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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12 KiB

“제자의 제자야. 어땠니?”

탑 밖으로 나오자 가장 먼저 아델리안이 보였다.

아델리안은 기다란 벤치에 느긋하게 앉아 있었는데, 나는 가장 먼저 궁금한 걸 물었다.

“제국제일검을 집어넣는 건 무슨 생각이었나요.”

“좀 과했니?”

“아무리 생각해도 육성과는 거리가 멀었어요.”

솔직히 평범한 마법사들이 연계한다고 20살의 발리온을 죽일 거 같지는 않았다.

물론 나는 혼자서도 죽였지만, 그건 고유 마법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거다.

따라서 발리온을 죽이려면 최소 고유 마법은 있어야 했는데, 그런 마법사가 탑의 교육이 필요할 리가.

즉 이건 마지막에 난이도 조절을 실패한 것이었다.

“어린 제국제일검이면 괜찮을 줄 알았지.”

“안 괜찮아요. 그 인간 괴물이었어요.”

“뭐, 시행착오를 겪으며 발전하는 법 아니겠니?”

대수롭지 않게 넘긴 아델리안은 손가락을 튕겼다.

직후.

탑에서 사람들이 마구마구 쏟아져 나왔다.

레온, 제리, 노아, 페란트의 등장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른 사람들은요?”

“너네는 너를 포함해 다섯 명만 탑에 들어갔는데?”

“하지만 탑 꼭대기에 세피아 님도 만났는데요? 아, 세피아 님은 여기가 아니라 다른 곳에 있나요?”

“걔도 여기에 있긴 하단다. 지금으로부터 27시간 후에 있어서 그렇지.”

이게 무슨 소리지.

설마 싶어 나는 질문했다.

“시간축이 다른가요.”

“비슷하단다.”

“대체 무슨 마법을 쓴 건가요.”

“궁금하니?”

“네.”

“안 알려줄 거란다.”

이런 치사한 인간이.

아델리안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도 덕분에 많은 정보를 얻었어. 역시 직접 테스트를 해보기 전에는 모르는 법이네.”

“그런가요.”

“우선 너무 쓸데없이 시설이 너무 고사양인 거 같아. 훈련에 완벽한 환경을 만들어놓으면 전부 신나 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네.”

“솔직히 보상이 부족하긴 했어요.”

“그 부분은 탑 꼭대기에 도착하면 내가 소원을 들어주는 걸로 퉁치려고 했는데, 하여간 부족한가 봐.”

아무래도 탑에 들어온 인간들이 전부 탑 공략에 신을 낸 건 아닌 모양이었다.

아델리안의 반응을 보면 반 이상이 심드렁한 태도지 않았을까.

“그래서 그 부분을 개선하려고. 시간 축을 비틀기보다, 시간 축을 정상으로 하고 그 대신 생긴 여력으로 보상을 여기저기 배치하면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을까?”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수련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경험은 누구나 하는 거였다.

그래서 아델리안이 탑 안에서 며칠을 보내도 현실에서는 1초도 안 지나는 시스템을 구축한 듯했지만, 사람은 그런 것보다 당장의 금화를 더 좋아하는 법이었다. 솔직히 살짝 엇나간 설계였다.

그런 무형의 가치보다 1층을 클리어할 때마다 눈에 보이는 보상이 떨어지면 더 신나 할 거였다.

“그리고 탑 이용에 제한을 두려고.”

“죽으면 진짜 죽게 만들려고요?”

“그러진 않겠지만, 적어도 한 번 죽으면 1년은 들어가지 못하게 만들어야겠어.”

“왜요?”

아델리안이 나를 물끄러미 본다.

나도 아델리안을 물끄러미 봤다.

왜 그러지?

내가 순진무구하게 눈을 깜빡이자, 아델리안이 작게 중얼거렸다.

“켈튼아 네가 고생이 많았구나.”

“말 돌리지 말고 정확히 말해주세요. 왜 그러나요.”

“네가 죽어도 바로 도전 가능하다는 걸 이용해서 한 일들을 전부 나열해? 정말로?”

아델리안의 시선이 내 뒤로 향했다.

일행들의 앞에서 그런 말을 해도 되냐고 협박하는 건데, 이해가 안 됐기에 나는 입을 열었다.

“원소를 이용해서 몸을―.”

