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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벤트와의 거리를 유지하며 레온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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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건 악신의 사제들이 벌인 짓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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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들의 말에 의하면 저게 그들의 성검은 맞는 듯합니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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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이상한 모양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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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신의 신성력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거기에 놈들은 저것과 싸우기까지 했으니, 악신의 교단이 벌인 짓은 아닐 확률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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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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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이번 일은 의문투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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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한 게 하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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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저 성검인지 마검인지 모를 무기에 라이젤에게서 탈출한 수많은 마법 중 하나가 깃든 건 알겠지만, 그거 말고는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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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문득 어제 만났던 이상한 인간들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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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젯을 막아섰던, 흔해 빠진 로브를 입었던 녀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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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그 녀석들이 이번 일에 연관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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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그렇다면 그놈들은 무엇이며, 대체 무슨 짓을 저질렀기에 순박한 시골 청년이 분노에 미친 살덩어리가 됐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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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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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천천히 벤트에게 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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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트 님? 혹시 대화가 통하는 상태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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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모든 걸! 바로 잡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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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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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라는 건 이성을 가진 상대에게만 통하는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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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제정신이 아니어서야. 그 어떤 말도 벽에 대고 외치는 헛소리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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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님. 물러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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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안전거리 확보는 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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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크리스를 대피시키며 마법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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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박. 질척한 무언가를 밟는 소리가 들리고, 이어서 벤트의 발밑에 검은색 웅덩이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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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속성 원소로 이루어진 웅덩이가 벤트를 끌어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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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트가 비명을 지른다. 그 인간의 성대가 아닌 것에서 튀어나오는 비명에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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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트 저거, 살아있는 건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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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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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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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얀 빛기둥이 레온에게 꽂히고, 신에게 하사받은 모조 성검이 소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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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검이 번뜩인다. 직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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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얀 선이 벤트를 가르고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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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푸덕. 벤트의…뭔지 모르겠지만 옆에 달려 있던 살덩어리가 땅에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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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트가 몸부림을 치고, 동시에 벤트의 온몸에서 팔이 솟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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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팔이 아니었다. 저건 팔보다는 촉수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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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수에 검붉은 빛이 모이고, 이내 모든 빛이 세상을 꿰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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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로 검은빛을 막아내며 눈을 가늘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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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력이 심상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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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벤트의 심장 부근에 박힌 검을 슬쩍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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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회복력은 검의 힘일까. 아니면 저기에 깃든 마법의 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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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아니면, 또 다른 무언가의 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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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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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용히 등불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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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륵. 불꽃이 피어오르고, 등불에서 시작된 붉은 선이 벤트에게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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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폭발이 일고, 붉은 구름 속에서 벤트는 촉수를 하나로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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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쩍. 검붉은 빛기둥이 나를 꿰뚫는다. 옆에서 레온이 흠칫 놀라지만, 를 파훼하려면 이 정도의 힘으로는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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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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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공격이 허무하게 막혔다는 걸 깨달은 걸까. 벤트가 분노를 터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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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트의 몸이 더욱 크게 부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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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로 뭉쳤던 촉수가 거대한 오른팔이 되고, 이어서 왼쪽에도 팔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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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가 자라난다. 몸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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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거인이 돼버린 벤트가 검붉은 안광을 내뿜으며 으르렁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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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그만 놔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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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트가 거대한 주먹을 휘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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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적인 공격이 안 먹히니 물리력으로 전환이라. 미쳐있는 겉모습과는 달리 전투 센스는 멀쩡한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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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저건 내가 여동생을 너무 사랑하는 친오빠와 처음 싸울 때 했던 짓이었는데, 알겠지만 의 방어력은 딱히 마법적인 것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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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아앙! 거대한 소음이 울려 퍼진다. 허나 세상은 고요했다. 마치 게임에서 상호작용이 불가능한 오브젝트를 건드린 것처럼, 나는 미동조차 하지 않고 벤트를 올려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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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트의 검붉은 안광이 흔들린다. 를 처음 겪으면 누구나 저런 표정을 짓는다. 나도 그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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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상대해보면 진짜 이것만큼 이질적인 마법도 드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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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이 먹히는 건지 안 먹히는 건지 구별이 하나도 안 됐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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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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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트 님. 들리세요? 도주하는 건 딱히 나쁜 판단은 아니었지만, 역시 그 몸이면 도주하기 힘들지 않을까요? 그 검을 제게 준다고 원래대로 돌아갈지는 저도 모르겠지만, 일단 줘보세요. 그게 아득바득 검을 들고 있는 것보단 훨씬 나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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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에게서 더는 아무것도 빼앗아 가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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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가 흔들리는 거 같을 때, 말로 설득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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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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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내 말이 아예 안 들리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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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미치광이의 패턴 중, 세상 모든 게 왜곡되는 조현병류인 게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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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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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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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면 충분히 시선을 잘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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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 데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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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사라졌던 레온이 누군가를 옆에 끼고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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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겁에 질린 얼굴에 나는 평온한 목소리로 진정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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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마법학교 라피엘의 강사예요. 리나 님. 당신을 구하러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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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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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나가 눈물을 줄줄 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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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렵고 무서운 상황에서 구조자가 등장한 거다. 안심이 되는 게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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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나는 딱히 리나를 구하러 온 것이 아니었지만,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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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사실대로 말해 패닉에 빠지게 할 바에는, 이런 입바른 말로 안심시키는 게 백배는 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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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나를 내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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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동생이 역린이라도 됐던 걸까. 벤트가 그 어느 때보다 흉포하게 주먹을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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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우우웅! 나는 로 벤트의 공격을 흘리며 등불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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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식의 불꽃이 날카로운 이빨을 자랑하며 쏘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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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트를 물어뜯은 포식의 불꽃이 점점 덩치를 키운다. 초회복 괴물을 상대하는 데 이것만큼 좋은 마법도 드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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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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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트가 몸을 흔들자, 불이 붙었던 살덩어리가 바닥에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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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재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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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사람이라 그런가. 