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es
rupy1014 f66fe445bf Initial commit: Novel Agent setup
-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375 lines
12 KiB
Markdown

“루이나 님은 왜 저럽니까?”
“레온 님. 드디어 돌아왔구나. 정보는 잘 모았어?”
“잘 모았습니다. 그래서 루이나 님은 왜 저럽니까?”
나는 테이블에 머리를 박은 채 레온에게 손을 들어 인사했다.
“어서 오세요 레온 님. 얼굴이 어두운 걸 보니 특별한 성과는 없으셨군요?”
“그 상태로 제 얼굴색을 확인하다니, 드디어 뒤통수에 눈이 자라나셨군요.”
레온은 어이없어하며 의자에 앉았다.
크리스가 설명했다.
“성은이 도둑맞았는데, 돌려받기 힘든 상황이야.”
“어째서죠?”
“가져간 사람이 무려 제2 황자로 추정되는데, 심지어 증거도 없어. 그래서 연금 길드도 발을 뺀 상황이야. 우리도 제2 황자랑 적대 관계인 사람이 말해주지 않았으면 아예 눈치 못 챘을걸?”
“저런.”
해피 중세랜드의 귀족은 초월자다.
하물며 그런 귀족 위의 황족은 어떻겠는가. 그들은 진정한 의미로 법 위에 군림했다.
애초에 법 자체가 황족을 위해 만들어졌다.
나는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
“레온 님. 조사 결과는 어떤가요.”
“똑같습니다. 제2 황자가 성배를 가졌다는 증거도 없고, 가지지 않다는 증거도 없습니다.”
“아마 없을 거예요.”
“왜 그렇게 생각하는 겁니까?”
“성배 같은 지고의 보물을 손에 넣은 사람이 고작 조금 큰 성은을 얻겠다고 눈을 부라리겠어요?”
세상의 모든 부를 손에 넣으면 벌꿀주를 훔칠 이유가 없었다. 그냥 구매하면 됐으니까.
성배도 마찬가지다.
성배를 손에 넣은 시점에서 성은이니 불사조의 깃털이니 하는 것들은 전부 그 가치를 잃었다.
성배만 있으면 모든 게 해결됐으니까.
레온이 미간을 찌푸렸다.
“원점이네요.”
“마이너스에요. 제가 성은을 손해 봤으니까요.”
“……제가 팔라딘이 된다면, 이 일을 꼭.”
“복수를 해도 제 손으로 해야 돼요. 그래야 짜릿함이라도 남아요.”
나는 파이프 담배를 입에 물었다.
직후 제리가 마법으로 파이프 담배에 불을 붙였다.
후우. 나는 천장에 길게 연기를 내쉬었다.
그러자 크리스가 중얼거렸다.
“혹시 제리 님 우리 파티에 정식으로 합류했어? 왜 이렇게 자연스러워?”
“성배가 수도에 없는 건 확정됐어요. 그럼 저희가 할 일은 이제 하나밖에 없어요.”
다음 목적지를 정하는 것.
그게 지금 우리가 해야 될 일이었다.
크리스는 팔짱을 꼈다.
“성배는 영생, 치유, 풍요, 정화, 지혜의 힘을 가졌지? 이중 영생, 풍요, 치유는 확인했으니까….”
“중복돼도 괜찮아요. 저희가 하나씩 확인하고 종치려 모인 건 아니니까요.”
“그럼 풍요와 관련된 곡창 지대를 또 들러도 괜찮겠지만, 나 떠오른 게 하나 있는데.”
“뭔가요.”
내 말에 크리스는 검지 손가락을 들며 입을 열었다.
“지혜의 마녀라고 알아?”
“지혜의 마녀라면, 혹시 이스트 엘른 포레스트에 거주 중인 마법사를 말하는 겁니까?”
크리스의 질문에 답한 건 레온이었다.
크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레온 님의 말대로 거기에 지혜의 마녀가 사는데, 알다시피 성배의 능력 중 하나가 지혜잖아?”
“하지만 제가 알기로 지혜의 마녀는 성배와 관계가 없을 텐데요.”
“혹시 모르잖아. 그리고 설사 관계가 없어도 지혜의 마녀에게 성배의 행방을 물어보면 뭐라도 나오지 않을까?”
찔러보고 아니면 도움을 받는다. 꽤 괜찮은 책략이었다.
나는 말을 꺼냈다.
