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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은 금방 제리와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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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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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신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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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뮤란, 크리스, 노아도 무사했는데, 제리는 그동안 있었던 일을 짧게 설명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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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씨와 레온 씨가 당하자마자 즉시 도주했습니다. 다행히 악신의 사제도 많은 힘을 썼는지 쫓아오지는 않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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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그 뒤에 루이나 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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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이 없습니다. 오히려 제가 묻고 싶습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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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의 말에 레온은 여태까지의 일을 요약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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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제리가 미간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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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의 공간으로 추방됐다니. 상당히 위험한 것에 걸렸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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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다른 공간으로 간 거 아니야? 그게 그렇게 위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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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에 무지한 크리스는 설명을 듣고도 위험성을 체감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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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는 추가 설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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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구성하는 게 뭐라고 생각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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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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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입니다. 간단한 예시로 지금까지의 모든 기억을 잃은 크리스 씨와 지금의 크리스 씨가 같은 인물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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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닐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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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인격을 구성하는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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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여태까지 살아온 경험을 통해 움직이고, 그게 곧 개개인의 특징이 됐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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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루이나가 기억을 잃은 건 아니었지만, 그것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 건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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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 씨의 경험에 따르면 탐욕의 공간에 갇힌 인간은 갇힌 걸 인지조차 못 하고 계속 그 공간을 떠돌게 됩니다. 세상이 이상하다는 걸 모르고요. 그 상태에서 자력으로 탈출하는 건, 솔직히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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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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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 씨는 어떻게 잘 탈출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성법의 대상자가 아니라 그런 겁니다. 성법의 대상자인 루이나 씨는 위력이 몇 배는 강하게 적용됐을 테니, 레온 씨와 똑같을 거라 믿는 건 너무 낙관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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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는 단언하듯 말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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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의 말엔 레온도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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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법의 여파에 휩쓸리기만 했는데도 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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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법의 대상자인 루이나는 어떨지 상상이 잘 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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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어떻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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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의 목소리가 어두워진다. 루이나가 위험한 상황에 처했다니 걱정이 커진 건데, 어려운 상황인 것과 별개로 그에 대한 답은 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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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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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물을 바쳐 악신의 힘을 빌려온 것이든, 수많은 악신의 사제가 힘을 모은 것이든, 결국 성법 발동의 주체는 바이스입니다. 따라서 바이스, 그자만 처리하면 성법의 발동은 풀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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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스를 죽이면 루이나를 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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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목표가 명료하게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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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이루는 건 별개의 문제라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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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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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스의 위치는 파악이 됐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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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문제로 레온 씨에게 할 얘기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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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대화가 끝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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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목소리에 레온은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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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과 제리의 대화에 끼어든 건 한 남자였는데, 레온은 뜻밖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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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블 님 아니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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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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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블. 교국의 정식 성기사로, 레온과는 안면이 있는 사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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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이 하이블을 아는 체하자 제리가 경계를 풀었다. 아무래도 바이스의 건으로 모르는 성기사가 나타나면 경계하게 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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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블 님이 여기에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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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신의 교단을 쫓다 보니 말이야. 여기에 도착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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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블이 받은 임무는 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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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신의 교단, 그중 탐욕의 사제들을 중점으로 조사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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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하이블은 탐욕의 사제를 오랜 기간 쫓았는데, 최근 놈들이 워낙 난리를 친 덕에 꼬리를 잡는데 성공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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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 하나를 봉인하겠다고 그 난리를 쳤으니, 꼬리가 안 잡히면 그게 더 이상하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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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블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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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느껴지는 거대한 파동이었다. 덕분에 우리가 빠르게 합류하긴 했지만, 역시 성배를 빼앗긴 게 뼈아프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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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들은 지금 뭘 하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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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성채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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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서 대체 무엇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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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가 안 가 레온이 중얼거리자, 하이블이 눈을 가라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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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하려는지는 모르겠지만, 성채의 방비가 매우 단단해. 필히 예전부터 준비한 일을 진행하는 것일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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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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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두면 위험하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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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신의 교단이 배척받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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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근 인류가 멸망할 뻔했던 위기인 대침공은 악신의 교단과 큰 관계가 없었으나, 다른 위기들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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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는 아니어도 상당수는 악신의 교단과 관련이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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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놈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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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있어도 제지해야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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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을 요청했지만, 여기는 워낙 외진 곳이라. 사람이 모일 때까지 시간이 걸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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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좋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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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지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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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군이 올 때까지 기다리기와 그 전에 악신의 사제를 제지하기. 이렇게 두 가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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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은 차분히 질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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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블 님은 어쩌실 생각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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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도록 옳은 선택지를 고르려고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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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블 님이 생각하는 옳은 선택지는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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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악신의 교단을 제지하는 거지. 그리고 내 생각에 놈들을 오래 방치하면 좋은 결과가 안 나와. 바로 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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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의 사제들이 개수작을 부리기 전에 처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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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하이블의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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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 너는 어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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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은 잠시 주변을 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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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블은 혼자 활동하는 성기사가 아니었다. 중요한 임무를 맡은 만큼 휘하에 사제와 성기사가 꽤 있었는데, 그럼에도 인원수만 따지면 적보다 한참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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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원으로 만발의 준비를 끝낸 탐욕의 사제를 상대하다니, 당연히 굉장히 위험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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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따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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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은 망설임 없이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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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도 비슷한 생각이었는지 팔짱을 낀 채 침묵으로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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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이 그런 결정을 내린 이유는 하이블과 비슷했다. 