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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시간을 돌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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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내가 바이스의 집에 가정 방문을 한 시점보다 전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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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마법이 아니라 마술이란다 꼬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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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꼬마가 아니에요. 루이나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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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원 앞에서 빛덩어리를 가지고 놀던 남자는 내 ‘마법사다!’라는 외침에 오리발부터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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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클리셰적인 태도에 나는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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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건 마법이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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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짜릿함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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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마법이 존재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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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내 믿음은 틀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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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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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점검한다는 게, 실수를 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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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공용 공간에서 마법을 쓴 시점에서 할 말이 없긴 해요. 사실 마법사인 걸 들키고 싶었던 거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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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진 곳이라 방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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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원은 외진 곳이 아니에요. 그 말 취소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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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에 남자는 고개를 저으며 고아원 외벽에서 등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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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가서 말해봤자 정신병자 취급받으니까. 떠들고 다니진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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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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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남자를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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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하게 떠나려던 남자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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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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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어렸을 때부터 마법사가 꿈이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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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가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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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에 남자는 웃음을 터트렸다가, 고개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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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은 네가 생각하는 것과 많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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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리가 없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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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각하지 마라. 마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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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의 마법이 어떤 방식이든, 이미 제가 생각해 본 방식일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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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해가 안 가 눈을 깜빡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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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무슨 방식이길래 내가 생각한 마법과 다르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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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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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마법을 사용하려면 마법 지팡이를 콧구멍에 넣고 돌려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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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을 사역하기 위해, 인생을 바쳐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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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예요. 평범하잖아요. 주문에게 인정받기 위해선 수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된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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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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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머리를 긁적이다가, 돌연 내게 시선을 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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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본 적이 있는 눈빛이었다. 마치 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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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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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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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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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을 하려고 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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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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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꽤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훑어보다가, 이내 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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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진심으로 마법을 배우고 싶다면 제자로 받아 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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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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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그러기 위해선 여태까지의 인간관계를 끊고 나를 따라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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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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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아원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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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원장 수녀님에게 인사를 하고 개인 짐을 챙겨 남자에게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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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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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이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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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장점 중 하나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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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이름은 데이비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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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는 내게 착실히 마법을 알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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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을 사역하다 오른팔 전체가 화상을 입는 일도 있었지만, 다행히 마력 회로는 멀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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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 마법은 계속 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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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문을 사역하는 방식은 상당히 특이하네요. 흡사 소환사가 된 느낌도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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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환사는 없는 직업이야 루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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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세상엔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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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을 사역하기 위해선 주문의 마음에 들어야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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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과 거래를 해야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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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평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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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게추가 맞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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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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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이질감이 들었지만, 나는 아무렇지 않게 주문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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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완벽한 딤섬이 나오는 주문’ 상당히 끌리네요. 이걸 제 것으로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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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물을 사골 국물로 바꾸는 주문’은 어떻고요. 얼른 사역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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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서 정리정돈하는 주문’은 신이에요. 넌 내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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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이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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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생 주문 사역에 성공했어요. 이걸로 저는 영원히 마법을 모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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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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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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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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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새로운 마법 없나요. 없으면 만들어 오세요. 아니면 저희 마법 학교를 세울까요? 요즘 마법사들은 전부 야생의 주문만 잡아다 얻으려고 하고, 스스로 주문을 창조할 생각은 안 하잖아요. 이 흐름을 바꿔야 해요. 스펠 크리에이터를 양산해야 조금 더 많은 마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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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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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거 좋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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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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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 데이비드가 소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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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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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당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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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래 갑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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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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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학교가 아니라, 마법 대학원을 세우고 싶은 거군요? 디테일이 좋았어요. 