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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젤이에요. 제 친오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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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행에게 라이젤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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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개에 힘입어 라이젤도 인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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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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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의 친오빠라니. 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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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는 라이젤을 뜯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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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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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은 이런 느낌으로 생겼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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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오빠에게서 제 원형을 찾으려는 건 그만둬주세요. 참고로 저는 일종의 돌연변이 같은 거라서요. 제 가족과 안 닮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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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머리카락 색부터 다르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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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젤은 제국에서 가장 흔한 갈색 머리고, 나는 성은(星銀)을 닮은 별빛 은발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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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 차이가 많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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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도 차이가 많이 났는데, 내가 화상을 입기 전 모습과 지금의 라이젤을 비교하면 도저히 혈연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공통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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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라이젤과의 과거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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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젤은 내가 가출을 결심하기 대략 3년 전에 먼저 집에서 출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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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소식이 끊겨 어디 전쟁터에서 죽은 줄 알았는데, 용케 잘 살아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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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젤은 제게 고기를 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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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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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젤이 절 항상 업고 다녔었는데요. 그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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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추억을 되새기며 내가 말을 꺼내자, 라이젤이 볼을 긁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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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그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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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하면서 지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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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나야 뭐 적당히 세상을 떠돌아다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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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흘긋 라이젤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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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춤에 찬 검도 그렇고 복장도 그렇고, 전형적인 용병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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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선이 라이젤의 오른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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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은살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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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했을 때부터 용병 일을 했다 치면 이제 10년 차 용병인데 손이 저토록 깨끗하다니. 아무래도 정말 적당히 산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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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용병이 된지 얼마 안 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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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라이젤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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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젤은 여기서 뭘 하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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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당연히 톨트피어의 던전 때문에 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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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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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지금 팔트란 후작령에 머무는 대부분의 사람이 저 목적일 테니까. 특이한 일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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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너도 던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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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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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왔나 본데, 정보 좀 공유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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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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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될 건 뭐야. 나는 어차피 혼자 움직여서 내 마음대로 하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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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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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원활한 대화를 위해 방음 마법을 조작했다. 우리의 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는 건 물론이고, 외부의 소리도 전부 차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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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해진 여관홀에서 라이젤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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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던전은 강력한 결계에 막혀 있어. 아무도 못 들어가는 중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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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까진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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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던전의 결계를 해제하기 위해 각종 세력이 슬슬 몰려드는 중인데, 이게 참 골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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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이 발견된 위치 때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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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애매한 곳에서 발견됐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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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트피어의 던전이 발견된 위치는 사실 후작령도, 제국도, 수인 왕국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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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라고 딱 잘라 말하기 어려운 애매한 위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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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누군가 확실히 던전의 이권을 주장하기 어려웠고, 그 빈틈을 노리고 사방에서 하이에나처럼 달려드는 게 지금의 형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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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있으면 아예 타국에서도 몰려들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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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판이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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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해상 왕국에서도 배를 보내는 중이라는 말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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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트피어의 던전이니까요. 눈치 볼 거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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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조그마한 던전이었다면 던전이 발견된 나라를 제외하면 눈치껏 빠지겠지만, 무려 톨트피어의 던전이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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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찰을 빚어서라도 획득할 가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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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자국이 아닌 만큼 눈 가리고 아웅은 하겠지만, 원래 눈 가리고 아웅은 겉치레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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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놓고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나 몰래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나 들쑤시고 다니는 건 똑같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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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보면 곧 팔트란 후작령이 아수라장이 될 건 확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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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그 전에 성배를 얻든 아니면 아수라장에서 살아남든 해야 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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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궁금한 걸 질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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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팔트란 후작은 어떻게 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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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립. 의외로 굳이 던전을 탐사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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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트란 후작령이 던전 탐사에서 빠진다면 이제 중요한 건 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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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인 왕국의 동태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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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탐사대를 잔뜩 보냈어. 던전 결계를 해제하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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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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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에서도 사람을 잔뜩 보내는 중이고, 황실 마법사도 따로 파견됐던데? 아까 몰려다니는 걸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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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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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팔짱을 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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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면 이미 수인 왕국, 마탑, 황실에서 사람을 잔뜩 보냈고, 곧 다른 세력에서도 사람을 잔뜩 보낼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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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선택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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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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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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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계 해제할 줄 아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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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줄은 알죠. 루이나 님도 할 줄은 아시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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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건 그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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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랑 똑같으니 묻지 말라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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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란 님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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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계는 전문 분야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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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님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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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 나는 마법을 모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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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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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도 마찬가지일 테니 사실상 일행 중 결계 대처가 되는 사람은 없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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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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걔가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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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만약이라는 게 있으니 페란트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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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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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줄 알았기에 실망하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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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결계라는 건 1차 방어선이었다. 마법의 구조상 결계만으로 적을 완벽하게 막아내는 건 불가능했고, 따라서 언젠간 결계가 뚫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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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기다리기만 하면 던전에 들어갈 수 있었으나, 문제는 그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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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그때 저희가 수많은 세력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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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 답지 않게 약한 소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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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자기 객관화가 잘 돼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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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른 세력과 비교하면 숫자도 부족했고 전력도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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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인원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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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개인이 단체를 이기려 드는 것 자체가 오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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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마를 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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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는 게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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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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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이 나직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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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던전을 조사하는 게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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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를 먼저 한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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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잠깐 생각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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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의 말대로 지금 여기 앉아 고민해 봤자 뾰족한 수는 안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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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모르지 않나. 