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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13 KiB

레온은 금방 제리와 만날 수 있었다.

“무사했군요.”

“간신히요.”

다행히 뮤란, 크리스, 노아도 무사했는데, 제리는 그동안 있었던 일을 짧게 설명해 주었다.

“루이나 씨와 레온 씨가 당하자마자 즉시 도주했습니다. 다행히 악신의 사제도 많은 힘을 썼는지 쫓아오지는 않더군요.”

“혹시 그 뒤에 루이나 님은.”

“소식이 없습니다. 오히려 제가 묻고 싶습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겁니까?”

제리의 말에 레온은 여태까지의 일을 요약해 설명했다.

그러자 제리가 미간을 찌푸렸다.

“탐욕의 공간으로 추방됐다니. 상당히 위험한 것에 걸렸군요.”

“그냥 다른 공간으로 간 거 아니야? 그게 그렇게 위험해?”

마법에 무지한 크리스는 설명을 듣고도 위험성을 체감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제리는 추가 설명을 했다.

“사람을 구성하는 게 뭐라고 생각합니까.”

“육체? 정신?”

“기억입니다. 간단한 예시로 지금까지의 모든 기억을 잃은 크리스 씨와 지금의 크리스 씨가 같은 인물일까요?”

“아닐 거 같아.”

기억은 인격을 구성하는 핵심이다.

인간은 여태까지 살아온 경험을 통해 움직이고, 그게 곧 개개인의 특징이 됐으니까.

물론 루이나가 기억을 잃은 건 아니었지만, 그것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 건 맞았다.

“레온 씨의 경험에 따르면 탐욕의 공간에 갇힌 인간은 갇힌 걸 인지조차 못 하고 계속 그 공간을 떠돌게 됩니다. 세상이 이상하다는 걸 모르고요. 그 상태에서 자력으로 탈출하는 건, 솔직히 어렵습니다.”

“그런가?”

“레온 씨는 어떻게 잘 탈출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성법의 대상자가 아니라 그런 겁니다. 성법의 대상자인 루이나 씨는 위력이 몇 배는 강하게 적용됐을 테니, 레온 씨와 똑같을 거라 믿는 건 너무 낙관적이죠.”

제리는 단언하듯 말을 마쳤다.

제리의 말엔 레온도 동의했다.

성법의 여파에 휩쓸리기만 했는데도 그 정도다.

성법의 대상자인 루이나는 어떨지 상상이 잘 안 됐다.

“그럼 어떻게 해?”

크리스의 목소리가 어두워진다. 루이나가 위험한 상황에 처했다니 걱정이 커진 건데, 어려운 상황인 것과 별개로 그에 대한 답은 간단했다.

제리가 입을 열었다.

“제물을 바쳐 악신의 힘을 빌려온 것이든, 수많은 악신의 사제가 힘을 모은 것이든, 결국 성법 발동의 주체는 바이스입니다. 따라서 바이스, 그자만 처리하면 성법의 발동은 풀릴 겁니다.”

바이스를 죽이면 루이나를 구할 수 있다.

꽤 목표가 명료하게 정해졌다.

그걸 이루는 건 별개의 문제라 그렇지.

레온이 물었다.

“바이스의 위치는 파악이 됐습니까?”

“그 문제로 레온 씨에게 할 얘기가 있습니다.”

“드디어 대화가 끝났나?”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레온은 고개를 돌렸다.

레온과 제리의 대화에 끼어든 건 한 남자였는데, 레온은 뜻밖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하이블 님 아니십니까.”

“오랜만이군.”

하이블. 교국의 정식 성기사로, 레온과는 안면이 있는 사이였다.

레온이 하이블을 아는 체하자 제리가 경계를 풀었다. 아무래도 바이스의 건으로 모르는 성기사가 나타나면 경계하게 된 듯했다.

“하이블 님이 여기에 왜?”

“악신의 교단을 쫓다 보니 말이야. 여기에 도착했지.”

하이블이 받은 임무는 간단했다.

악신의 교단, 그중 탐욕의 사제들을 중점으로 조사하는 것.

때문에 하이블은 탐욕의 사제를 오랜 기간 쫓았는데, 최근 놈들이 워낙 난리를 친 덕에 꼬리를 잡는데 성공하고 말았다.

마법사 하나를 봉인하겠다고 그 난리를 쳤으니, 꼬리가 안 잡히면 그게 더 이상하긴 했다.

하이블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말을 이었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느껴지는 거대한 파동이었다. 덕분에 우리가 빠르게 합류하긴 했지만, 역시 성배를 빼앗긴 게 뼈아프구나.”

“놈들은 지금 뭘 하고 있습니까?”

“버려진 성채로 갔다.”

