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es
rupy1014 f66fe445bf Initial commit: Novel Agent setup
-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387 lines
14 KiB
Markdown

“이건, 악신의 교단 측의 검이 맞습니다.”
벤트의 심장에 꽂혀있던 검은 악신의 교단 측 물건이 맞았다.
레온은 검이 내뿜는 진득한 악신의 신성력에 미간을 찌푸렸다.
“여태까지 이걸 못 느꼈다는 게 믿기지 않군요. 대체 무슨 수로 이런 신성력을 감춘 걸까요?”
레온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창세교의 가장 큰 무기 중 하나가 바로 악신의 교단을 구별하는 거였다.
태생부터가 동전의 양면인 창세신과 윤회신은 그의 신자들 또한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를 알아봤다.
다만 대놓고 활동하는 창세교와 윤회교가 알아보든 말든 큰 관계가 없었지만, 은밀히 활동하는 윤회교는 창세교의 감지 능력이 거슬릴 수밖에 없었는데, 이걸 방지할 기술이 나왔다니 신경 쓰이는 것이었다.
“괜찮지 않을까요.”
“어째서죠.”
“저게 악신의 교단측 기술이었으면, 리퍼 님과 워커 님이 벤트 님과 싸웠을 리 없잖아요.”
간단한 논리였다.
악신의 교단도 사건에 휘말린 입장인 이상, 저 은신 능력도 악신의 교단의 기술이 아니었다.
나는 악신의 성검을 들고, 손가락으로 검면을 튕겼다.
검을 들고 있으니 마음이 점점 차분해졌다. 분노가 빨려 들어가는 것이다.
이 성검과 계속 접촉하면 아마 분노가 깨끗이 사라져 명경지수의 상태에 이르지 않을까.
강제로 도달한 경지인 만큼 부작용이야 있겠지만.
나는 악신의 성검을 에 수납하며 말했다.
“역시 이 악신의 검에는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능력은 없네요.”
“이상하군요.”
“네. 이상해요.”
나는 조금 전 싸웠던 벤트의 상태를 떠올렸다.
사람의 말을 못 알아듣고, 몸이 무슨 변형 몬스터처럼 이리저리 변하고, 심지어 갑자기 딴사람이 된 것처럼 중얼거렸다.
누가 봐도 무언가에게 조종당한 상태였는데, 정작 악신의 성검엔 그런 기능이 없는 거다.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레온이 턱을 쓰다듬었다.
“인정하긴 싫지만, 이번 일은 악신의 교단과 무관계한 듯합니다.”
“범인으로 의심되는 사람이 있긴 해요.”
뭐, 사람이 맞는지부터가 의심됐지만, 지금은 이거 말곤 단서가 없었다.
나는 를 열어 안에 수납됐던 녀석을 꺼냈다.
“사, 살려주세요.”
아무것도 없는 어두운 공간에 갇혀 있다 빛이 보이는 곳에 나와서 그런가. 벤트가 다급히 목소리를 냈다.
그 정상적인 모습에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누가 보면 진짜인 줄 알겠네.
“루이나 님. 벤트 님이 정상으로 돌아온 겁니까?”
봐라. 속는 사람이 나왔잖아.
나는 차분히 설명했다.
“5분 전까지만 해도 미로에서 탈출하려고 사방에 빔을 쐈어요.”
“연기 중이군요.”
레온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악에게 차가운 남자. 그것이 레온이었다.
나는 등불을 흔들어 불꽃을 피워냈다.
“속이려 해봤자 소용없어요. 미로는 온전한 제 소유물이니까요.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도 다 안답니다?”
“잠, 잠깐만요.”
구구궁. 나무 거인이 뒤에 소환된다.
끼에엑! 옆에서 피닉스가 울부짖는다.
나는 나무 병사를 사방에 소환해 벤트가 도망가지 못하게 막은 후, 계속해서 압박했다.
“누군지 밝히세요. 안 그러면 좋은 꼴을 못 볼 거예요.”
“정말, 정말 아무것도 몰라요.”
“이거 독한 분한테 걸렸네요. 레온 님?”
레온의 손에 들린 성검에 빛이 모인다.
당장 머리가 땅에 떨어지기 싫으면 똑바로 말하라는 협박이었는데, 직후 벤트가 눈물을 줄줄 흘렸다.
“제가 왜 그랬는지, 저도 모르겠단 말입니다….”
콧물이 줄줄 나오는 벤트에 나는 당황했다.
눈물과 콧물이 동시에 나오면 무조건 진심인데.
저게 연기면 벤트는 해피 중세랜드 최고의 남배우였다.
독한 건 상대가 아니라 우리였구나.
실수 실수.
“지금 저건 벤트 님이 맞는 거 같은데요?”
“그렇다는 건.”
“정상으로 돌아온 건 아니고, 정신을 조종하던 무언가가 잠깐 안으로 숨었나 봐요.”
나는 팔짱을 꼈다.
벤트를 조종하던 기생 생명체인지 정신 생명체인지 모를 놈이 아직 살아있는 건 분명했다.