역시 학부생보다는 대학원생을 굴려야 좋은 성과가 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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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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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좋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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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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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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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이 녀석, 우리가 알고 지낸 게 대체 몇 년째인데 아직도 내 이름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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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가 없네 어이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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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내가 데이비드의 치매를 걱정하자, 데이비드가 가쁜 숨을 뱉으며 입술을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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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왜 만족을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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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소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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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언제까지 마법만 모을 거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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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를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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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마법을 모으는 거랑 데이비드랑 무슨 상관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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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혹시나 해 질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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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주문 중에 데이비드가 얻고 싶은 게 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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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이 넘치는 세계를 만들어도, 마법이 없는 세계를 만들어도, 아예 하루만 반복해도, 네 머릿속 이상한 세계를 구현해 줘도, 그 이상한 세계에 마법을 추가해도, 왜, 왜 끝나질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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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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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욕망은 대체, 언제 바닥이 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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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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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가 강하게 호소하지만, 전혀 못 알아듣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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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하나는 확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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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역시 대학원생보다는, 박사님들을 직접 갈아 넣는 쪽이 마법 확보가 더 쉽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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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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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가 절규하며 얼굴을 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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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새로운 주문에게 공격을 받는 중인가? 라는 내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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쩌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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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갈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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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개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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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경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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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저것도 새로운 주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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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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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의 비명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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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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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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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배경의 세상이 무너지고, 불타는 판타지 배경의 세상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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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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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내게 마법 자질 자체가 없어서, 마법을 한 번이라도 써보겠다고 온갖 일을 벌이다가 세상이 망해버렸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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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빡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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쩌적. 하늘에 금이 간다. 그리고 또다시 세상이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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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등장한 건 아예 현대 배경의 세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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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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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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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핵전쟁으로 망해버린 세계에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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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존재를 찾다가 실수를 저질렀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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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실수니 넘어가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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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무너지고, 그 뒤에서 새로운 세계가 등장하는 일이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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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건 새로운 세계가 등장하는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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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는 내가 여태 지나온 세계들이 등장하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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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 껍질을 까듯 내가 지나쳐 왔던 세계들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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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세계에서 내가 한 짓은 똑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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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을 찾아 헤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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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나는 팔짱을 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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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는 내가 바이스의 성법에 당한 것도, 그 탓에 기억을 잃고 탐욕의 미로를 떠돈 것도 알았다.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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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쉬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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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못 모은 주문 있는데, 그것만 모으고 가면 안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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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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쩌저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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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반으로 갈라지며, 내 몸이 빙글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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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산속에 떨어지자마자 입맛을 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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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대접이 영 아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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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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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폭발음에 나는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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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채에서 각종 신성력과 마법이 난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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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건 악신의 사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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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스 이 녀석 잘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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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즉시 고유 마법, 을 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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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다만 날개, 되다만 팔, 되다만 뿔이 거대한 몸체에 달리고, 강철이가 성채로 돌진해 성벽을 무너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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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쩍. 붉은빛이 세상을 꿰뚫는다. 증발해 버린 적들의 사이를 가벼운 몸놀림으로 지나친 나는 성채 지하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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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랑. 등불이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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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피투성이가 된 레온의 뒤에서, 바이스에게 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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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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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대체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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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놀았더니 집에 가라고 풀어주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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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도 안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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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해도 안 믿을 거면 왜 물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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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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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이스 뒤에 펼쳐진 만화경을 눈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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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개로 나누어진 만화경에는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비슷한 장면이 반복되었는데, 그걸 보자마자 나는 바이스의 목적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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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성배를 진짜 성배로 바꾸려고요? 체스로 치면 탁월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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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스가 사슬을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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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걸 나무 거인으로 막아내곤 등불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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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에서 시작된 붉은 선이 바이스를 노린다. 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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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스는 미동조차 하지 않고 공격을 막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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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을 왜곡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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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건 그런 게 아니었다. 조금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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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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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을 흡수한 거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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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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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방식으로 흡수했을까요. 음, 맞춰볼까요? 공격을 아예 다른 공간으로 보내버렸죠? 고유 마법 명칭은, 미로쯤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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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났다면 이렇게까지 추측하지 못했겠지만, 바이스가 여태 쓴 성법 등을 고려하면 이런 결론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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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 마법 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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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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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탐나는 마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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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스는 사슬을 조종하며 성법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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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거인에 성법이 꽂히며 폭발하고, 마력을 빨아들인 나무 거인이 상처를 회복하며 바이스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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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앙! 거대한 물리력이 바이스를 후려쳤지만, 바이스는 제자리에서 1mm도 움직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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촤르륵! 