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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주 마크가 그의 조카에게 살해당했다. 그것도 사지가 날아간 상태로 심장이 꿰뚫린다는, 끔찍한 상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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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의 조카는 온몸에 검은 선이 새겨진 상태로 마크의 집에서 빠져나왔는데, 그때 그의 손에 검은색 검이 들려 있었다는 게 이웃집의 증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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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 검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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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봐도 마검, 마도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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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금 마도구와 관련된 인물은 하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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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젯을 흘긋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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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바젯이 단호히 말을 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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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건 톨트피어의 마도구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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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확신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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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본 것도 아닌데 어떤 근거로 그런 말을 하나 궁금해 묻자, 바젯이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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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마검 어디에 낭만이 있지? 낭만을 사랑했던 톨트피어가 마지막 생에 준비한 마도구들 중 하나라기엔, 질이 너무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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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트피어 성애자의 열변에 나는 빠르게 설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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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일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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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하나 때문에 광대로 변장하고, 그 변장을 지키기 위해 얻어맞는 것도 참았던 톨트피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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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만든 하늘섬도 그렇고, 던전도 그렇고, 전부 낭만과 연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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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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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톨트피어가 마검을 만든다면 저런 식은 아닐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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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만든다면,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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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편한 길을 선택하도록 유혹하는, 그런 세련된 방식의 마검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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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사람의 정신을 직접적으로 조종하는 마검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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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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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저건 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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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트피어의 마도구가 아니라면, 대체 저건 뭐길래 사람을 미치게 해 숙부를 푹찍 하게 만드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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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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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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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겠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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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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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젯 얘 유능한 거 같으면서 은근히 도움이 안 된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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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하다 애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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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마를 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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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을에서 벌어진 일은 톨트피어의 마도구와 관련되지도 않았고, 심지어 영생과 관련되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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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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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껏 시간을 들여 여기까지 온 게, 헛수고가 됐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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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럴 걸 예상하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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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생을 찾는 게 쉬웠으면 세상 모든 사람이 영원히 살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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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물며 나는 평생 영생을 찾아 헤맸던 고위 마법사를 알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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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라도 평생(평생이라 해봤자 30살도 안 되는 나이긴 하지만) 못 얻은 게 영생이었다. 이걸 내가 간단히 얻으면 플로라가 억울해서 엉엉 울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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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가. 좋아 죽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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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려라 플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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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금방 부활시켜서, 영원히 살게 만들어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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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상념에서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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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젯에게 이제부터 어쩔 거냐고 묻기 위해서였는데, 나는 입을 열려다 말고 눈을 깜빡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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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젯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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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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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가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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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젯이 분주하게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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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젯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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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다음 톨트피어의 마도구를 찾기 위해 떠나야지. 시간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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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요. 저게 톨트피어의 마도구일 수도 있잖아요. 확인 안 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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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그럴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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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대답한 바젯은, 오히려 의아하다는 듯 내게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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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야말로 안 떠나나? 톨트피어의 마도구에도 관심이 없던 녀석이, 마검에 관심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안 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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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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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딱히 마검 자체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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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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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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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점이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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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마검이라기엔, 뭔가 이상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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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네가 이상하다. 뭐가 이상하다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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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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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하려니까 어렵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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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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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마검이 몬스터까지 미치게 만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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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그럴 수 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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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검은! 인격체를 홀리기에 마검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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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으니까 진정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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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철학을 아무도 이해해 주지 않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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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급히 레온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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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플리카 성검을 사용하는 레온이라면, 내 마음을 이해해 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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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 님. 루이나 님이 또 시작했어. 저거 근데 맞는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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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마검은 관련 정보가 워낙 적어서. 그냥 위험하면 마검이라 부르는 풍토도 있는 만큼, 확실하진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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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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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이 마검 알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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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감에 내가 어깨를 내리자, 바젯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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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마검이 아니라고 치자. 근데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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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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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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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검이 아닌데 이런 기괴한 일이 벌어졌다면, 그건 마법 탓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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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간단한 이치를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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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젯 이거 많이 죽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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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한 번 죽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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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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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이 일리가 있었는지 바젯이 팔짱을 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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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생각에 잠겼던 바젯은, 곧 천천히 입을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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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말은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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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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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거랑 별개로 나는 흥미가 안 생기는데? 저게 그 어떤 신비한 마법이든 톨트피어와 관련이 없다면, 내가 나설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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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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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톨트피어에 미친 인간이 톨트피어 외의 것에 관심을 둘 리가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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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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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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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으로 도망쳤던데, 저 혼자 그걸 어떻게 쫓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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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부려 먹고 싶어서 그랬던 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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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젯이 혀를 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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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행동에서 긍정의 신호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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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못 이기는 척 도와주는, 무뚝뚝하지만 착한 사람의 전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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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젯이 입술을 달싹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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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다. 