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es
rupy1014 f66fe445bf Initial commit: Novel Agent setup
-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11 KiB

내 인사에 소년은 우물쭈물하며 고개를 숙였다.

왜 그러지?

“그러게. 나도 잘 모르겠어. 루이나 님은 알아?”

“저도 잘 모르겠어요.”

“…옷.”

“오옷이라고요?”

“옷을 입으라고!”

나는 몸을 돌렸다.

거기엔 적당히 천으로 몸을 가린 크리스가 있었다.

내가 물었다.

“크리스 님은 왜 옷을 안 입나요?”

“루이나 님이 옷을 안 말려줬잖아.”

“그런데 천으로 가렸잖아요. 이러면 된 거 아니에요?”

“그니까 그니까.”

“하아.”

길게 한숨을 쉬는 소년.

알았어.

나는 크리스의 옷과 몸을 마법으로 말려줬다.

고작 알몸 하나로 왜 이리들 부끄러워하는 건지 모르겠다.

“그래서 왜 저희를 훔쳐봤나요. 이거 중범죄예요.”

“루이나 님. 여태까진 아무렇지 않아 했으면서 압박할 때만 일반 상식을 꺼내는 건 비겁한 거 아니야?”

“소년도 세상을 깨달아야죠. 원래 어른들은 비겁해요.”

“그 대사 마음에 든다. 크리스 점수 4점이야.”

“5점 만점인가요?”

“10점 만점인데?”

순진무구한 표정을 짓는 크리스.

나는 몸을 돌렸다.

그럴 수 있지.

“아야! 루이나 님! 갑자기 왜 때려!”

“제가 한 게 아니에요. 적영이 한 거예요.”

“마법의 주인은 루이나 님이잖아!”

루이나는 아무것도 몰라.

전부 적영이 한 거야.

나는 몸을 숙이며 소년과 눈을 마주쳤다.

“저는 루이나예요. 이름이 어떻게 되시나요?”

“…노아.”

“노아 님. 근처에 사시나요?”

“응.”

나는 크리스를 흘긋 봤다.

크리스가 손가락을 튕기며 말했다.

“목적지에 도착했나 보네?”

“마을을 코앞에 두고 야영을 하고 있었네요. 어쩔까요?”

“굳이 야영을 할 필요가 없지.”

우리는 야영지로 돌아가 이 소식을 전했다.

“바로 근처에 마을이 있었다고요?”

“네.”

“어디죠?”

“그건 노아 님이 안내해 줄 거예요. 노아 님?”

내 말에 어느새 끌려온 노아가 조심히 손을 들었다.

나는 그런 노아가 안타까워 속삭였다.

“모르는 사람은 함부로 따라가면 안 되는데, 이걸 따라왔네요?”

“루이나 님이 할 얘기야 그게?”

우리는 야영지를 정리하고 노아를 따라 마을로 향했다.

“여기가 이스트 엘른 포레스트인가요.”

고즈넉한 풍경을 자랑하는 마을에 나는 파이프 담배를 입에 물었다.

치익. 담배에 불이 붙는다.

나는 능숙하게 불을 붙이는 제리를 빤히 봤다.

“제리 님.”

“왜 그러시죠?”

“날이 갈수록 솜씨가 좋아지네요.”

“감사합니다.”

이게 감사할 일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전부터 의문이었는데, 제리는 왜 내 파이프 담배에 불을 붙여주는 걸까.

이게 아직까지 미스터리였다.

누가 시켰나?

레온 너야?

그렇게 안 봤는데 신입 기강이나 잡고, 이거 안 되겠네.

나중에 둘 다 옥상으로 따라와.

나는 노아의 안내를 따라 여관으로 가 짐을 풀었다.

시골 여관은 다 거기서 거기라 별거 없었지만, 그럼에도 달라지지 않는 게 하나 있었다.

“벌꿀주 한 잔 주세요!”

술의 신, 만세.

시원한 벌꿀주를 들이켠 나는 의자에 기대 몸을 이완시켰다.