그건 즉 벤트를 철저히 관리하거나 기생 생명체를 죽여야 된다는 뜻이었는데, 이 기생 생명체를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이 뭐냐.
보통은, 숙주를 없애는 거였다.
흐으음.
“벤트 님. 너무 죄송해요. 이거 말고는 방법이 안 떠오르네요?”
“네? 잠깐―.”
등불 안에 불꽃이 응축된다. 예전엔 시간이 많이 필요한 마법이었지만, 4위계가 돼 원소 제어력이 오른 지금은 거의 예전의 반 정도의 시간 만에 마법이 완성됐다.
“잠깐, 제 얘기를 들어―.”
번쩍. 극한으로 응축된 불꽃이 밝게 빛나고, 곧 붉은 기둥이 세상을 꿰뚫었다.
그리고 벤트의 몸이 퍼렇게 변하며, 등에서 솟아난 촉수 다발이 앞을 막았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반사적으로 방어 태세를 취한 건데, 벤트가, 아니.
정체 모를 ‘무언가’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초압축 불꽃이 녀석의 주위에 설치된 에 빨려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나는 ‘무언가’에게 다가가며 말을 걸었다.
“정체를 밝히세요.”
[끈질기군.]
녀석이 입술을 핥는다. 지금 상황이 어지간히 마음에 안 드는 듯했다.
“악신의 사제랑 관련됐나요?”
[그럴지도 모르지.]
악신의 사제가 이번 일과 관련이 없다는 건 이미 알았지만, 상대의 반응을 보기 위해 질문했다.
그런 식으로 나온다 이거지.
나는 현재 머릿속에 떠오르는 범인 후보를 하나하나 언급했다.
“마족인가요?”
[마왕은 위대한 존재지. 안 그런가?]
“아니면 단순 신종 몬스터?”
[지성을 가진 몬스터도 많지.]
“그것도 아니면.”
나는 고개를 기울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외신과 관련됐나요?”
[외신이라. 너무 옛 존재 아닌가?]
“외신이네요.”
[그럴 수도 있지.]
“레온 님! 여기 외신의 종자가 숨어 들어 왔어요. 이걸 어쩌죠?”
[잠깐, 확신하는 이유가 뭐지?]
“하필 외신이네요. 골치 아프게 됐어요.”
외신. 그걸 설명하기 위해선 초대 황제의 얘기를 또 꺼내야 했다.
먼 옛날, 이형의 괴물들이 군림하던 시대가 있었다.
인류는 폭력의 노예가 됐으며, 짓누르는 하늘에 고개를 조아렸다.
그런 세상에 한 남자가 의문을 품었다.
신들이 뛰노는, 인간이 숨죽이고 눈치를 보는, 이 세상이 과연 올바른지 고민했다.
그래서 남자는 마법을 하나 만들었다.
그리고.
검 한 자루로, 신화의 시대를 끝내버렸다.
이 초대 황제의 얘기는 하도 떠들어서 다 알겠지만, 별개로 저 얘기를 듣다 보면 한 가지 의문에 사로잡힌다.
‘아니, 이 세계에는 창세신도 있고 윤회신도 있고 등불의 신이니 술의 신이니 종류별로 신이 많은데, 얘네는 뭐야. 신을 쫓아냈다기엔 너무 잘 지내는데?’라는 의문이다.
혹시 쫓아냈다는 게 신을 천상으로 쫓아냈다는 의미냐고 물으면, 당연히 아니라고 답하겠다.
초대 황제는 이 세계에 신이 다시는 간섭하지 못하도록 만들어버렸다.
세계에서 아예 추방시킨 것이다.
그럼 신을 추방했음에도 왜 신이 그대로 세계에 영향을 끼치냐는 모순이 발생하지만, 이건 모순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초대 황제가 추방시킨 신은 그냥 신이 아니었으니까.
외신.
그래.
애초에 이 세계의 신이 아닌 존재를 추방한 거였다.
괜히 소망의 화신체랑 나태의 사도가 손잡고 초대 황제와 위대한 여정을 떠난 게 아니었다.
아무리 옆집에 사는 동네 사람을 죽이고 싶어도, 외계인이 침략하면 우선 힘을 합쳐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거였다.
나는 한숨을 쉬었다.
“악신의 교단의 짓인 것처럼 꾸미기 위해 악신의 성검을 훔치고, 거기에 자신들의 힘을 덧씌웠죠? 목적은 뭔가요. 다시 이 세계를 침략할 발판을 만드는 것?”
[재미있는 추측이군.]
“왜 악신의 신성력을 감췄는지가 의문이네요. 이런 식으로 분탕을 치려면 악신의 신성력을 드러내는 게 더 좋지 않나요?”
[내 말이 그 말이다. 추측에 구멍이 나 있지 않나?]
“그거야 당연히 지금은 숨길 생각이었으니 그러죠. 원래는 조금 더 시간을 들여 작업을 칠 생각이었기에 악신의 신성력을 감춰놓은 건데, 변수가 발생해 일이 틀어진 거예요.”
