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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413 lines
12 KiB
Markdown

시간은 모든 걸 퇴적시킨다.
그 당연한 명제에서 라이젤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의 과거는 이제 너무 머나먼 일이었다. 모든 게 흐릿했으며, 흔적도 남아 있지 않았다.
허나 그럼에도 모든 게 그렇지는 않았다.
대부분이 흐릿해진 세상에서 라이젤이 기억하는 유일한 과거.
모든 것의 시작.
“싫어! 싫다고! 내놔! 그 마법은 내 거야―.”
자신에게 마법을 빼앗기고 무너져 내리는 마법사의 모습을,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하는 라이젤이었다.
어렸던 라이젤은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몰랐지만, 지금의 라이젤은 알았다.
마법의 계승.
유일 원소, ‘탐’ 원소가 주인을 갈아탄 것.
탐 원소 보유자의 최후가 어떤지는 그 누구보다 탐 원소 보유자 본인이 잘 알았다.
자신부터가 전대 탐 원소 보유자를 먹어 치우고 현대 탐 원소 보유자가 된 것이니까. 당연했다.
때문에 라이젤은 그 누구에게도 탐 원소를 넘기고 싶지 않았다.
그 누구에게도.
“어째서? 어째서 나한테 오지 않는 거냐! 탐 원소!”
200년 전. 드디어 나타난 탐 원소 계승자를 라이젤은 역으로 잡아먹었다.
욕망의 크기 싸움에서 라이젤이 계승자를 이긴 것이다.
이게 시사하는 바는 컸다.
계승자가 나타난다고 반드시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리란 법은 없다는 걸 알려줬으니까.
욕망의 크기만 유지한다면.
강함만 유지한다면.
영원히 탐 원소를 소유할 수 있었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건 마법이었다.
더 많은 마법을 빼앗아야 됐다.
더 많은 마법을 손에 넣어야 됐다.
역대 탐 원소에서 파생되는 마법은 보유자마다 제각각이다.
라이젤의 탐 원소 마법의 경우 조건이 덕지덕지 붙었다.
상대에게 마법의 설명을 직접 들어야 했고, 마법을 3번 목격해야 했으며, 직접 경험도 해야 됐다.
하지만 그렇기에 상대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조건만 부합한다면 마법을 빼앗을 수 있었다.
초기에는 그 조건을 채우기 매우 어려웠지만, 우연히 고유 마법 을 손에 넣은 뒤로 모든 게 술술 잘 풀리는 라이젤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무려 을 손에 넣었으니, 이제 자신을 막을 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라이젤은 멍청한 마법사와, 루이나와 눈을 마주쳤다.
마법을 빼앗긴 마법사는 모두 똑같은 반응을 보인다.
부정.
분노.
체념.
그 감정의 파도를 느끼는 게 라이젤의 취미 중 하나였다.
라이젤의 시선에 루이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상대의 마법을 빼앗는 마법이라니, 정말 놀라운 마법이네요?”
루이나의 눈이 빛난다.
그 순수한 반응에 라이젤은 순간 이 아직 안 풀렸다고 착각했다.
루이나가 자신을 친오빠라고 여기며 대하는 거라 착각한 것이다.
그러나 은 진작 깨졌고, 루이나는 라이젤을 명확히 적으로 인식했다.
그런 와중에도 저런 반응인 거다.
아직 상황 파악이 안 됐나 보군.
라이젤은 친절히 설명을 해줬다.
“이 천칭은 이제 내 거다.”
“그건 제 천칭인데요.”
“억지를 쓴다고 사실이 바뀌지 않아. 현실을 직시해라.”
끼익. 라이젤의 손에서 천칭이 기운다.
그 아름다운 자태에 라이젤은 흥분에 가득 찼다.
은 위대한 마법이다.
하기에 따라 수명조차 거래가 가능한 이 마법은 한계가 없었다.
제대로 성장을 시켜 7위계쯤에만 도달해도, 그야말로 무한의 가능성이 열리는 마법인 것이다.
처음 루이나가 천칭으로 마법을 ‘공유’할 때 라이젤은 놀랐다.
‘공유’가 가능하다는 건 거리가 얼마나 멀어지든 거래한 두 명이 이어진다는 거고, 그건 즉 위대한 대법칙과 천칭이 연결됐다는 소리였다.
단계로 치면 2단계.
천칭을 벌써 그만큼 성장시키다니,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 점은 칭찬한다.
