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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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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짧게 가출을 한 적이 있었다.

굳이 따지면 가출이 아니라 외출이었지만, 내 마음과 별개로 내가 며칠간 고아원에 돌아오지 않아 고아원이 발칵 뒤집혔던 건 엄연히 사실이었다.

왜 그런 짓을 했느냐. 그에 대한 답은 간단했다.

TV에서 본 지리산 도사들 얘기에 흥미가 생겨 찾아갔기 때문이었다.

돌이켜 생각하면 편지라도 남기고 떠나는 게 맞았지만, 당시의 나는 그러지 못했다.

이토록 욕망은 사람의 눈을 멀게 했다.

욕망의 숫자는 사람의 숫자와 같았다.

욕망이란 그 사람의 성격, 삶, 환경이 뭉쳐져 정해지는 것이니까. 저마다 제각각일 수밖에 없었다.

사람은 욕망에 의해 움직인다.

욕망을 성취하기 위해 움직인다.

즉 욕망은 원동력이자 목표였다.

이걸 잘 느끼려면 팔트란 후작령을 보면 됐다.

정말, 각양각색의 욕망이 뒤섞인 소용돌이였으니까.

“바젯 이 사람 꽤 유명하네요.”

내게 제안을 했던 바젯은 용병 업계에서 나름 이름을 날리는 사람이었다.

바젯은 용병 중에선 특이하게 마법사 중심의 용병단을 꾸렸는데, 덕분에 각종 분쟁 때마다 유용하게 고용되는 듯했다.

이런 고용하기 간편한 마법사 전력은 절대 흔하지 않았다. 가격이 비싼 게 흠이지만, 결국 용병인 이상 그들은 돈만 주면 움직였다.

다른 마법사 집단?

돈은 물론이고 따지는 게 많았다.

그만큼 실력도 더 뛰어나긴 했지만, 권력자 입장에선 비교적 쓰기 편한 칼인 바젯에게 손이 갈 수밖에 없었다.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바젯의 조사가 끝났지만, 그럼에도 아직 미심쩍은 게 많았다.

가장 미심쩍은 건 역시 능력이었다.

마탑, 수인 왕국, 황실 마법사가 전부 달려들었음에도 아직 결계 해제가 안 됐는데, 대체 용병 마법사 집단이 무슨 수로 결계 해제를 자신한단 말인가.

물론 용병 마법사라고 능력이 뛰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었지만, 의심스럽다고 해야 되나. 마음에 걸렸다.

그렇게 내가 바젯을 이리저리 파고들 때였다.

제리가 중얼거렸다.

“바젯이라.”

“바젯에 대해 아시나요.”

내 말에 제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활동 지역이 겹쳐서 나름 압니다.”

“어떤 사람인가요.”

“인망이 좋았습니다. 휘하의 마법사들을 잘 챙겨주기로 유명했죠.”

“그런가요?”

“실력도 좋습니다. 완숙된 4위계 마법사는 어딜 가나 환영받는 자원이니까요.”

“어쩐지 자신감이 넘쳐 보인다 했어요.”

“다만.”

제리는 짧게 말을 끊었다가, 이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괴소문도, 있긴 합니다.”

“그건 조금 유명해지면 누구나 생기잖아요.”

나만 해도 사람의 심장을 뽑아 마법을 강탈한다는 이상한 소문이 따라붙었다.

소문은 소문일 뿐. 그게 진실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렇긴 합니다만, 아무 이유 없이 소문이 생기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걸 왜 저를 보면서 말하나요. 혹시 제가 사람의 심장을 뽑아 마법을 강탈한다는 소문이 생길법한 인간이라는 소리인가요.”

“루이나 님. 그 부분은 인정해야 돼.”

“인정하겠습니다.”

억울했지만, 어쩌겠는가.

다수의 사람이 그리 생각한다면 따라야지.

큼큼. 제리는 목을 가다듬은 후 설명했다.

“정말 어디까지나 소문이지만, 바젯 휘하의 마법사들이 종종 사라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라진다고요?”

“네.”

확실히 이상한 소문이었다.

사라진다니.

차라리 탈퇴가 잦거나, 사망률이 높다면 이해를 하지, 사라진다?

“음해인가요?”

“저도 듣기만 한 거라 정확하진 않지만, 소문으로는 용병단에서 주력으로 활동하던 마법사가 어느 순간부터 안 보이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고 합니다.”

“용병단을 탈퇴한 걸 수도 있잖아요.”

“바젯이 이끄는 용병단은 용병 집단이지만, 아무나 막 받는 곳은 아닙니다. 적어도 실력은 증명돼야 했고, 그런 마법사는 용병단을 탈퇴해도 활약하는 게 당연합니다. 그러나 바젯의 용병단에 속했던 마법사들은 탈퇴 후 소식이 아예 끊겨 버린다더군요.”

“흥미롭네요.”

저 소문이 만일 진짜라면 저런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총 2개였다.

바젯이 소속 마법사를 세상과 단절된 어디론가 보냈거나.

아니면 죽여서 묻어버렸거나.

전자라면 어디로 보내냐가 의문이었고, 후자라면 왜 그런 짓을 하냐가 의문이었는데, 뭐 소문이 진실이라는 법은 없으니까. 아닐 수도 있었다.

“어렵네요.”

“얼른 결정을 하긴 해야 됩니다.”

바젯이 우리에게 준 기한은 고작 하루였다.

하루가 지나면 아무리 바젯과 함께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다. 빠르게 판단을 내려야 되는 것이다.

원래라면 다른 사람과 함께 움직이는 걸 꺼렸겠지만, 이 부분은 바젯과 대화를 나눠본 후 생각이 바뀌었다.

