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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발 벽안 남자의 이름은 알렉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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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명 냄새가 풀풀 나는 이름이었지만, 크게 뭐라고 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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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곧 헤어질 사람이 가명을 쓰든 진명을 쓰든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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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가명은 왜 쓰시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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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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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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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에 알렉스는 당황하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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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명이라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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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에 황가의 금발이 섞인 걸 보면 꽤 유서 깊은 귀족가 같은데, 어디 출신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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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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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춰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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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하르텔 백작가 출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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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크리스를 슬쩍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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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선에 크리스는 바로 정보를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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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도에 자리 잡은 귀족가야. 역사가 오래됐고, 대상단도 운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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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크리스 님. 자, 라이하르텔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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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란트 라이하르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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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란트 님. 그래서 왜 ‘아버님. 세상을 알지 못하고 어찌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할 수 있겠습니까. 세상을 둘러보고 오겠습니다’라는 편지를 남기고 자아 찾기 여행을 떠나신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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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아버님이 보내신 분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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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란트가 화들짝 놀랐다. 정답인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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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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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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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찌 그런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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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황상 그럴 거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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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작가의 영식쯤 되는 사람이 호위 인원 없이 세상을 떠도는 상황이 얼마나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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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거 말고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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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란트는 어깨를 늘어트리며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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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티가 많이 난단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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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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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많이 나 페란트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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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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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크리스, 뮤란의 대답에 페란트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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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세상을 나름 파악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멀었다는 거군요. 저도 루이나 님처럼 홀로 가문을 일으켜 자신만의 힘으로 인정받고 싶었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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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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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성명하지도 않았는데 내 이름을 아는 게 신기해 묻자, 페란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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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인군단의 루이나 님이시지 않습니까. 나무 거인을 보자마자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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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 그런 별명까지 추가됐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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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 가는 걸까 내 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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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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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을 일으키다니, 그게 무슨 소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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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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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무슨 소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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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반란군 제압에 혁혁한 공을 세워, 작위를 하사받지 않으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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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적 없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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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꽃밭인 것에 더해 망상병까지 존재하다니. 라이하르텔 백작가의 미래가 어두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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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란트가 경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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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그런 공을 세우고도 포상금 조금 받고 끝이란 말입니까? 당연히 작위를 받았을 거라 생각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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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포상을 받은 적이 없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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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상을 받은 적이 없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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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표정에 불신, 불안, 공포가 스쳐 지나갔다가, 이내 허탈함으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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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요. 세상은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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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아무래도 좋을 주제는 제쳐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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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아무래도 좋을 주제군요. 확인했습니다. 그런 마음가짐이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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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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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미한 마력의 잔향이 느껴져 질문하자, 페란트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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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습니다만, 그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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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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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페란트에게 손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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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란트는 내 손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입술을 달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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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슨 의미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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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내놓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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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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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란트가 벌떡 일어나며 나를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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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란트가 소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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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탈의 마녀가 마법을 빼앗아 간다는 소문은 정말이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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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 그런 별명까지 추가됐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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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어디까지 가는 거야 내 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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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화상 마법사가 상대를 살려주는 대신, 마법을 빼앗아 간다는 소문이 황도에 쫙 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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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범인인지 알 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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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나를 습격했다가 연단 마법을 건네주는 대가로 살아남았던 용병. 아무리 생각해도 걔가 범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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걔 이름이 뭐였지. 헤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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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월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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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녀석 살아남았으면 조용히 지내야지, 소문을 퍼트리고 다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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싹수가 노랗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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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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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닐 수도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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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 포기해. 전신화상 마법사가 둘이나 될 리가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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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해서 눈물이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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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른 화상을 고치든가 해야지 이거야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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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을 입은 채로 돌아다니니 특정이 너무 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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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나 말고 전신화상 마법사를 늘려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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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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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란트가 나직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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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을 정말 빼앗아 가실 수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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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아 가는 건 아니고, 거래를 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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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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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마법을 주실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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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은 제가 유일하게 스스로 성취한 힘입니다. 