놈들을 가만히 놔둘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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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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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가 위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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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면,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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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됐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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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블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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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 또한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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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을 움켜쥐며 레온은 굳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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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출발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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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이번 시험도 만점을 받았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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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자한 말투로 말을 거는 중년 여성에게 시선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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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 수녀님은 온화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는데, 나 또한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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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를 반품하다니, 제 전 양부모님도 참. 얼마나 뛰어난 인재를 찾으려는 건지 모르겠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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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그런 말은 내 앞에서만 하렴. 다른 사람들은 그게 농담이라는 걸 못 알아듣는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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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그래서 원장 수녀님을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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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건 정말 웃으라고 한 농담이었다. 나는 전 양부모를 딱히 원망하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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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넘어 미안한 감정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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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겉 포장이 너무 뛰어난 바람에 본의 아니게 속여버리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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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아이를 입양하며 얼마나 기대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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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마음을 먹고 아이를 입양하려던 중, 용모가 뛰어나고 학교 성적이 하늘을 찌르는 아이를 발견한 거다. 행복한 상상을 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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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의 바르고 차분한 아이를 기대했겠지. 그런데 겉 포장과 다르게 내용물이 본좌였으니, 이거이거.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전 양부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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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저런 애인 줄 몰랐다고 우는 건 살짝 깨긴 했지만, 나도 속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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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서로 손잡고 화해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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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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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 수녀님은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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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입술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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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너는 상처받지 않겠지만, 명심하거라. 너는 괜찮아도 네 주변인은 다를 수 있다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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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저는 주변인을 만들지 않으면 최강이라는 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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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도 할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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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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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나는 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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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콧노래를 부르며 원장실을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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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린다. 나는 쏟아지는 물방울을 맞으며 고아원의 앞마당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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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연을 온몸으로 느끼니 한가지 욕구가 솟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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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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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대자연은 핑계긴 했다. 왜냐하면 나는 늘 마법을 쓰고 싶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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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깊은 한숨을 쉬며 하늘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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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엔 마법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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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는 없을 확률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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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래도 어딘가에 마법이 존재할 거라 믿었지만, 믿음과 현실은 다른 얘기라. 여기선 마법이 존재할 가능성이 낮다는 걸 확실히 해두는 게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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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이 없는 세계. 그건 어렸을 때부터 마법을 꿈꿔온 내게는 상당히 가혹한 세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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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세상을 제대로 인지조차 하지 못하던 시절부터 나는 마법을 갈구했다. 마치 본능적으로 젖을 탐하는 갓난아기처럼, 나도 본능적으로 마법을 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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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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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마법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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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도 무심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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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욕구를 줬으면서, 정작 마법은 안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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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하다 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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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우산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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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가 마법 관련 책이라도 빌리기 위해서였는데, 돌연 나는 걸음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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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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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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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 남자가, 이상한 짓을 하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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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원 입구에 기댄 남자의 손에서 빛덩어리가 솟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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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질적인, 현실과 어긋난 광경에, 나는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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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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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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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스는 천칭의 사용자를, 루이나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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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의 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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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굉장히 무서운 성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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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의 미로에 빠진 사람은 현실과 괴리된다. 현실을 잊고 오직 탐욕의 미로 속 사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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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상태에서 탐욕의 미로는 미로 안에 들어온 사람에게 원하는 걸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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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원한다면 여자가 넘쳐나는 세상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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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를 원한다면 명예가 넘쳐나는 세상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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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을 원한다면 휴식이 넘쳐나는 세상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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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탐욕의 미로는 얼핏 천국처럼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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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진짜 천국이라면 탐욕의 미로가 공격 기술로 사용될 리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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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당연하지만, 탐욕의 미로의 힘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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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걸 들어준다. 탐욕의 미로를 설명하려면 이 말 앞에 다음의 수식어가 붙어야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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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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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원하는 걸 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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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에 빠진 사람의 욕망이, 바닥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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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이 텅 빌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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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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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의 미로는, 미로에 빠진 사람의 욕망을 먹고 무한히 자라나는, 하나의 기생 세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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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루이나는 지금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재구축된 세계에서, 자신의 욕망을 마음껏 충족시키는 중일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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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자신을 갉아먹는 중이라는 것도 모르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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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축이 다른 탐욕의 미로인 만큼 이미 수백 번은 탐욕의 세계를 경험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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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스가 루이나를 인식한 건 상당히 오래됐다. 루이나가 제국의 황도에서 활약했을 때부터니, 몇 달은 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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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스는 루이나가 성배를 쫓는 중이라는 걸 금방 눈치챘다. 숨길 생각도 없었고, 숨기기도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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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알자마자 바이스는 계획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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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가 성배를 찾아올 거라 믿고, 여러 준비를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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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스는 루이나가 성배를 찾을 거라 믿었다. 루이나는 무려 의 사용자니까. 찾지 못하면 그게 더 이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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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예상대로 루이나는 성배를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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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 원소를 획득한다는 예상 밖의 일이 벌어지긴 했지만, 크게 상관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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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루이나가 뭘 하든, 탐욕의 미로로 추방하면 그만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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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를 탐욕의 미로로 쫓아내기 위해 무려 1000명의 인간이 핏물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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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물로 바쳐진 인간의 대부분이 악신의 사제인 만큼 출혈이 컸으나,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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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 인해 비록 가짜지만 성배를 얻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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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희생도 이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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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스는 제단 위에 성배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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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단 위에는 윤회교가 여태 아득바득 모아온 성은, 불사조의 깃털, 달의 정수, 대지의 심장, 세계수의 과실 따위의 생명력과 관련된 것들이 잔뜩 올려져 있었는데, 바이스는 성배를 쓰다듬으며 들뜬 숨을 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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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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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준비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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