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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에서 중요한 건 체계입니다. 자신의 마법을 꿰어낼 하나의 체계를 구축하는 것. 이걸 잘해놓은 자와 그러지 않은 자는 같은 위계에서조차 실력 차이가 어마어마하게 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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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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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경우 모든 마법을 팔찌의 형태로 가공하고, 그걸 손가락을 거쳐 날린다는 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면 무슨 이득이 생기냐.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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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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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스승님이신 아델리안 크로프트님의 말을 인용하고 싶네요. ‘마법에 정답은 없다. 저마다의 해답이 존재할 뿐이다.’ 자, 이제 각자의 마법 체계 구축에 도움이 될 만한 과제를 드리겠습니다. 모두 이번 달 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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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열심히 메모를 하다가, 강의가 끝나자마자 제리에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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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어요. 제리 님의 고유 마법은 ‘제도’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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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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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하다 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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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안 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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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 님은 제 고유 마법이 뭔지 알잖아요. 그런데 저는 제리 님의 고유 마법을 모르다니. 이건 불공평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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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리 집착하시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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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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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으려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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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 마법 이름 내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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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의 강의를 견학한 나는 팔짱을 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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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는 처음 과목을 개설했음에도 정원을 꽉 채운 인기 강사였는데, 왜 나는 5명밖에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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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의 강의를 다 봤는데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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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봐도 평범한 강의잖아. 저런 강의는 여태까지 한 1000개는 있었을 거 같은데, 저걸 또 듣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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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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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의 기본이자 근간은 4대 원소예요. 대지가 가장 무겁고, 그다음이 물, 그다음이 바람, 그다음이 불이죠. 대지가 가벼워지면 불에 가벼워지고, 반대로 불이 무거워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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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란의 연금술 강의 또한 50명을 꽉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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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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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내가 제리는 인정할게. 5위계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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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뮤란 얘는 나랑 똑같은 4위계 연금술사면서 왜 정원이 꽉 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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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강의도 지루하고 재미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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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내 쪽이 더 재밌는데, 어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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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누군가의 음모예요. 누군가가 일부러 제 강의엔 사람이 차지 않게 수작을 부린 거죠. 그게 아니면 저 재미없는 강의를 듣는 사람이 50명인데, 제 강의는 5명일 이유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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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 정말 진실을 듣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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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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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노아를 쫓아내고 다른 강의를 하나하나 견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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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개인적인 지론인데, 마법은 누군가에게 가르치는 것이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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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친다는 게 무엇인가. 명확히 해명된 하나의 체계를 상대에게 설명하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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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마법은 저기서 예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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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이 감각이라는, 애매모호한 요소로 이뤄진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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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마다 마법을 생각하는 방식이 달랐고, 다루는 방식이 달랐으며, 작동 방식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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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마력을 소모해 원소를 제어하고, 그걸 바탕으로 마법을 발동한다는 체계는 모두가 동일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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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만 같고 나머지는 다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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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런데 마법을 가르친다? 눈감고 코끼리를 더듬는 행위와 똑같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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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마법을 가르치는 건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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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했으면 마탑, 학파, 마법학교는 세상에 존재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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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가르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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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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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마법사가 제각각의 개성을 뽐낼 때, 그 와중에 겹치는 공통부분을 취합해 전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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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면 원소를 설계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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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면 마력을 절약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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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면 마법을 구상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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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방금 설명한 부분조차 아예 다르게 하는 마법사가 수두룩했지만, 어쩌겠는가. 이것조차 안 하면 스승이 할 일이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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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저게 도움이 되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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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을 가르친다는 행위는 쉽게 말해 피뢰침을 꽂는 행위와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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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스승은 피뢰침을 더 많이 꽂았고, 나쁜 스승은 피뢰침을 적게 꽂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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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피뢰침은 일종의 유도 장치였다. 깨달음의 번개를 유도하는 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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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마법사에게 스승이란 깨달음에 도움을 주는 보조 기구였고, 바꾸어 말하면 아무리 좋은 스승에게 배워도 본인 역량이 떨어지면 아무 소용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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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뢰침을 수없이 많이 꽂아도 결국 번개를 만드는 건 하늘인 것처럼, 마법도 깨달음 자체는 스스로 얻어내야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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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얻은 깨달음을 낭비 없이 수습하도록 미리 준비시켜 놓는 것. 