 뭔지.
“저… 혹시 당신은, 미래의 저인가요?”
그러자 큰 채하는 정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 절대 아니야. 그래서도 안 되고.”
그 표정이 어딘가 슬프게 일그러졌다.
“그때의 난, 선택받지 못했거든. 어렸고… 또 오만했어. 참 안타까운 일이야. 힘이 되어주지는 못할망정.”
큰 채하는 잠시 눈을 감았다. 눈꺼풀 아래로 비치는 감정은 언제나 말보다 더 선명하다.
그 선명함을 미니 채하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니까 너는 절대 내가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 돼.”
그 말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상하리만치 가슴 깊은 곳에 파고들었다.
그 감정의 무게가, 슬픔이, 전해졌다.
미니 채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리고 너무 놀라진 마. 나랑 접촉하면… 반드시 흔적이 남을거야. 곧 다른 애들도 알게 될 거고. 그러니까… 읏, 이건 아직 못 말하나.”
입꼬리를 일그러뜨리며 말끝을 흐리는 그 순간, 마탑이 무너져가기 시작했다.
벽면이 뒤틀리고, 천장에서 실금이 퍼진다.
그 와중에도 큰 채하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느릿한 움직임으로 손을 뻗더니, 미니 채하의 뺨을 살짝 어루만졌다.
손끝이 살짝 떨리는 것이 느껴진다.
“넌 나랑 달라. 시작도, 그리고 끝도 다를 거야.”
미니 채하는 가만히, 숨조차 삼키지 못한 채 그 말을 들었다.
큰 채하의 미소에는 담담한 체념과 아릿한 애정이 뒤섞여 있었다.
“아마 다음에 또 만난다면, 그때는 더 많은 걸 말해줄 수 있을지도 몰라.”
천장의 금이 더욱 벌어지기 시작했다.
불꽃과 어둠이 섞인 균열이 방 전체를 가르고, 마탑의 내부가 무너져내린다.
큰 채하는 마지막으로 미니 채하를 꼭 안았다.
포근한 온기, 오래도록 기억될 감촉이다.
귓가에 부드러운 목소리가 흘렀다.
“잘 살아. 그리고… 절대, 후회하지 마.”
그리고 장난스럽게 속삭였다.
“아, 그리고 꼭 해봐. 알았지? 조르든, 유혹하든.”
“… ?!”
“분명 엄…청 잘할 걸? 나도 안 해봐서 모르겠다. 아마 아무도 모를 거야.”
다음 순간, 모든 빛이 휘몰아치며 미니 채하의 의식이 급속히 멀어졌다.
“… 안녕.”
​어렴풋이 사라지는 목소리와 함께, 그녀의 세상도 하얗게 번졌다.
***
나는 불가람에게 황당한 듯이 물었다.
“미래의 윤채하요?”
“그래.”
짧고 단호한 대답이었다.
윤채하는 감긴 눈을 뜨지 못한 채 미동조차 없었다.
땀이 비 오듯 흘러내리고 있다. 눈가부터 턱선까지, 목덜미를 타고 흘러드는 물기가 옷깃을 적신다.
상의는 이미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고, 손끝이 닿으면 물이 뚝뚝 떨어질 정도였다.
숨은 얕고 불규칙하다.
벌써 몇 시간째다.
시간이 흘러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불가람의 말에 의하면, 이곳은 시간의 흐름이 초월한 곳.
윤채하는 지금. 자신의 미래를 마주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나는 잠시 그녀의 얼굴을 들여다봤다.
가느다란 속눈썹 위에도, 미세하게 땀이 맺혀 있었다.
손을 뻗어 조심스럽게 그녀의 이마를 닦았다.
뜨거운 체온이 느껴진다. 이대로 두면 탈진할지도 모른다.
“… 괜찮은 건 맞죠?”
내 말에 불가람이 슬쩍 고개를 돌렸다.
“아마도.”
아니 이 양반이.
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문제없을 거라 하더니, 이제 말을 바꾼다.
잘못되기만 해봐라.
나는 입술을 꾹 다문 채, 그녀의 옷깃 가장자리부터 조심스레 닦아냈다.
‘뜨거워.
손끝으로 열기가 전해진다.
대체 미래의 그녀에게 뭘 듣고 있을까.
좀 좋은 것들을 알려주면 좋을 텐데.
마법이라던가, 이런 것들.
그렇게 더 몇 분을 기다렸을까.
윤채하의 눈이, 갑자기 번쩍 떠졌다.
“야, 괜찮아?”
나는 급하게 물었다.
그녀는 아직 정신이 다 돌아오지 않은 듯, 멍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눈이 마주치자, 배시시 웃는다.
얘, 괜찮은 거 맞나?
그러더니 윤채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조심스레, 그러나 망설임 없이 나에게 다가왔다.
“괜찮냐고….”
- 톡.
이마와 이마가, 가볍게 맞닿는다.
윤채하가 그녀의 이마를 내 이마에 갖다 댔다.
서로의 숨결이 얽힌다.
“확인해보실래요?”
그녀가 아주 낮고, 깊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기르던 아이··· 얼마나… 컸는지.”
그 말이 끝나자마자.
- 파직!
내 안에서 무언가가 발현됐다.
일체지각의 발현이었다.
윤채하의 시스템이 눈앞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인페르노를 습득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인페르노가 권능: 허기의 탐구자와 강렬히 감응합니다!]
[태초에 존재하는 모든 빛과, 태양, 불, 그리고 심지어 마(魔)까지.]
[그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탐(貪)이 지금 깨어납니다.]
[인페르노 (inferno)가 이클립스(Eclipse) : 개기일식(皆旣日蝕) 으로 진화합니다!]
윤채하의 눈동자 속에서, 작고 조용한 폭발이 피어오른다.
허무함과 광휘, 잿빛과 금빛이 뒤섞인, 마(魔) 따위는 가뿐히 씹어 삼킬 격류가.
그 모든 격동이, 단 한 사람의 눈동자 속에 담겼다.
“저… 다 컸나요?”
자신감으로 반짝이는 눈으로, 볼을 붉히며 윤채하가 당당히 묻는다.
나는 피식 웃으며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 많이 컸네.”
완벽한, 성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