[혼자 잘 떠드는구나. 나는 외신과 관련됐다고 한 마디도 하지 않았거늘.]
놈들에게 발생한 변수. 그건 간단했다.
우리 친오빠가 세상에 퍼트린, 내게 보낸 선물.
마법이었다.
나는 심상에 자리 잡은 신입을 살폈다.
녀석은 기가 죽은 상태로 내 심상을 돌아다녔는데, 그걸 저울과 나무가 불쌍하게 내려다본다.
탐 원소가 이래서 문제다.
데려온 마법이 전부 기가 죽어 키가 안 큰다.
하여간.
그래서 이번 사건을 뒤튼 범인의 이름이 뭐냐.
.
참, 변수가 되기에 알맞은 이름이었다.
“진화 때문에 본래 설치해 놓은 분탕용 장치들이 예상외의 성능을 내기 시작한 거예요. 주변 몬스터를 감염시켜 강화하는 게 대표적인 예죠. 그래서 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점검을 오지 않았나요?”
바젯과 대치했던 수상한 녀석들이 외신을 숭배하는 집단이라면 모든 의문이 풀린다.
아니면 어쩔 거냐고?
역으로 내가 맞다고 하면 뭘 어쩔 건데.
범인은 외신. 당신이야!
[…….]
녀석이 입을 다문다. 할 말이 없는 모양이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악신의 교단만으로도 피곤한데, 외신까지 끼어들다니.
이 세계에 꿀이라도 발라놨나. 왜 이리 자꾸 침을 묻히는지 모르겠다.
벌꿀주가 맛있긴 해.
벌꿀주는 어쩔 수 없지.
나는 악신의 성검을 내밀며 부탁했다.
“정체가 밝혀졌으니 벤트 님을 풀어주세요. 불쌍한 청년이에요.”
[끌끌.]
녀석이 웃는다.
갑자기 왜 저래.
이해가 안 가 내가 눈을 깜빡이자, 녀석이 말을 이었다.
[이미 녀석은 우리의 그릇으로 변했다. 인간이 아니야. 내가 빠져나간다 해도 원래대로 돌아가지 못해.]
“알아요.”
[안다고?]
그럼 사람이 촉수 괴물로 변했는데, 멀쩡하다고 생각하겠냐고.
나는 조곤조곤 말을 뱉었다.
“그냥, 거기서 나오라고요.”
[이해를 못 한 거 같은데, 내가 나온다고 해서 이 녀석이 돌아올 일은―.]
“그건, 당신이 상관할 바가 아니에요.”
자꾸 왜 다른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벤트 님이 외계인이 됐던, 괴물이 됐던, 천사가 됐건, 악마가 됐건, 그거랑 그곳에 당신이 머무는 게 무슨 상관인가요. 나오세요.”
[내가 나와봤자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걸 이해하지 못하겠나?]
“그거랑 상관이 없다니까요. 그리고 의미가 왜 없나요.”
당장은 벤트를 어떻게 해주지 못한다. 내게는 그런 능력이 없었다.
하지만 나중은 다르다.
나는 무한한 시간 동안 마법을 좇을 거고, 무한한 시간 속에서 불가능한 건 없으니까.
“그러니 당장 나오세요.”
[내가 왜 그래야지?]
왜 그래야 하긴.
“검은 수납하기 편하고, 인간은 수납하기 어려우니까요.”
[…….]
내가 뱉은 말의 뜻을 정확히 이해했는지, 녀석은 잠시 뜸을 들이고는 벤트의 몸속에서 빠져나왔다.
상황 판단이 빠르다.
자꾸 버티면 벤트에게 속으로 양해를 구하고, 일단 녀석과 같이 세상에서 없애버린 후 나중에 벤트만 부활시킬 생각이었는데.
나는 꿈틀거리는, 정신 살덩어리? 촉수?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녀석을 검에 가둔 후 벤트와 눈을 마주쳤다.
벤트의 몸이 변한다. 파란색이었다가, 살색으로.
“저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거죠?”
상황을 파악한 걸까. 벤트가 두려움에 입술을 달싹인다.
어떻게 되는 거라.
“그건 저도 모르죠.”
외신의 하수인이야 몸에서 빼냈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벤트의 몸은 정상이 아니었다.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몰랐다.
벤트의 눈에 눈물방울이 맺힌다. 자신의 처지가 서러운 듯했는데, 말했듯 당장은 내가 해결하기 힘든 문제였다.
“그래도 교국에 보내드릴게요. 거기라면 일단 목숨은 부지하지 않을까요?”
“……감사, 감사합니다. …저기.”
“여동생도 같이 보내드릴게요. 자세한 건 팔라딘인 레온 님에게 문의하세요.”
“…! 알겠습니다.”
모든 사건을 마무리한 뒤, 나는 외신의 하수인이 깃든 악신의 검을 손가락으로 툭툭 두들겼다.
외신이라….
흠.
살짝만 연구해 볼까.
별건 아니고, 얘네도 마법이 있을 수 있잖아.
진짜 딱 맛만 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