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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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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트피어의 던전은 거대했다.
산 전체가 던전이었으니 사실상 산에 올라가 땅을 찌르면 그게 어디든 던전이었는데, 때문에 던전으로 들어가는 입구 또한 많았다.
바젯이 찾은 입구는 그중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입구였다.
그걸 넘어 사람의 흔적 자체가 없었다.
용케 이런 곳을 발견했다 싶었다.
“딱 봐도 이곳으로 들어가면 던전 중심부와 거리가 머니까. 다른 사람들은 굳이 눈독을 들일 필요가 없지.”
“어차피 던전의 결계는 어디든 똑같으니까요.”
나는 던전의 결계를 만지작거리다가, 바젯을 바라봤다.
바젯은 팔짱을 끼고 가만히 서 있었다.
잠시 후. 바젯의 동료가 돌아왔다.
“바젯. 어디에도 사람은 없어.”
“알겠다.”
주변 탐사 결과 사람의 흔적은 없었다.
이러면.
바젯은 결계에 가까이 간 후 품에서 마도구를 꺼냈다.
열쇠를 닮은 그 마도구를 결계에 가져다 대자, 덜컥. 그런 소리와 함께 마도구가 결계에 꽂혔다.
그리고 돌렸다.
결계가 열린다.
총 가로세로 5m 크기로.
성공적으로 결계를 해제한 바젯이 말했다.
“가자.”
나는 제리, 레온, 노아, 페란트, 라이젤과 함께 던전 안으로 들어갔다.
뮤란과 크리스는 여관에 남았는데, 노아도 남길까 고민했지만 이제 노아도 2위계 마법사니까. 2위계 마법사를 가둬놓고 키울 거면 그냥 5위계가 될 때까지 공방에 묶어놔야 됐다.
던전 안으로 들어간 바젯은 잠시 입구를 지켜보며 시간을 보냈다.
1분이 지나고, 결계가 닫힌다.
“됐군.”
혹시 모를 추가 침입자가 없다는 걸 확인한 바젯이 희열에 찬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이제부터 전속력으로 미궁 최심부로 향한다.”
“알겠어 단장.”
지금부터 우리에겐 시간제한이 생겼다.
톨트피어의 던전을 감싸는 결계는 마도구로 한 번 해제하는 순간 그 견고했던 구조가 느슨해진다.
한결 해제하기 쉬워졌고, 그런 틈을 수인족, 마탑, 황실 마법사들이 놓칠 리 없었다.
아마 늦어봐야 몇 시간 내에 던전이 해제될 것이었고, 그렇기에 우리는 그 안에 던전을 공략해야 됐다.
까놓고 말해 다른 세력과 정면으로 붙으면 숫자에서 밀려 많이 힘들었으니 말이다.
톨트피어의 던전은 전형적인 미궁의 형태였다.
바젯은 작게 혀를 찼다.
“대형을 갖춰라.”
미궁 형태의 던전을 공략할 때 가장 거슬리는 건 역시 길이 좁은 거였다.
인원수의 이점을 살리기 어려웠고, 따라서 대형을 갖추는 게 중요했는데, 오랜 용병 경험으로 바젯도 그 사실을 잘 아는 모양이었다.
나는 일행과 함께 대형의 선두에 섰다.
현재 나는 바젯 용병단의 유일한 5위계(아님) 마법사.
그 어떤 위기가 발생하든 내가 대처하는 게 제일 효율적이었다. 내가 앞에 서는 게 맞는 것이다.
나는 정신을 집중하며 걸음을 옮겼다. 갑작스러운 기습에 대처하기 위해서였는데.
―――.
미세한 땅울림에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건.
쿵. 정면 통로 천장에서 뭔가 떨어진다.
그것은 거대한 철공이었다.
“으아아악!”
통로를 꽉 채운 철공에 주변 용병들이 비명을 지르고, 철공이 빠르게 이쪽으로 굴러온다.
용병들이 혼비백산하며 뒤로 도주한다.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이런 걸 입구 근처에 설치하면 어떻게 해.
저런 건 도망갈 길이 없는 통로에 설치해야 효과적이잖아.
