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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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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발 벽안 남자의 이름은 알렉스였다.
가명 냄새가 풀풀 나는 이름이었지만, 크게 뭐라고 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곧 헤어질 사람이 가명을 쓰든 진명을 쓰든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래서 가명은 왜 쓰시는 건가요.”
대신 물었다.
궁금하잖아.
내 말에 알렉스는 당황하며 대답했다.
“가명이라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머리카락에 황가의 금발이 섞인 걸 보면 꽤 유서 깊은 귀족가 같은데, 어디 출신인가요.”
“…….”
“맞춰볼까요?”
“…라이하르텔 백작가 출신입니다.”
나는 크리스를 슬쩍 봤다.
내 시선에 크리스는 바로 정보를 쏟아냈다.
“황도에 자리 잡은 귀족가야. 역사가 오래됐고, 대상단도 운영해.”
“고마워요 크리스 님. 자, 라이하르텔 님?”
“…페란트 라이하르텔입니다.”
“페란트 님. 그래서 왜 ‘아버님. 세상을 알지 못하고 어찌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할 수 있겠습니까. 세상을 둘러보고 오겠습니다’라는 편지를 남기고 자아 찾기 여행을 떠나신 건가요?”
“혹시 아버님이 보내신 분입니까?”
페란트가 화들짝 놀랐다. 정답인 모양이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런데 어찌 그런 걸….”
“정황상 그럴 거 같아서요.”
백작가의 영식쯤 되는 사람이 호위 인원 없이 세상을 떠도는 상황이 얼마나 되겠는가.
저런 거 말고는 없었다.
페란트는 어깨를 늘어트리며 중얼거렸다.
“그렇게 티가 많이 난단 말입니까.”
“많이요.”
“솔직히 많이 나 페란트 님.”
“…많이 나요.”
나, 크리스, 뮤란의 대답에 페란트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그동안 세상을 나름 파악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멀었다는 거군요. 저도 루이나 님처럼 홀로 가문을 일으켜 자신만의 힘으로 인정받고 싶었는데 말입니다.”
“절 아세요?”
통성명하지도 않았는데 내 이름을 아는 게 신기해 묻자, 페란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인군단의 루이나 님이시지 않습니까. 나무 거인을 보자마자 알았습니다.”
“제게 그런 별명까지 추가됐나요.”
어디까지 가는 걸까 내 별명.
그나저나.
“가문을 일으키다니, 그게 무슨 소리인가요.”
“네? 아닙니까?”
“그러니까, 무슨 소리인가요.”
“이번 반란군 제압에 혁혁한 공을 세워, 작위를 하사받지 않으셨습니까?”
“그런 적 없는데요.”
머리가 꽃밭인 것에 더해 망상병까지 존재하다니. 라이하르텔 백작가의 미래가 어두웠다.
페란트가 경악했다.
“설마 그런 공을 세우고도 포상금 조금 받고 끝이란 말입니까? 당연히 작위를 받았을 거라 생각했습니다만.”
“애초에 포상을 받은 적이 없는데요.”
“포상을 받은 적이 없다고요…?”
그의 표정에 불신, 불안, 공포가 스쳐 지나갔다가, 이내 허탈함으로 마무리됐다.
“그런가요. 세상은 역시….”
“그런 아무래도 좋을 주제는 제쳐두고요.”
“이게 아무래도 좋을 주제군요. 확인했습니다. 그런 마음가짐이어야―.”
“마법사세요?”
희미한 마력의 잔향이 느껴져 질문하자, 페란트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맞습니다만, 그건 왜…?”
“다행이네요.”
나는 페란트에게 손을 내밀었다.
페란트는 내 손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입술을 달싹였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마법 내놓으세요.”
“역시!”
페란트가 벌떡 일어나며 나를 가리켰다.
페란트가 소리친다.
“강탈의 마녀가 마법을 빼앗아 간다는 소문은 정말이었군요!”
“제게 그런 별명까지 추가됐나요.”
진짜 어디까지 가는 거야 내 별명.
“전신화상 마법사가 상대를 살려주는 대신, 마법을 빼앗아 간다는 소문이 황도에 쫙 퍼졌습니다.”
“누가 범인인지 알 거 같네요.”
언젠가 나를 습격했다가 연단 마법을 건네주는 대가로 살아남았던 용병. 아무리 생각해도 걔가 범인이었다.
걔 이름이 뭐였지. 헤이즈?
아, 월슨이었다.
그 녀석 살아남았으면 조용히 지내야지, 소문을 퍼트리고 다녀?
싹수가 노랗구만.
내가 말했다.
“제가 아닐 수도 있잖아요.”
“루이나 님. 포기해. 전신화상 마법사가 둘이나 될 리가 없잖아.”
“억울해서 눈물이 나요.”
얼른 화상을 고치든가 해야지 이거야 원.
화상을 입은 채로 돌아다니니 특정이 너무 쉬웠다.
아니면 나 말고 전신화상 마법사를 늘려버려?
농담입니다.
페란트가 나직이 물었다.
“마법을 정말 빼앗아 가실 수 있습니까?”
“빼앗아 가는 건 아니고, 거래를 하는 거예요.”
“그렇습니까.”
“그래서 마법을 주실 건가요?”
“…마법은 제가 유일하게 스스로 성취한 힘입니다. 살려주신 건 감사하지만, 이걸 드릴 수는 없습니다.”
“몇 위계세요?”
“2위계입니다.”
“아쉽네요.”
본인이 싫다는데 억지로 마법을 빼앗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선 빼앗긴 마법이 불쌍하잖아.
공평하게, 올바른 대가를 치르고 데려와야 마법도 행복했다.
