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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385 lines
13 KiB
Markdown

“노아 님?”
“그거 꼭 해야 돼?”
“사탕 사줄게요.”
“나 사탕 싫어하는데? 일단 알겠어.”
멤버 하나 더 확보 완료.
“명예 추기경님이 특별 활동의 고문을 맡았다니. 가만히 있을 수 없겠군요.”
“감사해요.”
“제가 책임지고 전부 데려가겠습니다.”
“훌륭해요.”
멤버 여러 명 확보 완료.
사람이 이래서 평소 행실이 좋아야 됐다.
이것 봐라. 평소 행실이 좋으니 연구회에 사람이 마구마구 들어오지 않나?
나는 입술을 핥았다.
순식간에 10명이 넘는 신입을 확보했지만, 나는 아직 배가 고팠다.
더 많은 학생을 데려와야―.
“그러니까 내가 풍운의 꿈을 품고 집을 벗어난 후 한 달이 지났을 때였어. 우연히 산길을 지나가다 ‘오우거’가 등장했는데 말이야.”
“꺄아아악!”
“목숨이 경각에 달한 위기! 두려움이라고는 없는 이 몸조차 식은땀을 흘렸던 그 순간!”
이야기를 이어가던 남자가 손을 흔든다. 손가락을 모았다가 펴는 것을 반복하면서.
“퍼엉! 하고 거대한 암석의 창이 날아가 오우거의 머리를 부쉈어. 그 깔끔한 마법에 나는 놀라며 마법을 사용한 사람을 바라봤는데, 누가 마법을 발동했는지 알아?”
“누구?”
“바로 이번에 막대한 공을 세우며 귀족 작위를 받으신, 루이나 엘피니엘 남작님이야.”
“와아.”
“이분과 떠났던 모험이 한두 개가 아니야. 하루는 마법 도시 아르기넬을 갔는데, 거기서 내가 누굴 만난 지 말하면 놀―.”
나는 그대로 몸을 돌려 자리를 벗어났다.
어디까지 생각했더라.
맞다.
더 많은 학생을 데려와야―.
“루이나 남작님 아니십니까! 오랜만입니다!”
“안녕하세요.”
얘는 마법 실력은 별로인데 눈은 참 좋다.
나는 호다닥 달려온 남자를 훑었다.
얘 이름이 뭐였더라.
페이스였나?
“페란트 라인하르텔입니다.”
“안녕하세요.”
페란트가 마법 실력은 별로인데 눈치가 참 빠르다.
내가 이름을 헷갈려하는 걸 귀신같이 눈치채고 바로 이름을 말해주는 거 봐라.
페란트 넌 얌전히 백작가나 이어받아라.
너는 마법보다 정치가 어울려.
“그래도 페란트 님, 마법을 잊으면 안 돼요?”
“저는 늘 루이나 남작님처럼 되기 위해 마법을 연마 중입니다.”
“그래요?”
“정말입니다.”
“진심으로요?”
“제 진심을 의심하지 말아 주십쇼.”
“근데 왜 제 강의를 안 들으시나요?”
정말 이해가 안 돼 묻자, 페란트가 잠깐 멈췄다. 한 0.1초 정도.
그리고 재가동한다.
“아쉽게도 제가 루이나 남작님의 강의를 발견했을 때는, 이미 수강 신청 기간이 지난 후였더군요.”
“지금이라도 들으실래요? 제 권한으로 추가 수강생 모집은 충분히 가능해요. 아직 학기 초라 시험도 안 봐서 괜찮을걸요?”
“제가 여유 강의 시간이 없어서 말입니다. 1학년 때 열심히 해야 된다는 조언을 들어서, 시간표를 빡빡하게 짰습니다.”
“그런가요?”
“그렇습니다.”
나는 페란트를 빤히 응시했다.
페란트도 나를 빤히 응시한다.
잠깐의 눈빛 교환 후, 내가 말했다.
“확인해 봐도 되나요?”
“얼마든지요.”
“진짜 확인해요?”
“저는 당당합니다.”
좋아.
이 정도로 당당하니 굳이 확인은 안 하겠다.
하지만 페란트 너 조심해. 요즘 얘기 많이 나와.
나는 입을 열었다.
“집으로 돌아간 거 아니었나요. 마법학교엔 웬일인가요.”
페란트는 백작가의 적장자였다. 심지어 나이도 20살 언저리. 슬슬 집안일을 배워야 하는 시기인 것이다.
헌데 이제 와서 마법학교라니. 더 어릴 때라면 모를까, 지금 페란트의 나이엔 어지간해선 고르지 않는 선택지였다.
