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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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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젤이에요. 제 친오빠죠.”
나는 일행에게 라이젤을 소개했다.
내 소개에 힘입어 라이젤도 인사를 했다.
“…라이젤입니다.”
“루이나 님의 친오빠라니. 흐음.”
크리스는 라이젤을 뜯어봤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루이나 님은 이런 느낌으로 생겼구나?”
“제 오빠에게서 제 원형을 찾으려는 건 그만둬주세요. 참고로 저는 일종의 돌연변이 같은 거라서요. 제 가족과 안 닮았어요.”
“하긴, 머리카락 색부터 다르긴 해.”
라이젤은 제국에서 가장 흔한 갈색 머리고, 나는 성은(星銀)을 닮은 별빛 은발이니까.
여기서부터 차이가 많이 났다.
외모도 차이가 많이 났는데, 내가 화상을 입기 전 모습과 지금의 라이젤을 비교하면 도저히 혈연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공통점이 없었다.
나는 라이젤과의 과거를 떠올렸다.
라이젤은 내가 가출을 결심하기 대략 3년 전에 먼저 집에서 출가했다.
그 뒤로 소식이 끊겨 어디 전쟁터에서 죽은 줄 알았는데, 용케 잘 살아 있었구나.
“라이젤은 제게 고기를 줬어요.”
“그래?”
“라이젤이 절 항상 업고 다녔었는데요. 그립네요.”
옛 추억을 되새기며 내가 말을 꺼내자, 라이젤이 볼을 긁적였다.
“예전엔 그랬지.”
“뭐 하면서 지냈나요.”
“나? 나야 뭐 적당히 세상을 떠돌아다녔지….”
나는 흘긋 라이젤을 살폈다.
허리춤에 찬 검도 그렇고 복장도 그렇고, 전형적인 용병의 모습이었다.
내 시선이 라이젤의 오른손으로 향했다.
굳은살이 없었다.
가출했을 때부터 용병 일을 했다 치면 이제 10년 차 용병인데 손이 저토록 깨끗하다니. 아무래도 정말 적당히 산 모양이었다.
아니면 용병이 된지 얼마 안 됐거나.
나는 라이젤에게 물었다.
“라이젤은 여기서 뭘 하는 건가요.”
“나? 당연히 톨트피어의 던전 때문에 왔지.”
“그래요?”
뭐, 지금 팔트란 후작령에 머무는 대부분의 사람이 저 목적일 테니까. 특이한 일도 아니었다.
“루이나 너도 던전이야?”
“네.”
“이제 막 왔나 본데, 정보 좀 공유해줄까?”
“그래도 돼요?”
“안 될 건 뭐야. 나는 어차피 혼자 움직여서 내 마음대로 하면 돼.”
“좋아요.”
나는 원활한 대화를 위해 방음 마법을 조작했다. 우리의 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는 건 물론이고, 외부의 소리도 전부 차단됐다.
조용해진 여관홀에서 라이젤이 입을 열었다.
“현재 던전은 강력한 결계에 막혀 있어. 아무도 못 들어가는 중이지.”
“그것까진 들었어요.”
“그래서 던전의 결계를 해제하기 위해 각종 세력이 슬슬 몰려드는 중인데, 이게 참 골때려.”
“던전이 발견된 위치 때문인가요.”
“진짜 애매한 곳에서 발견됐잖아.”
톨트피어의 던전이 발견된 위치는 사실 후작령도, 제국도, 수인 왕국도 아니었다.
어디라고 딱 잘라 말하기 어려운 애매한 위치였다.
덕분에 누군가 확실히 던전의 이권을 주장하기 어려웠고, 그 빈틈을 노리고 사방에서 하이에나처럼 달려드는 게 지금의 형국이었다.
“곧 있으면 아예 타국에서도 몰려들걸?”
“난장판이 되겠네요.”
“저 멀리 해상 왕국에서도 배를 보내는 중이라는 말이 있어.”
“톨트피어의 던전이니까요. 눈치 볼 거 없죠.”
어디 조그마한 던전이었다면 던전이 발견된 나라를 제외하면 눈치껏 빠지겠지만, 무려 톨트피어의 던전이지 않나.
마찰을 빚어서라도 획득할 가치가 있었다.
물론 자국이 아닌 만큼 눈 가리고 아웅은 하겠지만, 원래 눈 가리고 아웅은 겉치레에 불과했다.
