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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젯과 독방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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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륵. 방음 마법이 발동되고, 적당한 의자에 앉은 바젯이 시가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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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에 불을 붙인 바젯이 내게 질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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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와서 묻는 것도 웃기지만, 그때 보여준 그건 고유 마법이 맞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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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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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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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젯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강력한 전력이 합류해서 좋은 듯했는데, 나는 우선 중요한 걸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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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계는 어떻게 해제한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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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계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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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젯이 팔걸이를 톡톡 쳤다. 생각에 잠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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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바젯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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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말해주긴 어려울 거 같군. 사실상 내 모든 것이라 말이야. 까놓고 말해 너나 나나 서로 신뢰하기엔 이번에 처음 만났잖아.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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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지 못할 사람이면 애초에 팀에 받지 않는 게 맞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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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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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젯이 턱을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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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이 일리가 있던 걸까. 바젯은 차분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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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함께하기로 한 이상, 믿지 못하거나 믿거나 둘 중 하나라는 건가? 그럴듯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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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결계를 어떻게 해제하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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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트피어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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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만큼은 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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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연금술사가 남긴 족적은 너무나 거대해 세계 곳곳에 새겨져 있었고,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톨트피어를 꽤 자세히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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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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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남들보다 적게 알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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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대답에 바젯이 입술을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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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트피어는 대마법사지만, 결국 근본은 연금술사다. 자신의 공방에서 무언가를 계속 만드는 사람이라는 뜻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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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긴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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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톨트피어가 사라진 후에 생각했다. 이 세상 어딘가에 톨트피어의 유산이, 죽기 직전까지 얻은 모든 게 모인 공방이 남겨져 있는 게 아닐까,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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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던전이라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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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톨트피어의 추측 중 가장 많이 나오는 게 던전이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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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 생활을 위해선 거점을 만들어야 됐는데, 8위계 대마법사가 만든 거점이 얼마나 대단하겠나. 이런 논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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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내 말에 바젯은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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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조금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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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부분이 다르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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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이번에 톨트피어가 단순히 일상생활을 위해 만들었던 거점이 발견됐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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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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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톨트피어는 괴짜에, 정신이 나간 마법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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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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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와닿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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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트피어는 수많은 기행을 저질렀지만, 그 모든 건 하나의 키워드로 정리가 됐어. ‘낭만’. 녀석은 대마법사가 돼서도 어릴 적 꿈을 품고 살았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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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섬을 만드는 건 마음속에 꿈을 품지 않으면 불가능하긴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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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트피어는 많은 걸 만들었지. 그리고 그건 전부 이야기 속에 나오는 것들이었어. 따라서 저 던전도 마찬가지야. 단순 거점이 아니라, ‘던전’을 만든다는 목적을 가지고 후대의 사람들이 발굴하도록 톨트피어가 인위적으로 만든, 진짜 ‘던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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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을 듣다가 깨달은 건데, 바젯은 톨트피어와 관련된 지식이 풍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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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도 독특했다. 솔직히 톨트피어가 어릴 적 꿈을 몇백 살이 넘어서도 못 잊는 피터팬이라는 해석은 살면서 바젯에게 처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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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부터 톨트피어를 쫓던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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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선이 살짝 노골적이었던 걸까. 바젯은 미세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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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 한 방을 노린다면, 대마법사의 유산쯤은 얻어야 하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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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톨트피어의 던전을 노렸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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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은 넘었지. 10년간 나는 계속 톨트피어를 쫓았어.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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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바젯이 테이블 위에 무언가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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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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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실을 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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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특이한 구조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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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마한 큐브가 끊임없이 연결된 구조물이었는데, 형태가 독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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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열쇠를 닮은 형태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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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보자마자 떠오르는 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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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결계 해제용 열쇠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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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트피어가 남긴, 자신의 던전 결계를 해제할 마도구다. 톨트피어의 일생을 추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발견할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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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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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게 놀라운 게 아니라 바젯이 이걸 발견한 게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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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트피어는 대마법사다. 심지어 연금술사다. 그가 남긴 마도구가 발견될 때마다 나라가 뒤흔들리는 건 일상이나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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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톨트피어에게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당연히 많았다. 마탑, 그걸 넘어 각 국가에서 높은 관심을 가지고 추적하는 게 톨트피어인데, 그 모든 사람과의 경쟁에서 고작 용병의 신분으로 승리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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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집념과 능력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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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 좋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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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도 실력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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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이 톨트피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컸다. 그들은 톨트피어의 겉만 핥고, 내면을 파고들 생각은 하지 않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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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결계를 해제하나 궁금했는데, 설마 톨트피어가 직접 남긴 열쇠를 보유했을 줄이야. 상상도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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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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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가 있다고 하지 않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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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당연히 있지. 눈앞에 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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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계 전문가가 아니라 톨트피어 전문가가 있다는 소리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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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말은 끝까지 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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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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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중요한 건 아니니 넘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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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당장 던전에 들어가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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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아니다. 열쇠는 당장 쓰는 게 가능하지만, 타이밍은 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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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밍? 무슨 타이밍을 말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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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바젯이 손가락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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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열쇠를 사용하면 결계가 사라진다. 