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307 lines
11 KiB
Markdown
307 lines
11 KiB
Markdown
|
|
악신의 교단, 본인들이 자칭하길 윤회교가 무슨 활동을 하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
|
|
|
워낙 베일에 싸였기도 했고, 애초에 그 목적 자체가 불투명해서 그랬다.
|
|
|
|
윤회교의 기본 사상은 ‘이 세상은 가짜고, 진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선 새로운 법칙을 세워야 한다’였지만, 그래서 어떻게 새로운 법칙을 세우는지 짐작되는 부분이 있는가?
|
|
|
|
만일 있다면 조심해라. 윤회교에 물들 가능성이 높은 거니까.
|
|
|
|
각설하고.
|
|
|
|
이 새로운 법칙을 세우기 위해 윤회교는 정말 많은 일을 저질렀다.
|
|
|
|
마을을 불태워 산제물을 바쳤고, 성기사를 타락시켰으며, 귀족가를 지배해 반란을 일으켰다.
|
|
|
|
흡사 이 세상의 보편 법칙을 거부라도 하듯 수많은 악행을 벌였는데, 대부분 이해가 안 됐지만 그중에서 특히 이해가 안 되는 일이라면 그거였다.
|
|
|
|
예컨대, 성은을 노린다든가.
|
|
|
|
“마녀, 성배의 위치를 내놔라.”
|
|
|
|
엘레라의 집을 반파시킨 놈들의 요구는 굉장히 탐욕스러웠다.
|
|
|
|
마치 엘레라의 정보가 원래부터 자기 것이었다는 양 말했으므로.
|
|
|
|
나는 노아의 앞을 막아서며 침입자들을 살폈다.
|
|
|
|
침입자는 수십 명이었는데, 모두 통일된 새까만 로브를 입었다.
|
|
|
|
나쁜 놈들이라 검은색을 입지는 않았을 테니, 검은색이 종교적으로 저들에게 의미 있는 색일 것이었다.
|
|
|
|
“용건이 있으면 조용히 문을 두들겨야지, 왜 멀쩡한 집을 부수나요.”
|
|
|
|
이해가 안 돼 중얼거렸다.
|
|
|
|
대답을 원한 건 아니었다. 악신의 사제들이 대화가 안 통하는 놈들이라는 건 이미 한 번 겪은 뒤였으니까.
|
|
|
|
악신의 사제, 그중에서도 탐욕을 모시는 사제들은 내 말에 대꾸조차 하지 않고 재차 명령했다.
|
|
|
|
“지혜의 마녀, 네가 가진 모든 정보를 내놔라.”
|
|
|
|
“내가 왜 그래야 하나?”
|
|
|
|
엘레라가 쏘아붙이자 탐욕의 사제, 그중에서도 대표 격인 남자가 말했다.
|
|
|
|
“우리의 것이니까.”
|
|
|
|
봐라. 내가 말하지 않았나. 대화가 안 통한다고.
|
|
|
|
차라리 오만의 사제였던 리퍼와 워커가 나았다. 걔네는 말을 주고받는 느낌이라도 났었으니까.
|
|
|
|
뭐, 걔네도 우리를 아래로 봐서 말이 안 통하는 건 마찬가지였지만.
|
|
|
|
특대 성은도 그렇고 성배도 그렇고, 왜 악신의 교단이 저런 걸 찾는 거지?
|
|
|
|
쟤네도 최고 지도자가 아프거나 그런가?
|
|
|
|
근데 악신의 교단은 최고 지도자가 아프면 냉철하게 갈아치울 이미지였다. 느낌상 그랬다.
|
|
|
|
뭔가 다른 이유일 거 같은데, 그게 뭔지 모르겠다.
|
|
|
|
나는 엘레라에게 물었다.
|
|
|
|
“혹시 순순히 정보를 말해주면 물러나나요?”
|
|
|
|
“설마 저놈들이 그러겠나. 다른 녀석에게 정보를 말하지 못하게 조치한다.”