“지혜의 마녀가 순순히 도움을 주는 건 별개긴 하지만, 구조 자체는 괜찮네요.”
“그치? 거기에 지혜의 마녀는 의외로 방문자를 잘 도와준대.”
“그래요?”
그럼 정말 다음 목적지가 정해졌다.
“다음은 이스트 엘른 포레스트로 가요.”
“시골 마을이네. 여기는 팔게 마땅치 않겠는데?”
“바로 돈 벌 생각부터 하나요. 크리스 님은 부자가 되겠어요.”
“부자가 될 거야.”
“저는 성은을 잃어버려서 거지가 됐는데 말이에요.”
내가 웃으며 말하자 레온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루이나 님. 괜찮습니까?”
“당연히 괜찮죠. 무슨 소리예요.”
내가 어린애도 아니고, 고작 장난감 잃어버린 걸로 난리를 칠 리가 있나.
완전 괜찮았다.
정말로.
“실례하겠습니다.”
대화가 한창인 와중 누군가 우리의 테이블에 다가왔다.
종업원이었다.
종업원은 접시를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정해진 멘트를 뱉었다.
“여기 주문하신 감자샐러드 1인분 나왔습니다.”
“응? 이건 누가 시킨 거야? 1인분인 걸 보면 제리 님이야?”
“저예요.”
나는 감자샐러드를 받아 한입 먹었다.
맛있다….
내 모습에 크리스가 눈을 가늘게 떴다.
“루이나 님. 이거 아직 다 안 나온 거 맞지?”
“당연히 다 나온 거죠. 무슨 소리예요.”
“고작 1인분에, 벌꿀주도 안 나왔는데 다 주문한 거라고?”
“크리스 님도 참. 돈도 없는데 음식을 어떻게 마음껏 먹어요. 당연히 아껴야죠.”
내가 갑부도 아니고, 어찌 음식과 벌꿀주를 매번 양껏 먹는단 말인가. 그런 건 1년에 한 번 즐기는 특식이었다.
크리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게 연금 길드가 보상 주는 거 받지 그랬어.”
“그걸 어떻게 받아요. 제 과실도 있는데요.”
“루이나 님. 정말 괜찮으신 거 맞습니까?”
“레온 님도 참. 당연히 괜찮아요.”
원래 나는 가난한 농가의 자식이었다.
이런 식단에 익숙했다.
아니? 역으로 이런 식단이 아니면 음식이 안 넘어갔다.
나는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모두 편하게 마음껏 시키세요. 저는 괜찮아요.”
“루이나 님이 망가졌다. 제리 님. 어쩌지?”
“네? 저요?”
그렇게 서로 하하호호 떠드는 와중 나는 음식을 다 먹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루이나 님? 어디가게?”
“돈도 없는데 여기 앉아 있어봤자 뭐해요. 돈 벌 궁리를 해야죠.”
“루이나 님이 진짜 망가졌다.”
나는 제리도 여관홀에 놔둔 채 거리를 걸었다.
돈 벌 궁리는 그냥 한 소리고, 잠깐 머릿속을 정리할 생각이었다.
톡. 머리카락을 때리는 감각에 나는 고개를 들었다.
눈이 쏟아진다.
벌써 이럴 때인가.
나는 등불 안의 불꽃을 거세게 키웠다.
직후 내 주위에 일종의 방온막이 형성됐다.
이것으로 눈을 직접 맞는 일은 사라졌다.
레온과의 첫 만남이 아직도 눈에 선하건만, 벌써 눈이 오다니. 시간 참 빨랐다.
성배 탐사를 시작하고 벌써 몇 달째였다. 허나 아직 뚜렷한 성과는 없었다.
나야 이런저런 마법을 거래하며 목표에 다가가는 중이었지만, 레온의 입장에선 허탕만 계속 친 것이다.
기어코 수도에서도 허탕을 쳤으니 3연속으로 허탕을 친 꼴이었다.
성배를 찾는 게 쉬울 리 없었으니 당연했으나, 사람의 마음이 참으로 간사해서. 아쉬운 건 아쉬운 거였다.
속이 허했다.
정확히는 마음이 허했다.
내 성은….
내 특대 성….
꼬르륵.
배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
아무래도 마음이 허한 게 아니라 속이 허한 게 맞았나 보다.
군것질이나 해야겠다.
해피 중세랜드의 겨울철 음식은 여러 가지였다.