단 사용한 부근의 결계만 말이지. 사라지는 시간은 1분 정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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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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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걸 잘 이용하면 우리만 정확히 던전 안에 들어가고, 다른 놈들은 닭 쫓던 개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이 없는 타이밍을 잘 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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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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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컨대 던전 입구에 자신들만 있는 타이밍을 잘 이용하고 싶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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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한 번 결계를 해제하면 결계 전체가 약화되는 건데, 그렇기에 우리는 약화된 결계를 다른 녀석들이 부수기 전에 최대한 빨리 던전을 공략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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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고용한 이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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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 먼저 던전에 들어갔는데, 정작 공략을 못 해 늦게 들어온 녀석들에게 보상을 빼앗기면 안 되니까. 무소속 고위 마법사로 보이는 내게 제안을 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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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나는 무소속은 맞아도 고위 마법사는 아니긴 했지만, 어차피 중요한 건 내용이니까. 고위 마법사를 고용한 것과 비슷한 효과가 나니 크게 문제 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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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래 끌지는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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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다. 늦어도 3일 안에는 던전에 들어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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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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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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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머릿속으로 남은 시간을 카운트하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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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가 끝나면 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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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쇠라니. 그런 게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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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놀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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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행과 프랜차이즈가 아니라 놀라운 여관 1위, [바람이 머무는 곳]에 둘러앉아 도란도란 얘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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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젯에게 들었던 정보를 모두에게 공유했는데, 내 말을 전부 들은 레온이 입술을 매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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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레온이 말을 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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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거라면 자신만만해하던 게 납득이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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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하고 계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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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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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레온은 바젯을 계속 의심하고 있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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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일이긴 했다. 고작 용병이 대마법사의 결계를 해제하겠다고 호언장담을 했으니까. 다른 건 둘째치고 능력을 의심하는 건 선행해야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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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 루이나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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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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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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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요. 음, 장사라도 하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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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내 취급이 은근 박한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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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겠어. 레온 코인이 상한가를 치기 직전인데, 크리스 코인은 슬슬 정리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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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나와서 말인데, 저를 이용해 장사를 한다는 계획은 그만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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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진행 중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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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성과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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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 이건 길게 봐야 돼. 사람들이 루이나 님에게 애정을 품게 만들고, 그걸 바탕으로 돈을 버는 거니까. 연극은 잘 만들어졌으니 곧 입질이 올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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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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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굿즈 장사에 돈이 얼마나 투자됐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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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돈인 셈 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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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내가 악신의 사제랑 싸운 게 몇 달 전인데, 그 관심이 아직도 남아 있을 거 같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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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곧 싸늘한 시선을 받을 테니 크리스도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게 좋을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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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벌꿀주를 들이켰다. 단맛이 입안에 퍼지고, 몸이 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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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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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혹시 모르니까요. 조금 더 조사를 해보는 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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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한다고 나쁠 건 없으니까요. 바젯은 제가 조사해 보겠습니다. 레온 씨는 다른 세력을 조사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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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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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 님! 제리 님! 나도 도와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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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크리스 님은 레온 씨에게 붙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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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대화를 들으며 나는 파이프 담배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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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에 흘러가는 연기를 지켜보다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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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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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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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에게 적당히 대꾸한 나는 여관을 벗어나 거리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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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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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트피어의 던전으로 시끄러운 상황이니 그럴 만했지만, 사람이 몰려다니면 머리가 아픈 성향이라. 썩 좋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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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집에 틀어박혀 주면 안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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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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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나는 연기를 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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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입을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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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란트 님과 라이젤은 왜 저를 따라왔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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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안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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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될 건 없지만, 아니요 됐어요. 라이젤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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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혼자 돌아다닌다니 걱정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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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무슨 어린애인 줄 아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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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긴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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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파이프 담배를 털어 끈 다음 거리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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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에게는 산책이라고 했지만, 엄밀히 따지면 그거보다는 심심해서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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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후작령을 돌아다니며 시간을 때울 무언가를 발견할 생각이었는데, 그런 내 생각이 잘못된 걸까. 후작령 어디에도 놀 곳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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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는 있었는데 전부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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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트피어의 던전이랑 체스 클럽이 무슨 상관이 있다고 문을 닫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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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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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이 나오는 상황에 나는 몸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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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여관에 돌아가서 늘어지게 술이나 먹을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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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누군가 날아와 몸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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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당탕. 내 앞에 떨어진 늑대 수인이 몸을 일으키며 소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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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까마귀 새끼가 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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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 그 단어를 듣자마자 나는 흘긋 시선을 옮겼다. 검은색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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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 수인이 한쪽 입꼬리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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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불길한 형태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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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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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네는 톨트피어의 던전 찾아왔으면 얌전히 지내야지, 소란을 피우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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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이 그렇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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