구구구궁. 나는 통로 크기에 최대한 맞춘 나무 거인을 소환했다.
통로에 끼인 나무 거인이 자세를 잡는다. 직후.
철공과 나무 거인이 충돌한다.
나무 거인이 밀리며 부서진다. 허나 통로는 멀쩡했다. 아무래도 마법적인 보호가 돼 있나 보다. 고작 나무 거인이 날뛰는 것 정도로는 망가트리기 힘들었다.
하긴 저렇게 안 해 놓으면 그냥 땅을 파고 수직으로 내려가면 던전 클리어니까. 적절한 조치였다.
한 5m쯤 뒤로 밀린 나무 거인이 철공을 서서히 민다.
나는 그런 나무 거인의 뒤를 쫓아가며 바젯에게 말을 꺼냈다.
“용병들은 의리라고는 하나도 없네요? 다 도망가고.”
“용병의 의리는 약속을 지키는 거지, 목숨의 위기에서 다 같이 죽는 게 아니니까.”
“알았으니까 불러오세요.”
“무슨 추태냐 이 새끼들아! 당장 일로 와!”
“저 고용하길 잘했죠?”
“벌써 올해 최고의 선택이라는 걸 체감하는군.”
약간 철공을 밀자 곧 갈림길이 나왔다.
“어디로 갈까요.”
“왼쪽.”
“왼쪽으로만 가기로 정했군요.”
“미로에서 가장 위험한 게 중구난방으로 움직이는 거니까.”
나는 오른쪽 통로에 철공을 밀어 넣고 왼쪽 통로로 걸었다.
기긱. 우리의 움직임에 반응해 무언가가 움직인다.
그것은 사람과 닮은 인형이었다.
“자동인형. 역시 연금술사네요. 던전 경비원부터가 심상치 않아요.”
“준비.”
바젯의 명령에 따라 용병들이 마법을 준비한다.
다수의 원소가 허공을 가른다. 그에 따라 자동인형이 땅에 눕…지는 않고 앞으로 내달렸다.
용병들이 재차 마법을 날렸지만, 마법 저항력이라도 있는지 전부 효과를 보지 못하고 흩어졌다.
저런 타입은 물리력으로 승부하는 게 편했다.
검사가 제일이라는 것이다.
스릉. 검이 뽑힌다.
레온은 앞으로 가볍게 달렸다가, 검을 대각선으로 그었다.
그 궤도에 따라 반으로 갈라진 자동인형이 비스듬하게 무너진다.
나는 박수를 쳤다.
“레온 님 은근 쓸모가 많네요.”
“이제 저를 우유만 축내는 성기사라고 부르지 못 할 겁니다.”
“그럼요 그럼요.”
또 갈림길이 나왔다.
우리는 이번에도 왼쪽으로 향했다.
갈림길 왼쪽 통로를 거닐자, 곧 던전 경비원이 등장했다.
그르륵.
온몸이 불타는 키메라 경비원이 침을 흘린다. 나는 어두운 던전을 밝히는 키메라에 눈을 손으로 가리며 중얼거렸다.
“톨트피어는 혹시 던전 마스터가 꿈이었나요?”
“그건 또 무슨 소리입니까.”
“구성이 그러잖아요.”
철공에, 자동인형에, 키메라에.
대놓고 던전 클리셰를 고려한 구성이었다.
내 물음에 바젯이 대답했다.
“내가 말하지 않았나. 톨트피어는 어릴 적 꿈을 평생 안고 산 어린애라고.”
피터팬 가설이 진짜였다고.
뭐, 톨트피어는 8위계 대마법사니까.
이 정도면 곱게 미친 거였다.
불이라.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물 원소로 공격하는 게 효과적이지만, 마법이란 게 꼭 자연의 상성만 따라가는 건 아니라서. 그런 원시적인 마법은 옛저녁에 사장된지 오래였다.
포식의 불꽃으로 잡아먹으면 딱 맞겠다.
나는 등불 안 불꽃에 입과 이빨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대로 불꽃을 던지기 위해 적영에게 속으로 명령을 한, 그 순간이었다.
바젯이 앞으로 나섰다.