구운 밤, 따뜻한 파이, 멀드 에일과 와인, 말린 과일, 푸딩, 빵 등. 아무튼 뜨거운 건 다 먹는다 보면 됐다.
새드 중세랜드에서야 크리스마스나 카니발 때나 겨울 음식을 먹었지만, 여기는 해피 중세랜드. 음식이 비교적 흔했다.
평범한 날에도 음식을 마음껏 즐기는 것이다.
나는 적당한 가게에 들러 파이를 주문했다.
“여기 사과파이 5개 주세요.”
“일행이 있나 봐?”
“저 혼자예요.”
“…잠깐만 기다려라.”
사과파이를 위장에 집어넣자 머리가 맑아졌다.
성은을 도둑맞은 건 아쉽지만 막 어마어마한 타격은 아니었다.
나중에 대가를 치르게 하면 딱 적당한 수준의 타격인 것이다.
게다가 특대 성은을 뭐 쪼개기를 하겠어 뭘 하겠어. 당연히 그대로 쓸 테고, 그럼 충분한 조건이 갖춰졌을 때 찾아가면 잘 보관한 성은을 고스란히 돌려받는 게 가능했다.
정말 별일이 아닌 거다.
생각이 정리되니 목이 말랐다.
벌꿀주를 마셔야지.
나는 벌꿀주를 마시기 위해 손을 들었다.
“…여기 사과파이 하나 포장 부탁합니다.”
그리고 익숙한 목소리에 시선을 옮겼다.
갈색 머리가 보였다.
갈색 머리는 사과파이를 포장째로 들고 거리를 나섰다.
갈색 머리가 한숨을 쉬었다.
“내가 어쩌다 이런 일을 하고 있는지 원.”
“황녀님이 겨울철 서민 음식을 체험하고 싶으셨나 보네요? 근데 겨울철 서민 음식은 따뜻할 때 바로 먹어야 의미가 있잖아요. 차라리 요리사에게 직접 부탁하는 게 어떤가요?”
“내 말이 그 말인데, 고집이 워낙―.”
헤이즈가 자리에 멈춰 섰다.
나도 멈춰 섰다.
내가 말했다.
“혹시 결계에 갇힌 건가요? 왜 멈추신 거죠?”
“너 뭐야.”
“우는 아이도 뚝 그치는 복수의 마녀, 루이나예요.”
“그 얘기가 아니라.”
헤이즈가 주변을 둘러보고는 몸을 숙이며 속삭였다.
“내가 황녀님을 모시는 건 어떻게 알았어.”
“간지러워요. 방음 마법 발동했으니 떨어지세요.”
“어떻게 알았냐고.”
“간단한 추론이에요.”
높은 사람인 타시아를 호위하던 헤이즈가 제2 황자와 적대 관계처럼 보인다?
정답은 하나밖에 없었다.
거의 보너스 수준의 난이도였다.
“…어디 가서 말하고 다니지 마라.”
“말할 곳 없어요. 몇 황녀인지도 모르고요.”
“그럼 됐지만.”
나직이 대답한 헤이즈가 몸을 떨었다.
그러게 누가 얇게 입고 나오래.
황궁은 365일 내내 마법으로 따뜻해서 애가 날씨 감각이 사라진 모양이었다.
나는 방온 마법의 범위를 넓혔다.
“어디 가서 밑바닥 출신이라고 하지 마세요. 겨울이 따뜻한 줄 아는 밑바닥 출신이 어딨어요.”
“잠깐 외출하는 거라 대충 입고 나온 거야. 추운 걸 까먹은 게 아니라. 아무튼 고맙다.”
“고마워요?”
나는 손을 내밀었다.
헤이즈가 내 손을 내려다봤다.
“뭐야 이건.”
“고마우면 마법을 주세요.”
“너 진짜 집요하구나.”
“제 유일한 장점이에요.”
이번 거래도 불발됐다.
아쉬워라.
헤이즈는 포장된 사과파이를 옆에 낀 채 멍하니 하늘을 바라봤다.
나는 그런 헤이즈에게 말을 걸었다.
“혹시 타시아가 더 가져오래요?”
“구운 밤도 먹고 싶으시단다.”
“제가 안내해 드릴까요?”
“그러면 좋고. 참고로 마법은 안 준다?”
“아쉽네요.”
눈치가 빠른 헤이즈를 데리고 나는 시장으로 향했다.
아직 덜 찬 배도 겸사겸사 채울 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