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es
rupy1014 f66fe445bf Initial commit: Novel Agent setup
-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739 lines
12 KiB
Markdown
Raw Permalink Blame History

This file contains invisible Unicode characters
This file contains invisible Unicode characters that are indistinguishable to humans but may be processed differently by a computer. If you think that this is intentional, you can safely ignore this warning. Use the Escape button to reveal them.
일단 현 상황을 정리하자면.
나는 불가람한테 쫓겨났다.
진짜 쫓겨난 건 아니었던 것 같다. 만약 완전히 퇴출당했다면, 시스템에 알림이 떴을 테니까.
다시, 난 불가람에게서 쫓겨났고.
대체 내가 기르는 아이가 누군가 했더니, 윤채하였고.
지금, 윤채하의 방으로 텔레포트 됐고.
그녀는 내 앞에서 태평하게 자고 있으며.
밖에서 어머님으로 추정되는 누군가가 연신 그녀를 부르고 있었다.
이 상황.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채하야~ 아직 자니~?”
이렇게 윤채하의 부모님과 마주치는 건 안 된다. 상황을 설명할 자신이 없었다.
나는 곧장 윤채하에게 다가갔다.
- 톡.
“윤채하. 윤채하.”
살짝, 그녀의 등을 두드렸다.
잠든 얼굴이 천천히 찡그려진다.
곧 깨어날 기미가 보이는데….
- 톡톡.
“채하야.”
“으응… 조금마안….”
윤채하가 부스스 눈을 떴다.
희미하게 뜬 눈동자가 나를 바라본다.
“…….”
“…….”
몇 초간, 우리 둘은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바라봤다.
“…….”
“좋은 아침.”
나는 조용히 웃었다. 잠에 취해 멍한 얼굴의 표정이 자못 웃기다.
그러나 윤채하의 반응은 예상보다 싱거웠다.
“정해인…?”
반쯤 감은 눈으로, 나를 천천히 올려다본다.
잠시 후, 그녀는 망설임도 없이 내 팔을 덥석 잡아 침대 위로 끌어당겼다.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순간 중심을 잃고 나는 침대 위에 쓰러졌다.
침구에 스며든 강한 라벤더 향이 코끝을 자극한다.
“꿈에서라도….”
나직하게 중얼거리며 팔을 내 목에 감는다.
윤채하의 팔이 내 목을 끌어안은 채, 가슴팍까지 몸을 바짝 붙였다.
그녀의 다리가 슬쩍 내 허벅지를 감싸 안았다.
“흐으읍…나도….”
머리를 박은 채 연신 숨을 들이켠다.
나는 가만히 그 모습을 바라봤다.
“채하야 문 열게?”
도대체 무슨 착각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늦었다.
방문 앞까지 도착한 모양이었다.
나는 그냥 포기했다.
- 끼익.
“밥 해놨….”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방문이 열렸고.
방 안의 광경을 본 여성의 움직임이 딱 멈췄다.
침대 위.
나는 도복 차림으로 윤채하의 침대에 누워 있었고.
윤채하는 내 품에 파묻혀 허리를 다리로 감싼 후 연신 숨을 들이쉰다.
그녀는 품 사이로 뜬 오른쪽 눈만 어머니와 정확히 마주쳤다.
“…… 으응.”
방 안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윤채하가 느릿하게 고개를 든다.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듯 눈이 점점 커진다.
“…….”
윤채하의 어머님은 문을 닫고 나가셨다.
문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조용히 다시 닫혔다.
그제야 윤채하가 내 품에서 천천히 얼굴을 들었다.
“꿈… 아니었어…?”
나는 할 말을 잃었다.
한동안 둘 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침대 위에 멈춰 있었다.
***
“어떡하지…? 어떡하지? 근데 재밌겠다….”
“옷이나 좀 입어.”
나는 등을 돌린 채 창문으로 바깥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윤채하에게는 대충 상황을 설명했다.
불가람이, 널 선택했다고.
그녀는 뛸 듯 기뻐하다가, 또 현재 상황이 생각난 듯 안절부절못했다.
“이제 다 입었어.”
윤채하가 옷을 다 입은 듯했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어디 놀러 가려고?”
