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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 스탈라 우드에 막 도착했을 때, 루이나는 굉장히 기분이 좋은 상태였다.
이유는 잘 모른다. 루이나의 기분이 좋은 게 하루이틀 일이 아니라.
벌꿀주만 마셔도 행복한 게 루이나다. 때문에 그녀가 콧노래를 부르든 춤을 추든 그건 일상이었으나, 그럼에도 그날은 평소와 달랐다.
“레온 님.”
“무슨 일입니까.”
“가짜 성배 이거요. 톨트피어가 만들었을 거잖아요.”
“톨트피어의 던전에서 나왔으니, 그럴 확률이 높겠죠.”
“왜 만들었을까요.”
고생 끝에 얻은 성배다. 그 용도를 궁금해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성배의 용도라.
레온은 잠시 고민한 후 대답했다.
“반드시 필요한 일이 있어서가 아니겠습니까?”
“굳이 성배가 필요한 일이라. 제가 생각하기에 그런 건 대침공 같은 것 외엔 없는데요.”
“그래서 갑자기 그건 왜 궁금하신 겁니까?”
성배는 교국에 반납하는 용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렇기에 루이나도 여태 성배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는데, 왜 갑자기 이러는 걸까?
“그거야.”
“그거야?”
“무려 가짜 성배를 만든 거잖아요. 얼마나 대단한 마법이 사용됐을까요.”
또 마법인가.
레온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루이나의 마법 사랑은 정말 때와 장소를 안 가리고 튀어나왔다.
루이나는 파이프 담배를 입에 물었다. 불이 붙고, 루이나는 천장에 연기를 흘려보내며 말했다.
“간만에 쉬니까 좋네요.”
“루이나 님! 쉬니까 영감이 막 자극돼! 좋은 돈벌이 수단이 떠오를 거 같아!”
“크리스 님은 지치지도 않네요.”
평소와 같은 대화에, 평소와 같은 분위기에. 평소와 같은 일행까지.
모든 게 평소와 같았다.
그때까지는 말이다.
“실종 사건이 또 벌어졌어?”
옆 테이블에서 들린 말에 레온은 미간을 찌푸렸다.
실종 사건?
그 불온한 단어에 레온은 시선을 옮겼다.
“리크의 첫째가 숲에 갔다가 사라졌다는군.”
“아직도 숲에 가는 사람이 남았어? 단단히 단속하라니까.”
숲, 실종.
그 두 단어가 합쳐지자 레온의 머릿속에 하나의 단체가 떠올랐다.
악신의 교단.
놈들이라면 사람을 납치해도 크게 이상하지 않았다.
악신의 교단, 윤회교의 기본 사상은 간단했다.
‘이 세상은 가짜고, 진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선 새로운 법칙을 세워야 한다.’
이 새로운 법칙을 세우기 위해 윤회교는 정말 많은 일을 저질렀는데, 사람을 납치하는 것쯤이야. 윤회교 입장에선 가벼운 인사 정도였다.
레온은 옆 테이블 사람들의 대화에 집중했다.
“몬스터인가?”
“몬스터면 이렇게 흔적이 안 남을 리가 없는데.”
“조사관 파견은 아직이야?”
“왔다가 그냥 간 게 며칠 전이지 않나. 또 오진 않겠지.”
아무래도 납치가 벌어진 게 한두 번이 아닌 듯했다.
레온은 잠시 상념에 잠겼다.
그 순간이었다.
쿵. 누군가 옆에 앉았다.
레온은 느닷없는 불청객을 살폈다. 다른 일행도 똑같이 불청객을 바라봤다.
남자는 쏟아지는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레온에게 말을 걸었다.
“바이스라고 합니다.”
“무슨 일이신지요.”
레온이 조심히 묻자, 바이스는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거 너무 갑자기 끼어들었나 보군요. 예상치 못한 곳에서 형제님을 만나는 바람에 반가워서 그만.”
형제. 레온에게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한 부류밖에 없었다.
바이스의 손가락에 새하얀 빛이 맺힌다.
그 순백의 신성력에 레온은 경계를 풀고 입술을 뗐다.
“레온입니다. 혹시 바이스 님도 성배를 찾아서?”
“아뇨. 저는 다른 임무로 진작에 세상을 떠돌던 참입니다.”
“다른 임무라면?”
“뻔하지 않습니까. 악신의 교단을 쫓는 일입니다.”
무려 하나의 나라까지 만들어버린 창세교다. 따라서 창세교가 하는 일은 굉장히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신경 쓰는 일은 역시 하나였다.
악신의 교단의 준동을 막는 것.