페란트가 담담히 대꾸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혹시 또 가출을 시도해서, 백작님이 못 참고 마법학교에 박아버린 건가요? 인맥이라도 쌓으라고?”
“루이나 남작님은 혹시 아버님과 아시는 사이입니까?”
이 불쌍한 도련님을 어쩌면 좋을까.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내 덕분에 페란트는 대마법사의 탑도 오르고 미궁도 탐험하는 대모험을 겪었다.
그때 얻은 도파민? 그 어떤 행위로도 따라잡지 못했다.
무슨 말이냐.
가엾은 페란트의 뇌는 이미 망가졌다는 뜻이었다.
앞으로도 페란트는 마약 중독자처럼 모험을 사무치게 그리워하겠지. 그 모습이 너무 훤히 보여 나는 페란트를 안타까운 눈으로 쳐다봤다.
이 부분은 내 책임이 컸다. 페란트가 은근슬쩍 일행으로 합류하려 했을 때, 단호히 집으로 반송했어야 됐는데.
즉, 이건 내가 양심껏 AS를 해주는 게 맞았다.
“페란트 님.”
“네.”
“저희 특별 활동에 오세요.”
“저는 체스를 별로 안 좋―.”
“오세요.”
체스에 재미를 붙이면 모험 중독도 조금 치료가 되겠지.
그렇게 페란트까지 무사히 수집한 나는 특별 활동실로 돌아갔다.
상당히 넓었던 방이 이제는 꽉 차 버렸다.
나는 왁자지껄한 풍경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건강한 특별 활동이 되겠구만.
“프린드 너 몇 연승이야.”
“몰라. 안 셌어.”
친구의 물음에 프린드가 평온히 대꾸하며 기물을 정리했다.
프린드는 늘어난 학생들 사이에서도 압도적인 실력을 자랑했다.
나는 방금 프린드와 남학생의 대국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프린드가 사용한 건 로얄 겜빗이었다. 겜빗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기물을 희생해 로얄 나이트를 최단 속도로 진화시키는 오프닝이었는데, 나도 좋아하는 오프닝이었다.
전형적으로 후반 지향 오프닝인 로얄 겜빗을 잘 사용하기 위해선 상대의 템포에 휩쓸리지 말아야 했다.
그걸 잘 알았는지 프린드는 차근차근 기물을 전개하며 진화 포인트를 쌓았는데, 그러다 상대가 극단적으로 템포를 올리니 기물을 교환하며 템포를 따라갔다.
지극히 정석적인 대처였지만, 내가 놀란 건 그거였다. 교환비가 너무나 완벽했다.
그 아름답기까지 한 연속 교환은 어지간한 재능으로는 재현조차 불가능했다.
어지간한 경험으로도 불가능했다.
뛰어난 재능과 오랜 경험이 합쳐져야만 비로소 나오는 예술. 그게 방금 프린드가 보여준 기보였다.
나는 프린드를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살폈다.
프린드의 나이는 이제 17살이었다. 거기에 평민이었다.
어렸을 때는 아르카나 체스를 할 환경이 아니었을 거고, 나이를 먹은 후에는 용병 일을 하느라 아르카나 체스를 할 시간이 없었을 텐데, 무슨 수로 이런 실력을 쌓았을까.
“또 프린드가 이겼네.”
“밥 먹고 아르카나 체스만 한 거야 뭐야.”
주변 학생들이 놀란다. 아르카나 체스 연구회에 소속된 모든 학생을 프린드가 가볍게 가지고 놀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턱을 쓰다듬었다.
건강한 체스 환경을 위해 많은 사람을 가입시켰지만, 지금의 프린드는 단순히 많은 사람을 영입하는 거로는 해결이 안 됐다.
너무 압도적이라.
프린드 같은 경우는 무작정 많은 사람을 데려오는 게 아니라 한 명의 특출난 사람을 영입해 매칭을 시켜줘야 했는데, 과연 저 체스 괴물을 감당할 학생이 있을지 의문이었다.
어쩔 수 없나.
나는 프린드의 맞은편에 앉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내가 직접 상대해주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것보다 먼저 누군가 프린드의 맞은편에 앉았다.
순금을 짜아낸 금발과, 황혼색 눈동자.
카이렌 에테르노였다.
카이렌이 말했다.
“내가 상대해도 되나?”
“…좋으실 대로.”
프린드는 잠깐 멈칫했지만, 이내 태연히 기물을 세팅했다.
아무래도 상대가 황자다 보니 마음에 걸리는 듯했는데, 프린드는 매지션 앞의 병사를 두 칸 앞으로 옮겼다.
매지션 게임?
