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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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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다 보면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나 또한 실수를 많이 저질렀다.
내가 저지른 대표적인 실수로는 어렸을 적 고아원 선생의 다리를 박살 낸 게 있는데, 정말 우연히 일어난 일인 만큼 순도 백 퍼센트 실수였다.
바닥에 마법의 수정구슬을 둔 건 내 잘못이 맞았지만, 그걸 선생이 밟고 넘어진 건 우연이었으니까.
세상은 이처럼 실수가 반복되며 이어졌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
“…….”
싸우던 두 짐승이 나를 조용히 노려본다.
전생에 전쟁을 멈춘 축구선수에게 검은 예수라는 별명이 붙은 적이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2명의 싸움을 멈춘 나는 은색 유다쯤으로 불려도 괜찮은 거 아닐까?
“방금 뭐라고 했지?”
“까마귀의 깃털이 멋지다고 했어요.”
“헛소리하지 마라.”
역린은 거꾸로 된 용의 비늘을 일컬었다.
건드리면 용이 지랄발광을 해 절대 건드리면 안 되는 비늘로 유명했는데, 이처럼 사람에겐 건드리면 안 되는 영역이 존재했다.
수인종에겐 짐승이 그거였다.
흑인으로 치면 N워드.
동양인으로 치면 찢은 눈이었다.
솔직히 짐승과 닮았다는 게 칭찬은 아니지 않나?
털을 좋아하는 인간들이 들으면 슬프겠지만, 일반적으로 짐승은 멍청하고, 이성적이지 못하고, 본능만 쫓는 녀석들이었다.
즉 내가 방금 속으로 생각한 말을 언어 9등급도 이해하기 쉽게 풀이하면 다음과 같았다.
‘멍청한 놈들이 그렇지 뭐.
그런데 얘네는 왜 속으로 생각한 말을 눈치챈 건지.
설마 그거 때문인가?
수인족은 인간과 다른 점이 많았다.
가장 먼저 그들은 외관이 달랐다. 동물의 귀와 꼬리가 달린 외관이니까.
그에 따라 신체 능력도 인간과 달랐고, 각종 재능도 인간과 달랐다.
허나 가장 다른 걸 꼽으라면 누구나 입을 모아 하나를 말할 것이었다.
‘기프트’.
그것이 수인과 인간을 가르는 가장 결정적인 차이였다.
수인족마다 제각각 다르게 타고나는 그것은 일종의 초능력이었다.
즉 저 둘이 독심술을 타고났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억울하네.
사람이 속으로 생각도 못 해?
“…저, 루이나 님?”
“뭔가요.”
“속으로 말씀 안 하셨는데요?”
아니었나 보다.
실수 실수.
“저도 모르게 짐승한테 하듯이 했나 보네요. 페란트 님도 집에서 기르는 개를 욕할 때 입으로 말하지, 생각으로 하지는 않잖아요?”
“건방진!”
까마귀 수인의 날개에 검은 입자가 모이고, 이윽고 허공을 가른다.
암속성 원소. 얼마 전 청년 시절 발리온과 싸우며 겪어본 원소인 만큼 대처는 편했다.
꿀꺽. 불꽃이 검은 입자를 먹어 치우고, 이내 내 몸 안에 마법의 구조가 들어섰다.
그러나 나는 그 구조를 조립하는 대신 ‘소화’시켰다.
마법의 구조에 집어넣을 암속성 원소를 아직 다루지 못해서 그랬다.
나는 뒤에서 달려드는 늑대 수인을 물 밧줄로 묶으며 나무 병사를 소환했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사람이 바글대는 대로에서 싸우는 게 이성적인 행동은 아니잖아요?”
흥분했던 늑대 수인과 까마귀 수인의 표정이 냉정해진다.
내 말 때문은 아니고, 내가 소환한 나무 병사 탓이었다.
고유 마법의 편린으로 보이는 나무 병사를 보고 내 실력을 눈치챈 것이다.
