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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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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신의 교단, 본인들이 자칭하길 윤회교가 무슨 활동을 하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워낙 베일에 싸였기도 했고, 애초에 그 목적 자체가 불투명해서 그랬다.

윤회교의 기본 사상은 ‘이 세상은 가짜고, 진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선 새로운 법칙을 세워야 한다’였지만, 그래서 어떻게 새로운 법칙을 세우는지 짐작되는 부분이 있는가?

만일 있다면 조심해라. 윤회교에 물들 가능성이 높은 거니까.

각설하고.

이 새로운 법칙을 세우기 위해 윤회교는 정말 많은 일을 저질렀다.

마을을 불태워 산제물을 바쳤고, 성기사를 타락시켰으며, 귀족가를 지배해 반란을 일으켰다.

흡사 이 세상의 보편 법칙을 거부라도 하듯 수많은 악행을 벌였는데, 대부분 이해가 안 됐지만 그중에서 특히 이해가 안 되는 일이라면 그거였다.

예컨대, 성은을 노린다든가.

“마녀, 성배의 위치를 내놔라.”

엘레라의 집을 반파시킨 놈들의 요구는 굉장히 탐욕스러웠다.

마치 엘레라의 정보가 원래부터 자기 것이었다는 양 말했으므로.

나는 노아의 앞을 막아서며 침입자들을 살폈다.

침입자는 수십 명이었는데, 모두 통일된 새까만 로브를 입었다.

나쁜 놈들이라 검은색을 입지는 않았을 테니, 검은색이 종교적으로 저들에게 의미 있는 색일 것이었다.

“용건이 있으면 조용히 문을 두들겨야지, 왜 멀쩡한 집을 부수나요.”

이해가 안 돼 중얼거렸다.

대답을 원한 건 아니었다. 악신의 사제들이 대화가 안 통하는 놈들이라는 건 이미 한 번 겪은 뒤였으니까.

악신의 사제, 그중에서도 탐욕을 모시는 사제들은 내 말에 대꾸조차 하지 않고 재차 명령했다.

“지혜의 마녀, 네가 가진 모든 정보를 내놔라.”

“내가 왜 그래야 하나?”

엘레라가 쏘아붙이자 탐욕의 사제, 그중에서도 대표 격인 남자가 말했다.

“우리의 것이니까.”

봐라. 내가 말하지 않았나. 대화가 안 통한다고.

차라리 오만의 사제였던 리퍼와 워커가 나았다. 걔네는 말을 주고받는 느낌이라도 났었으니까.

뭐, 걔네도 우리를 아래로 봐서 말이 안 통하는 건 마찬가지였지만.

특대 성은도 그렇고 성배도 그렇고, 왜 악신의 교단이 저런 걸 찾는 거지?

쟤네도 최고 지도자가 아프거나 그런가?

근데 악신의 교단은 최고 지도자가 아프면 냉철하게 갈아치울 이미지였다. 느낌상 그랬다.

뭔가 다른 이유일 거 같은데, 그게 뭔지 모르겠다.

나는 엘레라에게 물었다.

“혹시 순순히 정보를 말해주면 물러나나요?”

“설마 저놈들이 그러겠나. 다른 녀석에게 정보를 말하지 못하게 조치한다.”

“혀라도 자르나요?”

“목을 잘라도 비슷한 효과가 나지.”

“곤란한 놈들이네요.”

방금의 대화로 깨달았다.

엘레라가 나를 노아의 스승으로 삼은 이유, 나를 이 집에 묶어둔 이유의 대부분은 저놈들이었다.

“뻔뻔한 것.”

탐욕의 사제가 중얼거린다.

대체 어디가 뻔뻔한 건지 모르겠지만, 무시하며 나는 마력을 끌어올렸다.

직후 탐욕의 사제의 손에서 성법이 쏟아졌다.

콰아아앙―! 나무 거인의 몸에 성법이 박히고, 레온이 앞으로 달려 나갔다.

나는 나무 거인의 위에서 마법을 발동했다.

등불에서 시작된 붉은 선이 세상에 내린다.

지상에 불길이 일고, 이내 잠잠해진다.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검은색 반투명한 방패가 모든 공격을 막아낸 탓이었다.