살려주신 건 감사하지만, 이걸 드릴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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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위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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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위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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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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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 싫다는데 억지로 마법을 빼앗고 싶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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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선 빼앗긴 마법이 불쌍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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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평하게, 올바른 대가를 치르고 데려와야 마법도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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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증거로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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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검을 뽑고 마법을 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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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에 푸른색 마법이 덧씌워지고, 롱소드를 반쯤 덮은 마법에 나는 환호성을 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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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 님! 보세요! 청야가 그새 1mm 자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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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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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축하 파티를 해야겠어요. 크리스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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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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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크리스에게 성대한 저녁을 부탁하고 검을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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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야가 무럭무럭 자라는 걸 보면 알겠지만 이토록 올바른 대가를 치르는 건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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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가 청야를 억지로 빼앗아갔다고 생각해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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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먹어서 크던 키도 안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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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마법의 정서 교육에 안 좋은 일은 할 수 없다는 뜻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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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스승님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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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야. 늘 말했지만 루이나 님은 루이나 님이야. 따라 하려고 하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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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들이 사람을 반면교사로 삼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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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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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갈게요. 왜 집을 떠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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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직접 경험하고, 그걸 바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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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을 잘못했네요. 어디 가는 중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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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기넬로 가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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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도시 아르기넬이 목적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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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를 듣자마자 ‘부잣집 도련님이 유명 관광지를 돌아다니는 중이구나’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겠지만, 각자의 사정이 있는 법이니까. 신경을 끄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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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도 아르기넬로 가는 중이에요. 동행하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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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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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페란트. 아무래도 혼자 여행을 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뼈저리게 느낀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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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대로 근처에서 오우거를 만나는 건 운이 어지간히 나쁘지 않은 이상 겪기 힘든 일이었지만, 현실과 상관없이 이미 페란트의 머릿속 세상은 오우거가 널려 있는 장소로 탈바꿈한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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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나중에 가문으로 돌아가 주변 친구들에게 세상 이야기를 꺼내면, 오우거 얘기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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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간 시간 속에선 어떤 고통도 추억이 되기 마련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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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얘기를 팔아먹을 거면 마법 모집 중이라는 걸 꼭 첨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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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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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페란트에게 당부하고 정신을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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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내가 보유한 원소 적성은 불, 물, 바람, 대지, 나무 총 다섯 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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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선천적으로 보유한 화염 적성을 제외한 나머지는 의 부가 효과로 얻은 적성이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나머지는 많이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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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화염 원소 적성도 뛰어난 편은 아니었지만, 다른 건 구색만 맞춘 수준이라고 해야 되나. 하여간 억지로 얻은 티가 많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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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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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손 위에 모이는 흙에 눈을 가늘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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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원소 적성을 얻을 때는 고찰이 선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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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원소 적성 또한 원소에 대한 고찰을 계속하다가 문득 얻은 거였다. 그럴 만한 인과가 존재했고, 그렇기에 얻었을 때 괴리감이 생기지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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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이번엔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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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성 원소와 목속성 원소는 아무렇지 않게, 정말 갑작스럽게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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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를 하다가 느닷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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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기로 목속성 원소는 대지, 물, 불 셋이 합쳐진 원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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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억지로 상황을 해석하면 못 할 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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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속성 마법을 계속 사용하며 목속성 원소에 이미 익숙해진 상태였는데, 거기에서 대지의 마법을 얻은 덕에 지원소와 목원소 적성이 동시에 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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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가? 아예 말이 안 되는 소리는 아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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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째서인지 속 시원하게 납득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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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연결’의 특징을 응용한 바람을 손 위에서 가지고 놀다가, 모든 마법을 해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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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정리하니 새삼 짧은 시간 동안 참 많은 걸 얻었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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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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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평-규칙, 제약. 3위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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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식-소화, 해체. 3위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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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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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1위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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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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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 1위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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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 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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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위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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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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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위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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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 일반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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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밧줄 마법, 암석창 마법, 방음 마법, 방온 마법, 연단 마법, 연금 마법, 화염 폭격 마법, 초압축 화염 마법, 적을 물어뜯는 화염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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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 특기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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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영(寂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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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 고유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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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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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3위계의 마법사가 가지고 있기에는 너무 다양하고 강력한 마법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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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고유 마법 2개는 다른 마법사가 봤으면 말이 되냐고 울분을 토했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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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했지만, 어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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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을 잘 둔 덕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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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개를 흔들어 상념을 털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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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순조로운데 쓸데없는 고민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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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렴, 별일이 생기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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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느긋하게 정면을 살피며 입맛을 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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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기넬에선 마법을 좀 많이 얻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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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 저기 봐! 황금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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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도시 중앙에 우뚝 솟은 황금색 마탑의 위용을 감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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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라의 집을 떠나고 약 한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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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우리는 아르기넬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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