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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프린드는 딱히 평민들을 중심으로 특별 활동을 만들지 않았다.
물론 평민이 인원에 포함돼 있긴 했지만, 귀족 2명에 평민 3명이면 사실상 잡탕이라고 보는 게 맞았다.
거기에 방금 봐서 알겠지만 인원도 소수였다.
나는 또 마법학교에 존재하는 모든 평민을 긁어모으기라도 할 줄 알았는데, 이래선 인맥 관리용 특별 활동일 뿐이었다.
이건 예상외였다.
왜냐하면 마법학교에서 평민들이 공식적으로 모일 기회가 흔한 게 아니라. 이 기회를 살릴 줄 알았거든.
결국 이 세계는 신분제 사회였다.
아무리 마법학교가 초대 황제의 유지를 받들어 모든 학생이 평등하다는 교칙을 가졌다지만, 학교에서 평생 살 것도 아니지 않나?
밖에 나갔을 때를 생각하면 평민들은 어깨를 내리고 사는 게 현명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마법학교에서 평민들은 강의 시간을 제외하면 잘 보이지 않았다.
근데 그거랑 프린드가 평민들을 모으는 거랑 무슨 상관이냐고 물으면, 사람마다 풍기는 느낌이라는 게 있지 않나?
내가 파악한 프린드는 무언가 장대한 계획을 꾸미는 유형의 사람이었는데, 정작 행보는 그러지 않아서 의아했다.
뭐, 프린드랑 만난 지 얼마 안 됐으니까. 잘못 파악하는 게 당연하긴 했다.
게다가 평민의 구심점이 된다고 어디다 써먹나.
이게 맞아.
나는 학교에서 배정해 준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방 안에는 용 보드게임 판이 쌓여 있었는데, 그 광경에 나는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무릇 학생이라면 방구석에 틀어박혀 체스를 해야지.
이제야 세상이 올바르게 돌아가는구만.
“루이나 님. 마음에 들어?”
“마음에 드네요.”
내 대답에 크리스가 주판을 튕겼다.
금화와 관련되면 그 어떤 복잡한 계산도 0.1초 만에 하는 크리스다. 따라서 크리스는 주판이 필요 없었지만, 사람이 반드시 물건을 써먹기 위해서만 쓰지는 않았다. 세상엔 장식용이라는 개념이 존재했으니까.
거기에 크리스가 저렇게 티 나게 주판을 튕기는 데엔 다 이유가 있었다.
내가 말했다.
“크리스 님. 협찬 고마워요.”
“루이나 님. 우리 사이에 무슨 감사 인사야. 루이나 님의 돈이 곧 내 돈이고 내 돈이 곧 루이나 님의 돈이지.”
“그건 아니에요.”
내가 크리스보다 재산이 몇 배는 많을 텐데, 어디서 합치려고 들어.
이거 눈 뜨고 코 베어갈 사람이네.
조심해야겠다.
그나저나.
나는 크리스의 요리 주머니를 빤히 응시했다. 요즘 요리할 기회가 없어서 활약을 못 했음에도 그 어느 때보다 위풍당당한 기세를 자랑했다.
내 시선에 크리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래 루이나 님. 혹시 루이나 님에게 없는 걸 얻고 싶어진 거야?”
“혹시 남장은 그만뒀나요?”
언젠가부터 크리스는 목소리 변조용 약초도 안 먹었고, 압박 붕대도 안 했다.
크리스의 남장은 해피 중세랜드 사람들이 ‘여자가 돈 계산을 어떻게 해’라는 마인드를 가진 탓에 시작된 것이다.
따라서 남장 해제는 상업적으로 성공해 그 누구도 무시 못 하는 상태가 된 후에 할 줄 알았는데, 벌써 그만두다니.
혹시 드디어 깨달은 건가?
“그렇군요. 크리스 님의 최대 무기는 요리 주머니라는 걸 알아채셨군요.”