“자. 전부 눈에 띄게 성장했구나. 특히 제자의 제자의 제자는 아예 위계가 올랐어. 정뢰라. 좋은 마법이다.”

“…감사합니다.”

“노아의 위계가 올랐다고요?”

나는 눈을 부릅뜨고 노아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노아가 멋쩍다는 듯 볼을 긁적였다.

“2위계가 됐어.”

“2위계요.”

“마법도 새로 만들었어. 아, 결국 심판의 뭉치를 강화한 거긴 한데, 어쨌든 새로운 마법에 스승님이 저번에 지어준 이름 있잖아. 그게 어울리는 거 같아서 그대로 붙였어.”

“아무래도 극복의 원리를 발견해 위계를 올리고, 약화시킨 시간에 비례해 뇌전이 강해지는 마법을 만든 모양이네요?”

“용케 알았네.”

“나중에 그럴 거 같아서 정뢰라는 이름을 지어준 거거든요.”

정뢰(正雷)라.

나는 머릿속에 정뢰의 모습을 상상하다가, 노아에게 다가갔다.

“스승님?”

“노아 님. 못 참겠어요.”

나는 입술을 핥았다. 그러자.

크리스가 소리를 질렀다.

“아델리안 님! 루이나 님이 제자를 잡아먹으려고 해!”

“금화에 미친 서큐버스야. 제자의 제자는 제자의 제자의 제자를 잡아먹으려는 게 아니라 마법을 잡아먹으려는 거란다.”

“루이나 님이 기어코 마법 보관소의 배를 가른다!”

나는 크리스의 호들갑을 뒤로한 채 노아에게 말했다.

“노아 님.”

“응.”

“마법 공유할래요?”

내가 산적…아차차 용병을 만날 때마다 묻는 게 있다.

마법 소유하신 분?

마법 양도하실 분?

마법, 공유하실 분?

사실 여기서 마법의 소유자를 찾는 건 빼도 됐다. 협상을 할 자격을 갖췄냐고 묻는 거니까.

중요한 건 두 개였다.

양도와 공유.

양도는 말 그대로 마법을 양도받는 거였다. 이런 식으로 양도받은 마법은 원래의 소유자가 다시는 사용하지 못했고, 온전히 내 소유가 됐다.

대표적으로 물 밧줄, 암석창, 연단, 연금, 적영(寂影), 이 여기에 속했다.

다음으로 공유는 뭐냐면, 이것도 간단했다.

마법을 공유하는 거였다.

나는 노아에게 설명했다.

“마법을 공유하면 한쪽이 마법을 사용할 때는 다른 쪽은 사용하지 못해요.”

“마법을 물건처럼 번갈아가며 쓰게 되는 거야?”

“비슷해요.”

공유를 하면 그 마법은 공동의 소유물이 된다.

때문에 마법을 한 명이 쓰는 중이라면 다른 한 명은 쓰지 못하게 됐는데, 이 문제의 해결법은 간단했다.

“만약 마법을 공유해주면 노아 님의 앞에서만, 노아 님이 마법을 확실히 안 쓸 때만 정뢰를 쓸게요.”

“으음.”

“공유한다고 노아 님의 마법에 문제가 생기진 않아요. 노아 님은 마음껏 마법을 변형해도 돼요. 하지만 반대는 안 돼요. 저는 노아 님의 마법을 바꿀 수 없어요.”

잠시 고민한 노아는 이내 천천히 입술을 뗐다.

“상관은 없어.”

“역시 노아 님이에요.”

“근데 대가는? 스승님의 마법은 대가가 공평해야 되지 않아?”

“그건 말이에요.”

끼익. 내 손에 무언가가 잡혔다.

마치 누군가 세상을 오려 붙이기라도 한 듯, 전조도 없이 갑작스럽게.

을 손에 든 나는 나직이 말을 뱉었다.

“노아 님이 정하면 되는 거예요. 뭘 원하시나요?”

“궁금한데, 스승님의 마법을 공유하는 건 가능해?”

“안 될 거예요.”

“그래?”

“제 마법을 양도하는 것도 안 돼요. 이게 그런 마법이라.”

아쉽게도 천칭엔 제약이 많았다.

나는 마법을 대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게 대표적이었다.

내 말에 아델리안이 신기하다는 목소리를 했다.

“너는 마법의 양도랑 공유가 안 된다고?”

“네.”

