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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 옛날, 초대 황제가 신화의 시대를 끝내는 여정을 떠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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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모험을 떠났던 자 중 소망의 화신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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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망의 화신체와 관련된 유명한 일화로는 나태의 사도와 일주일 내내 싸운 것이 있는데, 이건 말하면 길어지니 넘어가도록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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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성배의 얘기를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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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신체의 뼈로 만들어진 성배는 수많은 능력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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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생, 치유, 풍요, 정화,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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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손에 넣기만 하면 인간의 소망이 대부분 이뤄졌는데, 아쉽게도 성배엔 문제가 하나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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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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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저희가 여태까지 한 모험 그 자체가 일종의 보물이니까요. 우정, 사랑, 행복을 얻었으면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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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 그게 갑자기 무슨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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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말해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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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가짜 성배라 해도 진짜랑 다를 거 없다며. 잘 만들었다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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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가 진짜를 능가하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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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리안의 제안에 나는 잠시 고민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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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성배를 가져간다고 교국이 이것을 인정해 주는가? 이게 걱정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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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라면 의리를 지키기보다 그냥 아델리안에게 치료를 받을 생각이었는데, 다행히 그러지 않아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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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가짜 성배지, 동등한 재료로 성배를 다시 재현한 물품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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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진짜 성배랑 다를 게 없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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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 그래도 가짜는 가짜잖아. 만약 교국이 가짜라고 퇴짜 놓으면 어떻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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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교국이 난장판이라도 그러진 않을 거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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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모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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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아쉬운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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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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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짜 놓으면 뭐 어쩔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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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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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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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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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도 그래 놓고 헐레벌떡 2황자 찾으러 달려가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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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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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국 입장에서 아쉽다는 거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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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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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의 대화를 마친 크리스는 요리 주머니를 출렁이며 기지개를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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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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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성배도 구경하고 싶었는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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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침공 때 소모됐다니까요. 어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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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황제가 신화의 시대를 끝낸 뒤로도 인류에겐 여러 차례 위기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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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침공도 그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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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멸망하기 직전까지 갔던 사건이니, 이때라면 진짜 성배가 완벽하게 소모됐어도 크게 이상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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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파이프 담배를 입에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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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제리가 옆에 스르륵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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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파이프 담배를 집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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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가 눈을 깜빡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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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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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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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파이프 담배를 꺼냈다가 그냥 집어넣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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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 님을 부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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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불렀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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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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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는 야영을 하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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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는 마법 연습을 하는 중이었고, 뮤란은 괴상한 액체를 끓이는 중, 레온은 불이 붙은 장작을 조용히 내려다보는 중이었는데, 그 와중에 제리가 보이지 않아서 잠깐 소환술을 써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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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소환술이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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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하고 계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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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를 둘러보고 왔습니다. 위험지역이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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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깊은 숲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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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 근처가 아닌 이런 깊은 숲속은 수많은 몬스터가 서식하는 곳이었고, 때문에 언제든 적과 마주칠 위험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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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야 4위계 마법사가 한 명, 3위계 마법사가 두 명, 성기사가 한 명, 2위계 마법사가 한 명이라는 호화로운 조합이라 아무렇지 않게 지나다니는 거지, 다른 평범한 사람이라면 꺼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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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가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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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게 가야 하다 보니 이런 길을 쓰게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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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겠어요. 늦으면 국물도 없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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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델리안의 조언을 되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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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가면 다른 사람이 성배를 가져간다는데, 빠르게 가야지 어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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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리가 곧 도착할 목적지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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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가장 동쪽. 수인 왕국과 맞닿은 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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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드란 후작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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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이 이번 최종 목적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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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성배만 쏙 빼가고 싶었는데, 그게 안 되는 것이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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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리안에게 들은 팔드란 후작령의 상태를 생각하면 성배만 조용히 얻는 건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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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소란에 끼어들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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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는 팔드란 후작령에 도착했을 때의 일을 정리하며 레온의 옆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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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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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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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 무슨 볼일이라도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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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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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있는 표정이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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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가 많이 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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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간 알고 지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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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레온에게 묻고 싶은 건 별거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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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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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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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성배를 찾으면 고생하면서 안 돌아다녀도 되는데, 그 후에는 뭘 하실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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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에는, 다시 교국으로 돌아가 신의 뜻을 따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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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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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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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또 크리스에게 물들어서 금화 찾기 여행이라도 떠나면 어쩌나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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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둘이 죽이 잘 맞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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콕콕. 누군가 나를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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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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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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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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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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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 님이랑 헤어져서 섭섭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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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섭한 건 크리스 님의 요리예요. 