다만.
자신이 가진 게 뭔지 모르고, 그 가치를 모르고, 황금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건 도저히 참지 못하겠다.
등장할 때마다 소유자의 이름이 역사에 남는 위대한 마법. 천칭.
그 사용법을 지금부터 내가 알려주마.
“멍청한 년. 너는 인과율을 다룬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천칭은 그렇게 쓰는 게 아니다. 봐라.”
라이젤은 천칭을 번쩍 들며 소리쳤다.
“대법칙이여! 내가 모은 마법을 저울의 눈이 맞게 바치겠다! 그 대가로 내게 잠시 무한한 마력을 선사해라!”
대법칙과 연결됐다는 건 대법칙과 거래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대법칙은 신들조차 거스르지 못하는 세계의 근원.
그런 것과 거래를 하는 거다.
정말 모든 게 가능했다.
모든 게.
라이젤은 전능함을 기대하며 눈을 감았다.
라이젤이 여태 모은 마법은 굉장히 많았다.
그리고 그중에서는 마력이 부족해 쓰지 못하는 마법도 있었는데, 이제는 아니었다.
이제 라이젤은 진정한 의미에서 완전체가 되었다.
신이 된 것이다―!
…….
어라.
“대법칙이여!”
라이젤이 목이 터져라 외친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당황한 라이젤이 천칭을 바라본, 그 순간이었다.
“제 천칭은 그런 마법이 아니에요.”
루이나가 작게 읊조렸다.
라이젤이 고개를 들었다.
루이나의 맑은 녹색 눈동자가 라이젤을 꿰뚫어 본다.
천칭의 대가는 반드시 공평하게 이루어져야 된다.
동등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공평해야 된다.
서로의 마음의 무게 추가 맞아야 된다.
왜 그런 식으로 됐을까. 그건 간단했다.
만든 사람이 그렇게 만들었으니까.
루이나가 깨달은 게, 공평의 특징이니까.
천칭은 한 사람의 소망이 모여 만들어진 마법이다.
간절한 소망이 하나의 마법으로 승화된 것이다.
그 소망의 이름은.
루이나가, 행복해지는 것.
“제가 행복해지는 상황에서만 발동하는 거예요. 그 마법은.”
루이나가 행복한 상황은 오직 마법이다.
대법칙은 위대한 세상의 근원이지만, 마법은 내려주지 못한다.
그렇기에 루이나는 대법칙과 거래하지 않는다. 거래하지 못했다.
그녀가 바라는 건 오직 마법밖에 없으니까.
따라서 천칭은 수많은 기능을 없애버리고 오직 마법만 특화시켰다.
상대에게 수명을 양도받지 못하고, 대법칙과 거래하지 않는 대신, 마법과 관련된 기능을 극한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루이나는 을 ‘공유’가 가능하도록 성장시킨 게 아니었다.
처음부터 이 이렇게 만들어진 거였다.
“그런 게, 그런 게 가능할 리가―.”
“그런데 있잖아요.”
루이나는 라이젤의 말을 짧게 끊었다.
그다음 노래하듯 속삭였다.
“그 마법, 맛있어 보이네요?”
그 말에.
그 탐욕스러운 말에 라이젤은 깨달았다.
네가, 네가.
“이번 대의 탐 원소 계승자구나!”
화륵. 불꽃이 피어오른다. 이어서.
공동 안이, 밝게 빛났다.
*
붉은 선이 허공을 물들인다.
나는 화염 폭격 마법을 쏘며 라이젤을 살폈다.
라이젤의 손에서 검은 구멍이 생기고, 이어서 그곳에 모든 화염이 빨려 들어갔다.
라이젤이 손가락을 허공에 그었다.
기기긱! 라이젤의 손에서 출발한 바람의 실선이 나무 거인과 부딪히며 기괴한 소리가 퍼진다.
가볍게 마법을 주고받은 후 라이젤이 반가운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너는 마법을 빼앗고 싶을 거다. 마법을 손에 넣고, 그 누구에게도 넘겨주기 싫겠지?”
“어, 음.”
갑자기 무슨 소리야 저 인간은.
나는 차분히 입을 열었다.
“혹시 잠깐 사이에 술이라도 드셨나요?”
“대답해라. 너는 마법에 미쳐서, 오직 너만이 마법을 독점하고 싶겠지?”
“아닌데요.”
“아니라고?”
나는 딱히 독점욕이 없었다.
