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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짧게 가출을 한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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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따지면 가출이 아니라 외출이었지만, 내 마음과 별개로 내가 며칠간 고아원에 돌아오지 않아 고아원이 발칵 뒤집혔던 건 엄연히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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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런 짓을 했느냐. 그에 대한 답은 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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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서 본 지리산 도사들 얘기에 흥미가 생겨 찾아갔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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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생각하면 편지라도 남기고 떠나는 게 맞았지만, 당시의 나는 그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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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욕망은 사람의 눈을 멀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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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숫자는 사람의 숫자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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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이란 그 사람의 성격, 삶, 환경이 뭉쳐져 정해지는 것이니까. 저마다 제각각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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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욕망에 의해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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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을 성취하기 위해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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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욕망은 원동력이자 목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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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잘 느끼려면 팔트란 후작령을 보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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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각양각색의 욕망이 뒤섞인 소용돌이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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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젯 이 사람 꽤 유명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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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제안을 했던 바젯은 용병 업계에서 나름 이름을 날리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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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젯은 용병 중에선 특이하게 마법사 중심의 용병단을 꾸렸는데, 덕분에 각종 분쟁 때마다 유용하게 고용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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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고용하기 간편한 마법사 전력은 절대 흔하지 않았다. 가격이 비싼 게 흠이지만, 결국 용병인 이상 그들은 돈만 주면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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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마법사 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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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물론이고 따지는 게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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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실력도 더 뛰어나긴 했지만, 권력자 입장에선 비교적 쓰기 편한 칼인 바젯에게 손이 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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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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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젯의 조사가 끝났지만, 그럼에도 아직 미심쩍은 게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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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미심쩍은 건 역시 능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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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 수인 왕국, 황실 마법사가 전부 달려들었음에도 아직 결계 해제가 안 됐는데, 대체 용병 마법사 집단이 무슨 수로 결계 해제를 자신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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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용병 마법사라고 능력이 뛰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었지만, 의심스럽다고 해야 되나. 마음에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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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내가 바젯을 이리저리 파고들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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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가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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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젯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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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젯에 대해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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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에 제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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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지역이 겹쳐서 나름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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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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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망이 좋았습니다. 휘하의 마법사들을 잘 챙겨주기로 유명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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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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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도 좋습니다. 완숙된 4위계 마법사는 어딜 가나 환영받는 자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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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자신감이 넘쳐 보인다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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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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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는 짧게 말을 끊었다가, 이내 천천히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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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소문도, 있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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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조금 유명해지면 누구나 생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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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해도 사람의 심장을 뽑아 마법을 강탈한다는 이상한 소문이 따라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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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은 소문일 뿐. 그게 진실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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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긴 합니다만, 아무 이유 없이 소문이 생기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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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왜 저를 보면서 말하나요. 혹시 제가 사람의 심장을 뽑아 마법을 강탈한다는 소문이 생길법한 인간이라는 소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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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 그 부분은 인정해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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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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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했지만, 어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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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의 사람이 그리 생각한다면 따라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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큼큼. 제리는 목을 가다듬은 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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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어디까지나 소문이지만, 바젯 휘하의 마법사들이 종종 사라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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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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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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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이상한 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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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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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탈퇴가 잦거나, 사망률이 높다면 이해를 하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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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해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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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듣기만 한 거라 정확하진 않지만, 소문으로는 용병단에서 주력으로 활동하던 마법사가 어느 순간부터 안 보이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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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단을 탈퇴한 걸 수도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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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젯이 이끄는 용병단은 용병 집단이지만, 아무나 막 받는 곳은 아닙니다. 적어도 실력은 증명돼야 했고, 그런 마법사는 용병단을 탈퇴해도 활약하는 게 당연합니다. 그러나 바젯의 용병단에 속했던 마법사들은 탈퇴 후 소식이 아예 끊겨 버린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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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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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소문이 만일 진짜라면 저런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총 2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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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젯이 소속 마법사를 세상과 단절된 어디론가 보냈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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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죽여서 묻어버렸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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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라면 어디로 보내냐가 의문이었고, 후자라면 왜 그런 짓을 하냐가 의문이었는데, 뭐 소문이 진실이라는 법은 없으니까. 아닐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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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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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른 결정을 하긴 해야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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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젯이 우리에게 준 기한은 고작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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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지나면 아무리 바젯과 함께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다. 