매우 정석적인 오프닝이었지만, 매지션이라는 장단점이 뚜렷한 기물을 중점으로 게임을 운영하기에 잘 먹히는 상황이 정해져 있었는데….
나는 시선을 카이렌 쪽으로 이동시켰다. 그러자 카이렌이 가장 끝의 병사를 두 칸 앞으로 옮겼다.
로얄 겜빗.
포도 축제 때부터 생각했지만 저 오프닝을 참 좋아한다.
이러면 상성 상 프린드가 유리했다.
먼저 오프닝을 전개했음에도 상성에서 우위를 가져가다니. 선수의 장점과 후수의 장점을 둘 다 챙긴 프린드였다.
나야 카이렌과 체스를 해봤기에 그의 플레이 스타일을 알지만, 프린드는 어떻게 매지션 게임을 할 생각을 했을까.
그냥 마법사를 좋아하나?
나도 마법사를 좋아하는데.
이거 동질감이 드네.
카이렌과 프린드의 경기는 약속된 합을 겨루는 것처럼 진행됐다.
성벽을 쌓으려는 카이렌과, 강력한 포대를 완성해 성벽을 부수려는 프린드.
치열한 수싸움이 이어졌고, 결과는 어찌 보면 뻔하게 났다.
상성대로 마법사가 강력한 타이밍에 프린드가 카이렌을 밀어붙인 것이다.
“체크메이트입니다.”
고저 없는 목소리로 프린드가 카이렌의 왕을 넘어트린다. 그 깔끔한 일격에 나는 속으로 박수를 쳤다.
이거 움찔하길래 봐줄 줄 알았더니, 황자고 뭐고 신경도 안 쓰고 박살 낸다.
카이렌은 손가락으로 탁자를 톡톡 쳤다. 상념에 잠긴 게, 조금 전 대국을 복기하는 모양이었다.
한참을 그러던 카이렌이 살짝 밝아진 톤으로 말을 꺼냈다.
“굉장한 실력이군.”
“황자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종종 두지.”
카이렌의 마음속에서 프린드의 호감도가 살짝이나마 오른 게 느껴졌다.
체스를 잘 두면 일단 좋아하는 거야?
너한테 체스는 대체 뭐니 카이렌아. 심히 궁금해지는구나.
그나저나.
카이렌으로도 프린드를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프린드의 기풍이 워낙 단단해서 티가 안 나는 거지, 프린드와 카이렌 사이엔 보이는 것 이상으로 어마어마한 차이가 존재했다.
내가 카이렌 체스 허접이라고 했지.
이런이런.
나는 목을 좌우로 흔들어 뭉친 근육을 풀었다. 뚜둑.
“드디어 제가 나설 차례인가 보군요.”
“루이나 님. 솔직히 말해. 연승으로 어깨가 올라간 건방진 학생을 교육하고 싶다고.”
“저는 자라나는 새싹을 짓밟으며 희열을 느끼는 고인물이 아니에요.”
나는 금화에 미친 서큐버스를 흘겨봤다.
언제 온 거야.
크리스가 웃으며 설명했다.
“고객 반응을 봐야지. 그래서 어때? 루이나풍의 아르카나 체스는?”
“솔직히 말하면 당황하는 사람이 더 많긴 해요. 학생들이 저를 미친 나르시시스트로 오해 중이라 곤란하기도 하고요.”
“긍정적이야.”
“크리스 님의 뇌가 긍정적인 거겠죠.”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때였다.
뎅―! 거대한 종소리가 들렸다.
모든 특별 활동을 종료하라는 신호에, 나는 아쉬움을 느끼며 모두에게 소리쳤다.
“다음에 오실 때는 더욱 체스 고수가 되셔야 해요! 이만 해산!”
그렇게 모두를 돌려보낸 나는 크리스에게 다가갔다.
기왕 온 거 오랜만에 같이 목욕이나 하자고 할 생각이었는데, 그런 내게 크리스가 물었다.
“루이나 님. 저분 있잖아.”
“누구요. 프린드 님이요?”
“응.”
“프린드 님이 왜요?”
“저 사람. 왜 날 보고 놀라지? 나 뭐 잘못했나?”
나는 크리스가 꺼낸 질문에 멈칫했다.
“놀랐다고요?”
“응.”
“착각 아니에요?”
“나랑 눈을 마주치자마자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니까? 이게 착각일 리 없잖아.”
그런가?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저 멀리에서 프린드가 터벅터벅 기숙사로 돌아간다.
흐으음.
나는 잠깐 고민한 후, 매우 합리적인 결론을 내놓았다.
“아마도 요리 주머니 탓이 아닐까요?”
“루이나 님.”
“네.”
“목욕이나 가자.”
“안 그래도 그 말 할 생각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