오랜만에 벌꿀주를 몸에 집어넣으니 살 거 같았다.

“만약 제게 종교 선택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저는 술의 신을 믿겠어요.”

“그래 보여.”

“술의 신은 최고예요.”

술의 신 좋아좋아좋아.

나는 벌꿀주를 추가로 더 주문하고 입을 열었다.

“노아 님도 하나 시키세요.”

“나는 언제 집에 가?”

“언제든 가도 되는데, 그래서 안 얻어먹을 건가요?”

“우유랑 훈제 고기를 먹을래.”

“역시 우유를 먹는군요.”

나는 레온을 슬쩍 보고는 노아가 먹을 훈제 고기와 우유를 주문했다.

참고로 우유는 두 잔이었다.

남은 우유 한 잔을 레온 앞에 놓은 나는 방음 마법을 발동했다.

슬슬 중요한 얘기를 할 때였다.

“저희 이제 목적 얘기나 하죠. 크리스 님?”

“상황은 별로 안 좋아.”

“그런가요? 구체적으로는요?”

“이 마을에는 루이나 님 소문이 하나도 안 퍼져있어.”

탁. 크리스는 테이블 위에 조그마한 조각상 두 개를 올려놨다.

나무 병사와 나무 거인의 조각상이었다.

“이래선 아무도 이걸 안 사잖아.”

“이상하네요.”

“그치? 이상하지? 내가 망하다니, 이건 세상의 이치에 어긋나잖아.”

“그게 아니라 저희의 목적은 분명 성배였을 텐데, 장사 얘기를 하는 크리스 님이 이상하다고요.”

얘는 또 뭐야.

크리스는 시무룩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루이나 님이 발동한 마법의 부산물로 조각상을 만드는 것까진 진짜 완벽했는데….”

“그건 감탄하긴 했어요. 사람의 소비 욕구를 자극할 줄 아는군요?”

“연극도 대대적으로 공연했는데….”

“금화 200개를 가져가서 뭘 하나 했더니 그런 짓을 하고 있었나요.”

어쩐지 단순히 조각상만 만든다기엔 너무 많이 가져갔다 싶었더니, 연극을 제작해서 공연하는 데 썼구나.

나는 크리스의 어깨를 두들겨줬다.

“이런 종류의 사업은 장기전이에요. 소비자들이 루이나라는 캐릭터에 친숙해지는 걸 기다려야 돼요.”

“나 힘낼 게 루이나 님.”

“화이팅이에요.”

옅게 미소를 지으며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역시 근본은 성기사지.

처음부터 나는 레온의 성배 퀘스트를 도와 전신 화상을 회복할 생각이었어.

정말이라니까? 대상인 루트에 한눈 안 팔았다니까?

믿어 달라니까?

“…성배?”

노아가 천천히 입술을 달싹였다.

이런, 외부인이 숨어 들었군.

나는 눈빛을 바꾸며 말을 꺼냈다.

“저희의 비밀을 훔쳐 듣다니. 곱게 보내주긴 힘들겠군요.”

“히이이익!”

“루이나 님. 이제 딱히 비밀도 아니잖아. 교국이 성배를 찾는 중인 거 모르는 사람이 없더만.”

“이런 시골 마을은 소문이 느린 법이에요.”

“정보의 격차로 사람을 골려줄 생각부터 하는 건 루이나 님밖에 없을 거야.”

“저 말고도 많아요. 예를 들면 크리스 님이라든가, 아니면 제리 님이라든가요.”

“네? 저요?”

나는 길게 담배 연기를 천장에 흘려보냈다.

성배라.

“지혜의 마녀는 그래서 어디에 살죠?”

“…그 여자라면 언덕 위에 살아.”

“그래요?”

다행히 지혜의 마녀가 누군지 노아가 아는 모양이었다.

하기야. 지혜의 마녀는 외지에서도 유명하니까. 아예 마을 사람인 노아가 아는 건 당연했다.

나는 내친김에 추가로 노아에게 질문했다.