노아에게 마법을 가르쳐준 것 만해도 알지 않나?
나는 마법을 모두에게 공유해야 된다는 입장이었다.
그래야 더 좋은 마법이 나오니까.
“무슨. 그러면 너는 왜 마법을 모으는 거지?”
“그야 마법이 좋으니까요.”
“그게 마법을 독점하고 싶은 거 아니냐! 마법을 수집해, 창고에 박아두고 싶은 마음일 터!”
“아니라니까요.”
자꾸 왜 사람의 마음을 넘겨짚는지 모르겠다.
나는 마법을 수집하는 게 아니다. 수집이랑은 거리랑 멀었다.
왜냐하면.
“사용되지 않으면 마법이 불쌍하잖아요. 마법은 쓰라고 있는 거예요.”
내가 마법을 강제로 빼앗지 않는 것도 그런 맥락이었다.
마법이 불쌍하잖아.
“…….”
라이젤이 입을 다문다.
대체 무슨 착각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크게 상관은 없었다.
어차피 내 요구 조건은 하나였다.
마법 내놔.
“탐욕, 탐욕과는 달라. 이건 대체?”
“이리 오세요.”
나무 거인의 주먹에 포식의 불꽃이 피어오른다.
포식의 불꽃이 나무 거인을 잡아먹으며 덩치를 키우고, 한계까지 위력이 올라간 포식의 불꽃이 라이젤에게 떨어진다.
치이이익! 얼음의 성이 나무 거인의 주먹을 막는다. 구구궁. 성벽의 포문이 열리고, 얼음의 포탄이 나무 거인에게 쏟아진다.
저 마법, 가지고 싶다.
나는 나무 병사를 여럿 소환해 얼음의 성을 기어오르게 했다.
성 꼭대기에서 라이젤이 손으로 허공을 짚었다. 직후.
물의 구체가 생성되며, 거기서 폭포가 쏟아졌다.
저 마법.
암석창이 허공을 가른다. 그에 맞춰 암석방패가 라이젤을 지킨다.
저 마법.
불꽃의 화살이 날아가고, 물의 장막이 모든 걸 막는다.
저 마법.
극한으로 압축된 화염이 직선으로 뿜어지고, 검은 구체가 그걸 전부 삼킨다. 포식의 불꽃이 얼음의 성을 삼키며 덩치를 키우고, 그걸 빛의 들개가 짓눌러 없앤다.
저 마법들을, 전부, 가지고 싶다.
감정이 동한다.
감정이 차오른다.
마법을 얻고 싶다. 마법을 사용하고 싶다. 마법을 아껴주고 싶다.
마법이, 너무 좋다.
“이, 안 돼.”
라이젤이 기겁하며 손을 휘젓는다. 기회였다.
나는 내 최대 마법을 발동했다.
나무로 만들어진 거대한 뱀이, 용이 되지 못한 뱀이 입을 벌린다.
불꽃이 모인다.
한계를 넘어 압축된 불꽃이 강철이의 입안에서 사방으로 튀고, 그게 해방됐다.
붉은빛이 모든 걸 꿰뚫는다.
마법 내놔!
라이젤의 손을 따라 만들어진 반투명한 장막이 모든 걸 왜곡한다.
나는 점점 더 마력을 주입하며 정신을 집중했다.
그때였다.
낄낄. 어디선가 기묘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안 돼!”
나는 내 안에 차오르는 특이한 감각에 미간을 찌푸렸다.
이건?
“내놔!”
라이젤이 버럭 소리치며 앞으로 달린다.
라이젤이 말을 잇는다.
“그건! 그건! 내 마법이야―!”
동시에.
라이젤이 발부터 무너졌다.
모래처럼 무너지는 라이젤을 따라 반투명한 막이 사라지고, 막혔던 붉은 빛이 라이젤을 꿰뚫었다.
환해졌던 세상이 원래대로 돌아온다.
나는 라이젤이 있던 자리를 바라봤다.
거기엔 아무것도 없었다.
잿더미도, 뼛조각도, 그 어느 것도.
번쩍. 라이젤이 있던 자리에서 수많은 빛이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그중 하나의 빛이 내게 꽂힌다.
이 돌아온 걸 느끼며 나는 새 식구를 조용히 점검했다.
그래서.
탐 원소가 대체 뭔데.
설명은 해주고 죽어야 될 거 아니야.
아님 마법을 더 주고 죽든가.
도움이 안 돼 도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