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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검을 들고 레온과 마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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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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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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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도에서 마련한 새 검을 들고 나는 레온에게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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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과 검이 부딪히고, 나는 검을 머리 위로 돌리며 비어 있던 레온의 오른쪽을 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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챙! 그걸 레온은 손가락 한 마디만큼 검을 움직여 막아내고, 몸과 검을 뒤로 빼 공간을 만들며 그대로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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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하나의 정해진 답과도 같은 움직임에 나는 가슴을 찌른 검을, 정확히는 검집에 감싸 있는 검을 물끄러미 내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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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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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기본기가 슬슬 몸에 익고 계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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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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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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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큐버스가 상대였어도 가슴을 찔렀을까요? 순수하게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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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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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은 조용히 검을 뺐다. 나는 해맑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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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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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 나는 서큐버스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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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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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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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기침을 한 레온은 현재 내가 직면한 문제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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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기는 잘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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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기는 예전부터 특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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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응용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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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응용도 잘하는 편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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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응용도 잘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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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꼭 몸을 잘 쓸 필요는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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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운동 신경이라는 게 꼭 있어야 할까. 전부터 궁금했던 의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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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만 잘 돌아가면 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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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에 레온은 검을 들고 자세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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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은 결국 간단합니다. 상하베기, 좌우베기, 찌르기. 이 셋을 무한히 응용하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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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제가 한 건 좌우베기고 레온 님이 한 건 찌르기잖아요. 가슴 찌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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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셋을 응용하는 가짓수는 말 그대로 무한입니다. 밀다가 내려베기, 당기다 찌르기, 짧게 회전하기, 길게 회전하기, 옆으로 몸을 움직이며 올려베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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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할 줄은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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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적절한 상황에 사용하지는 못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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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애초에 나는 어떤 상황에 어떤 검술을 사용해야 되는지 자체를 모르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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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의 검을 관찰한 후 내 딴에는 똑같은 상황에 똑같은 응용을 해봤지만, 그럴 때마다 레온은 고개를 젓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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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글렀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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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은 검을 허리춤에 차며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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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상황에는 올바른 하나의 검로만 존재할 뿐입니다. 명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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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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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개를 끄덕이곤 자리에 주저앉아 마법을 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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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춰라, 청야(靑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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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검에 마법이 일렁이며 덧씌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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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덧씌워진 마법의 길이를 유심히 지켜보다가,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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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 님! 이거 보세요! 저희 애가 1mm나 자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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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단 마법을 저희 애라고 부르는 건 자제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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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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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말라면 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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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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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하지 말라면 이유가 있는 법. 어쩌면 마법 성장에 안 좋은 걸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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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분 좋은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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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제가 쏠게요! 전부 먹고 싶은 걸 시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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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 여기 야영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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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말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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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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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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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크리스의 옆에 앉아 크리스가 만든 스튜를 떠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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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의 음식은 늘 맛있다. 안 그런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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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주머니의 힘은 역시 위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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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님의 요리 실력은 대대로 보존해야 돼요. 박제를 해서라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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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 그걸 왜 내 가슴을 보며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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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힘을 말할 때는 보통 심장을 보면서 말하잖아요. 비슷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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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를 전부 떠먹은 나는 뮤란에게 연금 마법 수업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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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 물, 바람, 불. 이 넷이 연금술의 기본이자 근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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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원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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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가 가장 무겁고, 그다음이 물, 그다음이 바람, 그다음이 불이에요. 대지가 가벼워지면 불에 가까워지고, 불이 무거워지면 반대로 대지에 가까워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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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으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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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예시를 보여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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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란은 굴러다니는 돌을 주워 연금 마법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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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후 돌이 물렁해지며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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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의 기본기, ‘변환’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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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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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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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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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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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란이 입을 다물었다. 내 대답이 뜻밖이라는 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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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입장에선 네 태도가 뜻밖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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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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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란 이 녀석은 천재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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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컨대 방금 한 연금술 시연은 뮤란의 스승이 했던 것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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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뮤란은 이 짧은 시연에서 많은 걸 깨달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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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나도 그럴 거라 철석같이 믿고 똑같이 연금술을 보여준 건데, 내가 아무것도 못 깨달으니 당황스러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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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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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의 성질이 담긴 돌을 변환시켜 물의 성질을 부여한 거죠? 흐른다라는 성질을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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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확히 이해하셨어요. 뭐예요. 이제 따라 하실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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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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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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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란이 눈을 깜빡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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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입장에선 어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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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사람을 가르치는 게 쉬울 줄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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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로는 이해하겠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정확히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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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방법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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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똑같이 돌멩이에 연금 마법을 써봤다. 