|
|
|
|
“혀라도 자르나요?”
|
|
|
|
“목을 잘라도 비슷한 효과가 나지.”
|
|
|
|
“곤란한 놈들이네요.”
|
|
|
|
방금의 대화로 깨달았다.
|
|
|
|
엘레라가 나를 노아의 스승으로 삼은 이유, 나를 이 집에 묶어둔 이유의 대부분은 저놈들이었다.
|
|
|
|
“뻔뻔한 것.”
|
|
|
|
탐욕의 사제가 중얼거린다.
|
|
|
|
대체 어디가 뻔뻔한 건지 모르겠지만, 무시하며 나는 마력을 끌어올렸다.
|
|
|
|
직후 탐욕의 사제의 손에서 성법이 쏟아졌다.
|
|
|
|
콰아아앙―! 나무 거인의 몸에 성법이 박히고, 레온이 앞으로 달려 나갔다.
|
|
|
|
나는 나무 거인의 위에서 마법을 발동했다.
|
|
|
|
등불에서 시작된 붉은 선이 세상에 내린다.
|
|
|
|
지상에 불길이 일고, 이내 잠잠해진다.
|
|
|
|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검은색 반투명한 방패가 모든 공격을 막아낸 탓이었다.
|
|
|
|
챙! 레온이 탐욕의 사제와 검을 주고받는다.
|
|
|
|
그리고 제리가 마법을 발동했다.
|
|
|
|
제리의 손에 초고속으로 회전하는 막대가 생성되고, 그 주위를 붉은 띠가 회전한다.
|
|
|
|
모터음과 비슷한 소리가 세상에 울려 퍼진다. 동시에.
|
|
|
|
제리가 굉륜(轟輪)을 해방했다.
|
|
|
|
기기기긱! 대기를 짓누르며 굉륜이 탐욕의 사제를 덮쳤다.
|
|
|
|
붉은 띠가 맞물리며 모든 걸 갈아 마시고, 거대한 성법 방패를 소환하며 탐욕의 사제가 소리쳤다.
|
|
|
|
“크로프트 학파의 마법사가 있다! 조심해!”
|
|
|
|
“모두 전력으로 가라!”
|
|
|
|
두근. 그런 소리가 귓가를 스쳐 지나갔다.
|
|
|
|
얼핏 심장 소리와 비슷했지만, 진짜 심장 소리는 아니었다.
|
|
|
|
이건, 그래.
|
|
|
|
탐욕의 사제들이 거대한 누군가와 연결되며, 그 여파가 세상에 자국을 남기는 것이었다.
|
|
|
|
“강림.”
|
|
|
|
번쩍. 검은 빛기둥이 몇몇 사제들에게 꽂히고, 그들의 손에 저마다의 물건이 잡힌다.
|
|
|
|
성법은 마법과 다른 힘이었다.
|
|
|
|
성법은 비유하자면 재현이었다. 자신들이 믿는 신의 소유물을 신성력으로 ‘재현’하는 것. 그게 성법이었다.
|
|
|
|
때문에 믿는 신이 누구냐에 따라 성법의 종류도 천차만별이었는데, 이 재현의 수준이, 믿음이 한층 더 높아지면 무슨 일이 벌어지냐.
|
|
|
|
자신들의 신이 보유한 소유물을 ‘대여’할 수 있게 됐다.
|
|
|
|
물론 진품은 아니다. 진품 대여는 성녀나 성자쯤이 아니면 불가능한 기적이었으니까.
|
|
|
|
허나 가품이어도, 레플리카라도 그 원본은 신의 소유물.
|
|
|
|
어중간한 능력자는 쓸어버리는 위력을 가졌다.
|
|
|
|
탐욕의 사제 무리를 이끌던 대장의 손에 책이 들렸다.
|
|
|
|
“우리의 것을 우리에게 돌려줘라.”
|
|
|
|
대장의 몸 주위에 검은 불길이 솟아올랐다.
