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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다 보면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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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또한 실수를 많이 저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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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저지른 대표적인 실수로는 어렸을 적 고아원 선생의 다리를 박살 낸 게 있는데, 정말 우연히 일어난 일인 만큼 순도 백 퍼센트 실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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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마법의 수정구슬을 둔 건 내 잘못이 맞았지만, 그걸 선생이 밟고 넘어진 건 우연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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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처럼 실수가 반복되며 이어졌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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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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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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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던 두 짐승이 나를 조용히 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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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에 전쟁을 멈춘 축구선수에게 검은 예수라는 별명이 붙은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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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2명의 싸움을 멈춘 나는 은색 유다쯤으로 불려도 괜찮은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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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뭐라고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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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의 깃털이 멋지다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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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소리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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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린은 거꾸로 된 용의 비늘을 일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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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드리면 용이 지랄발광을 해 절대 건드리면 안 되는 비늘로 유명했는데, 이처럼 사람에겐 건드리면 안 되는 영역이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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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인종에겐 짐승이 그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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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으로 치면 N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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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인으로 치면 찢은 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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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짐승과 닮았다는 게 칭찬은 아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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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을 좋아하는 인간들이 들으면 슬프겠지만, 일반적으로 짐승은 멍청하고, 이성적이지 못하고, 본능만 쫓는 녀석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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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내가 방금 속으로 생각한 말을 언어 9등급도 이해하기 쉽게 풀이하면 다음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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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한 놈들이 그렇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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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얘네는 왜 속으로 생각한 말을 눈치챈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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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그거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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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인족은 인간과 다른 점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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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그들은 외관이 달랐다. 동물의 귀와 꼬리가 달린 외관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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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따라 신체 능력도 인간과 달랐고, 각종 재능도 인간과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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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가장 다른 걸 꼽으라면 누구나 입을 모아 하나를 말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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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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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수인과 인간을 가르는 가장 결정적인 차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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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인족마다 제각각 다르게 타고나는 그것은 일종의 초능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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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저 둘이 독심술을 타고났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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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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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속으로 생각도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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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루이나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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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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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으로 말씀 안 하셨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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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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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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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모르게 짐승한테 하듯이 했나 보네요. 페란트 님도 집에서 기르는 개를 욕할 때 입으로 말하지, 생각으로 하지는 않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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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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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 수인의 날개에 검은 입자가 모이고, 이윽고 허공을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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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속성 원소. 얼마 전 청년 시절 발리온과 싸우며 겪어본 원소인 만큼 대처는 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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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꺽. 불꽃이 검은 입자를 먹어 치우고, 이내 내 몸 안에 마법의 구조가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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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는 그 구조를 조립하는 대신 ‘소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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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구조에 집어넣을 암속성 원소를 아직 다루지 못해서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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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뒤에서 달려드는 늑대 수인을 물 밧줄로 묶으며 나무 병사를 소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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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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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바글대는 대로에서 싸우는 게 이성적인 행동은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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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분했던 늑대 수인과 까마귀 수인의 표정이 냉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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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 때문은 아니고, 내가 소환한 나무 병사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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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 마법의 편린으로 보이는 나무 병사를 보고 내 실력을 눈치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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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짐승들 앞에선 행동을 조심해야 된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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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가 빨라 눈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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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조용히 있던 까마귀 수인은 이내 깃털을 뽑아 내게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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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정식으로 결투를 신청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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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허공을 가르며 날아온 깃털을 적영(寂影)으로 잡아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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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인간으로 치면 장갑을 던진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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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인족들의 문화는 알기 어렵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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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왜 그래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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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명예를 모욕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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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는 아니었어요. 속으로 생각한다는 게 습관적으로 입 밖으로 튀어나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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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나를 이기면 소원 하나를 들어주지. 대신 내가 이기면 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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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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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눈을 빛내자, 까마귀 수인이 움찔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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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손을 번쩍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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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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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기면 너는 내 명령을 따라야 한다. 이걸 이해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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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명령을 시키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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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 우리에서 지내게 하면 네가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닫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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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은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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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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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간히 자신감이 넘치는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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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위 마법사라고 착각하는 와중에 저러는 거니 현재 까마귀 수인은 고위 마법사를 이길 자신이 있다는 건데, 대충 겨뤄본 까마귀 수인의 경지는 4위계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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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고위 마법사를 이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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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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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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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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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를 세울 생각이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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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내가 직접 싸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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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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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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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면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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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내 행동에 라이젤이 다가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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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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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를 감수하지 않으면 원하는 걸 못 얻는 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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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젤의 걱정을 뒤로한 채 나는 까마귀 수인을 따라 도시를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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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밖 적당히 한가한 곳, 이라기엔 구경꾼이 바글바글한 공터에 도착한 까마귀 수인이 날개를 펄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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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위대한 까마귀 수인족의 왕족, 라벤 크로바르트다. 