그러나 돌멩이는 녹아 내릴 뿐. 방금 뮤란이 보여준 것처럼 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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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게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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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마법 이거 어렵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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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천칭으로 얻은 다른 마법과 다르게, 마법을 발동하는 그 순간에도 천부적인 감각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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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유하자면 원소의 이해도를 올리는 걸 매번 하는 느낌이라고 해야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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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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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일 약한 분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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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돌멩이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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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른다, 흐른다,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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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후 머릿속에 물밧줄 마법이 스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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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원소. 흐른다. 형태가 고정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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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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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르륵. 손에서 물이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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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겁하며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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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손에서 물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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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 손에서 물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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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서 튀어나온 물이 그 형태를 자유자재로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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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물로 크리스의 모습을 만들고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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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님. 보세요. 크리스 님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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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 왜 꼬리가 달렸어? 저거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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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이게 내가 새로 깨달은 물 원소의 특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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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물 원소도 1위계가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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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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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물 원소를 조금 가지고 놀다가, 돌멩이에 연금 마법을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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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멩이가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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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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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마법 이거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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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마법을 익힐 실마리는 보였지만, 그 길이 너무나 험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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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마법으로 하고자 하는 것과 비슷한 성질을 가진 원소의 특징을 깨달아야 된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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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보다 배꼽이 더 큰 그런 수련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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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안 할 건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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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걸로 어떻게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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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성질을 가진 재료를 섞으며 혼합물을 만들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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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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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노가다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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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충 물의 성질이 부여된 돌멩이와 그냥 돌멩이 가루를 섞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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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일어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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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돌멩이가 일종의 반죽처럼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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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신기한 질감에 나는 돌멩이를 만지작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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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멩이로 크리스를 반죽해 만든 나는 뮤란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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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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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음은 그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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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란에게 종일 연금 마법 수업을 들은 나는 근처 호수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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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염 원소 마법사가 좋은 점 그 첫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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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든 따뜻한 물로 씻는 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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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적당히 작은 나무 거인을 소환해 엎드리게 하고, 그 위에 호수의 물을 끌어와 목욕탕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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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걸 화염 원소로 가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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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허공에 둥둥 뜬, 김이 모락모락 나는 물에 들어가 늘어지게 기지개를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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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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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이랑 다니면 이게 좋아. 어디서든 목욕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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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요. 레온 님은 이 좋은 걸 왜 안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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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니까 그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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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이 휴대용 목욕탕에서 씻으면 편하다고 몇 번이나 권했지만, 매번 레온은 사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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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목욕을 별로 안 좋아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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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는 걸 안 좋아한다기엔 우리가 목욕을 마친 후 조용히 가서 씻고 오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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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사실 알아요. 레온 님이 부끄러워하는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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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 악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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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괜찮으니 사양하지 않아도 되는데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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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알몸을 보여주는 것보다 돈을 잃는 게 더 부끄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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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마법을 잃는 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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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거 같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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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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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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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늘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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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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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해피 중세랜드 특유의 밤하늘은 언제 봐도 끝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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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허공에 둥둥 뜬 성은 등불을 톡하고 건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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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등불이 부르르 떤다. 적영이 왜 괴롭히냐고 항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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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심심해서지 이유가 어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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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때마다 느끼는 건데, 루이나 님 머리 색깔이랑 성은 색깔이랑 거의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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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의 별빛을 닮은 성은과 밤하늘의 별빛을 닮은 내 머리카락은 확실히 공통점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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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시사하는 바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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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저는 성(星)속성 원소 적성이 있는 걸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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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은 사고방식이 항상 그런 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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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크리스 님이야말로 제 머리카락을 팔면 얼마가 나올지 상상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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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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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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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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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몸을 데운 나는 해피 중세랜드 특산물, 비누로 몸을 씻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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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야영지로 돌아가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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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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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랑. 등불이 획 돌아가며 어딘가를 비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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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먼저라 할 거 없이 나랑 크리스는 등불이 밝힌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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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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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서 훔쳐보다니, 혹시 같이 목욕이 하고 싶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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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에 소년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벌렸다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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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여기에 사람이 있을 줄 몰랐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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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법으로 몸의 물기를 말리고, 그새 마법으로 잘 세탁해 건조시킨 옷으로 갈아입은 후 소년에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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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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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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