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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트피어의 던전은 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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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전체가 던전이었으니 사실상 산에 올라가 땅을 찌르면 그게 어디든 던전이었는데, 때문에 던전으로 들어가는 입구 또한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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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젯이 찾은 입구는 그중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입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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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넘어 사람의 흔적 자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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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케 이런 곳을 발견했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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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봐도 이곳으로 들어가면 던전 중심부와 거리가 머니까. 다른 사람들은 굳이 눈독을 들일 필요가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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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던전의 결계는 어디든 똑같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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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던전의 결계를 만지작거리다가, 바젯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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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젯은 팔짱을 끼고 가만히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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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바젯의 동료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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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젯. 어디에도 사람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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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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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탐사 결과 사람의 흔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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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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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젯은 결계에 가까이 간 후 품에서 마도구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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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쇠를 닮은 그 마도구를 결계에 가져다 대자, 덜컥. 그런 소리와 함께 마도구가 결계에 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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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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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계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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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가로세로 5m 크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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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으로 결계를 해제한 바젯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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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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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제리, 레온, 노아, 페란트, 라이젤과 함께 던전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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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란과 크리스는 여관에 남았는데, 노아도 남길까 고민했지만 이제 노아도 2위계 마법사니까. 2위계 마법사를 가둬놓고 키울 거면 그냥 5위계가 될 때까지 공방에 묶어놔야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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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안으로 들어간 바젯은 잠시 입구를 지켜보며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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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이 지나고, 결계가 닫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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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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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모를 추가 침입자가 없다는 걸 확인한 바젯이 희열에 찬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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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전속력으로 미궁 최심부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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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어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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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우리에겐 시간제한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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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트피어의 던전을 감싸는 결계는 마도구로 한 번 해제하는 순간 그 견고했던 구조가 느슨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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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결 해제하기 쉬워졌고, 그런 틈을 수인족, 마탑, 황실 마법사들이 놓칠 리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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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늦어봐야 몇 시간 내에 던전이 해제될 것이었고, 그렇기에 우리는 그 안에 던전을 공략해야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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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놓고 말해 다른 세력과 정면으로 붙으면 숫자에서 밀려 많이 힘들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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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트피어의 던전은 전형적인 미궁의 형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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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젯은 작게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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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을 갖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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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형태의 던전을 공략할 때 가장 거슬리는 건 역시 길이 좁은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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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원수의 이점을 살리기 어려웠고, 따라서 대형을 갖추는 게 중요했는데, 오랜 용병 경험으로 바젯도 그 사실을 잘 아는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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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행과 함께 대형의 선두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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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나는 바젯 용병단의 유일한 5위계(아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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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위기가 발생하든 내가 대처하는 게 제일 효율적이었다. 내가 앞에 서는 게 맞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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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신을 집중하며 걸음을 옮겼다. 갑작스러운 기습에 대처하기 위해서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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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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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한 땅울림에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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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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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정면 통로 천장에서 뭔가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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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거대한 철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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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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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로를 꽉 채운 철공에 주변 용병들이 비명을 지르고, 철공이 빠르게 이쪽으로 굴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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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들이 혼비백산하며 뒤로 도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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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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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걸 입구 근처에 설치하면 어떻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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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건 도망갈 길이 없는 통로에 설치해야 효과적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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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구궁. 나는 통로 크기에 최대한 맞춘 나무 거인을 소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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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로에 끼인 나무 거인이 자세를 잡는다. 직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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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공과 나무 거인이 충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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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거인이 밀리며 부서진다. 허나 통로는 멀쩡했다. 아무래도 마법적인 보호가 돼 있나 보다. 고작 나무 거인이 날뛰는 것 정도로는 망가트리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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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저렇게 안 해 놓으면 그냥 땅을 파고 수직으로 내려가면 던전 클리어니까. 적절한 조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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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5m쯤 뒤로 밀린 나무 거인이 철공을 서서히 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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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런 나무 거인의 뒤를 쫓아가며 바젯에게 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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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들은 의리라고는 하나도 없네요? 다 도망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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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의 의리는 약속을 지키는 거지, 목숨의 위기에서 다 같이 죽는 게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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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으니까 불러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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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추태냐 이 새끼들아! 당장 일로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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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고용하길 잘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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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올해 최고의 선택이라는 걸 체감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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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철공을 밀자 곧 갈림길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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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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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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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으로만 가기로 정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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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에서 가장 위험한 게 중구난방으로 움직이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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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른쪽 통로에 철공을 밀어 넣고 왼쪽 통로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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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긱. 우리의 움직임에 반응해 무언가가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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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사람과 닮은 인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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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인형. 역시 연금술사네요. 던전 경비원부터가 심상치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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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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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젯의 명령에 따라 용병들이 마법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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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의 원소가 허공을 가른다. 그에 따라 자동인형이 땅에 눕…지는 않고 앞으로 내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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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들이 재차 마법을 날렸지만, 마법 저항력이라도 있는지 전부 효과를 보지 못하고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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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타입은 물리력으로 승부하는 게 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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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가 제일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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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릉. 