바젯의 손에 물줄기가 회전한다. 회전하던 물줄기가 바젯의 손길을 따라 허공에 뿌려지고, 그 기세를 이어 소용돌이가 됐다.
물의 소용돌이가 불꽃 키메라를 감싸며 격하게 회전한다.
물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불꽃 키메라가 점점 부서진다. 압력에 찌그러지듯 서서히.
이윽고 온몸이 부서진 불꽃 키메라가 땅에 쓰러진다.
그 광경을 바라보던 바젯이 덤덤하게 말을 뱉었다.
“간단하군.”
과연 완숙한 4위계 마법사다.
키메라쯤은 별거 아니었다.
이거 아까 철공도 혼자 처리되는 거 아니야?
나는 입맛을 다셨다.
저 소용돌이 마법, 가지고 싶다.
아니지. 내 물 원소 특징이 ‘변화’니, 잘만 하면 카피 되는 거 아니야?
나는 머릿속에서 소용돌이 마법을 재현할 방법을 짜냈다.
그래서 나온 결론은 당장은 안 되고 위계가 더 올라야 한다, 이거였다.
아쉽네.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다리를 움직였다.
얼른 미궁을 주파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쿵.
하늘에서 무언가가 떨어진 건 딱 그때였다.
전신이 강철로 된 골렘이었는데, 철공에 자동인형에 키메라에 이제는 골렘이야? 라는 감상을 내가 뱉기도 전에, 바젯이 조치를 취하기 전에.
제리의 손에서 불꽃의 탄환이 발사됐다.
불꽃의 탄환이 골렘의 머리를 관통해 녹인다. 여전히 골렘은 움직인다. 탕! 이어서 쏘아진 탄환이 심장을 녹인다. 이번엔 움직임이 정지한다.
바닥에 쓰러진 골렘의 앞에 선 제리가 손을 털었다.
동시에 제리의 손을 감싸던 불꽃의 띠가 사라진다.
제리 얘가 담뱃불만 붙이고 다녀서 그러지, 완숙한 4위계 마법사예요.
언제 5위계에 가도 이상하지 않아요.
골렘을 지나치며 제리가 소리쳤다.
“얼른 갑시다.”
“알겠다.”
적당히 대꾸한 바젯이 제리의 뒤를 따랐다.
나는 바젯과 함께 이동하며 조금 전 광경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골렘이 막 등장했을 때를.
바젯의 손에 순간적으로 맺혔다가 사라진 원소를.
분명 그거, 분명 화염 원소였는데 말이야.
물과 화염의 다중 원소 적성인가?
용병으로 썩기에는 재능이 넘치는 인간이었다.
아마 정식 교육을 받았다면 진작 5위계가 되지 않았을까.
…….
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념을 털어냈다.
뭔가 걸렸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던전 탐사가 중요했지.
얼마간 걷자 거대한 공동이 눈앞에 등장했다.
“호수인가.”
거대한 공동은 마치 동굴 호수처럼 생겼는데, 중앙에 위치한 호수를 우리는 잠시 경계하다가, 이내 다가갔다.
호수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몬스터도, 경비원도, 함정도.
바젯이 입술을 뗐다.
“쉬는 곳인가 보군.”
“쉼터까지 만들고 아주 제대로네요.”
진짜 톨트피어가 던전을 사랑했다는 게 잘 느껴지는 구성이었다.
“어디로 가야 하지?”
호수와 이어진 통로는 총 8개였다.
잠시 생각한 바젯은 정면의 통로를 가리켰다. 머리 아프게 고민하기보다 정해진 규칙대로 움직이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호수에서 쉬는 걸 택하지 않고 바로 던전 탐사를 위해 움직였다.
그때였다.
마력의 파동이 던전 전체를 휩쓸고 지나갔다.
“시작됐군.”
작게 속삭인 바젯이 걸음을 재촉했다.
나도 바젯을 따라 빠르게 발을 놀렸다.
결계가 해제됐으니 지금부터는 시간 싸움이었다.
누가 먼저 던전 심층부에 도착하는가.
그 승부에서 이기기 위해선, 부지런할 필요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