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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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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에서 중요한 건 체계입니다. 자신의 마법을 꿰어낼 하나의 체계를 구축하는 것. 이걸 잘해놓은 자와 그러지 않은 자는 같은 위계에서조차 실력 차이가 어마어마하게 나죠.”
음음.
“저의 경우 모든 마법을 팔찌의 형태로 가공하고, 그걸 손가락을 거쳐 날린다는 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면 무슨 이득이 생기냐. 바로―.”
음음.
“제 스승님이신 아델리안 크로프트님의 말을 인용하고 싶네요. ‘마법에 정답은 없다. 저마다의 해답이 존재할 뿐이다. 자, 이제 각자의 마법 체계 구축에 도움이 될 만한 과제를 드리겠습니다. 모두 이번 달 말까지―.”
나는 열심히 메모를 하다가, 강의가 끝나자마자 제리에게 다가갔다.
“알았어요. 제리 님의 고유 마법은 ‘제도’인 거죠?”
“안 알려드립니다.”
독하다 독해.
아직도 안 알려줘?
“제리 님은 제 고유 마법이 뭔지 알잖아요. 그런데 저는 제리 님의 고유 마법을 모르다니. 이건 불공평해요.”
“왜 그리 집착하시는 겁니까.”
“궁금하잖아요.”
“빼앗으려는 거겠죠.”
“고유 마법 이름 내놔!”
제리의 강의를 견학한 나는 팔짱을 꼈다.
제리는 처음 과목을 개설했음에도 정원을 꽉 채운 인기 강사였는데, 왜 나는 5명밖에 없을까.
제리의 강의를 다 봤는데도 모르겠다.
어딜봐도 평범한 강의잖아. 저런 강의는 여태까지 한 1000개는 있었을 거 같은데, 저걸 또 듣고 싶어?
미스터리네.
“…연금술의 기본이자 근간은 4대 원소예요. 대지가 가장 무겁고, 그다음이 물, 그다음이 바람, 그다음이 불이죠. 대지가 가벼워지면 불에 가벼워지고, 반대로 불이 무거워지면―.”
뮤란의 연금술 강의 또한 50명을 꽉 채웠다.
말도 안 돼.
그래. 내가 제리는 인정할게. 5위계잖아.
근데 뮤란 얘는 나랑 똑같은 4위계 연금술사면서 왜 정원이 꽉 찼어?
심지어 강의도 지루하고 재미없잖아.
무조건 내 쪽이 더 재밌는데, 어째서?
“이건 누군가의 음모예요. 누군가가 일부러 제 강의엔 사람이 차지 않게 수작을 부린 거죠. 그게 아니면 저 재미없는 강의를 듣는 사람이 50명인데, 제 강의는 5명일 이유가 없어요.”
“스승님. 정말 진실을 듣고 싶어?”
“조용히 하세요.”
나는 노아를 쫓아내고 다른 강의를 하나하나 견학했다.
내 개인적인 지론인데, 마법은 누군가에게 가르치는 것이 불가능했다.
가르친다는 게 무엇인가. 명확히 해명된 하나의 체계를 상대에게 설명하는 거 아닌가?
허나 마법은 저기서 예외였다.
마법이 감각이라는, 애매모호한 요소로 이뤄진 탓이었다.
마법사마다 마법을 생각하는 방식이 달랐고, 다루는 방식이 달랐으며, 작동 방식이 달랐다.
이게 마력을 소모해 원소를 제어하고, 그걸 바탕으로 마법을 발동한다는 체계는 모두가 동일했으나.
그것만 같고 나머지는 다 달랐다.
상황이 이런데 마법을 가르친다? 눈감고 코끼리를 더듬는 행위와 똑같았지만.
그럼에도 마법을 가르치는 건 가능했다.
불가능했으면 마탑, 학파, 마법학교는 세상에 존재하지 못했다.
어떻게 가르치냐.
그건 간단했다.
수많은 마법사가 제각각의 개성을 뽐낼 때, 그 와중에 겹치는 공통부분을 취합해 전수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원소를 설계하는 법.
예를 들면 마력을 절약하는 법.
예를 들면 마법을 구상하는 법.
뭐, 방금 설명한 부분조차 아예 다르게 하는 마법사가 수두룩했지만, 어쩌겠는가. 이것조차 안 하면 스승이 할 일이 없는데.
그리고 저게 도움이 되긴 했다.
마법을 가르친다는 행위는 쉽게 말해 피뢰침을 꽂는 행위와 비슷했다.
좋은 스승은 피뢰침을 더 많이 꽂았고, 나쁜 스승은 피뢰침을 적게 꽂았다.
이 피뢰침은 일종의 유도 장치였다. 깨달음의 번개를 유도하는 장치.
즉 마법사에게 스승이란 깨달음에 도움을 주는 보조 기구였고, 바꾸어 말하면 아무리 좋은 스승에게 배워도 본인 역량이 떨어지면 아무 소용이 없었다.
피뢰침을 수없이 많이 꽂아도 결국 번개를 만드는 건 하늘인 것처럼, 마법도 깨달음 자체는 스스로 얻어내야 되는 것이다.
그렇게 얻은 깨달음을 낭비 없이 수습하도록 미리 준비시켜 놓는 것. 그게 스승의 역할이었다.
혼자서도 도착할 곳에 더 빠르게 도착하도록 도와주는 거지, 원래라면 도달하지 못 하는 곳에 도달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었고,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았다.
누군가는 마법을 하나부터 열까지 다 전수하는 게 가능하다고 했으니까.
정답은 없다. 말했듯 마법은 마법사마다 느끼는 게 달라서.
