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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361 li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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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벤트와의 거리를 유지하며 레온에게 물었다.
“저건 악신의 사제들이 벌인 짓인가요?”
“놈들의 말에 의하면 저게 그들의 성검은 맞는 듯합니다. 하지만….”
“무언가 이상한 모양이네요.”
“악신의 신성력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거기에 놈들은 저것과 싸우기까지 했으니, 악신의 교단이 벌인 짓은 아닐 확률이 높습니다.”
대체 뭘까.
돌이켜보면 이번 일은 의문투성이었다.
확실한 게 하나도 없었다.
그나마 저 성검인지 마검인지 모를 무기에 라이젤에게서 탈출한 수많은 마법 중 하나가 깃든 건 알겠지만, 그거 말고는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았다.
나는 문득 어제 만났던 이상한 인간들을 떠올렸다.
바젯을 막아섰던, 흔해 빠진 로브를 입었던 녀석들.
혹시 그 녀석들이 이번 일에 연관된 게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그놈들은 무엇이며, 대체 무슨 짓을 저질렀기에 순박한 시골 청년이 분노에 미친 살덩어리가 됐는가.
미스터리였다.
나는 천천히 벤트에게 말을 걸었다.
“벤트 님? 혹시 대화가 통하는 상태인가요?”
[잘못된 모든 걸! 바로 잡겠다!]
“글렀네요.”
대화라는 건 이성을 가진 상대에게만 통하는 방법이었다.
저렇게 제정신이 아니어서야. 그 어떤 말도 벽에 대고 외치는 헛소리일 뿐이었다.
“크리스 님. 물러나세요.”
“내가 안전거리 확보는 잘해.”
나는 크리스를 대피시키며 마법을 준비했다.
찰박. 질척한 무언가를 밟는 소리가 들리고, 이어서 벤트의 발밑에 검은색 웅덩이가 생겼다.
암속성 원소로 이루어진 웅덩이가 벤트를 끌어당긴다.
벤트가 비명을 지른다. 그 인간의 성대가 아닌 것에서 튀어나오는 비명에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벤트 저거, 살아있는 건 맞지?
맞겠지.
“레온 님!”
새하얀 빛기둥이 레온에게 꽂히고, 신에게 하사받은 모조 성검이 소환된다.
성검이 번뜩인다. 직후.
새하얀 선이 벤트를 가르고 지나갔다.
철푸덕. 벤트의…뭔지 모르겠지만 옆에 달려 있던 살덩어리가 땅에 떨어진다.
벤트가 몸부림을 치고, 동시에 벤트의 온몸에서 팔이 솟아났다.
아니, 팔이 아니었다. 저건 팔보다는 촉수에 가까웠다.
촉수에 검붉은 빛이 모이고, 이내 모든 빛이 세상을 꿰뚫었다.
나는 로 검은빛을 막아내며 눈을 가늘게 떴다.
회복력이 심상치 않았다.
나는 벤트의 심장 부근에 박힌 검을 슬쩍 살폈다.
저 회복력은 검의 힘일까. 아니면 저기에 깃든 마법의 힘일까.
그것도 아니면, 또 다른 무언가의 힘일까.
확인해 봐야겠다.
나는 조용히 등불을 들었다.
화륵. 불꽃이 피어오르고, 등불에서 시작된 붉은 선이 벤트에게 닿는다.
가벼운 폭발이 일고, 붉은 구름 속에서 벤트는 촉수를 하나로 모았다.
번쩍. 검붉은 빛기둥이 나를 꿰뚫는다. 옆에서 레온이 흠칫 놀라지만, 를 파훼하려면 이 정도의 힘으로는 부족했다.
[으아아아―!]
자신의 공격이 허무하게 막혔다는 걸 깨달은 걸까. 벤트가 분노를 터트린다.
벤트의 몸이 더욱 크게 부푼다.
하나로 뭉쳤던 촉수가 거대한 오른팔이 되고, 이어서 왼쪽에도 팔이 생긴다.
다리가 자라난다. 몸이 커진다.
아예 거인이 돼버린 벤트가 검붉은 안광을 내뿜으며 으르렁댔다.
[우리를 그만 놔줘!]
벤트가 거대한 주먹을 휘두른다.
마법적인 공격이 안 먹히니 물리력으로 전환이라. 미쳐있는 겉모습과는 달리 전투 센스는 멀쩡한 모양이었다.