챙! 레온이 탐욕의 사제와 검을 주고받는다.

그리고 제리가 마법을 발동했다.

제리의 손에 초고속으로 회전하는 막대가 생성되고, 그 주위를 붉은 띠가 회전한다.

모터음과 비슷한 소리가 세상에 울려 퍼진다. 동시에.

제리가 굉륜(轟輪)을 해방했다.

기기기긱! 대기를 짓누르며 굉륜이 탐욕의 사제를 덮쳤다.

붉은 띠가 맞물리며 모든 걸 갈아 마시고, 거대한 성법 방패를 소환하며 탐욕의 사제가 소리쳤다.

“크로프트 학파의 마법사가 있다! 조심해!”

“모두 전력으로 가라!”

두근. 그런 소리가 귓가를 스쳐 지나갔다.

얼핏 심장 소리와 비슷했지만, 진짜 심장 소리는 아니었다.

이건, 그래.

탐욕의 사제들이 거대한 누군가와 연결되며, 그 여파가 세상에 자국을 남기는 것이었다.

“강림.”

번쩍. 검은 빛기둥이 몇몇 사제들에게 꽂히고, 그들의 손에 저마다의 물건이 잡힌다.

성법은 마법과 다른 힘이었다.

성법은 비유하자면 재현이었다. 자신들이 믿는 신의 소유물을 신성력으로 ‘재현’하는 것. 그게 성법이었다.

때문에 믿는 신이 누구냐에 따라 성법의 종류도 천차만별이었는데, 이 재현의 수준이, 믿음이 한층 더 높아지면 무슨 일이 벌어지냐.

자신들의 신이 보유한 소유물을 ‘대여’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진품은 아니다. 진품 대여는 성녀나 성자쯤이 아니면 불가능한 기적이었으니까.

허나 가품이어도, 레플리카라도 그 원본은 신의 소유물.

어중간한 능력자는 쓸어버리는 위력을 가졌다.

탐욕의 사제 무리를 이끌던 대장의 손에 책이 들렸다.

“우리의 것을 우리에게 돌려줘라.”

대장의 몸 주위에 검은 불길이 솟아올랐다.

검은 불길이 거대한 정육면체가 되고, 우리를 덮쳤다.

치이이익! 나무 거인의 팔을 거대한 정육면체가 구속한다. 나무 거인이 거세게 타오르고, 나는 마력을 주입해 나무 거인을 회복시키며 눈을 빛냈다.

방금 놈들의 대장이 쓴 건 성법이 아니었다. 엄연히 마법이었다.

위력도 상당했다. 범위 안의 모든 생명체를 불사르는 마법이었는데, 자칫 잘못했으면 검은 상자의 파괴력을 나무 거인의 회복력이 따라가지 못할 뻔했다.

사제가 마법도 써?

하긴. 검사도 마법에 한눈을 파는데, 사제라고 마법을 쓰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

나는 입맛을 다셨다.

저 마법, 너무 가지고 싶다.

천칭은 다 좋은데 이런 게 문제였다.

이런 긴급한 상황에서 마법을 얻기 어려웠다.

놈들의 대장이 재차 검은 불꽃을 모았다.

검은 불꽃이 정육면체로 변한다.

다만 이번엔 아까에 비해 작은 데다가 숫자도 많았다.

조그마한 정육면체가 모여 거대한 정육면체를 이루고, 돌아간다.

마치 큐브가 돌아가듯 천천히 몸체를 부분적으로 돌리던 거대한 정육면체의 모습이 고속으로 바뀌었다.

거대한 손의 형태가 되는 조그마한 정육면체들.

놈들의 대장이 중얼거렸다.

“탐귀(貪鬼).”

직후 탐욕의 손아귀가 나를 덮쳤다.

나무 거인이 양손을 들어 검은 손을 막는다.

쩌엉―! 조그마한 정육면체에 닿은 부분에 구멍이 뚫렸다. 아니. 잿더미로 변했다.

구멍이 숭숭 뚫리는 나무 거인을 회복시키던 나는 멍하니 하늘을 봤다.

현재 전장은 어지러웠다.