사슬이 강하게 허공을 가르며 나무 거인을 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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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 마법에 성물까지 사용하니, 이건 뭐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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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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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이 사슬을 검으로 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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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번쩍이는 검은 처음 보는데, 성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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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물 강림에 성공하다니. 안 본 사이에 레온이 많이 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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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레온 덕에 생긴 빈틈을 노리고 마법을 연달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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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여나 포식의 불꽃이 효과가 있을까 싶어 써봤지만, 포식의 불꽃은 허공만 깨물고 사라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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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네. 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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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이스의 마법을 파훼하기 위해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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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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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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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안을 묵직한 파동이 휩쓸고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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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개로 나누어진 만화경의 장면이 하나로 통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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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 남자가 조심스럽게 제단에 무언가를 올리는 하나의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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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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쩌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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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경이 박살 나며, 그곳에 하나의 물건이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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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새하얀 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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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밤에도 홀로 새하얗게 빛나는 술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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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생, 치유, 풍요, 정화, 지혜의 힘이 담긴 이 술잔은 소망의 화신체의 뼈를 사용해 소망의 신이 빚어 만든 기적이었는데, 대부분은 이걸 다음과 같은 이름으로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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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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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트피어가 모방한 가짜 성배가 아니라, 신이 만든 진짜 성배가 평행 세계를 넘어 이 자리에 강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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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름다운 자태에 바이스가 광소를 터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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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바이스의 광소가 끝나기도 전에, 진짜 성배에서 흘러나온 생명의 힘이 하나의 형체를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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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사람의 형체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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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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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이 검을 휘두르자 별빛이 허공을 타고 바이스에게 날아갔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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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스는 아무렇지 않게 레온의 공격을 흡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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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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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과는 다른 곳에 거하는, 거대한 누군가의 의지가 살포시 이 땅에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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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신체. 신이 필멸자의 육체를 빌려 이 땅에 강림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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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하나 했더니, 그런 짓을 하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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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반드시 막아야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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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악신측 화신체가 등장할 때마다 세상이 난리가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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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리가 나면 내 마법 보관소들이 얼마나 죽겠는가. 정말 상상도 하기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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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화신체가 깃들 육체가 완성되지 않은 지금. 지금이라면 의식을 막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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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의식을 제지하기 위해선 우선 바이스를 쓰러트려야 됐는데, 저 철벽같은 수비를 뚫고, 탐욕의 신이 깃들 그릇을 부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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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은 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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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벽을 박살 내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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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스는 공간을 왜곡하는 게 아니다. 모든 외부 충격을 다른 장소로 이동시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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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둘의 차이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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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유하자면 바이스는 공격을 대신 맞아주는 허수아비를 상시 들고 다니는 상태였는데, 이걸 파훼하려면? 당연히 허수아비를 박살 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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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감당하지 못할 화력을 퍼부으면 해결되는 문제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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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차분히 상념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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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 안에서 화염의 원소가 뛰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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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화염의 원소에서 나는 ‘공평’의 특징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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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 모든 공평은 규칙을 지키며 완성된다는 깨달음을 얻으며 2위계에, 공평은 서로의 손해 속에서 탄생하는 걸 깨달으며 3위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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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과 ‘제약’의 원리를 알아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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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평에 대해서 나는 많은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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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의 원장 수녀님에게서 시작된 공평에 대한 고민은 나뭇가지를 뻗으며 끝없이 확장했는데, 최근 나는 문득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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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내가 공평한 상태가 맞나? 라는 의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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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반복한 행동은 ‘규칙’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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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등불 안에 마법을 발동한 덕에 나는 이제 ‘등불 안에 마법을 발동할 경우’ 마법이 강화됐는데, 이 반복된 규칙은 끝내 제약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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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등불 안에 내가 직접 익힌 마법을 발동해야 하는 대신, 위력이 강화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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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같아선 이런 제약을 더 걸고 싶었으나, 제약은 내가 원하는 대로 추가하는 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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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은 어디까지나 반복으로 완성된 규칙이 발전하는 것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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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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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그게 공평하다고 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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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에서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이게,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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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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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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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공평한 건,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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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걸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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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망설임 없이 등불 안에 오른손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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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불꽃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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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서로가 공평하다면, 불꽃이 나를 태우는 것처럼 나도 불꽃을 태울 수 있어야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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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가 서로에게 원하는 조약을 거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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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공평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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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켜쥔 불꽃을 당기듯 등불 안에서 꺼냈다. 불꽃이 비명을 지르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녀석을 사용해 새로운 불꽃을 피워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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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을 연료로 불꽃이 타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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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이 불꽃을 잡아먹고, 끝없이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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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안을 밝히던 붉은 빛이 푸른 빛으로 변한다. 눈이 멀 것 같은 새파란 불꽃이 손 위에서 일렁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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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름다운 자태에 감탄하기도 전에, 내 입술이 먼저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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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뢰(炎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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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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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색 빛기둥이, 세상을 가로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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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빛기둥에 꿰뚫린 모든 게 증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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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스도, 탐욕이 깃들 그릇도, 벽도, 천장도, 전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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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기둥을 따라 증발한 벽과 천장 위에서 달빛이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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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아래를 총총걸음으로 걸어간 나는 죽어가는 바이스와 눈을 마주쳤다가, 검은색과 금색이 섞인 단검을 소환해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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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 바이스를 향해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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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 단검에 꽂힌 바이스의 숨이 멎고, 나는 단검을 타고 들어온 무언가를 음미하며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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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 마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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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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