알아서 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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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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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떠나는 바젯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작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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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네요. 분명 방금 그건 도와주는 흐름이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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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도 없는 일을 도와주기엔, 바젯 님이랑 루이나 님이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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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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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거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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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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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 이제 어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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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검 사용자가 된 벤트 님을 찾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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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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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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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선이 레온에게 옮겨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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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은 즉각 반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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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개가 아닙니다. 추적은 못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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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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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은 도움이 안 되고, 크리스도 도움이 안 되고, 숲은 넓고, 답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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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바젯의 도움이 필요했던 건데, 의리 없게 그냥 가버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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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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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차분히 입술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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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알아서 추격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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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그렇게까지 하는 겁니까? 벤트라는 사람의 사정이 딱하긴 했는데, 혹시 그거 때문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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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이 잘 이해가 안 되는지 질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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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질문에 답한 건 내가 아니라 크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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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 님. 그걸 아직도 몰라? 루이나 님은 마법 두 글자면 사람이 정신이 나가버린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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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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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거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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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사람의 정신을 조종하고, 몬스터를 미치게 만드는 마법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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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못 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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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숲으로 진입하며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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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크게 뜨고 확인하세요. 흔적을 샅샅이 뒤지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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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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쏴아아아―. 비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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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빗속에서 벤트는 검에 꿰어진 오우거의 심장을 아그작 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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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 심장을 타고 들어온 새로운 기운이 벤트의 몸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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꽈악. 근육의 밀도가 올라간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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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지직. 몸 안에서 거친 기운이 날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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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상상도 못 하던 힘이었지만, 벤트는 아직도 배가 고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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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 모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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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강한 힘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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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야만, 그래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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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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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가 낀 뇌에 벤트는 미간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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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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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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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자로부터 도망가는 게 중요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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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잡다한 생각은 안전한 곳에 도착하고 난 다음에 해도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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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트는 열매와 고기를 챙겨 근처의 동굴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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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닥. 모닥불이 피어오르고, 벤트는 모닥불 옆에서 조용히 앉아 있는 여자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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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나. 먹을 거 가져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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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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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거 먹어서 기운 차리자. 아직 갈 길이 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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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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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동생, 리나의 부름에 벤트는 고개를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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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트는 리나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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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침묵이 흐르고, 리나가 떨리는 목소리로 벤트를 설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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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미친 짓이야. 당장 돌아가자. 어쩌려고 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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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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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부를 죽이고, 귀족과의 거래를 뒤엎고, 이걸 어떻게 감당하려는 거야. 숙부가 이미 돈을 받았다는 게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안 돼? 차라리 난리를 칠 거면 돈을 받기 전에 하든가. 그것도 아니면 숙부가 돈을 다 쓰기 전에 하든가. 왜, 왜 다 끝난 후에 이러는 거야? 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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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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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트는 상냥하게 리나를 진정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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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가에 하녀로 장기 고용되면 어떻게 되는지 너도 알잖아. 귀족의 애를 임신했다가, 그대로 버려지지. 비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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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알아! 근데 그거랑 이 난리를 치는 게 무슨 상관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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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네가 잘못되는 걸 원하지 않아. 오빠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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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제발. 내 말을 들어줘…. 나도, 나도 귀족가에 팔려 가기 싫어. 하지만 이미 그렇게 할 수밖에 없잖아. 돌이킬 수 없잖아. 그러니 그만 돌아가자?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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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싫어하는 일은, 절대 시키지 않을 거야. 이제 나는 그러지 않아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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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트는 몸을 지배하는 강렬한 힘을 마음껏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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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힘만 있다면 그 무엇도 두렵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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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이건 세상이건 뭐든 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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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도륙 내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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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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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나가 동굴 밖으로 내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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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트는 가볍게 땅을 박차고 리나의 앞을 막고, 리나의 허리를 잡아 들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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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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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나가 벤트를 손으로 두들겼지만, 벤트는 아랑곳하지 않고 리나를 동굴 안으로 데리고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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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리나가 몰라주지만, 안전한 곳에 도착해 마음의 안정을 찾으면 리나도 이해해 줄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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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까진 리나에게 미안해도 살짝 강제로 일을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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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커. 저게 분노의 머저리들이 찾던 검 같은데?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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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예전에 지나가며 본 적이 있는데, 살짝 다르긴 해. 리퍼 네가 보기엔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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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대화에 벤트는 다급히 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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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쏟아진다. 쿠구궁. 번개가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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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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낫을 든 여자와 온몸이 근육으로 된 남자가 벤트를 유심히 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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낫을 든 여자, 리퍼가 입꼬리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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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기에도 살짝 이상하지만, 이상하면 어때. 빼앗아 확인한 후 아니면 마는 거지. 우리에겐 그럴 자격이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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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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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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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퍼의 낫과 벤트의 검이 부딪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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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오만한 행동에, 벤트의 눈이 뒤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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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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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륙 내버리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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