따라서 마법사는 그저 저마다의 정답을 펼치기만 하면 끝이었다.
“원소의 설계는 마법의 기본이다. 멍청한 마법사들은 원소를 감각으로 대충 주무르지만, 분명히 말한다. 효율적인 원소 설계는 정해져 있다.”
일정 부분 동의한다. 더 효율적인 원소 구조는 분명히 존재했다.
다만 저걸 만고의 진리처럼 따르기에는 허점이 많았는데, 아마 학부생 과정이라 생략했을 거다. 학부생 과정에서는 효율적인 원소의 구조를 외우기만 해도 실력이 쑥쑥 늘어나니까.
“원소가 지닌 수많은 특징은 사람의 관념에서 시작됩니다. 먼 옛날 마법의 존재조차 몰랐던 원시 인류는 번개를 목격하고 신의 분노라 생각했죠. 따라서 번개엔 ‘분노’의 특징이 강하게 자리 잡았습니다.”
저런 상징을 외우는 것도 중요했다. 아무리 원소의 이해가 감각이 전부라지만, 상징을 모르는 상태보다 상징을 아는 상태가 미세하게라도 효율이 높았으니까.
“마력이야말로 모든 것의 근간입니다. 마력이 있기에 원소를 부리고, 그 원소로 마법을 발동하니까요. 이 마력의 양은 선천적인 부분이 크지만, 제어는 다른 얘기입니다. 제어는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개선이 됩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헛도는 마력만 줄여도 마력 효율이 대략 12퍼센트가 늘어―.”
마력도 중요했다. 마력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 했으니까.
“모든 마법은 마법사가 발견한 원소의 특징에서 시작됩니다. 저의 경우 물의 원소에서 ‘편리’의 특징을 발견했는데, 이런 식으로 특징을 하나 발견했다면 그것과 연관되는 이미지를 잘 그려야 합니다. 우선 이미지를 완성해야, 그에 해당하는 원소의 구조와 체계를 만들 수 있으니까요.”
“마법사들이 죄다 비슷한 방식으로 특기 마법 작명을 하는 게 신기하죠? 전부 요정어로 짓는 거예요. 왜 요정어를 쓰느냐. 이건 초대 황제 폐하와 모험을 떠난 세계수의 분신에게서 시작된 전통인데―.”
“이 둘은 작용 방식부터가 아예 다릅니다. 한가지 예시로―.”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신력이란 허상입니다. 모든 인간은 육체에 명령을 따르는―.”
“마법진. 이게 참 재밌어요. 단순히 그림을 그린 것뿐인데 왜 마법의 효과가 강화되냐. 이건 대법칙과 관련된 부분인데, 자세히 알고 싶다면 꼭 5학년에 진학해 제 연구실에 소속되시길 바랍니다. 자, 지금은 마법진의 생김새를 외우는 것에만 집중을―.”
“마법은…사람의 사고를 바탕으로 완성되는 것이고…철학이란…사람의 생각을 강화하는…가장 효과적인…수단입니다.”
철학적 사고 기르기 강의를 견학하던 나는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저런 강의도 10명 넘게 듣는데, 왜 나만 5명이야.
왜, 왜 나만.
저 수면제인지 말 느리게 말하기인지 구별 안 되는 강의 보다 온몸으로 깨달음을 체험하는 내 강의가 100배 낫지 않아?
아니라고?
아니면 말고.
나는 마지막으로 강의를 견학했다.
강의를 하는 교수는 크로닐(관상이 별로였던 준교수)이었는데, 크로닐은 나랑 눈을 마주쳤다가 천천히 말을 뱉었다.
“고유 마법. 모든 마법사의 꿈이자 목표죠. 이 고유 마법을 얻는 방법은 정말 수없이 많지만, 단언합니다. 제가 말하는 방법이 가장 효율적입니다.”
오.
고유 마법을 가장 효율적으로 얻는 방법?
궁금했다.
내가 귀를 기울이자, 크로닐이 자신 있게 말했다.
“바로 어렸을 적에 겪은 트라우마를 마주 보는 것입니―.”
나는 강의실 밖으로 나갔다.
흥미가 식었기 때문이었다.
개인의 트라우마를 조명하는 게 나쁜 방법은 아니었지만, 가장 효율적이라 단언하기에는 빈틈이 너무 많았다.
차라리 여태까지의 삶을 관통하는 키워드를 찾는 게 더 낫지 않나?
물론 마법사마다 마법을 대하는 방식이 다른 만큼 크로닐의 방법을 깎아내릴 생각은 안 들었으나, 딱히 참고할 생각도 안 들었다.
대부분의 강의를 견학한 나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에휴. 저런 강의도 정원을 꽉 채우는데, 나는 폐강이 간당간당하네.
언제쯤 세상이 내 강의의 가치를 알아줄까.
갈 길이 멀구나.
나는 터벅터벅 숙소로 향했다.
오늘은 강의가 없는 만큼 마법 훈련을 할 생각이었는데, 그런 내 시야에 누군가가 잡혔다.
교국에서 온 유학생들이었다.
알리스(공화국을 싫어하지만, 명예 추기경에게는 깍듯한 남자)를 필두로 교국의 유학생들이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는데, 나는 상대방의 얼굴을 확인하고 눈을 깜빡였다.
“아무 일도 없었다면 다행입니다.”
“그럼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팔라딘님을 찾아가겠습니다.”
“그래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여기에 온 목적이 그거니까요.”
교국의 유학생들에게 여러 지시를 내리던 남자, 레온은 문득 고개를 들었다가 나와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몸을 돌려 자리를 벗어났다.
나는 그런 레온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소리쳤다.
“저기 팔라딘 하나가 부끄러워서 도망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