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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라 불린 마법사는 비웃음이 가득한 목소리를 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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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너라도 아델리안 크로프트 님을 모르진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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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리안을 모르는 마법사는 극히 드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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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8위계 대마법사다. 이미 반쯤은 신이라 봐도 무방한 데, 이런 그녀를 모른다? 어디 산속에 갇혀 수련하더라도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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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속에 놓인 마법서의 첫 장에조차 아델리안의 이름이 적혀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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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시비가 걸린 용병도 아델리안의 높다 못해 하늘을 뚫어 버린 이름값이 부담스러울 테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입을 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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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스승이 위대한 거지 네가 위대한 게 아닐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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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진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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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의 눈빛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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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리안 크로프트는 본신의 실력으로도 유명했지만, 사실 그것보다 기행으로 더 유명한 마법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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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리안은 제자를 끝없이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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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지 않고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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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식도 재밌는데 그냥 길 가다 눈에 띄면 제자로 받는 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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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리안이 제자를 가르치는 기간은 사람마다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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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제자는 한 달간 가르쳤고, 어떤 제자는 10년 넘게 옆에 끼고 다니며 가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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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건 분명 1:1로 가르침을 받았음에도 같은 날 다른 곳에서 가르침을 받은 사람이 잔뜩 있다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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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사람들은 아델리안이 분신 마법을 쓴다고 추측하는데, 하여간 이런 아델리안의 제자들을 부르는 명칭은 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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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리안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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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은 ‘크로프트 학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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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들은 크로프트 학파라고 칭하는 쪽을 더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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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델리안의 아이들 중 가장 유명한 건 현 황실 마법사와 청탑주인데, 사실상 이 둘이 아델리안의 아이들의 위상을 끌어 올리는 중이라 보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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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도 나쁘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7위계 마법사와 비교하면 떨어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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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둘과 비빌 아델리안의 제자는 내가 아는 한 켈튼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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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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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래서 크로프트 학파를 싫어한단 말이야. 스승의 위명을 등에 업고 설치는 것밖에 못 하는 놈들이잖아. 네 녀석들의 행동이 아델리안 님의 명성을 깎아 먹는 건 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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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의 명성은 나 같은 놈에 의해 깎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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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스승을 깍듯이 모시는 건지 아닌 건지 애매한 새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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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은 질렸다는 듯 고개를 젓고는 귀를 후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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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너 크로프트 학파가 맞긴 하냐? 그런 색의 로브는 나도 입고 다닐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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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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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아델리안의 눈 색과 머리카락 색을 본떠 만든 검푸른색 로브는 신기했지만, 유일하지는 않았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구매하는 게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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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의 물음에 제리는 툭하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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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운가 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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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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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너랑 같은 밑바닥 인생이었다. 길거리를 굴러다녔지. 하지만 지금은 어떻지? 나는 4위계 마법사에 대마법사의 제자고, 너는 용병 마법사다. 꼬라지를 보면 1위계나 2위계일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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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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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들어라 용병. 마법사란 말이다. 위계가 높아질수록 거추장스러운 장비를 벗게 된다. 너처럼 덕지덕지 무장을 갖추는 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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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륵. 제리의 손에 불꽃이 맺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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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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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차이가 발생한 이유는 단 하나다. 아델리안 님에게 선택받았는가, 선택받지 못했는가. 나는 선택받고 너는 선택받지 못했다. 그게 부럽고 질투 나 미치겠지. 안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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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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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크로프트 학파인지 의심된다 했나? 그럼 그 증거를 보여주지. 두 눈 크게 뜨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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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의 손에 맺힌 불꽃이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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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의 형태로 가공된 불꽃이 제리의 손에 둥실 떠오르고, 직후 막대의 주위를 불꽃의 원이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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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의 바퀴가 회전하며 소음이 여관홀을 가득 메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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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모터음과 비슷한 소리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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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눈이 달렸다면 알 터. 크로프트 학파의 계승 마법, 굉륜(轟輪)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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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승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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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이 세상에 학파라는 게 존재할 수 있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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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 마법을 가르치는 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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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사 누군가 스승과 똑같은 고유 마법을 익혔다 해도 그건 스승의 덕이 아니었다. 원래 그런 고유 마법을 익힐 인간이 우연히 비슷한 스승과 만나게 됐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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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원래라면 이 세상에 학파라는 건 존재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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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과 제자 간에 공유하는 게 없는데 학파가 설립되면 그게 더 웃기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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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이 세계엔 학파가 버젓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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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과 제자 간에 공유하는 게 있다는 뜻이었고, 그걸 사람들은 계승 마법이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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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의 시그니쳐 메뉴처럼 학파의 창시자를 비롯한 유명인을 대표하던 마법이 전해지며 의지가 이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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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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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러지? 할 말이 사라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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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가 입꼬리를 올리자 주변의 웅성임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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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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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굉륜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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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륜은 아델리안 크로프트의 대표 마법으로 유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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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유명하다는 건 마법사들 사이에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굉륜은 일반인에게 더 유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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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법사의 대표 마법이 이렇게 일반인도 단번에 알아볼 정도로 유명하면 보통 한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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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한 사건을 일으켰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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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수를 통째로 갈아버렸다는 그 마법? 실물은 처음 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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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일로 요정족이 아직도 아델리안의 이름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키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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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객의 반응을 즐기며 제리는 거만한 제스처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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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같이 밑바닥만 전전하는 마법사는 손에 넣지 못하는 마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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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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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무릎을 꿇어라 용병. 이게 너와 내가 같은 공기를 마실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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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리안 님은 제자에게 마법을 계승시키지 않을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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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여관홀이 정적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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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급격한 변화에 나는 고개를 휙휙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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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크리스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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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 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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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관홀을 조용하게 만든 범인을 찾는 중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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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루이나 님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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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범인이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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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하는 녀석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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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가 으르렁댄다. 