오렌지색 점퍼에 하얀색 티셔츠.
공방에 들어갈 복장은 아니었다.
“아니다… 됐다.”
복장이 중요한 건 아니었으니까.
나는 그녀를 이끌고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해명할 멘트는 대충 정했다.
그러나 밖으로 나온 우리를 반기는 건 채하의 부모님이 아니었다.
거실 탁자 위에는 하얀색 메모지가 한 장 놓여 있었다.
[채하야! 엄마 아빠는 일이 생겨서 급히 나가. 저녁 늦게 들어올 것 같아! 냉장고에 반찬 있으니까 남자친구랑 알아서 챙겨 먹어.]
[PS. 피임은 꼭 하자. 농담 아니야. 아빠가 더 강조하래. 엄마도 동의!]
“…….”
해명의 기회도 날아갔다.
됐다.
윤채하는 얼굴이 빨개진 채 메모를 뒤집어 놓았다.
“해명은 나중에 하자.”
분명 기회가 있을 것이다.
나는 윤채하를 끌고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대체 공방으로는 어떻게 돌아가나 했더니, 내 팔에는 붉은색 문신이 새겨져있었다.
불길이 피부에 그을린 듯한 문양.
손끝으로 그 문신을 더듬자, 희미하게 따뜻한 열기와 함께 미세한 진동이 전해졌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 문신에 마나를 불어 넣으면, 공방으로 다시 갈 수 있다는 것.
하지만 내 힘만으로는 불가능하게 설계되어 있다.
“여기 잡고, 마나 불어 넣어봐.”
나는 팔뚝을 내밀었다.
“응.”
윤채하는 조심스럽게 내 팔을 감싸 쥐었다.
살짝 손끝이 떨리는 게 느껴졌다.
그녀의 마나가 흘러들어오자, 문신이 은은하게 붉은빛을 내며 열기를 뿜었다.
그 순간, 공간이 미세하게 뒤틀렸다.
시야가 하얗게 번지더니 모든 소리와 감각이 빠르게 꺼졌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우리 둘은 이미 지옥과도 같은 뜨거운 공간 한가운데 서 있었다.
“뜨거워….”
윤채하가 숨을 몰아쉬었다.
나는 재빠르게 품에서 마그마 부스터를 꺼내, 윤채하에게 건넸다.
[마그마 부스터]
[주변 열을 흡수해 방어막으로 치환합니다.]
예비용으로 가져왔던 것인데, 이걸 쓸 일이 있을 줄은 몰랐다.
윤채하는 조심스럽게 작은 스위치를 받아들었다.
“버튼 꾹 눌러. 좀 나아질 거야.”
나는 간단히 설명했다.
부스터의 작동 버튼은 누르는 즉시 주변의 열을 흡수해 보호막으로 치환한다.
아마 호흡도, 거동도 편해질 것이다.
그러나 윤채하는 스위치를 손가락 끝으로 이리저리 굴려 보더니 냄새를 킁킁 맡았다.
그리고, 갑자기.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입에 쏙 넣어버렸다.
“냠.”
“?”
윤채하의 앵두 같은 입술 사이로 스위치가 넘어갔다.
- 쪽쪽.
그녀는 아티팩트를 사탕처럼 굴려 가며 맛을 보기 시작했다.
- 쫍쫍.
한 번, 두 번, 혀끝으로 천천히 굴리면서 입 안 가득 퍼지는 기묘한 금속의 맛을 음미한다.
잠깐 눈동자가 이리저리 흔들렸다가, 입꼬리가 서서히 올라간다.
그리고,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퉤.”
다음 순간, 스위치의 껍데기만 남은 조각을 바닥에 뱉어냈다.
그와 동시에, 주변의 열기가 파도처럼 끌려들어 가기 시작했다.
윤채하의 오러가 주변의 열을 집어삼키듯 흡수한다. 붉은빛이 그녀의 손끝에서 피어오른다.
거센 열기가 소용돌이처럼 그녀의 몸으로 흘러들었다.
곧이어, 열기는 순식간에 차단되고 윤채하를 감싸는 붉은색 반투명 보호막이 만들어졌다.
