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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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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 안에서 불꽃이 일렁인다. 나는 불꽃을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노아에게 말했다.

“마법은 누군가에게 가르쳐 줄 수 없어요. 마법이라는 건 자신의 안에서 무언가를 발견하기 위해 끝없이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과정이거든요. 그리고 자신의 내면에 뭐가 있는지는 본인만 아는 거고요.”

내가 하는 건 어디까지나 노아가 더 빠르게 자신의 내면을 발견하도록 도와주는 것에 불과했다.

만일 노아의 내면에 아무것도 없다면 나는 거기서 끝이었다. 더는 도움을 주지 못했다.

아무것도 없는 텅 빈 인간의 내면을 채워준다든가 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결국 마법은, 될 놈만 된다는 게 내 지론이었다.

“왜 마법을 배우고 싶은지에 집중하세요. 어째서 마법을 배우려고 했는지를 떠올리는 거예요. 그 욕망의 안을, 또 안을 파고들다 보면 그 안에 한 가지 답이 있을 거예요.”

나는 왜 마법을 배우고 싶어 했는가.

왜, 마법에 영혼을 걸었는가.

나는 마법이 좋았다. 마법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전부 했다.

언제부터 이랬는지는 몰랐지만, 적어도 기억이 존재하는 시점부터는 마법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물론 어렸을 때는, 아직 세상을 제대로 인지조차 못 했을 때는 정확히 ‘마법’을 원한 건 아니었다.

본능적으로 신비를 탐하다가, 나중에 가서야 당시 내가 손에 넣으려던 게 마법이라는 걸 깨달은 것에 더 가까웠다.

왜 이렇게 됐을까.

잘 모르겠다.

혹시 기억이 없는 갓난아기 시절에 무언가 겪은 게 아닌가 싶었지만, 이건 내가 알기 어려운 요소였다.

그래서 나는 다른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나는 마법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가.

솔직히 나는 마법으로 구체적으로 하고 싶은 게 없었다.

굳이 따지자면 마법을 모으는 것 자체가 내가 하고 싶은 거에 가까웠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과거와 미래에 존재할 모든 마법을 손에 넣고 싶다. 그리고 사용하고 싶다.

그게 내가 바라는 것이었다.

왜?

왜 그런 욕구를 품었는가.

거기서 다시 최초의 생각으로 돌아간다.

마법을, 좋아하니까.

“스승님?”

노아의 부름에 나는 상념에서 깨어났다.

“왜 부르시나요?”

“뭐 하는 거야?”

“뭘 하냐니…이게 뭐죠?”

나는 내게서 벗어나려고 버둥대는 적영에 눈을 깜빡였다.

적영은 말 그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녀석이 들고 있는 등불은 아니어서. 덕분에 녀석의 움직임이 대충 예상이 됐다.

왜 나는 얘를 잡아서 입 근처에 가져다 대고 있던 거지?

잘 모르겠네.

“먹으려고 한 거잖아 루이나 님.”

“깜짝이에요. 인기척을 내고 들어오세요.”

“루이나 님은 하다 하다 이제 등불 노예도 먹으려고 해?”

“그렇게 말하면 제가 마법을 먹고 싶어 미친 사람처럼 들리잖아요. 게다가 크리스 님 앞에선 마법을 먹는 걸 보여드린 적이 없을 텐데요?”

애초에 켈튼과 약속을 한 뒤로는 마법을 먹지 않았다. 욕구가 올라와도 참았다.

그러니 저런 말을 들을 이유가 없었다.

“먹고 싶어서 몸을 뒤트는 건 자주 보여줬잖아.”

“그게 무슨 의미인지 결국 눈치채셨군요.”

이래서 눈치 빠른 서큐버스는 싫다니까.

나는 노아의 상태를 점검했다.

노아는 뇌전을 손에 머금은 채 집중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꼭 예전의 나를 보는 것 같아 흐뭇했다.

나도 저럴 때가 있었는데.

요즘이라고 안 저러는 건 아니지만.

새삼 마법사가 왜 미치는지 깨달았다.

저 짓을 평생 하니 미치는 거구나.