대놓고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나 몰래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나 들쑤시고 다니는 건 똑같았으니까.
들어보면 곧 팔트란 후작령이 아수라장이 될 건 확정이었다.
그러니 그 전에 성배를 얻든 아니면 아수라장에서 살아남든 해야 됐는데….
나는 궁금한 걸 질문했다.
“현재 팔트란 후작은 어떻게 하고 있나요.”
“중립. 의외로 굳이 던전을 탐사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 보여.”
팔트란 후작령이 던전 탐사에서 빠진다면 이제 중요한 건 둘이었다.
“수인 왕국의 동태는요?”
“이미 탐사대를 잔뜩 보냈어. 던전 결계를 해제하고 있지.”
“제국은요?”
“마탑에서도 사람을 잔뜩 보내는 중이고, 황실 마법사도 따로 파견됐던데? 아까 몰려다니는 걸 봤어.”
대충 알았다.
나는 팔짱을 꼈다.
정리하면 이미 수인 왕국, 마탑, 황실에서 사람을 잔뜩 보냈고, 곧 다른 세력에서도 사람을 잔뜩 보낼 예정이었다.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선택이 뭘까?
“제리 님.”
“뭡니까.”
“결계 해제할 줄 아나요?”
“할 줄은 알죠. 루이나 님도 할 줄은 아시지 않습니까?”
저건 그거였다.
너랑 똑같으니 묻지 말라는 소리였다.
“뮤란 님은요?”
“…결계는 전문 분야가 아니라.”
“크리스 님은요?”
“루이나 님. 나는 마법을 모르는데?”
“알아요.”
노아도 마찬가지일 테니 사실상 일행 중 결계 대처가 되는 사람은 없는 거였다.
페란트?
걔가 알까?
그래도 만약이라는 게 있으니 페란트를 바라봤다.
“죄송합니다.”
그럴 줄 알았기에 실망하지도 않았다.
결국 결계라는 건 1차 방어선이었다. 마법의 구조상 결계만으로 적을 완벽하게 막아내는 건 불가능했고, 따라서 언젠간 결계가 뚫렸다.
그렇기에 기다리기만 하면 던전에 들어갈 수 있었으나, 문제는 그거였다.
“과연 그때 저희가 수많은 세력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요?”
“루이나 님 답지 않게 약한 소리네?”
“저는 자기 객관화가 잘 돼 있거든요.”
우리는 다른 세력과 비교하면 숫자도 부족했고 전력도 부족했다.
솔직히 인원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애초에 개인이 단체를 이기려 드는 것 자체가 오만이 아닐까?
나는 이마를 긁었다.
어쩌는 게 좋지.
그때였다.
레온이 나직이 말했다.
“우선 던전을 조사하는 게 어떻습니까.”
조사를 먼저 한다라.
나는 잠깐 생각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레온의 말대로 지금 여기 앉아 고민해 봤자 뾰족한 수는 안 나왔다.
혹시 모르지 않나. 던전에 가봤더니 결계의 틈이라도 발견할지.
나는 천천히 대답했다.
“그러도록 해요.”
*
톨트피어의 던전은 산 아래에 묻혀 있었다.
산 아래에 묻혀 있다. 이 표현도 사실 정확하지 않았다.
보다 정확한 표현은, 그래.
산 전체가 톨트피어의 던전이었다. 이게 더 옳았다.
“이제야 발견된 게 신기할 정도네요.”
“그러니까.”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하는 톨트피어의 던전이다.
때문에 입구 또한 다양했는데, 이게 바로 팔트란 후작령이 중립을 지키며 던전 탐사에서 빠진 이유였다.
통제하기엔 너무 거대하니 아예 처음부터 진을 빼지 않는 선택지를 고른 것이다.
나는 이번에 발견된 입구 중 하나를 유심히 살폈다.
결계가 느껴졌다.
단단하고 유기적인 결계였다. 쉽사리 뚫기 어려워 보였다.
그래도 시도는 해볼까.
나는 등불을 앞으로 들었다.
등불 안 불꽃에 입과 이빨이 생기고, 불꽃이 등불에서 탈출해 앞의 결계를 물어뜯었다.
카가각! 불꽃의 이빨과 결계와 만나며 불똥이 튄다.
이어서.
빠직. 이빨이 부러진다.
포식도 먹어치워야 가능했다.