갑자기 끼어든 불청객이 불편한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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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제리에게 나는 친절히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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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리안 님은 제자에게 많은 걸 알려주지만, 계승 마법은 아니잖아요.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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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튼에게 들은 아델리안의 가치관을 생각하면 크로프트 학파에 계승 마법 같은 건 존재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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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마법사는 저마다 다른 마법을 품고 있다. 내가 알려주는 건 그 마법을 피워내는 법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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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리안이 켈튼을 제자로 받은 첫날에 해준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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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그래서 켈튼은 아델리안에게 그 어떤 마법도 계승 받지 못했는데, 언젠가 켈튼이 궁금해 묻자 아델리안은 짧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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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대표할 마법은 네가 만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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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아델리안 크로프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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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사람을 따르는 학파가 굉륜을 계승 마법이라며 사용하니 뭔가 이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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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물음에 제리는 평온하게 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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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스승님이 바쁜 분이라 그렇다. 계승 마법은 학파에 가입해 따로 익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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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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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파 창시자의 가치관을 따르지 않는 학파가 살짝 이상하게 느껴졌지만, 아델리안은 기본적으로 간섭하지 않는 성향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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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들이 멋대로 굉륜을 계승 마법으로 삼아도 그것조차 제자의 선택이라며 놔둘 거 같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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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내 질문에 답해라. 뭐 하는 녀석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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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스승님이 아델리안 님의 제자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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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대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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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대? 처음 듣는 구별법에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제리는 작게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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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리안 님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지 않은, 그분께 가르침을 받은 사람의 제자를 뜻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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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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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위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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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위계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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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활한 대화를 위해 언젠가 도달한 경지를 미리 말하자, 제리의 표정이 기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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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위계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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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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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하지 마라. 그 나이에 4위계일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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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거짓말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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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지금 날 가지고 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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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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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있던 다른 크로프트 학파의 마법사가 제리를 말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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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는 화가 난 상태로 일행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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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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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브에 가려진 얼굴을 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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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그건 왜…. 허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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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가 화들짝 놀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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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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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러시죠? 혹시 제 얼굴에 벌꿀주가 묻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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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 화상을 보고 놀란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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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집애도 아니고 그런 걸로 놀라나요. 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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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라고 했지. 난 4위계 마법사 제리다. 정확한 경지를 밝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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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위계 루이나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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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위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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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켈튼은 4위계가 될 때까지 아델리안의 제자라는 걸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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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도 그랬을까? 4위계에 오를 때까지는 조용히 있다가, 4위계가 된 지금에서야 꺼드럭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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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닐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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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와 이제 막 만났지만, 제리가 딱히 그런 성격이 아니라는 건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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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스승의 정체를 3위계에 밝히니 4위계에 밝히니 이런 건 딱히 아델리안이 정해 준 규칙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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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튼 스스로 맹세를 한 거니 다른 사람이 따를 필요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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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켈튼이 이상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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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은 눈앞의 제리처럼 대마법사의 제자라는 걸 자랑스럽게 떠들고 다니고, 그걸 최대한 이용하기 위해 스승의 이름값으로 학파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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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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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3위계가 건방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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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는 눈썹을 꿈틀거리며 굉륜을 가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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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눈썹을 꿈틀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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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이 사람 많은 주점에서 못 하는 짓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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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무 병사를 소환해 제리를 제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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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저희들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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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 이 새끼야 건드리지 말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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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에서 쏟아내는 박수를 들으며 나는 제리에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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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 님. 함부로 남에게 시비를 걸면 어떻게 해요. 다시는 그러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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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를 위해 금과옥조가 될 조언을 하자, 제리가 눈물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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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그 용병이 먼저 제 옷에 술을 흘리고 사과도 안 했단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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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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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뒷이야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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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재빨리 용병을 찾았지만, 녀석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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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용병은 안 된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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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진작부터 그 용병 녀석 싸하다고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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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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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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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뻘쭘해진 상황에 나는 머리를 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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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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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주점에서 마법 함부로 쓰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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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제리의 흠은 하나만 있는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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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재빨리 노선을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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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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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한 건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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