그게 스승의 역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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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도 도착할 곳에 더 빠르게 도착하도록 도와주는 거지, 원래라면 도달하지 못 하는 곳에 도달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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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었고,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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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마법을 하나부터 열까지 다 전수하는 게 가능하다고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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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은 없다. 말했듯 마법은 마법사마다 느끼는 게 달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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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마법사는 그저 저마다의 정답을 펼치기만 하면 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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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의 설계는 마법의 기본이다. 멍청한 마법사들은 원소를 감각으로 대충 주무르지만, 분명히 말한다. 효율적인 원소 설계는 정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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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부분 동의한다. 더 효율적인 원소 구조는 분명히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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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저걸 만고의 진리처럼 따르기에는 허점이 많았는데, 아마 학부생 과정이라 생략했을 거다. 학부생 과정에서는 효율적인 원소의 구조를 외우기만 해도 실력이 쑥쑥 늘어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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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가 지닌 수많은 특징은 사람의 관념에서 시작됩니다. 먼 옛날 마법의 존재조차 몰랐던 원시 인류는 번개를 목격하고 신의 분노라 생각했죠. 따라서 번개엔 ‘분노’의 특징이 강하게 자리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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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상징을 외우는 것도 중요했다. 아무리 원소의 이해가 감각이 전부라지만, 상징을 모르는 상태보다 상징을 아는 상태가 미세하게라도 효율이 높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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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이야말로 모든 것의 근간입니다. 마력이 있기에 원소를 부리고, 그 원소로 마법을 발동하니까요. 이 마력의 양은 선천적인 부분이 크지만, 제어는 다른 얘기입니다. 제어는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개선이 됩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헛도는 마력만 줄여도 마력 효율이 대략 12퍼센트가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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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도 중요했다. 마력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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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마법은 마법사가 발견한 원소의 특징에서 시작됩니다. 저의 경우 물의 원소에서 ‘편리’의 특징을 발견했는데, 이런 식으로 특징을 하나 발견했다면 그것과 연관되는 이미지를 잘 그려야 합니다. 우선 이미지를 완성해야, 그에 해당하는 원소의 구조와 체계를 만들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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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들이 죄다 비슷한 방식으로 특기 마법 작명을 하는 게 신기하죠? 전부 요정어로 짓는 거예요. 왜 요정어를 쓰느냐. 이건 초대 황제 폐하와 모험을 떠난 세계수의 분신에게서 시작된 전통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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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둘은 작용 방식부터가 아예 다릅니다. 한가지 예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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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정신력이란 허상입니다. 모든 인간은 육체에 명령을 따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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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진. 이게 참 재밌어요. 단순히 그림을 그린 것뿐인데 왜 마법의 효과가 강화되냐. 이건 대법칙과 관련된 부분인데, 자세히 알고 싶다면 꼭 5학년에 진학해 제 연구실에 소속되시길 바랍니다. 자, 지금은 마법진의 생김새를 외우는 것에만 집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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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은…사람의 사고를 바탕으로 완성되는 것이고…철학이란…사람의 생각을 강화하는…가장 효과적인…수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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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사고 기르기 강의를 견학하던 나는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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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강의도 10명 넘게 듣는데, 왜 나만 5명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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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왜 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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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수면제인지 말 느리게 말하기인지 구별 안 되는 강의 보다 온몸으로 깨달음을 체험하는 내 강의가 100배 낫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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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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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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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지막으로 강의를 견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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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를 하는 교수는 크로닐(관상이 별로였던 준교수)이었는데, 크로닐은 나랑 눈을 마주쳤다가 천천히 말을 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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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 마법. 모든 마법사의 꿈이자 목표죠. 이 고유 마법을 얻는 방법은 정말 수없이 많지만, 단언합니다. 제가 말하는 방법이 가장 효율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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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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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 마법을 가장 효율적으로 얻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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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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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귀를 기울이자, 크로닐이 자신 있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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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어렸을 적에 겪은 트라우마를 마주 보는 것입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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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강의실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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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가 식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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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트라우마를 조명하는 게 나쁜 방법은 아니었지만, 가장 효율적이라 단언하기에는 빈틈이 너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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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여태까지의 삶을 관통하는 키워드를 찾는 게 더 낫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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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마법사마다 마법을 대하는 방식이 다른 만큼 크로닐의 방법을 깎아내릴 생각은 안 들었으나, 딱히 참고할 생각도 안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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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강의를 견학한 나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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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휴. 저런 강의도 정원을 꽉 채우는데, 나는 폐강이 간당간당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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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쯤 세상이 내 강의의 가치를 알아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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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이 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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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터벅터벅 숙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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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강의가 없는 만큼 마법 훈련을 할 생각이었는데, 그런 내 시야에 누군가가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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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국에서 온 유학생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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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스(공화국을 싫어하지만, 명예 추기경에게는 깍듯한 남자)를 필두로 교국의 유학생들이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는데, 나는 상대방의 얼굴을 확인하고 눈을 깜빡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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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일도 없었다면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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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팔라딘님을 찾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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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여기에 온 목적이 그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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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국의 유학생들에게 여러 지시를 내리던 남자, 레온은 문득 고개를 들었다가 나와 눈을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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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자연스럽게 몸을 돌려 자리를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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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런 레온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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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팔라딘 하나가 부끄러워서 도망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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