던전에 가봤더니 결계의 틈이라도 발견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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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천천히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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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도록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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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트피어의 던전은 산 아래에 묻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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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아래에 묻혀 있다. 이 표현도 사실 정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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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정확한 표현은,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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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전체가 톨트피어의 던전이었다. 이게 더 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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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발견된 게 신기할 정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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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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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하는 톨트피어의 던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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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입구 또한 다양했는데, 이게 바로 팔트란 후작령이 중립을 지키며 던전 탐사에서 빠진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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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하기엔 너무 거대하니 아예 처음부터 진을 빼지 않는 선택지를 고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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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번에 발견된 입구 중 하나를 유심히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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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계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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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하고 유기적인 결계였다. 쉽사리 뚫기 어려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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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시도는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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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등불을 앞으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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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 안 불꽃에 입과 이빨이 생기고, 불꽃이 등불에서 탈출해 앞의 결계를 물어뜯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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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가각! 불꽃의 이빨과 결계와 만나며 불똥이 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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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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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직. 이빨이 부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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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식도 먹어치워야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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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먹지 못하면 포식도 소화도 의미를 발휘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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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약간이라도 먹어 치우면 그때부터 쉽게 결계를 부술 거 같은데, 그 약간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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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8위계 대마법사가 만든 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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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백 년이 지나든 튼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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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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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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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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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말고도 다른 일행이 결계를 두들겼으나, 큰 성과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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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란이 물약을 뿌릴 때는 살짝 기대했지만, 똑같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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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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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이를 써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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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계를 해제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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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계의 구조를 분석해 결계를 무너트릴 마력 쐐기를 박아 넣기. 가장 평화롭고 대표적인 결계 해제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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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이 방법을 쓰기 위해선 결계를 매우 잘 알아야 됐다. 결계 전문가여야 됐고, 그래서 대부분의 마법사는 다음의 방법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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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계가 버티지 못하는 마법을 때려 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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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내 강철이를 톨트피어의 결계가 버틸까, 버티지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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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히 궁금한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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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변을 훑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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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진 입구라 그런가.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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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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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물러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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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이 뭔가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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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도망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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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구궁! 땅에서 나무가 솟구쳐 형태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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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줄기가 엮이며 수십 미터 길이의 거대한 몸체가 완성되고, 되다만 날개, 팔, 뿔이 달리며 불꽃이 맺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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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다만 용이 포효한다. 그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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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불꽃이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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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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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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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빛이, 세상을 꿰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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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상으로 돌아온 세상 속에서 혀를 작게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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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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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그거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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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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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이 전부 입을 떡 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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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강철이를 보여주는 건 처음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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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강철이를 역소환하고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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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 힘으로는 답이 없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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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강한 마법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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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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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깜짝 상자도 아니고 계속 새로운 게 튀어나올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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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눈알을 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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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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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 둘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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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결계를 파훼할 때까지 얌전히 기다리던가, 아니면 결계를 파훼할 거 같은 집단에 끼어들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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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싫은데, 뭐 방법이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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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는 미간을 한껏 찌푸리며 고민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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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장소에서 그런 마법을 쓰다니. 조심성이 부족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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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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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 남자가 수많은 사람을 이끌며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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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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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잘못해 문제가 생기면 어쩌려고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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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문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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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이 무너진다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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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결계가 뚫린 거니 좋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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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그렇군. 무소속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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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소속을 물어보는 남자. 의도를 알 수 없어 내가 눈을 깜빡이자, 남자가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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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바젯, 용병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우리와 함께 던전 탐사를 할 생각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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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루이나예요. 제가 바젯 님과 함께하면 서로에게 무슨 이득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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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질문이다. 우리는 고위 마법사를 얻고, 너는 던전에 들어갈 기회를 얻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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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계를 뚫을 자신이 있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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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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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행에게 시선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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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을 물은 건데, 대부분이 비슷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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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보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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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선을 원래대로 돌리고 바젯에게 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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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할 시간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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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다. 하루 안에 결정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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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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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에 바젯은 결계를 살핀 후 자신의 무리와 함께 어디론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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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젯을 지켜보다가, 그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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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으로 번들거리는 눈빛이 뇌리에 선명하게 새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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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젯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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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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