우리 가문의 이름 정도는 들어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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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바르트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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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경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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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반응에 라벤이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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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깨달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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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크로바르트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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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와서 후회해 봤자 소용없다 인간. 차라리 무릎을 꿇고 자비라도 구하도록. 그럼 덜 고통스럽게 끝내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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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바르트!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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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정말 크로바르트를 아는 것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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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면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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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람은 늘 당당해야 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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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적당한 말을 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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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바르트와 고양이 수인족이 벌인 쓰레기장 혈투는 유명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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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두지 않겠다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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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이 세계엔 까마귀와 고양이가 싸운 일이 없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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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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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한 라벤의 양 날개에 검은빛이 모인다. 나는 충격에 대비하며 나무 거인을 소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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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우우웅―. 나무 거인과 검은 빛이 부딪히며 묵직한 소음이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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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폭발음과는 달랐다. 마치 거대한 쇠구슬을 던지기라도 한 듯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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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종의 질량 무기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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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물리력으로 승부하는 타입은 은근히 까다로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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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암석의 창을 만들어 고속으로 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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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벤은 가볍게 날개짓을 하며 내 공격을 피하곤 질량 구슬을 공중에서 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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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무 거인의 우산 아래에서 질량비를 피했다. 동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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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선을 허공에 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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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에서 시작된 붉은 선이 10갈래로 나뉘어 라벤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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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벤은 공중으로 높이 날며 붉은 선을 따돌리다가, 급선회하며 모든 불꽃 폭격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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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벤의 손에 검은색 검이 잡히고, 라벤은 뒤에서 터진 폭발 충격을 타고 가속하듯 내게 쏘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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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앙! 급하게 나무 거인이 라벤을 막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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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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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수인족과 싸우는 건 인간과 싸우는 것과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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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 능력도 인간과 비교해 월등했고, 심지어 날개까지 달리니 공격 궤도가 예측불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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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롭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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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입맛을 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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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벌어지는 전투 양상은 내가 정식 5위계 마법사가 아닌 탓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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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나는 고유 마법만 뚝 가져온 입장이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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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나는 특정 패러미터는 한계를 뚫어 하늘에 닿았는데, 다른 부분은 그에 비해 처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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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송곳형 능력치가 탄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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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처럼 부족한 부분을 찌르는 상대를 만나면 까다롭다고 느끼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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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렇다고 질 거 같지는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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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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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이 정도로 자신만만해할 거 같지는 않은데, 대체 라벤 쟤는 무슨 비장의 무기를 숨긴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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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내 생각을 읽은 걸까. 라벤은 찢어지도록 입꼬리를 올리며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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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고위 마법사는 까다롭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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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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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너는 기껏해야 5위계 마법사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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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을 거래한 플로라가 5위계 마법사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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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자, 라벤이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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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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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결국 너도 내 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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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벤의 손에 둥그런 띠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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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그런 띠가 빙글빙글 돌고, 이윽고 둥그런 띠에 막이 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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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흡사 돔 형태의 물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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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마한 돔을 완성한 라벤은 이윽고 손을 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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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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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 돔이 확장되며, 결투장 전체를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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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벤이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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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크로바르트에 내려져 오는 기프트의 이름은 블랙룸! 이 안에서는 모든 질서가 뒤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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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손을 쥐었다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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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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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게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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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평소보다 무거울 거다. 마력이 평소보다 안 움직일 거다. 마력이 평소보다 많이 사용될 거다. 자, 아래로 보던 마법사가 사실은 위인 걸 깨달았을 때의 감정은 어떻지? 말해봐라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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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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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뭐라고 대꾸하려다가, 그냥 직접 보여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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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에서 시작된 붉은 선이 라벤에게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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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조금 전보다 배는 빠른 속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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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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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한 라벤이 다급히 검은 막을 펼쳤지만, 불꽃 폭격의 위력이 심상치 않았다. 가벼운 견제기가 무슨 마력을 잔뜩 소화시킨 포식의 불꽃 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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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에 잔뜩 두들겨 맞은 라벤이 땅을 뒹군 후 주저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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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의 앞으로 걸어가 검을 뽑고 목에 가져다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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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야(靑夜)가 검 위에 일렁이는 가운데, 나는 작게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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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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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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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연자실한 표정을 짓는 라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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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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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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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3위계 마법사야 이 녀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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