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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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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보다 하늘이 가까운 의문의 고층 빌딩 최고층.

고급스러운 방 안, 원탁에는 네 명의 여성이 앉아 있었다. 각기 다른 색으로 빛나는 머리칼이 그녀들의 개성을 강조하며 방 안을 압도했다. 하나같이 경국지색이라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얼굴들.

“그래서.”

하늘빛 긴 머리칼을 늘어뜨린 여성이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잘 됐다는 거야?”

그녀는 다리를 우아하게 꼬며 팔짱을 낀 채 다른 여성들을 훑어봤다.

그 말에 반응한 건 검은 머리를 한쪽으로 땋은 여성이었다. 그녀는 손목을 슬쩍 들어 올려, 차고 있는 흑요석 팔찌를 바라봤다.

팔찌에서 깜빡이던 불빛이 이내 꺼지자, 하시온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지금 막 끝난 것 같네. 완벽해.”

“다행이네. 이걸로 전투 스타일은 바뀌겠어.”

하늘빛 머리칼을 가진 여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녀는 그를 완벽히 존중했지만, 더 나은 방법이 생긴다면 그쪽으로 미련 없이 갈 것을 믿고 있었다.

“당연하지, 누가 조율했는데.”

머리를 단발로 자르고, 은은한 성스러운 기운을 뿜어내는 여성이 입을 열었다.

그녀의 손끝은 아까부터 책상 위에 올려진 십자가를 천천히 어루만지고 있었다. 십자가는 단순한 장식품이라기엔 그 존재감이 남달랐다.

마치 ‘이것 좀 보라’는 듯, 그녀는 십자가를 마구 어루만졌다.

“자랑하니?”

하늘빛 머리칼의 여성이 미소를 띠며 묻자, 단발머리의 여성이 슬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단발머리의 여성은 가볍게 웃으며 책상 위 십자가를 손끝으로 더 밀어 보였다. 그 안에는 감출 수 없는 자부심이 묻어 있었다.

“해인이 교단에다가 내 이름으로 공식 증서를 발급했더라. ‘소유주’라고 딱 명시해 놨지 뭐야.”

그녀는 십자가를 들어 올려 은은히 빛나는 표면을 보여주며 말을 이었다.

“덕분에 교단 늙다리들, 아무 말도 못 하고 고개만 끄덕였지.”

그러면서도 손끝으로 조심스럽게 그 윤곽을 쓸어내렸다. 마치 소중한 보물을 다루는 듯한 태도였다.

“진짜… 그렇게까지 안 해도 되는데….”

말끝이 흐르며 그녀의 표정에 황홀함이 물들었다.

“좀 닥쳐 볼래?”

갑자기 날카로운 목소리가 방 안을 가로질렀다.

검은색 머리를 뒤로 묶고 진홍빛 눈동자를 빛내는 여성이 냉랭하게 말했다.

“제발 생산적인 얘기 좀 하자. 성수 공급 체결 아직 멀었어?”

그 말에 단발머리의 여성이 천천히 눈길을 돌렸다.

“아직 그쪽은 늙다리들 구역이라 좀 어렵네?

그녀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십자가를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근데, 그것도 곧이긴 해.”

“좋아.”

검은 머리의 여성이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그이, 정말로 강유성 죽어서 주가 떨어지니까 바로 매수하네.”

유하나가 조용히 감탄하며 말했다.

그녀의 눈빛에는 순수한 놀라움과 기쁨이 담겨 있었다.

“정해인이잖아.”

강아린이 답했다. 그녀의 목소리엔 그를 향한 순수한 신뢰가 묻어 있었다.

“강유성 그 새끼 죽인 다음에 몽땅 마인한테 덮어씌우고.”

그녀는 짧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주가 올려서 해인이 수고도 줄이고, 돈도 벌어. 얼마나 좋아?”

그녀의 말에 방 안에 있던 다른 여성들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적잖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니까.”

강아린이 손끝으로 테이블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

“기억나는 거 있으면 전부 말해.”

부드럽지만 단단한 목소리가 방 안을 울렸다.

“우리가 아무리 해도, 진 빚 다 못 갚는 거 알잖아?”

짧은 말이었지만, 방 안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그녀의 말은 여운처럼 무겁게 내려앉았다.


“와, 또?”

[‘영광’ 아르카디아와 성수 독점 공급 체결.]

요즘따라 두 단체간의 교류가 활발하다.

강유성이 빨리 죽은 게 신의 한 수였다.

그의 죽음으로부터 만들어진 스노우 볼의 일환인 것 같았다.

덕분에 오늘 내 계좌에도 거대한 눈덩이가 굴러가고 있다. 숫자들이 급격히 올라가는 모습을 보며,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좋은데.”

최근 들어 좋은 일이 연속이다.

오늘은 금요일이다.

하루만 넘기면, 주말이기 때문에 발걸음이 가볍다.

물론 주말에 쉬는 것은 아니지만… 몸도 학생이 되어서 그런지 마음조차 학생 때로 돌아간 듯했다.

‘동백검도 받아야 하고… 교단에 금액 협상도 해야 하고….

이것 외에도 여러모로 할 것이 많다. 리스트업해둔 기연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데, 주에 하나씩 캐러 가도 모자랄 판.

게다가 슬슬 성시우에게도 적절한 무공을 넘겨야 하는데….

이 새끼가 마음을 정했는지를 모르겠다.

저번에 팀원도 거절하고, 아주 꼴통 짓만 골라 하는 중.