|
|
|
|
검은 불길이 거대한 정육면체가 되고, 우리를 덮쳤다.
|
|
|
|
치이이익! 나무 거인의 팔을 거대한 정육면체가 구속한다. 나무 거인이 거세게 타오르고, 나는 마력을 주입해 나무 거인을 회복시키며 눈을 빛냈다.
|
|
|
|
방금 놈들의 대장이 쓴 건 성법이 아니었다. 엄연히 마법이었다.
|
|
|
|
위력도 상당했다. 범위 안의 모든 생명체를 불사르는 마법이었는데, 자칫 잘못했으면 검은 상자의 파괴력을 나무 거인의 회복력이 따라가지 못할 뻔했다.
|
|
|
|
사제가 마법도 써?
|
|
|
|
하긴. 검사도 마법에 한눈을 파는데, 사제라고 마법을 쓰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
|
|
|
|
나는 입맛을 다셨다.
|
|
|
|
저 마법, 너무 가지고 싶다.
|
|
|
|
천칭은 다 좋은데 이런 게 문제였다.
|
|
|
|
이런 긴급한 상황에서 마법을 얻기 어려웠다.
|
|
|
|
놈들의 대장이 재차 검은 불꽃을 모았다.
|
|
|
|
검은 불꽃이 정육면체로 변한다.
|
|
|
|
다만 이번엔 아까에 비해 작은 데다가 숫자도 많았다.
|
|
|
|
조그마한 정육면체가 모여 거대한 정육면체를 이루고, 돌아간다.
|
|
|
|
마치 큐브가 돌아가듯 천천히 몸체를 부분적으로 돌리던 거대한 정육면체의 모습이 고속으로 바뀌었다.
|
|
|
|
거대한 손의 형태가 되는 조그마한 정육면체들.
|
|
|
|
놈들의 대장이 중얼거렸다.
|
|
|
|
“탐귀(貪鬼).”
|
|
|
|
직후 탐욕의 손아귀가 나를 덮쳤다.
|
|
|
|
나무 거인이 양손을 들어 검은 손을 막는다.
|
|
|
|
쩌엉―! 조그마한 정육면체에 닿은 부분에 구멍이 뚫렸다. 아니. 잿더미로 변했다.
|
|
|
|
구멍이 숭숭 뚫리는 나무 거인을 회복시키던 나는 멍하니 하늘을 봤다.
|
|
|
|
현재 전장은 어지러웠다.
|
|
|
|
신성력과 검술을 사용해 적을 하나씩 상대하는 레온, 불꽃을 뿜으며 적과 맞서는 제리, 연금술을 사용해 방어 진지를 구축하는 뮤란, 잘 숨어 있는 크리스, 함께 진지를 구축하는 엘레라, 심판의 뭉치로 최대한 도움을 주는 노아까지.
|
|
|
|
게다가 적들은 어떤가. 성법이 난무하고, 가짜 성물이 강림했으며, 하다 하다 마법까지 사용했다.
|
|
|
|
어딘가에 정신을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으나, 그럼에도 나는 오직 한 가지만을 바라봤다.
|
|
|
|
마법.
|
|
|
|
맞다.
|
|
|
|
결국 마법이었다.
|
|
|
|
저 마법을 손에 넣고 싶다.
|
|
|
|
얻고 싶다. 가지고 싶다.
|
|
|
|
집어, 삼키고 싶다.
|
|
|
|
놈들의 대장이 특기 마법을 하나 더 발동했다. 조그마한 검은 정육면체가 쌓여 거대한 손으로 변하고, 이내 두 개의 검은 손이 나무 거인을 덮쳤다.
|
|
|
|
저 마법은 아마 ‘갈취’의 특징을 응용해 발동한 마법일 거였다.
|
|
|
|
정확한 원리는 몰랐다. 그걸 보자마자 알기엔 내 위계가 미천했으니까.
|
|
|
|
그래도 예상을 해보자면 마법에 닿는 모든 걸, 생명력을, 기운을, 형태를 ‘빼앗는’ 마법일 거였다.