다만 저건 내가 여동생을 너무 사랑하는 친오빠와 처음 싸울 때 했던 짓이었는데, 알겠지만 의 방어력은 딱히 마법적인 것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콰아아앙! 거대한 소음이 울려 퍼진다. 허나 세상은 고요했다. 마치 게임에서 상호작용이 불가능한 오브젝트를 건드린 것처럼, 나는 미동조차 하지 않고 벤트를 올려다봤다.
벤트의 검붉은 안광이 흔들린다. 를 처음 겪으면 누구나 저런 표정을 짓는다. 나도 그랬었다.
직접 상대해보면 진짜 이것만큼 이질적인 마법도 드물었다.
공격이 먹히는 건지 안 먹히는 건지 구별이 하나도 안 됐으니까.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벤트 님. 들리세요? 도주하는 건 딱히 나쁜 판단은 아니었지만, 역시 그 몸이면 도주하기 힘들지 않을까요? 그 검을 제게 준다고 원래대로 돌아갈지는 저도 모르겠지만, 일단 줘보세요. 그게 아득바득 검을 들고 있는 것보단 훨씬 나을 거예요.”
[우리들에게서 더는 아무것도 빼앗아 가지 마!]
상대가 흔들리는 거 같을 때, 말로 설득해 보기.
실패.
혹시 내 말이 아예 안 들리는 건가?
이건 미치광이의 패턴 중, 세상 모든 게 왜곡되는 조현병류인 게 분명했다.
흠.
뭐, 됐다.
이거면 충분히 시선을 잘 끌었다.
“루이나 님. 데려왔습니다.”
어느새 사라졌던 레온이 누군가를 옆에 끼고 등장했다.
그 겁에 질린 얼굴에 나는 평온한 목소리로 진정시켰다.
“저는 마법학교 라피엘의 강사예요. 리나 님. 당신을 구하러 왔어요.”
“감사…감사합니다….”
리나가 눈물을 줄줄 흘린다.
두렵고 무서운 상황에서 구조자가 등장한 거다. 안심이 되는 게 당연했다.
물론 나는 딱히 리나를 구하러 온 것이 아니었지만,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는가?
괜히 사실대로 말해 패닉에 빠지게 할 바에는, 이런 입바른 말로 안심시키는 게 백배는 나았다.
[리나를 내놔!]
여동생이 역린이라도 됐던 걸까. 벤트가 그 어느 때보다 흉포하게 주먹을 휘둘렀다.
쿠우우웅! 나는 로 벤트의 공격을 흘리며 등불을 열었다.
포식의 불꽃이 날카로운 이빨을 자랑하며 쏘아진다.
벤트를 물어뜯은 포식의 불꽃이 점점 덩치를 키운다. 초회복 괴물을 상대하는 데 이것만큼 좋은 마법도 드물었다.
[으아아아!]
벤트가 몸을 흔들자, 불이 붙었던 살덩어리가 바닥에 떨어진다.
그리고 재생된다.
역시 사람이라 그런가. 언젠가 만났던 포도 사랑꾼 괴물처럼 간단히 당해주진 않았다.
그래도 저거면 재생력은 확실히 증명됐으니까.
나는 안심하며 나무 거인을 소환했다.
“따끔해요.”
콰아아앙! 벤트에게 나무 거인의 주먹이 떨어진다. 주먹에 찌그러졌다가, 원래대로 돌아온 벤트가 분노한다.
[우리가 대체 뭘 했다는 거냐!]
콰아아앙.
[그저 우리는, 평범하―.]
콰아아앙.
[이것조차 우리에겐 사치였다는―.]
쾅. 우리가 바라는 건. 쾅. 이런다고 우리가 포기. 쾅. 더러운 귀족. 쾅. 우리를 가만히.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나무 거인의 주먹이 벤트를 무자비하게 두들긴다.
먼지가 되도록 두들겨 맞은 벤트의 재생 속도가 점점 느려진다.
그 틈을 포착하고 레온이 성검을 들었다.
성검에 빛이 모이고, 그 초필살기라도 쓸 듯한 기세에 나는 기겁하며 소리쳤다.
“죽이면 안 돼요!”
“…루이나 님도 벤트 님의 사정이 안타까운 거군요. 저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적당히 손속을―.”
“죽이면 또 마법이 도망갈 수 있다고요!”
나는 끔찍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기껏 라이젤(여동생을 너무 사랑하는 오빠)을 쓰러트렸는데, 정작 마법은 전부 도망가 버렸던 기억을 말이다.