“무슨 소리야 루이나 님. 내 최대 무기는 냉철한 판단력이야.”
“너무 냉철해서 플로라 님의 온천수를 죄다 가져다 팔긴 했어요.”
“그거 내 눈물 버튼이야…. 잉잉.”
근데 이게 아니면 왜 남장을 그만둔 거지?
이해가 안 가 내가 눈을 가늘게 뜨자, 크리스가 천천히 설명을 시작했다.
“루이나 님. 상인의 기본자세는 빠른 태세 전환이야. 상황에 맞게 대처해야지, 본래의 계획에 집착하면 안 돼.”
“무슨 상황이 됐길래 남장을 푼 건가요.”
“나 이제 그거잖아? 루이나 님 관련 조각상으로 세상을 지배할 예정이잖아?”
“헛소리투성이긴 한데 일단 넘어갈게요. 그래서요?”
“조각상 모델에게 남자가 붙으면 수익이 떨어지잖아? 그래서 바로 풀었어.”
“진짜 그게 무슨 헛소리인가요.”
내가 살면서 당황한 적이 몇 번 없는데, 그 몇 번 없는 순간에 지금 상황이 포함됐다.
이것으로 크리스는 켈튼, 원장 수녀님, 라이젤의 옆에 당당히 우뚝 서고야 말았다.
대단하다 대단해.
“내 남장이 중요한 건 아니잖아? 그런 걸 누가 신경 쓴다고.”
“맞긴 해요.”
“그거 말고 내가 협찬해 준 보드게임판이나 확인해 줘.”
시키는 대로 나는 크리스가 협찬한 보드게임판을 하나하나 확인했다.
우선 게임판은 재료가 좋았다. 좋은 나무로 만들었다. 내가 또 목원소 적성 보유자 아닌가. 이런 건 정확히 봤다.
“비싸겠네요.”
“이왕 만드는 거 제대로 만들어야지.”
맞는 말이었다. 뭐든 한 번 할 때 제대로 하는 게 중요했다.
게임판을 구경하니 저절로 기물들의 상태가 궁금해졌다.
기물이 진화한다는 특징을 가진 다. 당연히 기물의 퀄리티를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
자, 크리스가 준비한 의 기물을 확인….
…….
……?
“왜 그래 루이나 님?”
“크리스 님.”
“응.”
“혹시 아르카나 체스가 뭔지 모르시나요?”
“아는데?”
“그럼 이건 뭔가요.”
나는 보드게임판에 자리 잡은 기묘한 기물들을 손으로 콕콕 두들겼다.
병사가 있어야 할 자리에 익숙한 나무 병사가 자리 잡았다.
사실 거기까진 괜찮았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왜 기사의 얼굴이 저인가요.”
“무기도 잘 봐. 청야야. 고증 잘했지?”
“마법사는 어떻고요.”
“등불 잘 봐. 고증 잘했지?”
“암살자는….”
아니, 따지다가는 하루가 지나겠다.
크리스가 싱글벙글 웃으며 기물을 집었다.
“자, 이 기사 루이나 님을 진화시키면.”
크리스가 기물을 만지작댄다.
직후 기사가 피닉스에 탑승하고, 크리스가 당당히 어깨를 폈다.
“피닉스 기사가 탄생해. 멋있지?”
“당장 집어치우세요.”
“왜! 멋있잖아!”
“멋있긴 한데, 이런 걸로는 돈이 안 벌리니 집어치우라고요.”
가 뭔가. 신사의 유흥 아닌가?
그들이 이런 형태의 기물들을 좋아할 거 같지는 않았다.
허나 내 지적에 크리스는 손가락을 까딱였다.
“루이나 님은 하나는 알고 둘은 몰라.”
“뭔가요.”
“이런 건 누군가 유행을 시키면 다 따라 하게 돼 있어.”
“누가 유행을 시키는데요.”
“그건.”
“그건요?”
크리스는 잠깐 뜸을 들였다가, 말을 이었다.
