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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를 가르치는 일은 순조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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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순조로웠으면 노아가 도중에 하품을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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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하신가 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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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늦게까지 마법 연습을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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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이 바닥난 상태에서 돌아가지 않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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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은 그 상태에서도 마법을 썼잖아. 그래서 나도 계속해 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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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를 단정 짓지 않는 자세는 훌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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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이라는 건 다다익선이라.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다. 만일 성공한다면 그것보다 좋은 일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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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되는 일에 시간을 낭비하는 중일 수도 있었지만, 노아는 어두운 과거를 가졌으니까. 노력하면 성공할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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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노아에게 순수 원소 마법을 가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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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은 총 두 개로 분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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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원소 마법과 응용 원소 마법. 이렇게 두 가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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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원소 마법은 말 그대로 순수하게 원소의 성질을 이용하는 마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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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선을 그리며 화염의 폭격을 하는 마법이나, 적을 물어뜯는 불꽃 마법, 응축됐다가 폭발하듯 뿜어지는 불꽃 마법이 이 순수 원소 마법에 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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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프트 학파의 계승 마법이자 아델리안의 특기 마법인 굉륜(轟輪) 또한 순수 원소 마법이었는데, 이해하기 귀찮다면 그냥 파괴적이면 순수 원소 마법이라고 생각하면 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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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틀린 말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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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응용 원소 마법은 말 그대로 원소를 응용해 원소만으로는 일으키기 힘든 현상을 만드는 마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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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자주 사용하는 방음 마법이나, 방온 마법, 헤이즈의 특기 마법이었던 적영(寂影)이 응용 원소 마법이었는데, 얘도 그냥 귀찮으면 공격 마법이 아니면 응용 원소 마법이라 생각하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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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로 딱히 틀린 말도 아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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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 님이 생각하는 뇌전의 성질은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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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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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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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릿하고, 퍼지며, 뜨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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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담은 마법을 짜내세요. 중요한 건 이미지예요. 노아 님이 여태까지 뇌전을 관찰하며 느낀 걸 포용하는 하나의 이미지를 만드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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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에 노아는 조용히 손바닥을 내려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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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직. 노아의 손에서 날뛰던 뇌전들이 조용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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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는 그 뇌전들을 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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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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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뇌전을 꼬여 만든 뇌전 뭉치에 나는 노아에게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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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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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끝나자마자 노아는 허수아비를 향해 뇌전 뭉치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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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을 직접 던지는 방식이라. 꽤 독특했다. 저러면 1위계부터 원거리 공격이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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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전 뭉치가 허수아비에 적중한다. 직후 꼬였던 뇌전 뭉치가 풀리며 거센 뇌전 두 줄기가 사방으로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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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강력한 마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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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계부터 벌써 이런 위력이라니, 뇌속성 원소는 뭐가 달라도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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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의 뭉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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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노아가 작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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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전이 튀기는 소리로 공방이 시끄러웠기에 보통이면 못 들었겠지만, 내가 누군가. 제자의 일거수일투족에 집중하는 천재 스승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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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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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특기 마법을 만든 건가요. 이름을 붙이다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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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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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워하지 않으셔도 돼요. 마법에 이름을 붙이는 건 실제로 도움이 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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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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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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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에 이름을 붙이는 건 실제로 많은 마법사가 애용하는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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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이미지인데, 이름을 붙이는 것만으로 이미지 형성에 많은 도움이 됐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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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란 참 신기해서, 단지 붙인 것만으로도 그곳에 생명이 깃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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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특기 마법쯤이 아니면 오히려 방해가 된다고 생각해 이름을 안 붙였지만, 내가 그런다고 노아도 똑같이 하라는 법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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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은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니 마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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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들이 애용하는 작명 방식이 있는데, 관련 책을 추천해 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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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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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제가 지어드릴게요. 심판의 뭉치니까, 정뢰(正雷)는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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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직접 지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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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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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했지만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게 마법이라서. 본인의 마법 작명은 본인이 하는 게 제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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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법 연습을 시작하는 노아를 빤히 지켜보다가, 상념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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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기 마법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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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기 마법은 한 마법사를 대표하는 마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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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특기 마법은 다른 이들도 따라 하는 게 가능했지만, 결국 특기 마법이 특기 마법인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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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남들보다 쓰기 편하니 그게 특기 마법으로 자리 잡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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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의 뭉치는 ‘시련’의 뇌전이 굉장히 유용하게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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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전을 약화시켜 꼬기 쉽게 만들고, 적에게 적중하는 순간 약화를 풀어 위력을 폭발시키는 마법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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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약화의 과정을 거치지 못하는 다른 마법사가 심판의 뭉치를 따라 하려면 적어도 3위계는 돼야 했는데, 이처럼 특기 마법은 자신이 발견한 원소의 특징을 활용해 발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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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나도 원소의 특징을 활용해 마법을 발동하는 건 똑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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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으로 ‘공평’의 특징을 이용했는데, 이 공평의 특징으로 발동한 마법은 마력이 소름 끼칠 정도로 균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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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효율적이었으나, 그 부분을 제외한 공평의 장점이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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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안정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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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력이 정교하게 퍼져 쉽사리 무너지지 않은 구조가 완성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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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구조 위에 마법의 틀을 높이 쌓는 걸 선호했는데, 대표적으로 포도 괴물을 죽이기 위해 사용했던 마법이 여기에 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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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을 극도로 압축시켜 찰나의 순간 뿜어내는 마법, 초압축 불꽃은 무한 재생 괴물도 휘청거리는 만큼 강력했다. 그래서 염뢰(炎雷)라는 이름을 붙일까도 했었으나, 꾹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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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별로란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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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초압축 불꽃은 아무나 따라 하기 힘들었지만, 그래도 느낌이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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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압축 불꽃이 특기 마법이라 불릴 만큼 특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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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나만이 가진 이점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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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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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 기준이 너무 엄격한 거 아니야? 