“천칭이? 그건 신기하네. 아닌가. 신기할 것도 없나. 응. 그럴 만하네.”

“뭘 혼자 납득하는 건가요.”

“알려줘?”

“네.”

“이유는 너도 알잖아. 그래도 알려줘야 돼?”

“눈치가 빠르시네요.”

나는 아델리안에게서 시선을 떼고 노아를 재차 바라봤다.

내가 말했다.

“원하는 대가를 말해주세요.”

“나는.”

“네.”

“강해지고 싶어. 나를 강하게 만들어줘.”

“그건 스승이 당연히 해줘야 되는 거예요. 다른 건요?”

“……그럼 나도 제자니까 그냥 공유할게.”

천칭에 무언가가 올라간다.

왼쪽 접시에 뇌전이 엮여서 만들어진 둥그런 뭉치가 파직이고, 이어서 오른쪽 접시에 투명한 무언가가 올라갔다.

바로 감사의 마음이었다.

천칭이 평형을 이룬다. 대가가 동등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게 대가가 동등해지네.

나야 좋지만.

뎅―! 맑은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나랑 노아에게만 들리는 종소리였다.

천칭이 하얀 불꽃으로 변하고, 하얀 불꽃으로 변한 천칭이 우리 둘에게 날아와 박혔다.

파직. 나는 손에 뇌전의 뭉치를, 정뢰(正雷)를 소환했다가 흩어버리며 웃었다.

“거래 성립이에요.”

그나저나.

감사의 마음으로 마법을 거래한다라….

흠.

나는 흘긋 아델리안을 살폈다.

아델리안이 한숨을 쉰다.

“혹시 나를 따라 해 제자를 대량으로 육성할 계획을 세웠니?”

“독심술도 쓸 수 있으신가 보네요.”

“황당한 녀석아.”

“아델리안 님.”

“말만 하렴.”

“마법 하나만 주세요.”

“그게 되겠니 제자의 제자야. 아무리 네 천칭이 특별해도, 감당 못 하는 선은 있단다.”

“적당한 마법도 안 되나요.”

“나는 적당한 마법을 안 키운단다.”

아쉽네.

나는 입맛을 다시며 일행을 훑어봤다.

그리고 레온에게 말을 걸었다.

“근데 레온 님은 마법사도 아닌데, 탑에서 뭘 했나요?”

“저는 악신의 사제를 끝없이 토벌했습니다. 괜찮더군요.”

“성기사용 커리큘럼도 있던 건가요.”

아델리안 이 사람 은근히 철저하다.

아무튼.

이제 중요한 거 하나만 남았다.

“아델리안 님.”

“말하렴.”

“성배, 어디에 있나요.”

“성배 말이지.”

내가 아델리안을 찾아온 이유.

아델리안을 도와준 이유.

그 이유의 위치를 아델리안에게 물어보자, 아델리안은 눈을 감으며 속삭였다.

“잠깐 기다리렴?”

아델리안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탑이 사라진다.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아델리안의 몸이 수백, 수천 개로 겹쳐 보였기 때문이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아델리안이 하나로 돌아왔다.

찾았구나!

나는 기대에 부푼 채 아델리안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아델리안은 웃는 표정을 지은 채 파이프 담배를 입에 물었다.

기분이 좋은 건가?

나도 기분이 좋아졌기에 파이프 담배를 입에 물었다.

자, 어서 성배의 위치를 알려주세요!

“제자의 제자야.”

“네.”

“오해하지 말고 들으렴.”

“저는 늘 오해하지 않아요.”

“이 세상에 성배가 없는데, 이걸 어쩌지?”

…….

……???

“없다고요?”

“그렇단다.”

“진짜로요?”

“방금 찾아봤는데, 없었단다.”

아델리안은 기분이 좋은 게 아니었다.

당황한 거였다.

당황하면 담배를 피는 스타일이었구나. 외워뒀다.

나는 이마를 긁적였다.

진짜 어쩌지?

성배 퀘스트 여기서 종료야?

“근데 제자의 제자야. 꼭 성배가 아니더라도 성배 비슷한 거면 괜찮지 않니?”

“무슨 말인가요.”

“누군가 성배를 재현하고 방치해놓은 건 있는데, 이건 어떠니.”

“당장 위치를 가르쳐 주세요.”

아무래도 성배 퀘스트는 계속될 모양이었다.

다행이다 다행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