“거기서 대체 무엇을…?”

이해가 안 가 레온이 중얼거리자, 하이블이 눈을 가라앉혔다.

“뭘 하려는지는 모르겠지만, 성채의 방비가 매우 단단해. 필히 예전부터 준비한 일을 진행하는 것일 터.”

“그 말은.”

“이대로 두면 위험하다는 거지.”

악신의 교단이 배척받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가장 최근 인류가 멸망할 뻔했던 위기인 대침공은 악신의 교단과 큰 관계가 없었으나, 다른 위기들은 달랐다.

전부는 아니어도 상당수는 악신의 교단과 관련이 깊었다.

그런 놈들이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제지해야 됐다.

“지원을 요청했지만, 여기는 워낙 외진 곳이라. 사람이 모일 때까지 시간이 걸릴 거다.”

“안 좋군요.”

선택지가 발생했다.

지원군이 올 때까지 기다리기와 그 전에 악신의 사제를 제지하기. 이렇게 두 가지가.

레온은 차분히 질문했다.

“하이블 님은 어쩌실 생각입니까?”

“되도록 옳은 선택지를 고르려고 하네.”

“하이블 님이 생각하는 옳은 선택지는 무엇입니까.”

“반드시 악신의 교단을 제지하는 거지. 그리고 내 생각에 놈들을 오래 방치하면 좋은 결과가 안 나와. 바로 칠 거다.”

탐욕의 사제들이 개수작을 부리기 전에 처단한다.

그게 하이블의 계획이었다.

“레온. 너는 어쩔 거지?”

레온은 잠시 주변을 훑었다.

하이블은 혼자 활동하는 성기사가 아니었다. 중요한 임무를 맡은 만큼 휘하에 사제와 성기사가 꽤 있었는데, 그럼에도 인원수만 따지면 적보다 한참 부족했다.

이 인원으로 만발의 준비를 끝낸 탐욕의 사제를 상대하다니, 당연히 굉장히 위험했으나.

“저도 따르겠습니다.”

레온은 망설임 없이 결정을 내렸다.

제리도 비슷한 생각이었는지 팔짱을 낀 채 침묵으로 동의했다.

레온이 그런 결정을 내린 이유는 하이블과 비슷했다. 놈들을 가만히 놔둘 수 없었다.

거기에.

루이나가 위험했다.

그거면,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결정됐군.”

하이블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레온 또한 자리에서 일어났다.

검을 움켜쥐며 레온은 굳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당장 출발합시다.”

“루이나. 이번 시험도 만점을 받았더구나.”

나는 인자한 말투로 말을 거는 중년 여성에게 시선을 옮겼다.

원장 수녀님은 온화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는데, 나 또한 웃으며 말했다.

“이런 저를 반품하다니, 제 전 양부모님도 참. 얼마나 뛰어난 인재를 찾으려는 건지 모르겠다니까요.”

“루이나. 그런 말은 내 앞에서만 하렴. 다른 사람들은 그게 농담이라는 걸 못 알아듣는단다.”

“제가 그래서 원장 수녀님을 좋아해요.”

방금 건 정말 웃으라고 한 농담이었다. 나는 전 양부모를 딱히 원망하지 않았으니까.

그걸 넘어 미안한 감정도 있었다.

내가 겉 포장이 너무 뛰어난 바람에 본의 아니게 속여버리지 않았는가.

그들이 아이를 입양하며 얼마나 기대했겠나.

큰마음을 먹고 아이를 입양하려던 중, 용모가 뛰어나고 학교 성적이 하늘을 찌르는 아이를 발견한 거다. 행복한 상상을 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예의 바르고 차분한 아이를 기대했겠지. 그런데 겉 포장과 다르게 내용물이 본좌였으니, 이거이거.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전 양부모님.

물론 저런 애인 줄 몰랐다고 우는 건 살짝 깨긴 했지만, 나도 속였으니까.

우리 서로 손잡고 화해합시다.

감사합니다.

원장 수녀님은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입술을 뗐다.

“루이나 너는 상처받지 않겠지만, 명심하거라. 너는 괜찮아도 네 주변인은 다를 수 있다는걸.”

“즉 저는 주변인을 만들지 않으면 최강이라는 거네요.”

“그렇다고도 할 수 있지.”

“신난다.”

이제부터 나는 무적이다.

나는 콧노래를 부르며 원장실을 벗어났다.

비가 내린다. 나는 쏟아지는 물방울을 맞으며 고아원의 앞마당을 걸었다.

대자연을 온몸으로 느끼니 한가지 욕구가 솟아올랐다.

마법을 쓰고 싶다.

사실 대자연은 핑계긴 했다. 왜냐하면 나는 늘 마법을 쓰고 싶었으니까.