용병인 바젯도 결계를 뚫을 방법을 찾은 마당이다. 다른 집단이라고 해서 크게 다를 거 같지는 않았다.

우리끼리 톨트피어의 결계를 뚫어보겠다고 설치다가는 아예 던전에 못 들어갈 수도 있는 것이다.

나는 현재 팔트란 후작령에 모인 집단을 떠올렸다.

적탑.

‘마법의 끝을 보는 것’이 목표인 곳이었고, 그래서 이 녀석들은 각양각색의 사건에 끼어들곤 했다.

여기저기 찔러보다 ‘마법의 끝을 보기 위한 단서’를 우연히 얻을지도 모른다는 게 녀석들의 기본 스탠스였고, 때문에 적탑은 마법을 수집하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마법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전부 다 수집했는데, 그 과정이 꼭 부드럽지만은 않아서 적이 꽤 많은 집단이기도 했다.

다음으로 수인 왕국.

수인 왕국에서 파견된 녀석들을 설명하려면 우선 수인 왕국의 형태를 설명할 필요가 있었다.

수인 왕국은 여러 부족이 합쳐져서 완성된 왕국이다.

그렇기에 그들을 이끄는 자들 또한 각 부족의 대표가 모여 생긴 원로원이었는데, 이 원로원의 대표를 또 따로 뽑는 점에서 일반적인 왕정 국가와는 결이 많이 달랐다.

따라서 현재 수인 왕국에서 파견된 녀석들은 엄연히 따지면 수인 왕국에서 파견된 게 아니었다.

각 부족에서 멋대로 사람을 파견한 것이었지.

각양각색의 수인이 파견된 와중 가장 큰 두 세력은 고양이 수인과 까마귀 수인이었는데, 이 둘은 수인족 중에서도 대표적으로 탐욕스러운 놈들이었다.

고양이 수인은 자신의 것을 절대 양보 안 하는 경향이 있었고, 까마귀 수인은 원하는 게 생기면 남의 것이라도 빼앗는 경향이 있었으니까.

까마귀 수인이 네메리온 학파의 특기 마법을 빼앗은 건 굉장히 유명한 일화였다.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다음으로 황실. 얘네는 설명을 길게 할 거 없었다.

제국의 정점이라는 황실에서 직접 모집한, 직속 마법사들이었다.

자부심과 실력이 어느 정도일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됐다.

그 밖에도 각종 학파, 각종 용병, 각종 어중이떠중이가 팔트란 후작령에 모였는데, 여기서 문제가 하나 존재했다.

방금 나열한 그 어떤 집단도 나를 환영하지 않았다.

환영하지 않는다? 사실 이건 잘못된 말이었다. 얼핏 들으면 저들이 나를 배척한다는 것처럼 들렸으니까.

그러니 저것보다는, 그래.

관심조차 없다. 이게 더 정확했다.

그런 상황에 느닷없이 찾아가 끼워달라고 해봤자 좋은 결과가 나올 리가.

즉 내게는 애초에 선택지가 없었다.

우리끼리 하기엔 던전 탐사에 도태될 확률이 높았고, 어딘가에 끼기엔 우리를 받아주는 곳이 하나밖에 없다라.

선택지가 적어 생각하기 편해지긴 했다.

“바젯과 함께 할 것인가, 아니면 말 것인가. 고르세요.”

내 말에 일행 전원이 생각에 잠겼다.

나는 흘긋 레온을 바라봤다.

현재 레온은 입을 꽉 다물었는데, 이유는 간단했다.

우리야 성배도 찾고 겸사겸사 던전도 탐험하는 그런 느낌이지만, 레온은 오직 성배만을 원하니까.

애초에 우리가 여기에 온 이유가 사실상 레온 탓이니, 판단 자체를 우리에게 맡기는 것이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가장 먼저 제리가 말했다.

“바젯의 괴소문은 꺼림칙하지만, 소문은 소문일 뿐이니까요. 여태 바젯과 협력한 사람도 많았고, 괜찮을 거 같습니다.”

다른 사람도 이어서 말을 꺼냈다.

“나도 동의해.”

“…저도 상관없을 거 같아요.”

“스승님의 의견을 따를래.”

각각 크리스, 뮤란, 노아였다.

이제 남은 건 라이젤, 레온, 페란트뿐이었는데, 내 시선에 라이젤이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다는 의미였다.

페란트야 너는?

“저는 어떤 거든 상관없습니다!”

“레온 님은요?”

“…여러분의 의견을 따르겠습니다.”

결정됐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젯에게 가죠. 대마법사의 결계를 뚫을 방법이 뭔지 궁금하네요.”

바젯은 멀지 않은 여관에 머무는 중이었다.

끼익. 문을 열고 여관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 꽂혔다.

붉은 로브를 입은 사람들, 까마귀 날개가 달린 사람들, 고양이 귀가 달린 사람들의 시선에 나는 눈을 깜빡였다.

여기 무슨 만남의 광장이야?

뭐가 이리 많아.

그때였다.

여관 구석에 앉아 있던 바젯이 일어나 내게 다가왔다.

바젯이 묻는다.

“결정했나.”

“혼자 움직이기엔 사이즈가 큰 거 같아서요.”

짧게 대답하자 바젯은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함께 일하게 된 걸 환영하네. 루이나.”

사람으로 꽉 찬 여관 속에서 누군가는 생각했다.

저 천칭이라는 보물의 가치를 모르는 무지렁이를 어떻게 해야 요리할 수 있을까.

그걸 끊임없이 계속,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