이래서 짐승들 앞에선 행동을 조심해야 된다니까.
눈치가 빨라 눈치가.
잠시 조용히 있던 까마귀 수인은 이내 깃털을 뽑아 내게 던졌다.
“그럼 정식으로 결투를 신청하지.”
나는 허공을 가르며 날아온 깃털을 적영(寂影)으로 잡아챘다.
이건 인간으로 치면 장갑을 던진 건가.
수인족들의 문화는 알기 어렵네.
“제가 왜 그래야 하나요?”
“내 명예를 모욕했으니까.”
“고의는 아니었어요. 속으로 생각한다는 게 습관적으로 입 밖으로 튀어나왔어요.”
“좋아. 나를 이기면 소원 하나를 들어주지. 대신 내가 이기면 너는―.”
“소원이요?”
내가 눈을 빛내자, 까마귀 수인이 움찔거렸다.
나는 손을 번쩍 들었다.
“할게요!”
“내가 이기면 너는 내 명령을 따라야 한다. 이걸 이해했나?”
“무슨 명령을 시키게요?”
“짐승 우리에서 지내게 하면 네가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닫겠지.”
“소원은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가요?”
“뭐든지.”
어지간히 자신감이 넘치는 모양이었다.
내가 고위 마법사라고 착각하는 와중에 저러는 거니 현재 까마귀 수인은 고위 마법사를 이길 자신이 있다는 건데, 대충 겨뤄본 까마귀 수인의 경지는 4위계쯤이었다.
절대 고위 마법사를 이길 수 없었다.
뭐지.
아, 그건가?
대전사?
“대리를 세울 생각이시군요.”
“아니, 내가 직접 싸울 거다.”
진짜 뭐지.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해보면 알겠지.
그런 내 행동에 라이젤이 다가와 물었다.
“괜찮아?”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으면 원하는 걸 못 얻는 법이에요.”
라이젤의 걱정을 뒤로한 채 나는 까마귀 수인을 따라 도시를 벗어났다.
도시 밖 적당히 한가한 곳, 이라기엔 구경꾼이 바글바글한 공터에 도착한 까마귀 수인이 날개를 펄럭였다.
“나는 위대한 까마귀 수인족의 왕족, 라벤 크로바르트다. 우리 가문의 이름 정도는 들어봤겠지?”
“크로바르트라고요?!”
나는 경악했다.
내 반응에 라벤이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드디어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깨달았군.”
“세상에! 크로바르트라니!”
“지금 와서 후회해 봤자 소용없다 인간. 차라리 무릎을 꿇고 자비라도 구하도록. 그럼 덜 고통스럽게 끝내줄 테니까.”
“크로바르트! 와!”
“……너, 정말 크로바르트를 아는 것 맞나?”
솔직히 말하면 몰랐다.
하지만 사람은 늘 당당해야 되는 법.
나는 적당한 말을 뱉었다.
“크로바르트와 고양이 수인족이 벌인 쓰레기장 혈투는 유명하잖아요.”
“가만히 두지 않겠다 인간.”
아무래도 이 세계엔 까마귀와 고양이가 싸운 일이 없는 듯했다.
아쉬워라.
분노한 라벤의 양 날개에 검은빛이 모인다. 나는 충격에 대비하며 나무 거인을 소환했다.
구우우웅―. 나무 거인과 검은 빛이 부딪히며 묵직한 소음이 퍼졌다.
그건 폭발음과는 달랐다. 마치 거대한 쇠구슬을 던지기라도 한 듯한 느낌이었다.
일종의 질량 무기인 건가.
저렇게 물리력으로 승부하는 타입은 은근히 까다로운데.
나는 암석의 창을 만들어 고속으로 쏘았다.
라벤은 가볍게 날개짓을 하며 내 공격을 피하곤 질량 구슬을 공중에서 난사했다.