|
|
|
|
그러니 닿자마자 잿더미로 변해 구멍이 뻥 뚫리는 것이다.
|
|
|
|
저 마법은 어떻게 발동하는 거지.
|
|
|
|
어떻게 쓰는 거지.
|
|
|
|
어떻게, 손에 넣는 거지?
|
|
|
|
알고 싶었다. 저 마법의 모든 걸.
|
|
|
|
철저하게, 하나부터 열까지.
|
|
|
|
―잘게 잘게 ‘해체’해서, 전부.
|
|
|
|
문득 머릿속에 얼음을 부은 듯 시원해졌다.
|
|
|
|
끓어오르는 고양감에 나는 등불을 들었다.
|
|
|
|
짤랑. 등불 안에 불꽃이 생겨나고, 거기에 입과 이빨이 자라났다.
|
|
|
|
그걸 신호로 나는 등불을 크게 휘둘렀다.
|
|
|
|
등불에서 튀어 나간 불꽃이 크기를 키운다.
|
|
|
|
거의 사람 머리통만 한 크기로 변한 불꽃이 입을 쩍 벌리고, 검은 손을 물어뜯었다.
|
|
|
|
포식은 모든 걸 먹어 치운다.
|
|
|
|
먹어 치워 소화한다. 자기 것으로 만든다.
|
|
|
|
헌데 어떻게? 어떻게 자기 것으로 만들지?
|
|
|
|
간단했다.
|
|
|
|
먹이를 씹고, 삼키고, ‘해체’해서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
|
|
|
그게 무슨 말이냐.
|
|
|
|
이런 말이었다.
|
|
|
|
내 손에 조그마한 붉은 정육면체가 생겨났다.
|
|
|
|
그러고 포식의 불꽃이 검은 손을 먹어 치울 때마다 붉은 정육면체가 늘어나더니, 이윽고 하나의 거대한 손이 되었다.
|
|
|
|
“무슨, 말도 안 되는.”
|
|
|
|
놈들의 대장이 입을 벌린다. 그만큼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
|
|
|
자신의 특기 마법을, 상대방이 보자마자 똑같이 사용하다니.
|
|
|
|
특기 마법을 만들기 위해 긴 시간 고민한 입장에선 그만큼 어이없는 일도 없었다.
|
|
|
|
하지만 어쩌겠는가.
|
|
|
|
이미 벌어진 일은 주워 담을 수 없는데.
|
|
|
|
검은 손과 붉은 손이 맞부딪히고, 거센 진동과 함께 쌍소멸했다.
|
|
|
|
순식간에 특기 마법이 사라진 놈들의 대장이 이를 악물고 외쳤다.
|
|
|
|
“고위 마법사가 숨어 있었다! 후퇴한다!”
|
|
|
|
“어딜 가려는 건가.”
|
|
|
|
제리가 눈을 가라앉히며 마법을 발동했다.
|
|
|
|
우웅―! 제리의 손에 모터음이 일었다.
|
|
|
|
그리고 나는 제리의 굉륜을 포식의 불꽃으로 삼켰다.
|
|
|
|
그리고 등불 안에 굉륜을 만들었다.
|
|
|
|
모터음이 세상을 가득 메우고, 나는 등불을 흔들었다.
|
|
|
|
이어서.
|
|
|
|
해방된 굉륜이, 세상을 갈아버렸다.
|
|
|
|
나는 거대한 크레이터가 생긴 엘레라의 앞마당을 훑어보다가, 나직이 말했다.
|
|
|
|
“굉륜 이거 요란만 하고 적은 제대로 못 죽이네요. 반이나 살아갔잖아요.”
|
|
|
|
“대체 제 굉륜은 왜 뺏어 간 겁니까.”
|
|
|
|
“한번 써보고 싶었어요.”
|
|
|
|
사건 해결에 소원 성취까지.
|
|
|
|
완벽하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