“잘돼 가나요? 노아 님?”

“…잘 모르겠어. 보통 2위계까지 1년은 걸린다며?”

“대부분은 그렇죠.”

노아가 1위계가 된 게 며칠 전이니, 사실 벌써 성과가 나오는 쪽이 더 이상하긴 했다.

그래도 무언가 변화는 있을 법했지만, 아쉽게도 노아는 별 성과를 얻지 못했다.

나는 팔짱을 꼈다.

조금 전 마법은 스스로 익히는 거라 떠들었지만, 정말 스승이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면 마법을 배우겠다고 왜 사람들이 억만금을 들고 찾아오겠는가.

적어도 더 빠르게 경지가 오르기 위해선 스승의 존재는 필수였다.

즉 여기서 노아를 빠르게 성장시키지 못한다면 내 존재 의미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해야 노아에게 도움이 될까.

음.

이 세계의 만물은 기본적으로 4대 원소를 기반으로 한다.

4대 원소가 어떤 비율로 섞이느냐, 그에 따라 모든 게 결정됐다.

내가 알기로 뇌속성 원소는 물, 바람, 불이 적절한 비율로 섞여야 했는데, 그래서 성과가 아예 안 나는 걸지도 몰랐다.

복합적이잖아.

이럴 때는 하나부터 차근차근이다.

나는 노아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노아가 미심쩍은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또 악신의 사제가 습격했다는 연극이라도 할 생각이야?”

“그거 어땠나요. 제가 악신의 사제였다는 반전.”

“너무 어이없어서 헛웃음만 나왔어.”

“아쉽네요.”

나는 나무 거인을 소환해 위에 올라가고, 이어서 노아를 태웠다.

높은 곳에 올라오면 기분이 좋다.

모든 걸 발 아래 두는 기분이라.

“노아 님 어떤가요.”

“추워.”

“눈을 감고 바람을 느끼세요.”

내 말에 노아는 눈을 감았다. 말을 잘 듣는 제자였다.

“노아 님이 지닌 뇌속성 원소는 물, 불, 바람의 세 원소가 합쳐진 거예요. 그러니 원칙적으로 이 셋의 이해도를 올리면 뇌속성 원소의 이해도도 올라가요.”

“응.”

엄밀히 따지면 난 어떻게 해야 뇌속성 원소의 이해도가 오르는지 잘 몰랐다.

뇌속성 원소를 보유하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아직 3위계였으니까. 경험 자체가 적었다.

따라서 내가 하는 모든 교육은 추론에서 비롯됐다.

이럴 것이다, 라고 논리적으로 생각한 게 바탕이지 내가 진짜 경험한 부분이 아니었다.

부족한 곳이 많았고, 그래서 모든 이들이 마법을 배워야 된다는 사고방식을 가졌음에도 내가 여태까지 제자를 받지 않은 거였다.

노아야 예지 마법사가 직접 내가 아니면 안 된다고 떠들어서 받은 거지, 원래라면 벌써 이렇게 제자를 가르칠 일 자체가 없었다.

나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노아에게 물었다.

“느껴지는 게 있나요?”

“아니.”

“다음 코스로 넘어가죠.”

바람을 느껴봤다면 그다음은 물이었다.

노아를 처음 만났던 호수로 데려간 나는, 호수의 물을 끌어와 나무 거인 위에 둥둥 띄웠다.

그리고 가열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물 앞에서 나는 노아에게 말을 걸었다.

“느긋하게 목욕이라도 하면서 물 원소를 느껴봐요.”

“싫어!”

“뭘 부끄러워하시나요. 이리 오세요.”

“꺄아아악!”

나는 노아를 강제로 물속에 집어넣었다. 옷은 죽어도 안 벗으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입은 채로 넣었다.

마법으로 말려주면 되니 크게 상관은 없었다.

“…….”

“느껴지는 게 있나요?”

“아니, 없어.”

“그게 다 옷을 입어서 그래요. 안 되겠네요.”

“잠깐! 최대한 집중해 볼 게. 기다려.”

“알겠어요.”