그 증거로 봐라.
나는 검을 뽑고 마법을 발동했다.
검에 푸른색 마법이 덧씌워지고, 롱소드를 반쯤 덮은 마법에 나는 환호성을 뱉었다.
“레온 님! 보세요! 청야가 그새 1mm 자랐어요!”
“축하합니다.”
“오늘은 축하 파티를 해야겠어요. 크리스 님?”
“알겠어.”
나는 크리스에게 성대한 저녁을 부탁하고 검을 쓰다듬었다.
청야가 무럭무럭 자라는 걸 보면 알겠지만 이토록 올바른 대가를 치르는 건 중요했다.
만약 내가 청야를 억지로 빼앗아갔다고 생각해 봐라.
겁먹어서 크던 키도 안 컸다.
“즉 마법의 정서 교육에 안 좋은 일은 할 수 없다는 뜻이에요.”
“크리스. 스승님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노아야. 늘 말했지만 루이나 님은 루이나 님이야. 따라 하려고 하면 안 돼.”
이 녀석들이 사람을 반면교사로 삼고 있어.
하여간.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갈게요. 왜 집을 떠나셨나요?”
“세상을 직접 경험하고, 그걸 바탕으로―.”
“질문을 잘못했네요. 어디 가는 중이세요?”
“…아르기넬로 가는 중입니다.”
마법 도시 아르기넬이 목적지라.
목적지를 듣자마자 ‘부잣집 도련님이 유명 관광지를 돌아다니는 중이구나’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겠지만, 각자의 사정이 있는 법이니까. 신경을 끄기로 했다.
“저희도 아르기넬로 가는 중이에요. 동행하실래요?”
“그래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페란트. 아무래도 혼자 여행을 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뼈저리게 느낀 듯했다.
이런 대로 근처에서 오우거를 만나는 건 운이 어지간히 나쁘지 않은 이상 겪기 힘든 일이었지만, 현실과 상관없이 이미 페란트의 머릿속 세상은 오우거가 널려 있는 장소로 탈바꿈한 뒤였다.
아마 나중에 가문으로 돌아가 주변 친구들에게 세상 이야기를 꺼내면, 오우거 얘기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지 않을까.
흘러간 시간 속에선 어떤 고통도 추억이 되기 마련이니 말이다.
“제 얘기를 팔아먹을 거면 마법 모집 중이라는 걸 꼭 첨부해 주세요.”
“네?”
나는 페란트에게 당부하고 정신을 집중했다.
현재 내가 보유한 원소 적성은 불, 물, 바람, 대지, 나무 총 다섯 개였다.
이중 선천적으로 보유한 화염 적성을 제외한 나머지는 의 부가 효과로 얻은 적성이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나머지는 많이 부족했다.
내 화염 원소 적성도 뛰어난 편은 아니었지만, 다른 건 구색만 맞춘 수준이라고 해야 되나. 하여간 억지로 얻은 티가 많이 났다.
분명, 그랬다.
나는 손 위에 모이는 흙에 눈을 가늘게 떴다.
물 원소 적성을 얻을 때는 고찰이 선행했다.
바람 원소 적성 또한 원소에 대한 고찰을 계속하다가 문득 얻은 거였다. 그럴 만한 인과가 존재했고, 그렇기에 얻었을 때 괴리감이 생기지 않았지만.
허나 이번엔 달랐다.
지속성 원소와 목속성 원소는 아무렇지 않게, 정말 갑작스럽게 얻었다.
전투를 하다가 느닷없이.
내가 알기로 목속성 원소는 대지, 물, 불 셋이 합쳐진 원소였다.
그래서 억지로 상황을 해석하면 못 할 건 없었다.
목속성 마법을 계속 사용하며 목속성 원소에 이미 익숙해진 상태였는데, 거기에서 대지의 마법을 얻은 덕에 지원소와 목원소 적성이 동시에 발현했다.
어떤가? 아예 말이 안 되는 소리는 아니지 않나?
그런데 어째서인지 속 시원하게 납득되지 않았다.
나는 ‘연결’의 특징을 응용한 바람을 손 위에서 가지고 놀다가, 모든 마법을 해제했다.
이것저것 정리하니 새삼 짧은 시간 동안 참 많은 걸 얻었구나 싶었다.
불 원소.
공평-규칙, 제약. 3위계.
포식-소화, 해체. 3위계.
물 원소.
변화. 1위계
바람 원소.
연결. 1위계.
대지 원소.
0위계.
나무 원소.
0위계.
보유 일반 마법.
물 밧줄 마법, 암석창 마법, 방음 마법, 방온 마법, 연단 마법, 연금 마법, 화염 폭격 마법, 초압축 화염 마법, 적을 물어뜯는 화염 마법.
보유 특기 마법.
적영(寂影).
보유 고유 마법.
, .
고작 3위계의 마법사가 가지고 있기에는 너무 다양하고 강력한 마법이 많았다.
특히 고유 마법 2개는 다른 마법사가 봤으면 말이 되냐고 울분을 토했을 것이었다.
이해했지만, 어쩌겠는가.
스승을 잘 둔 덕인 것을.
나는 고개를 흔들어 상념을 털어냈다.
이토록 순조로운데 쓸데없는 고민을 했다.
아무렴, 별일이 생기려고.
나는 느긋하게 정면을 살피며 입맛을 다셨다.
아르기넬에선 마법을 좀 많이 얻었으면 좋겠다.
*
“루이나 님! 저기 봐! 황금탑이야!”
나는 도시 중앙에 우뚝 솟은 황금색 마탑의 위용을 감상했다.
엘레라의 집을 떠나고 약 한 달.
드디어 우리는 아르기넬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