나는 깊은 한숨을 쉬며 하늘을 봤다.

이 세계엔 마법이 없었다.

정확히는 없을 확률이 높았다.

나는 그래도 어딘가에 마법이 존재할 거라 믿었지만, 믿음과 현실은 다른 얘기라. 여기선 마법이 존재할 가능성이 낮다는 걸 확실히 해두는 게 맞았다.

마법이 없는 세계. 그건 어렸을 때부터 마법을 꿈꿔온 내게는 상당히 가혹한 세계였다.

아직 세상을 제대로 인지조차 하지 못하던 시절부터 나는 마법을 갈구했다. 마치 본능적으로 젖을 탐하는 갓난아기처럼, 나도 본능적으로 마법을 탐했다.

이유는 모른다.

그냥, 마법이 좋았다.

하늘도 무심하지.

이런 욕구를 줬으면서, 정작 마법은 안 줘?

독하다 독해.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우산을 챙겼다.

도서관에 가 마법 관련 책이라도 빌리기 위해서였는데, 돌연 나는 걸음을 멈췄다.

어쩔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게.

웬 남자가, 이상한 짓을 하고 있었으니까.

고아원 입구에 기댄 남자의 손에서 빛덩어리가 솟아오른다.

그 이질적인, 현실과 어긋난 광경에, 나는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마법사다!”

바이스는 천칭의 사용자를, 루이나를 떠올렸다.

탐욕의 미로.

그것은 굉장히 무서운 성법이었다.

탐욕의 미로에 빠진 사람은 현실과 괴리된다. 현실을 잊고 오직 탐욕의 미로 속 사람이 된다.

그 상태에서 탐욕의 미로는 미로 안에 들어온 사람에게 원하는 걸 제공한다.

여자를 원한다면 여자가 넘쳐나는 세상을 만든다.

명예를 원한다면 명예가 넘쳐나는 세상을 만든다.

휴식을 원한다면 휴식이 넘쳐나는 세상을 만든다.

그렇기에 탐욕의 미로는 얼핏 천국처럼 보이기도 한다.

허나 진짜 천국이라면 탐욕의 미로가 공격 기술로 사용될 리 없었다.

정말 당연하지만, 탐욕의 미로의 힘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원하는 걸 들어준다. 탐욕의 미로를 설명하려면 이 말 앞에 다음의 수식어가 붙어야 됐다.

영원히.

영원히 원하는 걸 들어준다.

미로에 빠진 사람의 욕망이, 바닥날 때까지.

그 사람이 텅 빌 때까지.

그래.

탐욕의 미로는, 미로에 빠진 사람의 욕망을 먹고 무한히 자라나는, 하나의 기생 세계인 것이다.

아마 루이나는 지금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재구축된 세계에서, 자신의 욕망을 마음껏 충족시키는 중일 거였다.

그게 자신을 갉아먹는 중이라는 것도 모르고 말이다.

시간축이 다른 탐욕의 미로인 만큼 이미 수백 번은 탐욕의 세계를 경험했으리라.

바이스가 루이나를 인식한 건 상당히 오래됐다. 루이나가 제국의 황도에서 활약했을 때부터니, 몇 달은 됐을 것이다.

바이스는 루이나가 성배를 쫓는 중이라는 걸 금방 눈치챘다. 숨길 생각도 없었고, 숨기기도 힘들었다.

그걸 알자마자 바이스는 계획을 세웠다.

루이나가 성배를 찾아올 거라 믿고, 여러 준비를 시작한 것이다.

바이스는 루이나가 성배를 찾을 거라 믿었다. 루이나는 무려 의 사용자니까. 찾지 못하면 그게 더 이상했다.

그리고 예상대로 루이나는 성배를 찾아냈다.

탐 원소를 획득한다는 예상 밖의 일이 벌어지긴 했지만, 크게 상관은 없었다.

어차피 루이나가 뭘 하든, 탐욕의 미로로 추방하면 그만이었으니까.

루이나를 탐욕의 미로로 쫓아내기 위해 무려 1000명의 인간이 핏물로 변했다.

제물로 바쳐진 인간의 대부분이 악신의 사제인 만큼 출혈이 컸으나, 괜찮았다.

그로 인해 비록 가짜지만 성배를 얻지 않았나.

그 어떤 희생도 이득이었다.

바이스는 제단 위에 성배를 올렸다.

제단 위에는 윤회교가 여태 아득바득 모아온 성은, 불사조의 깃털, 달의 정수, 대지의 심장, 세계수의 과실 따위의 생명력과 관련된 것들이 잔뜩 올려져 있었는데, 바이스는 성배를 쓰다듬으며 들뜬 숨을 뱉었다.

이것으로.

모든 준비가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