검이 뽑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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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은 앞으로 가볍게 달렸다가, 검을 대각선으로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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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궤도에 따라 반으로 갈라진 자동인형이 비스듬하게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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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박수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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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 님 은근 쓸모가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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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저를 우유만 축내는 성기사라고 부르지 못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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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요 그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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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갈림길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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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번에도 왼쪽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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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림길 왼쪽 통로를 거닐자, 곧 던전 경비원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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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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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이 불타는 키메라 경비원이 침을 흘린다. 나는 어두운 던전을 밝히는 키메라에 눈을 손으로 가리며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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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트피어는 혹시 던전 마스터가 꿈이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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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또 무슨 소리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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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이 그러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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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공에, 자동인형에, 키메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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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놓고 던전 클리셰를 고려한 구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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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물음에 바젯이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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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하지 않았나. 톨트피어는 어릴 적 꿈을 평생 안고 산 어린애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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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팬 가설이 진짜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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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톨트피어는 8위계 대마법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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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곱게 미친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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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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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물 원소로 공격하는 게 효과적이지만, 마법이란 게 꼭 자연의 상성만 따라가는 건 아니라서. 그런 원시적인 마법은 옛저녁에 사장된지 오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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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식의 불꽃으로 잡아먹으면 딱 맞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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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등불 안 불꽃에 입과 이빨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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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대로 불꽃을 던지기 위해 적영에게 속으로 명령을 한, 그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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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젯이 앞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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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젯의 손에 물줄기가 회전한다. 회전하던 물줄기가 바젯의 손길을 따라 허공에 뿌려지고, 그 기세를 이어 소용돌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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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소용돌이가 불꽃 키메라를 감싸며 격하게 회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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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불꽃 키메라가 점점 부서진다. 압력에 찌그러지듯 서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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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온몸이 부서진 불꽃 키메라가 땅에 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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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광경을 바라보던 바젯이 덤덤하게 말을 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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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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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완숙한 4위계 마법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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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메라쯤은 별거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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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아까 철공도 혼자 처리되는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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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입맛을 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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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소용돌이 마법, 가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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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지. 내 물 원소 특징이 ‘변화’니, 잘만 하면 카피 되는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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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머릿속에서 소용돌이 마법을 재현할 방법을 짜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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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온 결론은 당장은 안 되고 위계가 더 올라야 한다, 이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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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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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다리를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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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른 미궁을 주파하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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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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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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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무언가가 떨어진 건 딱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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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이 강철로 된 골렘이었는데, 철공에 자동인형에 키메라에 이제는 골렘이야? 라는 감상을 내가 뱉기도 전에, 바젯이 조치를 취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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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의 손에서 불꽃의 탄환이 발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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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의 탄환이 골렘의 머리를 관통해 녹인다. 여전히 골렘은 움직인다. 탕! 이어서 쏘아진 탄환이 심장을 녹인다. 이번엔 움직임이 정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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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쓰러진 골렘의 앞에 선 제리가 손을 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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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제리의 손을 감싸던 불꽃의 띠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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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 얘가 담뱃불만 붙이고 다녀서 그러지, 완숙한 4위계 마법사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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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5위계에 가도 이상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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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렘을 지나치며 제리가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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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른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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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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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대꾸한 바젯이 제리의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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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젯과 함께 이동하며 조금 전 광경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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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렘이 막 등장했을 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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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젯의 손에 순간적으로 맺혔다가 사라진 원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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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그거, 분명 화염 원소였는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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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과 화염의 다중 원소 적성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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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으로 썩기에는 재능이 넘치는 인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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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정식 교육을 받았다면 진작 5위계가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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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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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념을 털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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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걸렸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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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탐사가 중요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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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간 걷자 거대한 공동이 눈앞에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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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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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공동은 마치 동굴 호수처럼 생겼는데, 중앙에 위치한 호수를 우리는 잠시 경계하다가, 이내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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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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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도, 경비원도, 함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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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젯이 입술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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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곳인가 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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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까지 만들고 아주 제대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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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톨트피어가 던전을 사랑했다는 게 잘 느껴지는 구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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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가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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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와 이어진 통로는 총 8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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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생각한 바젯은 정면의 통로를 가리켰다. 머리 아프게 고민하기보다 정해진 규칙대로 움직이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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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우리는 호수에서 쉬는 걸 택하지 않고 바로 던전 탐사를 위해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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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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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의 파동이 던전 전체를 휩쓸고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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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됐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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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게 속삭인 바젯이 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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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바젯을 따라 빠르게 발을 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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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계가 해제됐으니 지금부터는 시간 싸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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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먼저 던전 심층부에 도착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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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승부에서 이기기 위해선, 부지런할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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