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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 안에서 불꽃이 일렁인다. 나는 불꽃을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노아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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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은 누군가에게 가르쳐 줄 수 없어요. 마법이라는 건 자신의 안에서 무언가를 발견하기 위해 끝없이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과정이거든요. 그리고 자신의 내면에 뭐가 있는지는 본인만 아는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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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는 건 어디까지나 노아가 더 빠르게 자신의 내면을 발견하도록 도와주는 것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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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노아의 내면에 아무것도 없다면 나는 거기서 끝이었다. 더는 도움을 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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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없는 텅 빈 인간의 내면을 채워준다든가 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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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마법은, 될 놈만 된다는 게 내 지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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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마법을 배우고 싶은지에 집중하세요. 어째서 마법을 배우려고 했는지를 떠올리는 거예요. 그 욕망의 안을, 또 안을 파고들다 보면 그 안에 한 가지 답이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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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마법을 배우고 싶어 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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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마법에 영혼을 걸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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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법이 좋았다. 마법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전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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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이랬는지는 몰랐지만, 적어도 기억이 존재하는 시점부터는 마법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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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어렸을 때는, 아직 세상을 제대로 인지조차 못 했을 때는 정확히 ‘마법’을 원한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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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능적으로 신비를 탐하다가, 나중에 가서야 당시 내가 손에 넣으려던 게 마법이라는 걸 깨달은 것에 더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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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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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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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기억이 없는 갓난아기 시절에 무언가 겪은 게 아닌가 싶었지만, 이건 내가 알기 어려운 요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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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다른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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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법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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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나는 마법으로 구체적으로 하고 싶은 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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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따지자면 마법을 모으는 것 자체가 내가 하고 싶은 거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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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존재하는, 과거와 미래에 존재할 모든 마법을 손에 넣고 싶다. 그리고 사용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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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내가 바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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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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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런 욕구를 품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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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서 다시 최초의 생각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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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을, 좋아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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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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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의 부름에 나는 상념에서 깨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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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부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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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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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하냐니…이게 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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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게서 벗어나려고 버둥대는 적영에 눈을 깜빡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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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영은 말 그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녀석이 들고 있는 등불은 아니어서. 덕분에 녀석의 움직임이 대충 예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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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얘를 잡아서 입 근처에 가져다 대고 있던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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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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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으려고 한 거잖아 루이나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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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이에요. 인기척을 내고 들어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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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은 하다 하다 이제 등불 노예도 먹으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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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말하면 제가 마법을 먹고 싶어 미친 사람처럼 들리잖아요. 게다가 크리스 님 앞에선 마법을 먹는 걸 보여드린 적이 없을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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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켈튼과 약속을 한 뒤로는 마법을 먹지 않았다. 욕구가 올라와도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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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저런 말을 들을 이유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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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싶어서 몸을 뒤트는 건 자주 보여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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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무슨 의미인지 결국 눈치채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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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눈치 빠른 서큐버스는 싫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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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노아의 상태를 점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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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는 뇌전을 손에 머금은 채 집중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꼭 예전의 나를 보는 것 같아 흐뭇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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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저럴 때가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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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이라고 안 저러는 건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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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 마법사가 왜 미치는지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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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짓을 평생 하니 미치는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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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돼 가나요? 노아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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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모르겠어. 보통 2위계까지 1년은 걸린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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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은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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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가 1위계가 된 게 며칠 전이니, 사실 벌써 성과가 나오는 쪽이 더 이상하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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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무언가 변화는 있을 법했지만, 아쉽게도 노아는 별 성과를 얻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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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팔짱을 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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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전 마법은 스스로 익히는 거라 떠들었지만, 정말 스승이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면 마법을 배우겠다고 왜 사람들이 억만금을 들고 찾아오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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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더 빠르게 경지가 오르기 위해선 스승의 존재는 필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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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여기서 노아를 빠르게 성장시키지 못한다면 내 존재 의미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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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야 노아에게 도움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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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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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의 만물은 기본적으로 4대 원소를 기반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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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원소가 어떤 비율로 섞이느냐, 그에 따라 모든 게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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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기로 뇌속성 원소는 물, 바람, 불이 적절한 비율로 섞여야 했는데, 그래서 성과가 아예 안 나는 걸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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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적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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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는 하나부터 차근차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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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노아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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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가 미심쩍은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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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악신의 사제가 습격했다는 연극이라도 할 생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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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어땠나요. 제가 악신의 사제였다는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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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어이없어서 헛웃음만 나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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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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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무 거인을 소환해 위에 올라가고, 이어서 노아를 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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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곳에 올라오면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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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걸 발 아래 두는 기분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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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 님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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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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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고 바람을 느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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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에 노아는 눈을 감았다. 말을 잘 듣는 제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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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 님이 지닌 뇌속성 원소는 물, 불, 바람의 세 원소가 합쳐진 거예요. 그러니 원칙적으로 이 셋의 이해도를 올리면 뇌속성 원소의 이해도도 올라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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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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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밀히 따지면 난 어떻게 해야 뇌속성 원소의 이해도가 오르는지 잘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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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속성 원소를 보유하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아직 3위계였으니까. 