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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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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검을 들고 레온과 마주 봤다.

“들어오세요.”

“네.”

황도에서 마련한 새 검을 들고 나는 레온에게 달려들었다.

검과 검이 부딪히고, 나는 검을 머리 위로 돌리며 비어 있던 레온의 오른쪽을 노렸다.

챙! 그걸 레온은 손가락 한 마디만큼 검을 움직여 막아내고, 몸과 검을 뒤로 빼 공간을 만들며 그대로 찔렀다.

그 하나의 정해진 답과도 같은 움직임에 나는 가슴을 찌른 검을, 정확히는 검집에 감싸 있는 검을 물끄러미 내려봤다.

레온이 말했다.

“확실히 기본기가 슬슬 몸에 익고 계시군요.”

“레온 님.”

“말씀하시죠.”

“서큐버스가 상대였어도 가슴을 찔렀을까요? 순수하게 궁금하네요.”

“…….”

레온은 조용히 검을 뺐다. 나는 해맑게 웃었다.

“농담이에요.”

“루이나 님. 나는 서큐버스가 아니야.”

“농담이에요.”

“큼.”

헛기침을 한 레온은 현재 내가 직면한 문제를 지적했다.

“암기는 잘 됩니다.”

“암기는 예전부터 특기였어요.”

“다만 응용이 안 됩니다.”

“저는 응용도 잘하는 편인데요.”

“몸의 응용도 잘하십니까?”

“사람이 꼭 몸을 잘 쓸 필요는 없잖아요.”

사람에게 운동 신경이라는 게 꼭 있어야 할까. 전부터 궁금했던 의문이었다.

머리만 잘 돌아가면 됐지.

내 말에 레온은 검을 들고 자세를 잡았다.

“검술은 결국 간단합니다. 상하베기, 좌우베기, 찌르기. 이 셋을 무한히 응용하는 거니까요.”

“방금 제가 한 건 좌우베기고 레온 님이 한 건 찌르기잖아요. 가슴 찌르기.”

“…이 셋을 응용하는 가짓수는 말 그대로 무한입니다. 밀다가 내려베기, 당기다 찌르기, 짧게 회전하기, 길게 회전하기, 옆으로 몸을 움직이며 올려베기 등.”

“전부 할 줄은 알아요.”

“하지만 적절한 상황에 사용하지는 못하죠.”

뭐, 애초에 나는 어떤 상황에 어떤 검술을 사용해야 되는지 자체를 모르긴 했다.

레온의 검을 관찰한 후 내 딴에는 똑같은 상황에 똑같은 응용을 해봤지만, 그럴 때마다 레온은 고개를 젓곤 했다.

영 글렀다는 뜻이었다.

레온은 검을 허리춤에 차며 말을 이었다.

“하나의 상황에는 올바른 하나의 검로만 존재할 뿐입니다. 명심하세요.”

“알겠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곤 자리에 주저앉아 마법을 발동했다.

“비춰라, 청야(靑夜).”

장검에 마법이 일렁이며 덧씌워진다.

나는 덧씌워진 마법의 길이를 유심히 지켜보다가,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레온 님! 이거 보세요! 저희 애가 1mm나 자랐어요!”

“연단 마법을 저희 애라고 부르는 건 자제해주시기 바랍니다.”

“왜요?”

“하지 말라면 하지 마세요.”

“네.”

선생님이 하지 말라면 이유가 있는 법. 어쩌면 마법 성장에 안 좋은 걸지도 몰랐다.

나는 기분 좋은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오늘은 제가 쏠게요! 전부 먹고 싶은 걸 시키세요!”

“루이나 님. 여기 야영지야.”

“알고 말한 거예요.”

“구두쇠.”

“돈 귀신.”

나는 크리스의 옆에 앉아 크리스가 만든 스튜를 떠먹었다.

크리스의 음식은 늘 맛있다. 안 그런 적이 없다.

요리 주머니의 힘은 역시 위대했다.

“크리스 님의 요리 실력은 대대로 보존해야 돼요. 박제를 해서라도요.”

