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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훈련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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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여울의 성장을 직접 눈앞에서 목격하고 나니, 묘하게 나도 자극을 받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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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곧장 몸을 일으켜 자세를 가다듬고, 바닥에 앉아 천천히 숨을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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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릴 수는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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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은 좋지만 날 넘어서는 건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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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사실 곤란한 건 아니고, 그냥 자존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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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여울은 강해지면 좋다. 리스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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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본적인 마나 운용부터 다시 점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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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호흡과 함께 천천히, 아주 미세한 결까지 의식하며 마나를 끌어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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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간은 신성력이 가득 차 있어, 마나의 흐름도 어느 때보다 선명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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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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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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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그리고 확실하게 다시 길을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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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5번 정도 통로를 다지니, 온몸에 힘이 쫙 빠져나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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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나를 운용하는 것은 원래 부담스러운 행위이고, 그걸 신체 곳곳에 다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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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시 벌러덩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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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앞을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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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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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여울도 몸을 뉘인 채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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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천여울이 슬쩍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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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에 찌든 얼굴이지만, 눈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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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 상태에서 눈을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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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방학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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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에는 묘하게 들뜬 기운이 섞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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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을 닦으며, 장난스럽게 웃는 천여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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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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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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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기가 정신없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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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팎으로 여러모로 일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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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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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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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숨을 고르며, 아주 잠깐의 시간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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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여울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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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방학 때 어디 가? 나는 완~전 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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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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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없어. 있었는데 취소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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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없는 게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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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으래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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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여울이 말을 묘하게 늘리며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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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지금 갈 수 있는지 물어볼까 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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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강아린도 확인해봐야 하고, 천여울의 편린이 묻혀있는 장소도 확인을 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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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약속을 잡기는 조금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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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으래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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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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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끝이 점점 길어지고, 얼굴엔 장난기 어린 미소가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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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쯧.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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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표정을 바꾸고는 다시 드러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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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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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의도치 않게 천여울의 방학 일정이 비었다는 것은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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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면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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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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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간만에 밤공기를 마시며 카페에서 조용히 노트북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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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한 뒤론 쓸 일도 거의 없었던 랩탑이지만, 오늘만큼은 나름 진지하게 필요한 정보를 정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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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은 명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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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습득한 편린을 제외한 나머지 편린들의 현 위치와, 습득 가능 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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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에 묻혀있는 내 편린은 쉽게 습득할 수 있었지만, 나머지의 경우에는 확실히 알아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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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첫 번째로 유하나의 질서의 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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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히 말하자면 중국 땅 어딘가에 묻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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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애매한 중립지대, 국가의 소유도 아니고, 사실상 그곳의 권리만 보유한다면 누구든 손댈 수 있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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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정치적 이권도 없고, 권리만 제대로 확보하면 접근 자체는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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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중국 국가의 사유가 아니라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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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가서, 노력한다면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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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강아린과 천여울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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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린의 허무의 편린은 미국 펜타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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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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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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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단계에서 내게 허락된 루트는 없다. 가능성이 있다면 연구 기간이 아니어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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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기간만 아니면 어떻게… 접근할 만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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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여울의 갈망의 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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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현재 바티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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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단순한 위치만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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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편린이 아직 발견되지 않았으면 상황이 조금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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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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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미 바티칸의 교단에 의해 발견된 상태라면 그 순간부터 접근은 상당히 피곤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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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직 바티칸에 존재하는 교단과 협상 테이블에 올라갈 만큼 몸값이나 이름값이 높지 않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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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신인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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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르카디아’의 천여울이 직접 움직일 수 있다면 얘기는 조금 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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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카디아가 모시는 신과 자매 관계에 있는 신을 모시는 국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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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역시 많은 시간과 설명,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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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나는 둘 모두의 상황을 확인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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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바티칸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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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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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발견을 못 했다면, 관광객들의 후기에는 반드시 성배가 있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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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배는 갈망의 편린의 형상 그 자체다. 