경험 자체가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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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내가 하는 모든 교육은 추론에서 비롯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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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것이다, 라고 논리적으로 생각한 게 바탕이지 내가 진짜 경험한 부분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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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곳이 많았고, 그래서 모든 이들이 마법을 배워야 된다는 사고방식을 가졌음에도 내가 여태까지 제자를 받지 않은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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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야 예지 마법사가 직접 내가 아니면 안 된다고 떠들어서 받은 거지, 원래라면 벌써 이렇게 제자를 가르칠 일 자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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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노아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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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껴지는 게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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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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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코스로 넘어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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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느껴봤다면 그다음은 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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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를 처음 만났던 호수로 데려간 나는, 호수의 물을 끌어와 나무 거인 위에 둥둥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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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가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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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물 앞에서 나는 노아에게 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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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긋하게 목욕이라도 하면서 물 원소를 느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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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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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부끄러워하시나요. 이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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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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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노아를 강제로 물속에 집어넣었다. 옷은 죽어도 안 벗으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입은 채로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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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으로 말려주면 되니 크게 상관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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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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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껴지는 게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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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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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다 옷을 입어서 그래요. 안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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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최대한 집중해 볼 게.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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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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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는 눈을 감고 아예 물속으로 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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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포가 보글보글 올라오고, 잠시 후. 노아가 물속에서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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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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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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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모르겠…뭐 하는 거야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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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하냐니. 보면 알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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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 중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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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갑자기 목욕을 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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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노아 님 혼자 하실 생각이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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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아니라,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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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보이게 나무 병사로 가렸잖아요. 이거면 괜찮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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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문제가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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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긴 뭐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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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느긋하게 목욕을 즐기다가, 밖으로 나와 노아의 몸을 마법으로 말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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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는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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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감이 잡힐 것도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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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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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뇌전을 구성하는 요소가 뭔지 몸으로 체감하면서 실마리가 풀린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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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지막으로 모닥불을 피우고 그 앞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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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데 여기 앉으세요. 따뜻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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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앉기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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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으면 누우셔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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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먹거나, 불 속에 뛰어들거나, 몸에 불을 안 끼얹어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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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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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뭐로 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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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에게 그런 걸 시킬 리 없잖아요. 직접 하면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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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하긴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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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안 하지만요. 약속을 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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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닥불에 장작을 추가하며 나는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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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어떤 실마리를 얻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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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해야지? 번개를 조금 이해한 기분이 들었다고 해야 되나? 더 깊게 갔다고 해야 되나? 이거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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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맞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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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위계를 높일 단서를 얻었을 때 비슷한 감각을 느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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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핵심에 한층 더 깊이 다가가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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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느꼈다면 오늘 수행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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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가 왜 찌릿찌릿한지 알 거 같아. 왜냐하면 번개에는 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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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나서 마법 설명을 시작하는 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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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여주는 나이대에 맞는 모습에 나는 흐뭇하게 웃으며 파이프 담배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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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저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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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불이 뜨거운지, 왜 불이 타오르는지, 왜 불이 모든 걸 삼키는지 감각적으로 깨달으면 켈튼에게 달려가 설명을 늘어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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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튼 님. 어쩌면 불의 원소에는 세상 모든 게 담겨 있을지도 몰라요. 뒤집으면 불은 무언가를 태움과 동시에 살아나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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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보면 지금의 노아와 살짝 느낌이 달랐을 수도 있지만, 하여간 향수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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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익. 담배에 불이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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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연기를 뱉으며 나는 하늘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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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가 흩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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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을 멍하니 훑으며 나는 오늘 하루를 되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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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나무 거인 위에서 바람을 쐬던 기억이 강렬하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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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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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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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바람이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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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새로 얻은 원소, 바람의 원소를 유심히 내려보다가, 작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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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제리 님은 언제 왔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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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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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마자 하는 게 파이프 담배에 불을 붙이는 거라니, 제리 님도 참 특이한 사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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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씨보다 특이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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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특이하면 얼마나 특이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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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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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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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나 하러 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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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이렇게 느긋하게 지내는 것도 오랜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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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몇 달간은 성배를 찾느라 이리저리 돌아다니지 않았나. 덕분에 개인적인 시간이 없던 것도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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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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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마법 수련이나 제대로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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