만약 검을 계속 쓴다고 하면….

‘더 패야 하나.

어쨌든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자.

나는 오늘 수업이 있는 천무관으로 걸어가는 중이다.

이름은 천무관이긴 한데, 놀랍게도 이론 수업을 진행하는 강의실이다.

게다가 오늘은 현직 영웅을 특별 초청해 강의를 진행한다고 한다.

꽤 기대되긴 한다, 아직 다른 일류 영웅을 눈으로 본 적은 없는지라.

시간은 오전 아홉시 정각.

정각에 등교하는 것이야말로 학생의 기본 아니겠는가?

-끼익

나는 천무관의 뒷문을 열었다.

-쾅!

그리고 뒷문을 다시 닫았다.

“씨발?”

저 양반이 대체 왜 여기에?

내 눈이 잘못된 건가 싶었다.

나는 다시 문을 살짝 열어 조심스럽게 안을 들여다봤다.

문을 닫으며 큰 소리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시선은 모두 단상의 영웅에게로 쏠려 있었다.

올백 머리에 실내에서도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남자.

특별 초청 영웅은, 나 또한 아는 사람이었다. 그것도 꽤 많이.

그와 눈이 마주쳤다.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지만, 나는 그의 시선을 정확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는 잇몸을 보이며 씩 웃었다.

그는 일전에 성시우의 분석을 요청했던 바로 그 사람,

박광철이었다.


이론을 담당하는 교수가 단상 옆에 서 있는 그를 가리키며 말했다.

“오늘 바쁜 시간 내주셨는데, 환영의 박수 부탁드립니다.”

-짝짝짝짝!

강의실이 터질 듯한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안녕하세요? 박광철입니다.”

박광철이 선글라스를 살짝 들어 올리며 말했다.

그의 한마디에 남녀를 가리지 않고 환호가 쏟아졌다.

그럴 만도 했다. 그는 단순히 영웅이 아니라, 대중의 사랑을 받는 스타였으니까.

그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 소속은… 다들 아시죠? 뱅퀴셔입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 다시 한번 터져 나오는 박수와 환호.

나는 그 광경을 보며 자리에 앉아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시온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정해인]: 시온, 박광철씨 왔어.

그리고 단 5초도 지나지 않아 답변이 도착했다.

[시온]: 응? 어디에?

[정해인]: 내 앞에.

[시온]: ?? 광철 삼촌이 여길 왜?

씨발 내 말이.

[정해인]: 나도 모르지, 무슨 특별 초청 강의라는데….

[시온]: 아 할아버지한테 들은 거 같은데? 누가 갈래~ 말래~ 막 그랬던 것 같아.

그래서 온 게 저 사람인가.

[정해인]: 나 들어오고부터 계속 나만 쳐다보거든? 어떡해?

[시온]: 우와… 싫다. 힘내….

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책상에 집중했다.

눈에 띄지 않는 게 최우선이었다.

그러나 우려와는 다르게, 그는 놀라울 정도로 착실히 수업을 진행했다.

심지어 최근에 정립된 새로운 이론까지도 언급하며 강의를 이어갔다.

객관적으로 그의 강의는 흥미로웠다. 나조차도 수업에 빠져들고 있었으니 말이다.

“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요? 10분만 쉴까요?”

박광철이 시계를 확인하며 말했다.

보통 강사가 쉬는 시간을 선언하면 학생들이 우르르 강의실을 빠져나가기 마련이다.

그러나 오늘은 아무도 나가지 않고 있었다.

그때, 한 여학생이 수줍게 손을 들었다.

“강사님 질문 하나 해도 될까요?”

“네, 그럼요.”

박광철은 호쾌하게 답했다.

“수업 관련된 내용은 아니에요….”

“에이, 괜찮죠.”

“그럼 혹시… 뱅퀴셔에 입단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분명 그녀가 질문했지만, 사실 일종의 총대를 맨 셈이었다.

그 질문은 분명 모든 학생의 마음속에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맨 앞자리에 앉아있는 성시우마저 눈을 반짝이며 그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영감이 이끄는 팀, 뱅퀴셔는 세계 최고의 팀 중 하나다.

그러나 그 명성에 걸맞게 팀원을 잘 안 뽑기로 유명하다.

따라서 뱅퀴셔에 입단했다는 것은, 최고의 영웅임을 증명하는 것과 일맥상통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게임을 진행하면서는 그들과 엮일 일이 거의 없다.

‘원작에서는 초반에 전멸했었지.

뱅퀴셔는 원작 초반, 마인들의 기습을 받아 전멸한다.

그들은 단순히 스토리의 비극적인 시작을 알리는 도구였을 뿐이었다.

-최고의 영웅 팀이 몰살 당했다.

이 짧은 텍스트 한 줄로 그들의 죽음이 묘사됐고.

그들은 압도적인 적의 강함과 절망적인 상황을 강조하기 위해 존재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나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아직 그 사건이 벌어지진 않았다.

그리고, 이번엔 그걸 막을 수 있다.

내게는 충분한 정보와 계획이 있으니까.

그들의 죽음을 막아낸다면, 분명 훗날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그것만이 이유는 아니었다.

언제부턴가 그들은 더 이상 내가 짠 스토리 속의 캐릭터가 아니었다.

고작 텍스트 한 줄로 표현되었던 뱅퀴셔는, 이제는 내 삶에 깊이 스며들어 있었다.

시온을 위해서라도.

아니지.

그냥 나를 위해서.

그들을 죽게 하지는 않을 터였다.

반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