뭐, 루이나에게 물으면 ‘교국은 그게 아니라 장사에 더 집중하잖아요’라고 하겠지만, 적어도 레온은 그리 생각했다.
그나저나.
악신의 교단을 쫓는 임무를 맡은 바이스가 이 마을에 머문다는 건.
“실종 사건은 악신의 교단 놈들의 짓이군요.”
“정확히 보셨습니다. 그리고 그 부분으로 할 말이 있습니다.”
“협력 요청입니까?”
“맞습니다. 이번 놈들이 저 혼자 상대하기엔 벅차고, 그렇다고 지원을 기다리기엔 시간이 촉박해서 말입니다.”
이 땅에 정의를 바로 세운다. 그 목적하에 레온은 검을 갈고닦았다.
낮이고 밤이고, 여름이고 겨울이고 가리지 않고.
그런 레온이다.
악신의 교단을 멸할 기회가 찾아온다면 당연히 기쁘게 받아들였다.
원래라면.
레온은 슬쩍 루이나를 바라봤다.
지금 레온은 일행이 있었다.
혼자서 마음대로 움직이는 건 힘들었다.
레온의 시선을 느낀 걸까. 루이나는 길게 연기를 뱉었다.
그리고 말했다.
“잠깐이라면 못 도와줄 것도 없지 않을까요?”
“감사합니다.”
“악신의 교단은 저도 영 별로라서요. 자꾸 제 마법 생성기를 없애잖아요. 이건 월권이에요.”
“루이나 님. 그 누구도 루이나 님의 마법 생성기를 자처하지는 않아.”
일행의 리더격인 루이나가 허락한다면 다른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저랑, 제리 님이랑, 레온 님만 바이스 님을 돕죠. 뮤란 님과 노아 님은 여관에 남아 계세요.”
“알겠어.”
“…알겠어요.”
3위계의 몸으로 고유 마법을 마음껏 쓰는 루이나.
얼마 전 5위계가 된 제리.
거기에 신성력을 각성한 레온까지.
바이스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전력이면 어지간한 적은 박살냈다.
바이스는 레온에게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이번 악신의 교단은 지하에서 은밀히 대규모 의식을 펼치는 놈들입니다.”
“의식이라면?”
“아무래도 산제물이라도 바치는 듯합니다.”
“…….”
산제물. 레온의 머릿속에 과거의 장면이 스쳤다.
장작 위에서 울부짖던 부모님의 모습이 레온의 가슴을 할퀴며 지나가고, 레온은 가빠지려는 숨을 고르며 질문했다.
“규모가 궁금하군요.”
“최소 100명입니다.”
“100명이라니.”
과연, 협력을 요청한 이유가 있었다.
바이스는 책상을 손가락으로 톡톡 쳤다.
“저는 다른 것보다 그런 대규모 의식으로 놈들이 뭘 하려는지가 신경 쓰이더군요.”
“평범한 짓은 아니겠죠.”
“이대로 두면 더 큰 피해가 발생할 겁니다. 즉시 막아야 합니다.”
동의하는 바였다.
사람들을 납치해 벌이는 대규모 의식이라니. 어떤 식으로 해석해도 좋은 결과는 안 나왔다.
“바로 갑시다.”
악신의 교단이 자리 잡은 거점은 숲속 지하였다.
동굴에 위치한 입구를 통해 지하로 내려간 레온은 자신을 가로막는 악신의 사제를 전부 베어 넘겼다.
화륵. 불길이 달린다. 붉은 선이 허공에 그어지고, 그 끝에 선 악신의 사제가 죄다 화염을 뒤집어쓰며 대지를 구른다.
“굉륜(轟輪).”
기기긱! 대기를 짓누르는 화염의 띠가 악신의 사제를 갈아 마신다.
루이나와 제리의 활약에 힘입어 레온도 열심히 검술을 펼쳤다. 이어서.
번쩍. 새하얀 검이 허공을 가르며 날아갔다.
바이스의 신성력으로 재현된 성물들이 악신의 사제를 꿰뚫는다.
그 깔끔한 성법 사용에 레온은 바이스의 실력을 대략 짐작했다.
평사제는 당연히 아니고, 주교급인가?
레온은 검에 묻은 피를 털며 말을 꺼냈다.
“어느 쪽입니까?”
“따라오시죠.”
바이스는 레온, 루이나, 제리를 지하 거점 깊숙한 곳으로 안내했다.
그때마다 악신의 사제가 막아섰지만, 그 누구도 위협적이진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사실상 일행엔 고위 마법사가 2명이나 있었다. 이 조합이 누군가에게 밀리면 그게 더 이상했다.
그렇게 베어 넘긴 악신의 사제가 수십 명이 됐을 때쯤, 레온은 기어코 거대한 공동에 도착할 수 있었다.