노아는 눈을 감고 아예 물속으로 잠수했다.

기포가 보글보글 올라오고, 잠시 후. 노아가 물속에서 튀어나왔다.

“푸하.”

“어떤가요.”

“잘 모르겠…뭐 하는 거야 대체!”

뭘 하냐니. 보면 알지 않나.

“목욕 중인데요.”

“왜 갑자기 목욕을 하냐고!”

“그러면 노아 님 혼자 하실 생각이었나요.”

“그게 아니라, 아니.”

“안 보이게 나무 병사로 가렸잖아요. 이거면 괜찮지 않나요.”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

아니긴 뭐가 아니야.

나는 느긋하게 목욕을 즐기다가, 밖으로 나와 노아의 몸을 마법으로 말려줬다.

“성과는 있나요?”

“…조금은? 감이 잡힐 것도 같아.”

“다행이네요.”

아무래도 뇌전을 구성하는 요소가 뭔지 몸으로 체감하면서 실마리가 풀린 듯했다.

나는 마지막으로 모닥불을 피우고 그 앞에 앉았다.

“추운데 여기 앉으세요. 따뜻해요.”

“……그냥 앉기만 해?”

“싫으면 누우셔도 돼요.”

“불을 먹거나, 불 속에 뛰어들거나, 몸에 불을 안 끼얹어도 돼?”

당연하지.

사람을 뭐로 보는 거야.

“제자에게 그런 걸 시킬 리 없잖아요. 직접 하면 모를까.”

“직접 하긴 하는구나.”

“이제는 안 하지만요. 약속을 해서요.”

모닥불에 장작을 추가하며 나는 말을 이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실마리를 얻었나요?”

“뭐라고 해야지? 번개를 조금 이해한 기분이 들었다고 해야 되나? 더 깊게 갔다고 해야 되나? 이거 맞아?”

“아마 맞을 거예요.”

나도 위계를 높일 단서를 얻었을 때 비슷한 감각을 느꼈었다.

세계의 핵심에 한층 더 깊이 다가가는 느낌.

그걸 느꼈다면 오늘 수행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었다.

“번개가 왜 찌릿찌릿한지 알 거 같아. 왜냐하면 번개에는 불이―.”

신이 나서 마법 설명을 시작하는 노아.

처음 보여주는 나이대에 맞는 모습에 나는 흐뭇하게 웃으며 파이프 담배를 꺼냈다.

나도 저랬었다.

왜 불이 뜨거운지, 왜 불이 타오르는지, 왜 불이 모든 걸 삼키는지 감각적으로 깨달으면 켈튼에게 달려가 설명을 늘어놨었다.

‘켈튼 님. 어쩌면 불의 원소에는 세상 모든 게 담겨 있을지도 몰라요. 뒤집으면 불은 무언가를 태움과 동시에 살아나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돌이켜 보면 지금의 노아와 살짝 느낌이 달랐을 수도 있지만, 하여간 향수가 느껴졌다.

치익. 담배에 불이 붙는다.

길게 연기를 뱉으며 나는 하늘을 봤다.

연기가 흩어진다.

그 모습을 멍하니 훑으며 나는 오늘 하루를 되새겼다.

유독, 나무 거인 위에서 바람을 쐬던 기억이 강렬하게 남았다.

…….

후욱.

손에 바람이 모였다.

나는 새로 얻은 원소, 바람의 원소를 유심히 내려보다가, 작게 중얼거렸다.

“그래서 제리 님은 언제 왔나요.”

“방금 왔습니다.”

“오자마자 하는 게 파이프 담배에 불을 붙이는 거라니, 제리 님도 참 특이한 사람이네요?”

“루이나 씨보다 특이하겠습니까.”

내가 특이하면 얼마나 특이하다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식사나 하러 갈까요.”

그러고 보면 이렇게 느긋하게 지내는 것도 오랜만이었다.

요 몇 달간은 성배를 찾느라 이리저리 돌아다니지 않았나. 덕분에 개인적인 시간이 없던 것도 사실이었다.

좋아.

오랜만에 마법 수련이나 제대로 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