“루이나 님? 그걸 왜 내 가슴을 보며 말해?”

“드래곤의 힘을 말할 때는 보통 심장을 보면서 말하잖아요. 비슷한 거예요.”

스프를 전부 떠먹은 나는 뮤란에게 연금 마법 수업을 받았다.

“…대지, 물, 바람, 불. 이 넷이 연금술의 기본이자 근간이에요.”

“4대 원소네요.”

“…대지가 가장 무겁고, 그다음이 물, 그다음이 바람, 그다음이 불이에요. 대지가 가벼워지면 불에 가까워지고, 불이 무거워지면 반대로 대지에 가까워지는 거죠.”

“흐으으음.”

“…간단한 예시를 보여드릴게요.”

뮤란은 굴러다니는 돌을 주워 연금 마법을 사용했다.

직후 돌이 물렁해지며 흐른다.

“…연금술의 기본기, ‘변환’이에요.”

“오호.”

“…이해하셨나요.”

“어떤 걸요?”

“…….”

뮤란이 입을 다물었다. 내 대답이 뜻밖이라는 듯 말이다.

내 입장에선 네 태도가 뜻밖이다.

나는 깨달았다.

뮤란 이 녀석은 천재과였다.

예상컨대 방금 한 연금술 시연은 뮤란의 스승이 했던 것일 거다.

그리고 뮤란은 이 짧은 시연에서 많은 걸 깨달았겠지.

그러니 나도 그럴 거라 철석같이 믿고 똑같이 연금술을 보여준 건데, 내가 아무것도 못 깨달으니 당황스러운 것이다.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대지의 성질이 담긴 돌을 변환시켜 물의 성질을 부여한 거죠? 흐른다라는 성질을 말이에요.”

“…! 정확히 이해하셨어요. 뭐예요. 이제 따라 하실 수 있겠죠?”

“아니요?”

“…?”

뮤란이 눈을 깜빡인다.

내 입장에선 어이가 없었다.

그럼 사람을 가르치는 게 쉬울 줄 알았어?

머리로는 이해하겠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정확히 알 수 있었다.

허나 방법을 모르겠다.

나도 똑같이 돌멩이에 연금 마법을 써봤다. 그러나 돌멩이는 녹아 내릴 뿐. 방금 뮤란이 보여준 것처럼 되지는 않았다.

나는 작게 혀를 찼다.

연금 마법 이거 어렵네.

내가 천칭으로 얻은 다른 마법과 다르게, 마법을 발동하는 그 순간에도 천부적인 감각을 요구했다.

비유하자면 원소의 이해도를 올리는 걸 매번 하는 느낌이라고 해야 되나?

그래.

내가 제일 약한 분야였다.

나는 돌멩이에 집중했다.

흐른다, 흐른다, 흐른다.

―직후 머릿속에 물밧줄 마법이 스쳐 지나간다.

물 원소. 흐른다. 형태가 고정되지 않는다.

변한다.

쪼르륵. 손에서 물이 튀어나왔다.

나는 기겁하며 외쳤다.

“사람 손에서 물이 나온다!”

“루이나 님 손에서 물이 나온다!”

손에서 튀어나온 물이 그 형태를 자유자재로 바꾼다.

나는 물로 크리스의 모습을 만들고 자랑했다.

“크리스 님. 보세요. 크리스 님이에요.”

“루이나 님? 왜 꼬리가 달렸어? 저거 뭐야?”

‘변화’. 이게 내가 새로 깨달은 물 원소의 특징이었다.

드디어 물 원소도 1위계가 됐나.

운이 좋았다.

나는 물 원소를 조금 가지고 놀다가, 돌멩이에 연금 마법을 부여했다.

돌멩이가 흐른다.

“…됐네요.”

“연금 마법 이거 어렵네요.”

연금 마법을 익힐 실마리는 보였지만, 그 길이 너무나 험난했다.

연금 마법으로 하고자 하는 것과 비슷한 성질을 가진 원소의 특징을 깨달아야 된다라.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그런 수련 방법이었다.