거대한 공동 중앙에는 제단이 있었는데, 레온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제단 위가 피범벅이라 그랬다.
이미 늦은 건가. 그 끔찍한 광경에 레온이 검을 으스러지게 쥐었다.
그리고.
“수고하셨습니다.”
그 나직한 목소리에, 있는 힘껏 검을 휘둘렀다.
기기긱! 검과 검이 맞부딪히며 기괴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레온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역겨운 감각이, 육감을 콕콕 찌르는 탓이었다.
바이스에게 흘러나온 신성력이 바닥에 닿는다.
직후 바닥이 빛난다.
칠흑 같은, 검은색으로 말이다.
레온은 그 광경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믿을 수 없었다.
창조신의 신성력은 오직 창조신을 절실히 믿는 자에게만 내려진다. 그래서 바이스가 창조신의 신성력을 쓰자마자 레온이 바이스를 믿은 것이었다.
허나 지금 바이스는 그 믿음을 배신하기라도 하듯, 악신의 힘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했다.
대체 어떻게 악신의 사제가 창조신의 신성력을 얻은 거지?
대체…어떻게?
레온은 멍하니 중얼거렸다.
“어째서?”
“어째서 제가 창조신의 신성력과, 윤회신의 신성력을 둘 다 사용하는지 궁금하신가 보군요. 그 답은 간단합니다.”
바이스가 손가락을 든다.
그 끝에는, 루이나가 있었다.
바이스가 말을 이었다.
“창조신의 신성력 또한, 정당한 제 소유물이기 때문입니다.”
정말 탐욕스럽기 그지없는 말이 끝남과 동시에.
쩌적. 세상이 갈라졌다.
아니. 세상이 갈라진 게 아니었다.
루이나가 갈라진다.
마치, 만화경에 비친 것처럼 여러 개로.
“천칭에 탐 원소 보유자라. 간만에 기가 막힌 게 탄생했군요. 변수가 되는 만큼 이쯤에서 퇴장시키겠습니다. 무얼. 별거 아닙니다. 단지 영원히 꿈을 꾸게 추방하는 거니까요.”
준비됐던 탐욕의 신성력이 공동 바닥에서 튀어나오며 루이나를 덮친다.
레온은 신성력을 최대한 내뿜으며 루이나를 덮친 성법을 검으로 후려쳤다. 그러나.
역부족이었다.
“레온 당신도 꿈을 꾸고 싶었군요. 성법의 대상자가 아니라 선잠이 다겠지만, 그래도 좋은 꿈 꾸시길 바랍니다. 아, 성배는 탐욕의 세 번째 손가락인 이 바이스가 가져가도록 하겠습니다.”
그 비웃는 듯한 말을 끝으로.
레온은 발동된 성법에 휘말렸다.
그리고 목을 찌르고 현실로 돌아왔다.
앞선 모든 현상을 경험하고 나서야 레온은 자신이 무슨 성법에 당했는지 깨달았다.
대상자를 육체째로 현실이 아닌 다른 세계로, 영원한 꿈의 세계로 추방하는 성법.
정확히는, 대상자를 탐욕의 세계로 추방하는 성법.
만일 눈치채지 못했다면 레온은 영원히 다른 세계를 떠돌다 죽었을 것이다.
이건 처음부터 끝까지 설계된 함정이었다.
대체 언제부터지?
잘 모르겠다.
결국, 지금 확실한 건 하나였다.
하나, 루이나가 탐욕의 세계를 떠도는 중이다.
그리고 둘.
놈들이 성배로 무언가를 하려고 한다.
레온은 몸을 일으켰다.
우선 더 정확한 상황을 파악해야겠다.
“세상에 마법이 어딨어. 너 자꾸 헛소리할래?”
맞는 말이었지만, 나는 유한성의 이름 옆에 메모를 했다.
메모. 마법을 무시함.
그러자 유한성이 기겁했다.
“잠깐. 너 방금 무슨 생각 했어.”
“아무 생각도 안 했어요.”
사람이 메모 좀 할 수 있지, 그런 걸로 난리를 치기는.
메모. 사람이 쪼잔하다.
머릿속 공책을 덮은 나는 기지개를 켰다.
날씨가 좋다.
이런 날에는 피크닉을―.
…….
나는 묘한 위화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기시감은 뭐지.
언젠가 꿈에서 봤나?
“야. 너 아무 생각도 안 했다고 하면 꼭 이상한 짓을 저지르잖아. 저번에 태호형 울린 건 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나는 조잘대는 유한성을 뒤로한 채 고아원 밖으로 나갔다.
아.
마법 써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