언제 나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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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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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대답한 크리스는 이내 스튜를 그릇에 퍼 사람들에게 나눠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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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레온, 뮤란, 노아, 제리, 페란트에게 스튜를 나눠준 크리스는 자신 몫의 스튜를 담으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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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루이나 님 기분이 좋아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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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스트레스 풀리는 일이 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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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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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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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탑에서 무슨 짓을 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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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해줘도 상관없지만, 궁금해하니 괜히 비밀로 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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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저번에 말해주려고 했을 때 들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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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를 떠먹은 뮤란이 속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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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이라면, 아마도 연금 마법을 실험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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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뮤란 님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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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은 모든 사람이 자기랑 똑같이 연금 마법에 미친 줄 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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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연금 마법을 좋아하는 게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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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마법도 좋아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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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둘은 명백히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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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은 자꾸 화염 원소를 먹으려고 해서 문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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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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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싶어서 몸을 비틀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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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내 제자다. 관찰력이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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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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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이런 사람들이 모인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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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야 레온 님이 순진하게 용병이 준 음식을 먹었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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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제 탓이 맞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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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빠르게 고개를 숙이는 레온. 반응속도는 이거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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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행을 훑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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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 특이하고, 어울리지 않는 조합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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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화에 미친 상인, 크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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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에 집착하는 성기사, 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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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불에 영혼을 바친 마법사, 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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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에 빠진 연금술사, 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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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미래의 대마법사 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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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특이한 사람만 모아놓은 수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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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루이나 님의 그런 마법에 대한 열정 덕에 지금의 성취를 이루신 거 아니겠습니까? 어린 나이에 대마법사의 인정을 받다니. 도저히 쉬운 일이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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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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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화들짝 놀라며 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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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얘도 있었지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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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란트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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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입니까. 혹시 저에게 부탁하고 싶으신 거라도 있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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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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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인생에서 겪은 미스터리 TOP3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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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백작가의 영식이자 가출 청소년 페란트는 어째서 아직도 우리와 함께 모험을 떠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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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르기넬 관광을 안 하고 우리를 따라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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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페란트의 다음 목적지가 수인 왕국이라 같이 가기로 결정된 건 맞지만, 그럼에도 이상하게 페란트의 얼굴을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이 불쑥불쑥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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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는 언제 집에 가지, 라는 생각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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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적당히 놀다가 집에 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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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오면 개고생인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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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튜를 한입 먹으며 내 상태를 점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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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은 원소를 이해하고, 이해한 원소를 바탕으로 법칙을 뒤트는 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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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법엔 원소뿐만 아니라 강력한 이미지, 마력, 설계 능력이 필요했지만, 결국 중요한 건 원소의 이해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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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의 이해도가 올라가면 제어력이 올라갔다. 원소를 이해한 만큼 원소의 통제력이 올라가고, 그로 인해 더욱 어려운 마법을 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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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계와 마력량은 상관이 없었지만, 위계와 제어력은 상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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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현재 내 제어력은 3위계 수준이라고 보는 게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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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평’의 특징 덕에 특정 분야의 제어력이 특출나긴 했지만, 어쨌건 아직 4위계 마법을 사용하지 못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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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으로 굉륜을 못 배우고 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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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데 종종 나는 내 한계를 넘어선 마법을 보여주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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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을 사용해 발동하는, ‘강철이’가 대표적인 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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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굉장히 이상한 마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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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챘을지 모르겠지만, 사실 내가 수많은 마법을 아무렇지 않게 발동하는 건 매우 괴상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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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4대 원소를 비롯해 목속성 원소 적성까지 보유하고 있지만, 원래 나는 화염 속성 원소만을 보유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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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때에도 나는 아무렇지 않게 수속성 마법을, 풍속성의 마법을 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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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속성 마력을, 풍속성 마력을 마법에 공급할 방법이 없음에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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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리안이 내게 경고했던 이유가 새삼 이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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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은, 사람의 한계를 아무렇지 않게 넘나드는 마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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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마법이 위험하지 않으면 세상에 위험하지 않은 마법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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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라면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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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나는 걱정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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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이유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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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리안에게도 말했듯 이건 켈튼이 준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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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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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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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크리스에게 씻으러 가자고 말하기 위해서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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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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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겨운 비명에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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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획득 이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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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비명이 들린 곳으로 가 몬스터에게 당하기 직전의 마법사를 구하고, 상대방에게 제안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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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을 공유하거나 양도할 의향이 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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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라면 크게 상관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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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목숨을 구해줬어도 마법을 아예 양도하는 건 부담이 되는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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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 이게 은근히 꿀이라니까. 상대적으로 부담감이 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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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한 상대가 죽으면 공유가 끊기기에 되도록 양도를 받고 싶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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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 받은 마법은 원주인이 죽어도 계속 내 소유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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뎅! 맑은 종소리와 함께 나는 상대와 마법을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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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새로 획득한 바람의 새를 만드는 마법을 사용하다가, 해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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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여행의 시작이 아주 순조롭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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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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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기분이에요! 제가 오늘은 크게 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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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 몇 번이고 말하지만 여기는 야영지고, 근처에 마을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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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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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여자의 대화를 들으며 한 사람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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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칭? 저게 이 시대에 등장했다고? 심지어 공유가 가능한 수준까지 성장시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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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찍이 떨어져 두 여자를, 정확히는 로브를 눌러쓴 은발의 여자를 관찰하던 누군가는 입술을 혀로 핥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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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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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도록 빼앗고 싶은 마법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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