그걸 눈치챘다면 절대 밖에 꺼내놓을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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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사를 찾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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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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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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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들의 수기가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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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마다 찍은 각도는 달랐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성배의 모습은 명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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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관 안, 황금빛으로 번쩍이는 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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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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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모른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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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교단의 허가 없이 저 유리관 안을 만지는 건 여전히 도둑질로 취급될 수 있다는 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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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관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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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입꼬리가 느리게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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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여울은, 성배에 터치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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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일사천리로 해결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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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갈망의 편린은 오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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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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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곧장 펜타곤, 미국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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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과 뉴스, 논문과 컨퍼런스 일정까지 가능한 모든 경로를 뒤져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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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린의 편린은 발견과 동시에 곧바로 연구 자산이 되었고, 미국은 이를 기반으로 자체적인 연구와 시연을 이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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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문제는, 가끔 펜타곤 내부에서 모든 접촉을 중단하는 전면 비공개 기간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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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정부와 군 핵심 연구진만 드나드는 기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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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기간엔 내부 인원들은 지정된 연구동에서만 머무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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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출입은 말할 것도 없고, 연구진 역시 대부분 연락이 끊기는 게 관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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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방학이 그 기간과 겹친다면… 절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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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나는 유명 연구진들의 SNS를 샅샅이 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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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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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연락 안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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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탑니다. 문의, DM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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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시일 내에 돌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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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연구원들의 트윗도, 블로그도 모두 일정 기간 잠수 예고로 도배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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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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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힘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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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선 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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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 자체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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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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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천여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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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으로 조용히 이름을 되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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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강 전, 마지막 길드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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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다섯 번 정도 체험 기회가 있었지만, 출동은 한 번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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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헛되이 보낸 시간은 아니다. 얻은 것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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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드 시스템, 체계적인 훈련실 등 여러모로 배울 게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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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퀴셔에도 어느 정도 도입하면 좋을 것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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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체험의 마지막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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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인 만큼, 맹주 길드원들과의 대련이 관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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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모두가 썩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체육관에 모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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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인원은 쫄쫄이 티를 입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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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택티컬 슈트가 피격의 강도를 측정해서 대련의 승패를 정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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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예외는 아니다. 쫄쫄이를 입은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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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2팀인 맹호의 팀장 정태곤과 대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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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요즘 학생은 비리비리 한 줄 알았는데 역시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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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련이 끝나고도, 정태곤 팀장은 내 곁을 좀처럼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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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그가 가격한 어깨가 욱신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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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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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적당히 웃으며 건성으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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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눈은 이미 다음 대진표에 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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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이어 이어질 순서는 강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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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6팀, 서펜트의 막내가 그녀의 맞상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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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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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린이 대련을 위해 무대로 나가면서 내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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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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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잘 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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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또한 아주 잘 볼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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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가 프로 영웅이다 보니 당연히 강할 테지만, 요즘 강아린의 성장세를 볼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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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린 또한 명확한 지표가 있는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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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가장 뚜렷한 지표는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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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신강기(護身罡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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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나 운용의 끝판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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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한 마나 운용은 기본이며 보유한 마나의 용적까지 어마어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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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뿜는 정제된 기운을 몸에 두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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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녀는 훗날 호신강기를 극한까지 다루며 무기로써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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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지금은 전신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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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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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시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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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용히 숨을 고르며, 경기장에 선 두 사람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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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힘들 것이다. 난이도로만 따지면 천여울의 듀얼 캐스팅보다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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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기대는 하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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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전투 시작과 동시에 강아린은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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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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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곧, 생각해둔 평가를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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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으으으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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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순간, 강아린의 주위로 짙은 검붉은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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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된 마나가 응축되어 주먹을 감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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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석 여기저기서 탄성 섞인 웅성거림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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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영웅인 상대조차도 당황한 듯 한 발짝 물러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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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린은 지금 높은 경지의 문을 당당히 두들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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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일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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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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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린이 기운을 갈무리하더니 단번에 상대를 향해 돌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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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도 본능적으로 받아치려 몸을 움찔거렸지만, 강아린이 더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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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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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소리와 함께 강아린의 주먹이 정확히 상대의 복부를 강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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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삐이이이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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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에 울려 퍼지는 알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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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쫄이 티가 타격을 감지하고 승패가 선명하게 선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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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린이 상대를 뒤로한 채, 관중석 쪽으로 천천히 걸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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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 눈을 정확히 바라보며 장난기 섞인 미소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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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웃음이 얼마나 많은 노력으로 이룬 성과에 대한 자신감인지는, 누구라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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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는, 그 웃음을 보면서도 아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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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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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린이 아무리 성장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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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으로의 여행은 불가능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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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강아린의 성장을 이 자리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는 현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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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씁쓸히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손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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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내가 강아린의 미소에 응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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