이처럼 먹지 못하면 포식도 소화도 의미를 발휘하지 못했다.
아주 약간이라도 먹어 치우면 그때부터 쉽게 결계를 부술 거 같은데, 그 약간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과연 8위계 대마법사가 만든 결계.
몇백 년이 지나든 튼튼했다.
“굉륜.”
“정뢰.”
“영천.”
나 말고도 다른 일행이 결계를 두들겼으나, 큰 성과는 없었다.
뮤란이 물약을 뿌릴 때는 살짝 기대했지만, 똑같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고민했다.
강철이를 써볼까?
결계를 해제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였다.
결계의 구조를 분석해 결계를 무너트릴 마력 쐐기를 박아 넣기. 가장 평화롭고 대표적인 결계 해제 방법이었다.
허나 이 방법을 쓰기 위해선 결계를 매우 잘 알아야 됐다. 결계 전문가여야 됐고, 그래서 대부분의 마법사는 다음의 방법을 썼다.
결계가 버티지 못하는 마법을 때려 박기.
과연 내 강철이를 톨트피어의 결계가 버틸까, 버티지 못할까.
심히 궁금한 부분이었다.
나는 주변을 훑어봤다.
외진 입구라 그런가. 아무도 없었다.
이러면.
“모두 물러나세요.”
“루이나 님이 뭔가 하려고 한다!”
“다들 도망치세요!”
구구구궁! 땅에서 나무가 솟구쳐 형태를 이룬다.
두꺼운 줄기가 엮이며 수십 미터 길이의 거대한 몸체가 완성되고, 되다만 날개, 팔, 뿔이 달리며 불꽃이 맺힌다.
되다만 용이 포효한다. 그러자.
입에 불꽃이 모였다.
그리고.
번쩍.
붉은빛이, 세상을 꿰뚫었다.
나는 정상으로 돌아온 세상 속에서 혀를 작게 찼다.
“안 되네요.”
“방금 그거 뭐야.”
“마법이에요.”
일행이 전부 입을 떡 벌린다.
그러고 보면 강철이를 보여주는 건 처음이구나.
나는 강철이를 역소환하고 중얼거렸다.
“이러면 힘으로는 답이 없는데요?”
“더 강한 마법은 없어?”
“없어요.”
내가 깜짝 상자도 아니고 계속 새로운 게 튀어나올 수는 없었다.
나는 눈알을 굴렸다.
상황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러면 둘 중 하나였다.
누군가 결계를 파훼할 때까지 얌전히 기다리던가, 아니면 결계를 파훼할 거 같은 집단에 끼어들던가.
둘 다 싫은데, 뭐 방법이 없나.
그렇게 나는 미간을 한껏 찌푸리며 고민에 잠겼다.
“공공장소에서 그런 마법을 쓰다니. 조심성이 부족하군.”
그러다 고개를 들었다.
웬 남자가 수많은 사람을 이끌며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남자가 말했다.
“자칫 잘못해 문제가 생기면 어쩌려고 그러나.”
“무슨 문제요.”
“던전이 무너진다든가.”
“그러면 결계가 뚫린 거니 좋죠.”
“그것도 그렇군. 무소속인가?”
갑자기 소속을 물어보는 남자. 의도를 알 수 없어 내가 눈을 깜빡이자, 남자가 말을 이었다.
“내 이름은 바젯, 용병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우리와 함께 던전 탐사를 할 생각이 있나?”
“저는 루이나예요. 제가 바젯 님과 함께하면 서로에게 무슨 이득이 있나요.”
“좋은 질문이다. 우리는 고위 마법사를 얻고, 너는 던전에 들어갈 기회를 얻게 되겠지.”
“결계를 뚫을 자신이 있는 건가요?”
“전문가가 있다.”
나는 일행에게 시선을 옮겼다.
의견을 물은 건데, 대부분이 비슷한 표정을 지었다.
‘일단 보류.
나는 시선을 원래대로 돌리고 바젯에게 말을 걸었다.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
“하루다. 하루 안에 결정하도록.”
“알겠어요.”
그 말에 바젯은 결계를 살핀 후 자신의 무리와 함께 어디론가 사라졌다.
나는 바젯을 지켜보다가, 그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렸다.
욕망으로 번들거리는 눈빛이 뇌리에 선명하게 새겨졌다.
바젯이라.
확인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