“맛있어.”
입술 끝을 혓바닥을 살짝 내밀어 핥는다.
아직도 남아 있는 단맛을 음미하듯 윤채하가 작은 미소를 지었다.
“이게, 네가 나한테 준 선물이야.”
아.
나는 그 기행을 지켜보다가 문득 뭔가가 떠올랐다.
“… 허기의 탐구자?”
“응.”
방금 펼쳤던 그 기행의 정체는 윤채하가 최근에 각성한 권능.
허기의 탐구자였다.
악신의 잔재를 흡수해 각성한 그것.
윤채하는 마그마 부스터의 본질을 삼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버렸다.
허기의 탐구자의 능력은 단순히 흡수에 그치지 않는 듯 했다.
아티팩트의 힘과 원리를 해체하고, 완전히 재해석해 본인의 고유한 방식으로 소화해버린다.
바닥에 뱉어진 스위치는, 이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철 쪼가리가 되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내 안에선 이상한 기대감이 피어올랐다.
가능성, 가능성이 보인다.
“뭐까지 먹을 수 있겠어?”
내 질문에 윤채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음… 너?”
뭔소리야.
“아… 그러네.”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다.
윤채하는 내 카테나치오와 팔랑크스를 전부 카피해서 자신의 방식으로 변형했으니까.
“농담이고, 아마 웬만한 아티팩트는 다?”
윤채하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을 돌렸다.
생각보다 엄청난 권능을 각성한 것 같은데.
완전 처음 보는 방향성이었다.
악신의 잔재가 워낙 강력해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발생한 일 같다.
공방까지의 거리는 꽤 멀다.
이제, 앞으로 나아갈 시간이었다.
***
“훨씬 쉽네.”
정해인이 중얼거렸다. 혼자서 헤맬 때와는 달랐다.
그는 길도, 싸움도, 앞으로 나아가는 모든 과정이 눈에 띄게 수월해졌음을 느꼈다.
왜 불가람이 ‘연대’를 그토록 강조했는지,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게다가, 정해인과 윤채하의 전투 궁합은 생각보다 훨씬 더 잘 맞았다.
어쩌면, 십 년을 함께 지내온 하시온만큼이나.
하시온과의 호흡이 긴 세월의 신뢰와 배려 위에 쌓였다면, 윤채하와의 호흡은 전혀 다른 결이었다.
윤채하는 정해인의 행동을 끊임없이 관찰하고, 배우고, 이해하려 든다.
결국 가면 갈수록, 둘의 방향성은 비슷해질 수밖에 없었다.
정해인은 자신이 가진 모든 걸 그녀에게 보여주고 싶었고.
윤채하는 그걸 받아 자기 것으로 만드는 데 주저함이 없다.
서로 배려 없이 이기적으로 움직이며 서로를 탐하지만, 자연스레 궁합이 맞게 되는 것이다.
윤채하는 점점 신이 났다.
웃음이 저절로 번진다.
이런 재밌는 공간을 소개시켜준 정해인에게 문득 고마움이 스쳤다.
“정해인!”
윤채하는 결국 참지 못하고 정해인을 불렀다.
정해인이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그 순간.
무심코 마주친 정해인의 얼굴과 풍경 너머로 아주 잠깐, 낯선 장면이 겹쳐졌다.
머릿속 깊은 어딘가에서 불현듯 떠오른 기억, 지옥처럼 무너져 내리던 거대한 탑.
그리고 그 탑 가운데, 홀로 서 있던 한 사람.
“어…?”
윤채하의 시선이 흔들렸다.
방금 본 얼굴이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마치 아주 오래전 잊고 있던 누군가가 그림자처럼 겹쳐진다.
설명할 수 없는, 알 수 없는 이질감. 기시감.
그녀는 숨을 한 번 들이켰다. 금세 그 이상한 감각은 서서히 옅어져 갔다.
“왜? 무슨 일 있어?”
정해인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물었다.
윤채하는 한참 멍하니 그 얼굴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 없어.“
윤채하는 일순간 꿈을 꾸었다고 느꼈다.
갑자기 가슴 어딘가가 알 수 없이, 미세하게 저릿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