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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임이 종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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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이어질 당신의 여정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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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귓가에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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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리둥절하며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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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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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일으키려던 순간, 뭔가가 잔뜩 내 몸에 얽혀 있다는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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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숙이니, 나란히 바닥에 바짝 붙어 있는 나와 천여울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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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얼굴이며 팔다리가 착 달라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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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민달팽이 두 마리가 바닥에 겹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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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놀라서 몸을 떼려고 몸부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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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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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스레 그녀를 떼어내려 하는데, 천여울은 눈만 껌뻑이며 더 바짝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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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왜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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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 놈의 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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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한 목소리로, 현실과 게임의 구분이 전혀 안 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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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만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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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물꾸물, 비비적비비적, 오히려 더 안기는 기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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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더…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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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대체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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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식겁하며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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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옅은 잠꼬대까지 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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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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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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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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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천여울의 등을 세게 걷어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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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거리는 윤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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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린, 하시온, 유하나도 하나둘 정신을 차리고 멍하니 자리에서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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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달팽이 한 마리만 현실과 게임의 경계를 못 찾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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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거리던 윤채하는 이를 악물더니 테이블 위의 큐브를 향해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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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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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를 지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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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쨍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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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브를 힘껏 내리쳐 산산이 부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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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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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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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모두의 시선이 허공에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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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제야, 마치 파도처럼, 각자의 머릿속에 게임 속에서 살아온 삶이 쓰나미처럼 한꺼번에 밀려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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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눈을 뜬 것은 강아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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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그녀는 자기 통제력과 정신력이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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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몰입하기로 마음먹었기에 몰입이 된 거지, 거부하려면 언제든 벗어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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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마지막까지 몰입을 유지한 건, 애초에 이 게임의 의도 자체가 남달랐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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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뜬 그녀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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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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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좋은 일만 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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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계획은 정해인만 불러, 둘이서만 게임을 테스트하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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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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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의 한계를 없앤 프로토타입이기에, 둘의 생활은 아주 끝까지, 정말 그 끝까지 가게끔 설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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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시간이 지속됐다면, 천여울과 정해인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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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그런 의도를 가진 거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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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남 좋은 일만 한 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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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 기사에서 공작가로 스카우트되어 승승장구하는 삶을 살아냈지만, 결국 마지막 순간에도 정해인은 옆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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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못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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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눈을 뜬 것은 하시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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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 위에 그대로 엎드린 채, 살짝 고개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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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조금만 더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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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만나게 된 정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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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으리라 기대했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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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조금의 시간만 더 있었다면 정해인의 아내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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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잔인하게도 딱 그 도입부에 끝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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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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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 그리고 애틋함이 복잡하게 교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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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로 눈을 뜬 건 유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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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깊은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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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임에도 불구하고, 그를 보니 심장이 두근거리고 참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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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대한 사랑이 다시금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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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접근 방식은 좀 특이했고, 유하나의 본래 도덕적 관념과는 거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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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녀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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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마음속으로는 금지된 관계에서 오는 짜릿한 감정이 몸을 지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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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부끄럽고, 또 어딘가 수치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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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는 품을 수도 없는 금지된 감정, 그걸 직접 살아보니, 오히려 진짜 자신이 원하는 게 뭔지 조금은 알게 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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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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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나는 뭔가 새로운 취향에 눈을 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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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천여울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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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역시 게임 속의 일을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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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볼, 귀 끝까지 전부 빨갛게 달아오름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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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과 동시에 밀려드는 정신 나갈 정도로 아찔한 행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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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그리던 거의 모든 행동을 다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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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하나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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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그의 입술 감촉과 향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를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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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조금 아쉬운 부분은 실제로 거사를 치르지는 못했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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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오히려 그전까지는 전부 경험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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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머지는 실제로 하면 될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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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 여성 모두 저마다의 방식으로 비슷한 감정을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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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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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이 그 감정은 내면 어딘가를 서서히 뜨겁게 달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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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이 남긴 작은 불씨가, 그녀들의 내면을 태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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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정신을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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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떠오르는 기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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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사랑해요, 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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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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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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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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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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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여울과 나눈 수없이 낯 뜨거운 교류들이, 미친 듯이 머릿속을 찌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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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진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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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귀에 맴도는 듯한 아내… 아니, 천여울의 숨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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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때마다 적응이 안 되던 그녀의 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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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촉한 입술, 그 