그렇다고 안 할 건 아니지만.

“이제 이걸로 어떻게 하는 거야?”

“…다양한 성질을 가진 재료를 섞으며 혼합물을 만들면 돼요.”

대충 알았다.

완전 노가다구나.

나는 대충 물의 성질이 부여된 돌멩이와 그냥 돌멩이 가루를 섞어봤다.

무슨 일이 일어나지?

잠시 후. 돌멩이가 일종의 반죽처럼 변했다.

그 신기한 질감에 나는 돌멩이를 만지작댔다.

돌멩이로 크리스를 반죽해 만든 나는 뮤란에게 물었다.

“다음은?”

“이다음은 그러니까―.”

뮤란에게 종일 연금 마법 수업을 들은 나는 근처 호수로 이동했다.

화염 원소 마법사가 좋은 점 그 첫 번째.

어디서든 따뜻한 물로 씻는 게 가능하다.

나는 적당히 작은 나무 거인을 소환해 엎드리게 하고, 그 위에 호수의 물을 끌어와 목욕탕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걸 화염 원소로 가열했다.

나는 허공에 둥둥 뜬, 김이 모락모락 나는 물에 들어가 늘어지게 기지개를 켰다.

좋다.

“루이나 님이랑 다니면 이게 좋아. 어디서든 목욕이 돼.”

“그러니까요. 레온 님은 이 좋은 걸 왜 안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어요.”

“그니까 그니까.”

내가 만든 이 휴대용 목욕탕에서 씻으면 편하다고 몇 번이나 권했지만, 매번 레온은 사양했다.

아무래도 목욕을 별로 안 좋아하나 보다.

씻는 걸 안 좋아한다기엔 우리가 목욕을 마친 후 조용히 가서 씻고 오니 말이다.

“근데 사실 알아요. 레온 님이 부끄러워하는걸요.”

“루이나 님 악질이야.”

“저희는 괜찮으니 사양하지 않아도 되는데 말이에요.”

“나는 알몸을 보여주는 것보다 돈을 잃는 게 더 부끄러워.”

“저는 마법을 잃는 게요.”

“그럴 거 같았어.”

“돈 귀신.”

“마법 귀신.”

나는 하늘을 봤다.

별이 쏟아진다.

이 해피 중세랜드 특유의 밤하늘은 언제 봐도 끝내줬다.

나는 허공에 둥둥 뜬 성은 등불을 톡하고 건드렸다.

그러자 등불이 부르르 떤다. 적영이 왜 괴롭히냐고 항의하는 것이다.

그냥 심심해서지 이유가 어딨어.

“볼 때마다 느끼는 건데, 루이나 님 머리 색깔이랑 성은 색깔이랑 거의 똑같다.”

밤하늘의 별빛을 닮은 성은과 밤하늘의 별빛을 닮은 내 머리카락은 확실히 공통점이 많았다.

이건 시사하는 바가 컸다.

“어쩌면 저는 성(星)속성 원소 적성이 있는 걸지도 몰라요.”

“루이나 님은 사고방식이 항상 그런 식이야.”

“그러는 크리스 님이야말로 제 머리카락을 팔면 얼마가 나올지 상상했잖아요.”

“들켰네?”

“돈 귀신.”

“마법 귀신.”

적당히 몸을 데운 나는 해피 중세랜드 특산물, 비누로 몸을 씻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슬슬 야영지로 돌아가기 위해서였다.

그때였다.

짤랑. 등불이 획 돌아가며 어딘가를 비췄다.

누가 먼저라 할 거 없이 나랑 크리스는 등불이 밝힌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숨어서 훔쳐보다니, 혹시 같이 목욕이 하고 싶었나요?”

내 말에 소년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벌렸다 닫았다.

아무래도 여기에 사람이 있을 줄 몰랐나 보다.

나는 마법으로 몸의 물기를 말리고, 그새 마법으로 잘 세탁해 건조시킨 옷으로 갈아입은 후 소년에게 다가갔다.

그다음 말했다.

“안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