신성력과 검술을 사용해 적을 하나씩 상대하는 레온, 불꽃을 뿜으며 적과 맞서는 제리, 연금술을 사용해 방어 진지를 구축하는 뮤란, 잘 숨어 있는 크리스, 함께 진지를 구축하는 엘레라, 심판의 뭉치로 최대한 도움을 주는 노아까지.

게다가 적들은 어떤가. 성법이 난무하고, 가짜 성물이 강림했으며, 하다 하다 마법까지 사용했다.

어딘가에 정신을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으나, 그럼에도 나는 오직 한 가지만을 바라봤다.

마법.

맞다.

결국 마법이었다.

저 마법을 손에 넣고 싶다.

얻고 싶다. 가지고 싶다.

집어, 삼키고 싶다.

놈들의 대장이 특기 마법을 하나 더 발동했다. 조그마한 검은 정육면체가 쌓여 거대한 손으로 변하고, 이내 두 개의 검은 손이 나무 거인을 덮쳤다.

저 마법은 아마 ‘갈취’의 특징을 응용해 발동한 마법일 거였다.

정확한 원리는 몰랐다. 그걸 보자마자 알기엔 내 위계가 미천했으니까.

그래도 예상을 해보자면 마법에 닿는 모든 걸, 생명력을, 기운을, 형태를 ‘빼앗는’ 마법일 거였다.

그러니 닿자마자 잿더미로 변해 구멍이 뻥 뚫리는 것이다.

저 마법은 어떻게 발동하는 거지.

어떻게 쓰는 거지.

어떻게, 손에 넣는 거지?

알고 싶었다. 저 마법의 모든 걸.

철저하게, 하나부터 열까지.

―잘게 잘게 ‘해체’해서, 전부.

문득 머릿속에 얼음을 부은 듯 시원해졌다.

끓어오르는 고양감에 나는 등불을 들었다.

짤랑. 등불 안에 불꽃이 생겨나고, 거기에 입과 이빨이 자라났다.

그걸 신호로 나는 등불을 크게 휘둘렀다.

등불에서 튀어 나간 불꽃이 크기를 키운다.

거의 사람 머리통만 한 크기로 변한 불꽃이 입을 쩍 벌리고, 검은 손을 물어뜯었다.

포식은 모든 걸 먹어 치운다.

먹어 치워 소화한다. 자기 것으로 만든다.

헌데 어떻게? 어떻게 자기 것으로 만들지?

간단했다.

먹이를 씹고, 삼키고, ‘해체’해서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그게 무슨 말이냐.

이런 말이었다.

내 손에 조그마한 붉은 정육면체가 생겨났다.

그러고 포식의 불꽃이 검은 손을 먹어 치울 때마다 붉은 정육면체가 늘어나더니, 이윽고 하나의 거대한 손이 되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놈들의 대장이 입을 벌린다. 그만큼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자신의 특기 마법을, 상대방이 보자마자 똑같이 사용하다니.

특기 마법을 만들기 위해 긴 시간 고민한 입장에선 그만큼 어이없는 일도 없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벌어진 일은 주워 담을 수 없는데.

검은 손과 붉은 손이 맞부딪히고, 거센 진동과 함께 쌍소멸했다.

순식간에 특기 마법이 사라진 놈들의 대장이 이를 악물고 외쳤다.

“고위 마법사가 숨어 있었다! 후퇴한다!”

“어딜 가려는 건가.”

제리가 눈을 가라앉히며 마법을 발동했다.

우웅―! 제리의 손에 모터음이 일었다.

그리고 나는 제리의 굉륜을 포식의 불꽃으로 삼켰다.

그리고 등불 안에 굉륜을 만들었다.

모터음이 세상을 가득 메우고, 나는 등불을 흔들었다.

이어서.

해방된 굉륜이, 세상을 갈아버렸다.

나는 거대한 크레이터가 생긴 엘레라의 앞마당을 훑어보다가, 나직이 말했다.

“굉륜 이거 요란만 하고 적은 제대로 못 죽이네요. 반이나 살아갔잖아요.”

“대체 제 굉륜은 왜 뺏어 간 겁니까.”

“한번 써보고 싶었어요.”

사건 해결에 소원 성취까지.

완벽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