그 꼴을 또 보는 건 절대 안 됐다.
나는 벤트의 발밑에 암속성 웅덩이를 재차 뿌리고, 주위에 화염 그물을 쳤다.
벤트를 도망가지 못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우리, 는.]
벤트가 중얼거린다.
그때였다.
끼익. 기묘한 소리가 들렸다.
[나는 여기서 죽을 수 없어!]
벤트의 몸이 바뀐다.
무거웠던 살덩어리가 전부 땅에 떨어지고, 벤트의 등 뒤에 날개가 달린다.
어라.
무언가 대처를 하기도 전에, 벤트가 허공으로 솟구쳤다.
안 돼!
순간 차오른 절망감이, 세상을 느리게 만든다.
머리가 고속으로 돌아간다.
마법. 마법을 놓친다.
내 마법을 또 훔쳐 가?
그거 내거야.
아무한테도 못 줘.
이미 벤트는 10m 가까이 날아갔다. 이제와서 마법으로 격추는 무리다.
저걸 따라가기 위한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나도 하늘을 날아야 됐다.
어떻게?
어떻게 날지?
쉴 새 없이 회전하던 머리가, 곧 한 슬롯에 멈춰 선다.
.
사실 생장은 조금 이상한 마법이었다.
어떤 점이 이상하냐.
그건 나무 거인을 보면 알았다.
이런 거대한 거인이 대지를 걸어 다니는 건, 실제로는 말이 안 됐으니까.
반중력 마법이라도 익힌 게 아닌 이상 굉장히 이상한 일이었는데, 놀랍게도 이 세계엔 나무 거인과 비슷한 대형 몬스터가 많았다.
허나 그것에 의문을 품는 사람은 없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그런 생명체’였으니까.
따라서 은 비유하자면, ‘그런 생명체’를 탄생시키는 고유 마법인 것이다.
그러니 이다.
이 아니라.
두근.
심상 속 나무 한 그루가 자라나는 걸 느끼며, 나는 나무줄기를 엮어 한 생명체를 만들어냈다.
온몸에 불꽃을 두른, 신성한 짐승.
피닉스를.
녀석의 등 위에 탑승한 나는 지체 없이 벤트를 따라 하늘로 솟구쳤다.
[나를 가만히 놔둬!]
“놔두긴 뭘 놔둬요.”
등불에 불꽃이 압축된다. 염뢰(炎雷)의 밑 단계, 초압축 불꽃 마법이 한계까지 응축되고.
허공을 꿰뚫었다.
온몸이 녹아내리는 벤트. 그러나 추락하지 않는다. 그의 몸은 불타는 와중에도 재생되며 끝없이 하늘을 날았다.
다만 느려졌다.
그리고 느려진 벤트는, 내 피닉스를 떨쳐내지 못했다.
피닉스가 벤트를 앞발로 잡아채고, 어깨를 물어뜯는다.
고통을 호소하며 바둥대는 벤트의 앞에서 나는.
심장에 꽂힌 검을 뽑고, 그대로 탐 원소로 만들어진 단검으로 검을 찍었다.
나는 탐 원소를 통해 흘러들어오는 마법을 음미하다가, 벤트에게 말을 걸었다.
마법도 회수했으니 이제 정신을 차리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었는데.
―그것보다 검에서 이상한 힘이 뿜어지는 게 빨랐다.
어딘가 요상한, 이질적인 힘이 벤트를 집어삼킨다.
벤트가 변화한다.
겉모습이 변한다.
종족이 변한다.
영혼이, 변한다.
동시에.
벤트의 등 뒤에 열린 공간이, 벤트를 탈출시킨다.
벤트는, 아니.
이제 벤트인지조차 헷갈리는 무언가가 속삭였다.
[일이 단단히 꼬였어. 우선 사람들 사이에 숨어서 정비를―.]
“어딜 가세요.”
무언가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든다.
녀석의 머리 위에서 모든 걸 지켜보던 나는, 차분히 손을 내밀었다.
“공간 이동으로 도망치는 건, 제가 미로를 얻기 전에 했어야죠.”
내 말에 녀석이 고개를 돌리며 상황을 파악했지만, 이미 늦었다.
녀석을 감싼 의 뚜껑을 닫아버린 나는, 깔끔하게 수납된 무언가를 확인한 후 내면을 관조했다.
심상에 새로운 식구가 들어왔다.
고유 마법 하나 더 얻었네.
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