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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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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훈련은 이어졌다.
천여울의 성장을 직접 눈앞에서 목격하고 나니, 묘하게 나도 자극을 받은 느낌이었다.
나는 곧장 몸을 일으켜 자세를 가다듬고, 바닥에 앉아 천천히 숨을 골랐다.
‘밀릴 수는 없지.
성장은 좋지만 날 넘어서는 건 곤란하다.
아니 사실 곤란한 건 아니고, 그냥 자존심이었다.
천여울은 강해지면 좋다. 리스크는 없다.
나는 기본적인 마나 운용부터 다시 점검했다.
심호흡과 함께 천천히, 아주 미세한 결까지 의식하며 마나를 끌어올린다.
이 공간은 신성력이 가득 차 있어, 마나의 흐름도 어느 때보다 선명하게 느껴진다.
한 번.
두 번.
천천히, 그리고 확실하게 다시 길을 다졌다.
그렇게 5번 정도 통로를 다지니, 온몸에 힘이 쫙 빠져나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마나를 운용하는 것은 원래 부담스러운 행위이고, 그걸 신체 곳곳에 다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나는 다시 벌러덩 누웠다.
그리고 앞을 보니….
“하아… 하아….”
천여울도 몸을 뉘인 채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앞에서 천여울이 슬쩍 고개를 돌렸다.
피곤에 찌든 얼굴이지만, 눈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었다.
우리는 그 상태에서 눈을 마주쳤다.
“이제 곧 방학이네?”
목소리에는 묘하게 들뜬 기운이 섞여 있었다.
땀을 닦으며, 장난스럽게 웃는 천여울.
나는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네.”
한 학기가 정신없이 지나갔다.
안팎으로 여러모로 일이 많았다.
나도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짧은 침묵.
서로 숨을 고르며, 아주 잠깐의 시간이 흘렀다.
천여울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혹시… 방학 때 어디 가? 나는 완~전 백수.”
나는 고개를 저었다.
“딱히 없어. 있었는데 취소됐네.”
지금은 없는 게 맞았다.
“그으래애?”
천여울이 말을 묘하게 늘리며 되물었다.
그냥 지금 갈 수 있는지 물어볼까 했으나….
아직 강아린도 확인해봐야 하고, 천여울의 편린이 묻혀있는 장소도 확인을 해봐야 한다.
지금 약속을 잡기는 조금 이르다.
“그으래애애?”
“… 뭐야?”
말끝이 점점 길어지고, 얼굴엔 장난기 어린 미소가 번진다.
“쯧. 아냐.”
그러다가 표정을 바꾸고는 다시 드러누웠다.
‘좋아.
일단 의도치 않게 천여울의 방학 일정이 비었다는 것은 확인했다.
그거면 충분했다.
***
다음 날 저녁.
나는 간만에 밤공기를 마시며 카페에서 조용히 노트북을 펼쳤다.
입학한 뒤론 쓸 일도 거의 없었던 랩탑이지만, 오늘만큼은 나름 진지하게 필요한 정보를 정리하고 있었다.
목적은 명확했다.
이미 습득한 편린을 제외한 나머지 편린들의 현 위치와, 습득 가능 여부.
백두산에 묻혀있는 내 편린은 쉽게 습득할 수 있었지만, 나머지의 경우에는 확실히 알아봐야 했다.
우선 첫 번째로 유하나의 질서의 편린.
간단히 말하자면 중국 땅 어딘가에 묻혀있다.
상당히 애매한 중립지대, 국가의 소유도 아니고, 사실상 그곳의 권리만 보유한다면 누구든 손댈 수 있는 곳이었다.
복잡한 정치적 이권도 없고, 권리만 제대로 확보하면 접근 자체는 어렵지 않다.
즉 중국 국가의 사유가 아니라는 뜻.
따라서 가서, 노력한다면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강아린과 천여울은 다르다.
강아린의 허무의 편린은 미국 펜타곤.
말이 필요 없다.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현 단계에서 내게 허락된 루트는 없다. 가능성이 있다면 연구 기간이 아니어야 한다는 것.
연구 기간만 아니면 어떻게… 접근할 만은 하다.
천여울의 갈망의 편린.
이건 현재 바티칸에 있다.
문제는 단순한 위치만이 아니었다.
만약 편린이 아직 발견되지 않았으면 상황이 조금 낫다.
‘만약.
그러나 이미 바티칸의 교단에 의해 발견된 상태라면 그 순간부터 접근은 상당히 피곤해진다.
내가 아직 바티칸에 존재하는 교단과 협상 테이블에 올라갈 만큼 몸값이나 이름값이 높지 않기도 하고.
아직, 신인이었으니까.
물론 ‘아르카디아’의 천여울이 직접 움직일 수 있다면 얘기는 조금 편해진다.
아르카디아가 모시는 신과 자매 관계에 있는 신을 모시는 국가니까.
그러나 그 역시 많은 시간과 설명,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다.
따라서 나는 둘 모두의 상황을 확인해야 했다.
우선, 바티칸부터.
성배.
그들이 발견을 못 했다면, 관광객들의 후기에는 반드시 성배가 있어야만 했다.
성배는 갈망의 편린의 형상 그 자체다. 그걸 눈치챘다면 절대 밖에 꺼내놓을 리가 없다.
나는 기사를 찾아봤다.
“있다.”
있었다.
관광객들의 수기가 넘쳐난다.
관광객마다 찍은 각도는 달랐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성배의 모습은 명확했다.
유리관 안, 황금빛으로 번쩍이는 컵.
이러면 된다.
아직 모른다는 뜻이다.
문제는, 교단의 허가 없이 저 유리관 안을 만지는 건 여전히 도둑질로 취급될 수 있다는 점이지만….