나는 나무 거인의 우산 아래에서 질량비를 피했다. 동시에.
붉은 선을 허공에 뿌렸다.
등불에서 시작된 붉은 선이 10갈래로 나뉘어 라벤을 노린다.
라벤은 공중으로 높이 날며 붉은 선을 따돌리다가, 급선회하며 모든 불꽃 폭격을 피했다.
라벤의 손에 검은색 검이 잡히고, 라벤은 뒤에서 터진 폭발 충격을 타고 가속하듯 내게 쏘아졌다.
콰아앙! 급하게 나무 거인이 라벤을 막아냈다.
위험해라.
확실히 수인족과 싸우는 건 인간과 싸우는 것과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
신체 능력도 인간과 비교해 월등했고, 심지어 날개까지 달리니 공격 궤도가 예측불허였다.
까다롭네.
나는 입맛을 다셨다.
현재 벌어지는 전투 양상은 내가 정식 5위계 마법사가 아닌 탓이 컸다.
아무래도 나는 고유 마법만 뚝 가져온 입장이지 않나?
때문에 나는 특정 패러미터는 한계를 뚫어 하늘에 닿았는데, 다른 부분은 그에 비해 처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전형적인 송곳형 능력치가 탄생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처럼 부족한 부분을 찌르는 상대를 만나면 까다롭다고 느끼게 됐다.
뭐, 그렇다고 질 거 같지는 않지만.
지금까지는.
고작 이 정도로 자신만만해할 거 같지는 않은데, 대체 라벤 쟤는 무슨 비장의 무기를 숨긴 거지?
그런 내 생각을 읽은 걸까. 라벤은 찢어지도록 입꼬리를 올리며 중얼거렸다.
“역시 고위 마법사는 까다롭군.”
“감사해요.”
“그러나 너는 기껏해야 5위계 마법사지. 아닌가?”
나랑 을 거래한 플로라가 5위계 마법사긴 했다.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자, 라벤이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다음 말했다.
“그럼 결국 너도 내 밑이다.”
라벤의 손에 둥그런 띠가 생긴다.
둥그런 띠가 빙글빙글 돌고, 이윽고 둥그런 띠에 막이 씌워졌다.
그것은 흡사 돔 형태의 물체였다.
조그마한 돔을 완성한 라벤은 이윽고 손을 뿌렸다.
그러자.
검은색 돔이 확장되며, 결투장 전체를 덮었다.
라벤이 웃는다.
“우리 크로바르트에 내려져 오는 기프트의 이름은 블랙룸! 이 안에서는 모든 질서가 뒤바뀐다!”
나는 손을 쥐었다 폈다.
확실히.
많은 게 달라졌다.
“몸이 평소보다 무거울 거다. 마력이 평소보다 안 움직일 거다. 마력이 평소보다 많이 사용될 거다. 자, 아래로 보던 마법사가 사실은 위인 걸 깨달았을 때의 감정은 어떻지? 말해봐라 인간.”
“그건, 음.”
나는 뭐라고 대꾸하려다가, 그냥 직접 보여주기로 했다.
등불에서 시작된 붉은 선이 라벤에게 닿는다.
다만, 조금 전보다 배는 빠른 속도로 말이다.
“어?”
당황한 라벤이 다급히 검은 막을 펼쳤지만, 불꽃 폭격의 위력이 심상치 않았다. 가벼운 견제기가 무슨 마력을 잔뜩 소화시킨 포식의 불꽃 급이었다.
마법에 잔뜩 두들겨 맞은 라벤이 땅을 뒹군 후 주저 앉는다.
나는 그의 앞으로 걸어가 검을 뽑고 목에 가져다 댔다.
청야(靑夜)가 검 위에 일렁이는 가운데, 나는 작게 속삭였다.
“체크예요.”
“왜?”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는 라벤.
왜냐니.
아직도 몰라?
나 3위계 마법사야 이 녀석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