언젠가 만났던 포도 사랑꾼 괴물처럼 간단히 당해주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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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저거면 재생력은 확실히 증명됐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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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안심하며 나무 거인을 소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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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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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아앙! 벤트에게 나무 거인의 주먹이 떨어진다. 주먹에 찌그러졌다가, 원래대로 돌아온 벤트가 분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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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대체 뭘 했다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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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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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우리는, 평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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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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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조차 우리에겐 사치였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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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우리가 바라는 건. 쾅. 이런다고 우리가 포기. 쾅. 더러운 귀족. 쾅. 우리를 가만히.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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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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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거인의 주먹이 벤트를 무자비하게 두들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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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가 되도록 두들겨 맞은 벤트의 재생 속도가 점점 느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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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틈을 포착하고 레온이 성검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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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검에 빛이 모이고, 그 초필살기라도 쓸 듯한 기세에 나는 기겁하며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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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면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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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도 벤트 님의 사정이 안타까운 거군요. 저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적당히 손속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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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면 또 마법이 도망갈 수 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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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끔찍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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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 라이젤(여동생을 너무 사랑하는 오빠)을 쓰러트렸는데, 정작 마법은 전부 도망가 버렸던 기억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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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꼴을 또 보는 건 절대 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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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벤트의 발밑에 암속성 웅덩이를 재차 뿌리고, 주위에 화염 그물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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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트를 도망가지 못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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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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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트가 중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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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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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익. 기묘한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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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기서 죽을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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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트의 몸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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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웠던 살덩어리가 전부 땅에 떨어지고, 벤트의 등 뒤에 날개가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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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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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대처를 하기도 전에, 벤트가 허공으로 솟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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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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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차오른 절망감이, 세상을 느리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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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고속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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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마법을 놓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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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법을 또 훔쳐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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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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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한테도 못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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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벤트는 10m 가까이 날아갔다. 이제와서 마법으로 격추는 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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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걸 따라가기 위한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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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하늘을 날아야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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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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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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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 새 없이 회전하던 머리가, 곧 한 슬롯에 멈춰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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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생장은 조금 이상한 마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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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점이 이상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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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나무 거인을 보면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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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거대한 거인이 대지를 걸어 다니는 건, 실제로는 말이 안 됐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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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중력 마법이라도 익힌 게 아닌 이상 굉장히 이상한 일이었는데, 놀랍게도 이 세계엔 나무 거인과 비슷한 대형 몬스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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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그것에 의문을 품는 사람은 없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그런 생명체’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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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은 비유하자면, ‘그런 생명체’를 탄생시키는 고유 마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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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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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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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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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 속 나무 한 그루가 자라나는 걸 느끼며, 나는 나무줄기를 엮어 한 생명체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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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에 불꽃을 두른, 신성한 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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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닉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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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의 등 위에 탑승한 나는 지체 없이 벤트를 따라 하늘로 솟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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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가만히 놔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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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놔두긴 뭘 놔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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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에 불꽃이 압축된다. 염뢰(炎雷)의 밑 단계, 초압축 불꽃 마법이 한계까지 응축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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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을 꿰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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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이 녹아내리는 벤트. 그러나 추락하지 않는다. 그의 몸은 불타는 와중에도 재생되며 끝없이 하늘을 날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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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느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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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느려진 벤트는, 내 피닉스를 떨쳐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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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닉스가 벤트를 앞발로 잡아채고, 어깨를 물어뜯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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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을 호소하며 바둥대는 벤트의 앞에서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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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에 꽂힌 검을 뽑고, 그대로 탐 원소로 만들어진 단검으로 검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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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탐 원소를 통해 흘러들어오는 마법을 음미하다가, 벤트에게 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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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도 회수했으니 이제 정신을 차리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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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보다 검에서 이상한 힘이 뿜어지는 게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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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요상한, 이질적인 힘이 벤트를 집어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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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트가 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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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모습이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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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족이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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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이,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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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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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트의 등 뒤에 열린 공간이, 벤트를 탈출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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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트는,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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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벤트인지조차 헷갈리는 무언가가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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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단단히 꼬였어. 우선 사람들 사이에 숨어서 정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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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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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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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의 머리 위에서 모든 걸 지켜보던 나는, 차분히 손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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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이동으로 도망치는 건, 제가 미로를 얻기 전에 했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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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에 녀석이 고개를 돌리며 상황을 파악했지만, 이미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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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을 감싼 의 뚜껑을 닫아버린 나는, 깔끔하게 수납된 무언가를 확인한 후 내면을 관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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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에 새로운 식구가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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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 마법 하나 더 얻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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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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