‘상관없어.
내 입꼬리가 느리게 올라갔다.
천여울은, 성배에 터치만 하면 된다.
그럼 일사천리로 해결될 일이다.
그럼 갈망의 편린은 오케이.
‘다음은….
나는 곧장 펜타곤, 미국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포털과 뉴스, 논문과 컨퍼런스 일정까지 가능한 모든 경로를 뒤져 봤다.
강아린의 편린은 발견과 동시에 곧바로 연구 자산이 되었고, 미국은 이를 기반으로 자체적인 연구와 시연을 이어왔다.
하지만 문제는, 가끔 펜타곤 내부에서 모든 접촉을 중단하는 전면 비공개 기간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오로지 정부와 군 핵심 연구진만 드나드는 기간이다.
그 기간엔 내부 인원들은 지정된 연구동에서만 머무를 수 있다.
외부 출입은 말할 것도 없고, 연구진 역시 대부분 연락이 끊기는 게 관례였다.
만약 방학이 그 기간과 겹친다면… 절대 불가능하다.
따라서 나는 유명 연구진들의 SNS를 샅샅이 훑었다.
그러나.
[당분간 연락 안 될 겁니다!]
[잠수탑니다. 문의, DM X]
[이른 시일 내에 돌아올게요!]
핵심 연구원들의 트윗도, 블로그도 모두 일정 기간 잠수 예고로 도배되어 있었다.
“아….”
나는 힘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래선 답이 없다.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다.
‘결국….
이번에는 천여울인가.
마음속으로 조용히 이름을 되뇌었다.
***
종강 전, 마지막 길드 체험.
지금까지 다섯 번 정도 체험 기회가 있었지만, 출동은 한 번도 없었다.
그렇다고 헛되이 보낸 시간은 아니다. 얻은 것은 많다.
길드 시스템, 체계적인 훈련실 등 여러모로 배울 게 많았다.
뱅퀴셔에도 어느 정도 도입하면 좋을 것들이었다.
오늘은 체험의 마지막 날.
마지막인 만큼, 맹주 길드원들과의 대련이 관례였다.
덕분에 모두가 썩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체육관에 모여 있었다.
전 인원은 쫄쫄이 티를 입고 있었다.
이 택티컬 슈트가 피격의 강도를 측정해서 대련의 승패를 정해준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다. 쫄쫄이를 입은 상태.
참고로 2팀인 맹호의 팀장 정태곤과 대련했다.
“하하하! 요즘 학생은 비리비리 한 줄 알았는데 역시 달라!”
대련이 끝나고도, 정태곤 팀장은 내 곁을 좀처럼 떠나지 않았다.
아직도 그가 가격한 어깨가 욱신거린다.
“아, 네.”
나는 적당히 웃으며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러나 눈은 이미 다음 대진표에 가 있었다.
곧이어 이어질 순서는 강아린.
이번에는 6팀, 서펜트의 막내가 그녀의 맞상대였다.
“잘 봐.”
강아린이 대련을 위해 무대로 나가면서 내게 말했다.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어, 잘 볼게.”
나 또한 아주 잘 볼 생각이었다.
상대가 프로 영웅이다 보니 당연히 강할 테지만, 요즘 강아린의 성장세를 볼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강아린 또한 명확한 지표가 있는 편이었다.
그녀의 가장 뚜렷한 지표는 바로.
‘호신강기(護身罡氣).
마나 운용의 끝판왕.
섬세한 마나 운용은 기본이며 보유한 마나의 용적까지 어마어마해야 한다.
내뿜는 정제된 기운을 몸에 두르는 것.
그리고 그녀는 훗날 호신강기를 극한까지 다루며 무기로써 사용한다.
물론 지금은 전신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주먹이라도.
그것이 시작이니까.
나는 조용히 숨을 고르며, 경기장에 선 두 사람을 바라봤다.
물론 힘들 것이다. 난이도로만 따지면 천여울의 듀얼 캐스팅보다 높다.
큰 기대는 하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전투 시작과 동시에 강아린은 눈을 감았다.
“어…?”
난 곧, 생각해둔 평가를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 스으으으윽.
다음 순간, 강아린의 주위로 짙은 검붉은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정제된 마나가 응축되어 주먹을 감싼다.
관중석 여기저기서 탄성 섞인 웅성거림이 터졌다.
프로 영웅인 상대조차도 당황한 듯 한 발짝 물러섰다.
강아린은 지금 높은 경지의 문을 당당히 두들기고 있었다.
그리고 일순간.
- 팡!
강아린이 기운을 갈무리하더니 단번에 상대를 향해 돌진했다.
상대도 본능적으로 받아치려 몸을 움찔거렸지만, 강아린이 더 빨랐다.
- 쾅!
맑은소리와 함께 강아린의 주먹이 정확히 상대의 복부를 강타했다.
- 삐이이이이익.
경기장에 울려 퍼지는 알람음.
쫄쫄이 티가 타격을 감지하고 승패가 선명하게 선언된다.
강아린이 상대를 뒤로한 채, 관중석 쪽으로 천천히 걸어온다.
그리고, 내 눈을 정확히 바라보며 장난기 섞인 미소를 짓는다.
저 웃음이 얼마나 많은 노력으로 이룬 성과에 대한 자신감인지는, 누구라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 웃음을 보면서도 아쉬움이 남았다.
‘아쉽다.
강아린이 아무리 성장해도.
미국으로의 여행은 불가능했으니까.
그저, 강아린의 성장을 이 자리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는 현실에.
나는 씁쓸히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손을 흔들었다.
그게 내가 강아린의 미소에 응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