초압축 불꽃 다른 마법사가 재현하려면 4위계는 돼야 한다며. 그 정도면 특기 마법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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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저는! 특별한 걸 원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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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야 봤지? 마법사는 전부 어린애니까 어린애처럼 굴었다고 부끄러워할 거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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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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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에게 한 소리 하고 휙 사라지는 크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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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이 녀석, 요즘 콕 찌르고 사라지는 걸 반복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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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 장사는 안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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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마을이라 팔 게 없다? 예전 크리스였으면 순진한 시골 사람들 벗겨 먹겠다고 눈에 불을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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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도 많이 변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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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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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 마력 다 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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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하셨어요. 돌아가서 이 책을 읽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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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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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는 내가 건넨 책을 들고 공방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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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이내 자리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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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혼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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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공방 중앙에 앉은 채 주위에 불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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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륵. 불꽃이 거세게 타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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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마법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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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에 기름을 뿌리고 불을 붙인 거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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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제어하에 그 무엇도 태우지 않고, 그저 허공만 태우는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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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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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열기가 얼굴을 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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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건 켈튼과 약속한 후부터 즐겨 쓰는 수련 방법이었는데, 몸을 다치게 하지 않고 불꽃을 느끼는 게 가능해 굉장히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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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효과가 좋은가는, 잘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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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위계가 그대로인 걸 보면 효과가 별로 없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있을 수도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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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저 도움이 되길 바라며 수련을 반복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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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공기를 마시며 나는 불꽃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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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은 모든 걸 태운다. 잿더미로 만든다. 집어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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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어 치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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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을, 먹어 치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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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마법 보관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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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이어가다 보니 문득 궁금한 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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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엘레라는 왜 내게 노아를 맡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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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꼭 나여야만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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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마법사가 대체 몇 명인가. 아무리 마법이 귀한 힘이라지만, 인류 전체로 늘리면 마법사의 숫자가 모래알처럼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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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우연히 만난, 심지어 아직 3위계인 내가 꼭 노아의 스승이 돼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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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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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예지 마법사랑 함께 지내면 피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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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플로라가 스승 얘기를 할 때 애정 속에 피곤함이 섞이는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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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 마법사는 미래를 보고 얘기 하는지라. 함께 지내는 입장에선 계속 추론을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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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그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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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최연소 대마법사가 될 인재라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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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엘레라의 마음을 오해할 뻔했네요. 진작 말하지 그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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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는 무슨 오해. 이제는 하다 하다 혼잣말로까지 헛소리를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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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말을 거는 엘레라에게도 이미 익숙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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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열기를 느끼는 채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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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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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공방에 내가 오겠다는데 꼭 볼일까지 필요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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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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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는 어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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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똑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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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는 늘 똑같이 성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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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똑같이 열심히 했고, 늘 똑같이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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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순수 원소 마법을 하나 익혔어요. 실전에서도 먹히는 마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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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계가 벌써 실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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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속성 원소라 그런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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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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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라가 고개를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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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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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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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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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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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찾아온 것도 그렇고, 자꾸 대화를 거는 것도 그렇고, 명백히 하고 싶은 말이 있는 사람의 행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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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에 엘레라는 마녀 모자를 고쳐 썼다가, 나직이 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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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마법 연습은 그만하는 게 어떠냐. 마력을 아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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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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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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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게 있는데, 다 같이 도망가는 건 안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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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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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 마법사에게 하면 안 되는 두 번째가 뭔지 알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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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의 불꽃을 꺼트리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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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라의 당부도 있었으니, 오늘은 일찍 돌아가서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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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라가 나에게 노아를 맡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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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나여야만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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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둘이 뭔지 결국 몰랐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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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성배의 위치를 내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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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탐욕스러운 말투만 봐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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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오후. 조용했던 엘레라의 집을 습격한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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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신의 사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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