빠르게 판단을 내려야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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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라면 다른 사람과 함께 움직이는 걸 꺼렸겠지만, 이 부분은 바젯과 대화를 나눠본 후 생각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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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인 바젯도 결계를 뚫을 방법을 찾은 마당이다. 다른 집단이라고 해서 크게 다를 거 같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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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끼리 톨트피어의 결계를 뚫어보겠다고 설치다가는 아예 던전에 못 들어갈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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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현재 팔트란 후작령에 모인 집단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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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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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끝을 보는 것’이 목표인 곳이었고, 그래서 이 녀석들은 각양각색의 사건에 끼어들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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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찔러보다 ‘마법의 끝을 보기 위한 단서’를 우연히 얻을지도 모른다는 게 녀석들의 기본 스탠스였고, 때문에 적탑은 마법을 수집하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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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전부 다 수집했는데, 그 과정이 꼭 부드럽지만은 않아서 적이 꽤 많은 집단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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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수인 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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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인 왕국에서 파견된 녀석들을 설명하려면 우선 수인 왕국의 형태를 설명할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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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인 왕국은 여러 부족이 합쳐져서 완성된 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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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그들을 이끄는 자들 또한 각 부족의 대표가 모여 생긴 원로원이었는데, 이 원로원의 대표를 또 따로 뽑는 점에서 일반적인 왕정 국가와는 결이 많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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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현재 수인 왕국에서 파견된 녀석들은 엄연히 따지면 수인 왕국에서 파견된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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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부족에서 멋대로 사람을 파견한 것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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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양각색의 수인이 파견된 와중 가장 큰 두 세력은 고양이 수인과 까마귀 수인이었는데, 이 둘은 수인족 중에서도 대표적으로 탐욕스러운 놈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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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수인은 자신의 것을 절대 양보 안 하는 경향이 있었고, 까마귀 수인은 원하는 게 생기면 남의 것이라도 빼앗는 경향이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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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 수인이 네메리온 학파의 특기 마법을 빼앗은 건 굉장히 유명한 일화였다.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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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황실. 얘네는 설명을 길게 할 거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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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정점이라는 황실에서 직접 모집한, 직속 마법사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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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부심과 실력이 어느 정도일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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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도 각종 학파, 각종 용병, 각종 어중이떠중이가 팔트란 후작령에 모였는데, 여기서 문제가 하나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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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나열한 그 어떤 집단도 나를 환영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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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하지 않는다? 사실 이건 잘못된 말이었다. 얼핏 들으면 저들이 나를 배척한다는 것처럼 들렸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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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저것보다는,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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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조차 없다. 이게 더 정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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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상황에 느닷없이 찾아가 끼워달라고 해봤자 좋은 결과가 나올 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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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내게는 애초에 선택지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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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끼리 하기엔 던전 탐사에 도태될 확률이 높았고, 어딘가에 끼기엔 우리를 받아주는 곳이 하나밖에 없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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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지가 적어 생각하기 편해지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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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젯과 함께 할 것인가, 아니면 말 것인가. 고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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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에 일행 전원이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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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흘긋 레온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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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레온은 입을 꽉 다물었는데, 이유는 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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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야 성배도 찾고 겸사겸사 던전도 탐험하는 그런 느낌이지만, 레온은 오직 성배만을 원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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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우리가 여기에 온 이유가 사실상 레온 탓이니, 판단 자체를 우리에게 맡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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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가장 먼저 제리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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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젯의 괴소문은 꺼림칙하지만, 소문은 소문일 뿐이니까요. 여태 바젯과 협력한 사람도 많았고, 괜찮을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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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도 이어서 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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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동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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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상관없을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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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의 의견을 따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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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 크리스, 뮤란, 노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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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남은 건 라이젤, 레온, 페란트뿐이었는데, 내 시선에 라이젤이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다는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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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란트야 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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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떤 거든 상관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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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 님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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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의견을 따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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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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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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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젯에게 가죠. 대마법사의 결계를 뚫을 방법이 뭔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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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젯은 멀지 않은 여관에 머무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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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익. 문을 열고 여관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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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 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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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로브를 입은 사람들, 까마귀 날개가 달린 사람들, 고양이 귀가 달린 사람들의 시선에 나는 눈을 깜빡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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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무슨 만남의 광장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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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이리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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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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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관 구석에 앉아 있던 바젯이 일어나 내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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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젯이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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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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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움직이기엔 사이즈가 큰 거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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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대답하자 바젯은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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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일하게 된 걸 환영하네. 루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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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으로 꽉 찬 여관 속에서 누군가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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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천칭이라는 보물의 가치를 모르는 무지렁이를 어떻게 해야 요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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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끊임없이 계속,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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