따뜻함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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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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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손끝이 저릿하게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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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현실일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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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점점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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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린, 이 미친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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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정신 나간 게임을 가져올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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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한숨을 길게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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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몇 분, 이 공간 안의 인원들은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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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씩씩거리는 윤채하의 분을 삭이는 소리만이 들려올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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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심스럽게 손을 떼고 주위를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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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원의 얼굴이 익은 홍시처럼 시뻘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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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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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뜸을 들이다가, 나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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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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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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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는 아니어도 그냥 사과해야 할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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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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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대답한 건, 바로 옆의 천여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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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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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이것저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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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하게 얼버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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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 때문에 누군가는 불륜녀가 되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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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육욕에 눈이 먼 수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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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사랑에 눈이 먼 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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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누군가는 그런 영애를 질투하는 기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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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되어 먹은 게임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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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옆자리의 천여울이 무릎을 끌어안은 채, 조용히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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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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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답지 않게, 작고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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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괜찮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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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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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자리에 앉은 윤채하가 팔짱을 끼고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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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나와 윤채하는 게임 내에서 접점이 전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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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막상 게임을 끝낸 것은 윤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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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자리에 앉아, 입술을 앙다물고 있더니 이내 불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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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나만… 몰입을 못 해서, 얼마나 답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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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말을 잇지 못하는 윤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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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푹 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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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에, 이상하리만치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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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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툴툴거리는 윤채하의 허리를 가볍게 감싸고, 망설임 없이 들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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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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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내 무릎 위에 앉힌 뒤, 살살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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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순간적으로 굳어버렸지만, 이내 아주 천천히, 내 품 안으로 더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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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응답하듯, 천천히 머리 위에 손을 얹어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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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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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끝부터 볼까지 새빨갛게 달아오른 채, 윤채하는 고개를 깊숙이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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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조금 떨리는 것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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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또다시 정신을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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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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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갑자기 무슨 짓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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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아내가 삐쳤을 때 자연스럽게 하던 행동을 그대로 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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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이는 이렇게 하면 화를 풀며 말없이 나를 침실로 안내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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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제발, 정신 좀 차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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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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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의 시선이 죄다 내게 꽂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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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쩍 고개를 드니 천여울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러나 눈매가 살짝 올라간 채 나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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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는 말없이 두 팔을 넓게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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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듯, 당연하다는 듯, 내게 안기라는 손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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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 몸이 저절로 빨려 들어갈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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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헛기침을 하고, 허둥지둥 손을 떼며 윤채하와 거리를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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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채하는 귀까지 붉어진 채로 손끝을 꼭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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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안의 열기는 쉽게 식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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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모두가 완전히 현실로 돌아오지 못한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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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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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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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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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은 이미 한밤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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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에는 동아리장의 메모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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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즐기는 거 같아서 안 깨우고 퇴근함! 문 잠그고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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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스있는 동아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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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깨워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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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남긴 메모 시간을 알 수 없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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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은 이미 새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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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즉시 24시간 카페로 달려가 아이스 아메리카노 6잔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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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L짜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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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차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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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벤치에 멍하니 앉아있는 이들에게 하나씩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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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고 정신 차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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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리고 자리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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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쪼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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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쪼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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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마시는 소리가 조용히 새벽의 공원을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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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플라스틱 컵을 두 손으로 감싼 채, 자리에 앉아 멍하니 앞만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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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지금 이 게임의 부작용을 완벽히 체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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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라면 별생각 없이 농담도 하고, 장난도 쳤을 테지만… 이상하게도 지금은 그녀들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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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을 이성적으로 보지 않는다. 이게 내 신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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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게임이 전부 말아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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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모두의 시선을 피해 커피만 바라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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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누군가 내 이름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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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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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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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여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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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처럼, 그러나 조금 더 진한 장난기가 담긴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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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매는 초승달처럼 부드럽게 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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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쪽 안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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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목소리와 동시에, 옆에 앉아있던 인원들도 하나둘씩 입꼬리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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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미묘한 미소를 띤 채, 의미심장하게 나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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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빛에는 기대감이 맺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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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순간, 숨이 턱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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