“저희는 지혜의 마녀님에게 성배의 소재지를 묻고 싶은데, 무턱대고 찾아가도 말해줄까요?”

“그 여자는 떠들기 좋아하니까. 오히려 좋아할걸?”

“생각보다 가까운 사이인가 보네요?”

“…별로.”

노아가 퉁명스럽게 부인했지만, 가깝지 않은 사이가 저런 개인적인 일까지 알 리는 없었다.

“크리스 님의 말대로네요. 생각 이상으로 지혜의 마녀님은 타인을 돕는 걸 좋아하나 보네요.”

“내가 말했잖아. 가능성이 높다니까.”

“노아 님. 지혜의 마녀님은 성배와 관련이 있을까요?”

“없을걸.”

“그래요?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나요?”

“…….”

“있지만 말하기 싫은 거군요. 알았어요.”

이것으로 결정됐다.

우선 성배의 소재지를 중점으로 묻고, 혹시 모를 가능성을 대비해 지혜의 마녀를 조사하기.

“결정됐으니 이제 남은 건 하나네요.”

“그러게.”

나는 나직이 입을 열었다.

“제리 님?”

“네? 제가 뭔가를 해야 되나요?”

“아니요.”

하길 뭘 해.

밤도 늦었으니 이만 자고 내일 찾아가야지.

“그럼 저는 왜 불렀나요.”

“심심해서요.”

지혜의 마녀가 사는 곳은 언덕 위 벽돌집이었다.

그 그림 같은 집의 굴뚝에서는 연기가 흘러나왔는데, 마녀의 집에서 저러면 둘 중 하나였다.

누군가를 불태우고 있거나, 괴상한 걸 만들고 있거나.

“지혜의 마녀는 말만 마녀고 딱히 그런 타입의 마법사는 아니지 않아?”

“크리스 님. 순진하시군요. 마법사가 마녀라는 별명으로 불린다면 이유가 있는 거예요.”

“알았어 복수의 마녀님.”

똑똑. 벽돌집의 문을 두들겼다.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나는 크리스와 레온과 뮤란을 차례대로 봤다가, 제리에게 부탁했다.

“제리 님. 사람을 불러주세요.”

“왜 하필 저인가요.”

“혹시 모르잖아요.”

어쩔 수 없이 제리는 벽돌집 앞에 서서 문을 두들겼다.

“계십니―.”

“뭐 하는 놈들이냐.”

등 뒤에 들린 목소리에 우리는 모두 고개를 돌렸다.

목소리가 들린 곳. 거기엔 길게 뾰족한 모자를 쓴 노년의 여성이 있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말했다.

“마녀 모자다. 마녀다.”

“이래야 사람들이 마녀라고 생각해 주니까 말이다.”

“진짜 그런 이유로 쓰는 거였군요.”

지혜의 마녀는 끌끌 웃고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우리는 그런 지혜의 마녀를 따라 집 안으로 이동했다.

벽난로 앞 흔들의자에 앉은 지혜의 마녀는 우리를 차례대로 살피다가, 이내 천천히 물었다.

“그래서 여기엔 왜 왔느냐?”

“저는 루이나예요. 질문하고 싶은 게 있어서 왔어요.”

“질문이라. 나는 엘레라다. 해봐라.”

“성배의 소재지를 아시나요?”

“흐음.”

엘레라는 내 말에 흔들의자를 앞뒤로 흔들었다.

그리고 차분히 입술을 움직였다.

“알려주는 건 가능하지.”

“그게 정말인가요.”

“하지만 공짜로 알려주기엔 너무 어마어마한 걸 알려고 하는구나. 대가가 필요하겠는데?”

“대가라면 치를게요. 할 수 있는 거라면요.”

“그래?”

엘레라는 잘 됐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가, 이윽고 나와 눈을 마주쳤다.

“이봐, 너한테 역으로 나도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말이야.”

“말씀하세요.”

대체 뭐가 그리 궁금한가 싶어 내가 대답하자, 엘레라는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로 말을 뱉었다.

“너, 천칭의 사용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