“마법학교 학생들이 해주지 않을까?”
“잘 알았어요. 그러니 추가 투자금은 없는 걸로 할게요.”
“그럴 수가.”
나는 크리스를 밖으로 쫓아내고 게임판을 세팅했다.
이게 상업적 가치가 없을 뿐이지 잘 만든 건 맞으니까. 특별 활동 자체는 문제없이 할 수 있을 거였다.
“강사님.”
“오셨군요.”
마침 프린드도 왔다.
프린드의 뒤에는 그의 일행이 있었는데, 나는 그들을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시작할까요?”
“좋습니다.”
아르카나 체스 연구회.
활동 개시!
모두가 적당한 곳에 앉아 기물을 만지작거렸다.
나는 그들의 앞에 서서 질문을 했다.
“혹시 아르카나 체스 경험자가 있으신가요?”
“제가 조금 해봤습니다.”
“저도.”
“저도요.”
유경험자는 프린드와 귀족 2명이 끝이었다. 나머지 평민 2명은 아예 해보지도 않은 모양이었는데, 그럴 만했다. 이런 유희를 즐기기엔 해피 중세랜드 평민의 삶이 워낙 팍팍해서.
나는 우선 유경험자끼리 자유롭게 게임을 하도록 시킨 후, 평민 학생들을 집중적으로 교육했다.
마법학교는 철저히 실력만 보는 곳이었다. 입학하기 위해선 어려운 시험에 통과해야 됐고, 때문에 우선 입학했다면 그건 이 세계에서 알아주는 재원이라는 뜻이었다.
즉 하나를 알려주면 그 하나를 확실히 알았다.
그렇게 금방 규칙을 외운 평민 학생들에게 기본 오프닝을 설명해 주고 있으니, 옆에서 두런두런 이야기 소리가 들렸다.
“프린드. 너 너무 잘하는 거 아니야?”
“그러네. 프린드 너 아르카나 체스는 언제 이렇게 많이 했어?”
“많이 하긴. 얼마 안 했어.”
“이게 얼마 안 한 거라고?”
“용병이 아르카나 체스를 할 시간이 어딨어.”
“그것도 그런가.”
귀족 영식, 영애와 대화를 마친 프린드는 기물을 정리하며 입술을 달싹였다.
“그냥 너네가 못해서 그래.”
“해보자는 거지?”
프린드의 도발에 적발의 귀족 영식이 승부욕을 불태웠다.
나는 적발의 귀족 영식…이름이 아스란 벨베이트였나.
하여간 아스란과 체스를 시작하는 프린드의 모습에 팔짱을 꼈다.
내 개인적인 지론인데, 게임은 무조건 이겨야 재밌었다.
하지만 별개로 게임을 굳이 잘하지 않아도 즐기는 데엔 충분했다. 실력이 맞는 사람끼리 매칭을 하면 됐으니까.
그리고 그 지론에 따르면 지금 ‘아르카나 체스 연구회’는 건강하지 못한 상태였다.
사람이 적은 탓이었는데, 사람이 적으면 문제가 뭐냐.
실력이 맞지 않는 사람끼리 강제로 게임을 해야만 했다.
안 돼.
이러면 내 체스 새싹이 다 밟혀 죽어버려.
나는 유입이 없어 고인물들끼리만 아르카나 체스를 하는 미래를 엿봤다가, 힘차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사님? 무슨 일인가요?”
“자습하고 계세요. 저는 연구회에 생긴 골칫거리를 해결하고 올게요.”
나는 성큼성큼 밖으로 나갔다.
지금 연구회에 생긴 문제는 굉장히 심각했지만, 그래도 해결하는 건 쉬웠다.
인원수만 보충하면 끝이었으니까.
누굴 데려오냐고?
그거야 아르카나 체스를 할 법한 사람이지.
“카이렌 님. 혹시―.”
“가입하겠습니다.”
좋아.
한 명 획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