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325 lines
12 KiB
Markdown
325 lines
12 KiB
Markdown
|
|
느지막한 시간에 일어난 나는 머리를 정리하고 여관 홀로 내려갔다.
|
|
|
|
“루이나 님? 일어났네?”
|
|
|
|
“크리스 님도요.”
|
|
|
|
여관 홀에는 크리스가 먼저 나와 있었는데, 그녀는 대낮부터 위스키를 먹는 중이었다.
|
|
|
|
그 방탕한 모습에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테이블에 앉았다.
|
|
|
|
“크리스 님. 이런 이른 시간부터 술을 먹는 건 아니지 않나요? 여기 벌꿀주 하나요!”
|
|
|
|
“적어도 내가 대답하기 전까진 말과 행동을 일치시켜야 하지 않아?”
|
|
|
|
“못 참겠어요.”
|
|
|
|
나는 빠르게 나온 벌꿀주를 감자샐러드와 함께 먹었다.
|
|
|
|
“역시 황도는 황도네요. 음식 질이 매우 뛰어나요.”
|
|
|
|
“온 세상의 미식이 모이는 곳이니까. 가격은 비싸지만.”
|
|
|
|
“벌꿀주는 그대로네요.”
|
|
|
|
“그건 성법으로 만든 거니까. 어디든 맛이 똑같지.”
|
|
|
|
“어디든 똑같이 맛있어서 좋긴 해요. 여기 감자샐러드 추가요.”
|
|
|
|
나는 감자샐러드를 5번 더 시켜 먹은 후 입가심으로 우유를 마셨다.
|
|
|
|
그리고 중얼거렸다.
|
|
|
|
“우유를 마시고 깨달은 건데, 레온 님은 어디 계시나요?”
|
|
|
|
“글쎄? 어제도 안 들어오지 않았나?”
|
|
|
|
“정보를 모으느라 정신이 없나 보네요.”
|
|
|
|
아마 사람들이 들락날락하는 펍에서 종일 죽치고 있을 거였다.
|
|
|
|
신성력을 각성한 성기사에게 며칠 밤을 새우는 건 일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
|
|
|
이러면 당분간은 레온과 만날 일은 없을 거다. 그는 집요한 인간이니까.
|
|
|
|
“얼마나 집요하면 제가 무언가를 할 때마다 감시하겠어요.”
|
|
|
|
“그건 루이나 님이 자꾸 이상한 짓을 저질러서잖아.”
|
|
|
|
“이상한 걸로 따지면 크리스 님이 더 이상하잖아요.”
|
|
|
|
나는 테이블 위에 등불을 올렸다.
|
|
|
|
화륵. 방음 마법을 발동한 나는 천천히 입에 파이프 담배를 물었다.
|
|
|
|
“루이나 님? 갑자기 방음 마법은 왜 쓴 거야? 여자의 대화라도 하자고?”
|
|
|
|
“크리스 님은 진짜 가끔 엉뚱한 얘기를 하네요. 별 이유는 없어요. 시끄러워서요.”
|
|
|
|
“어라?”
|
|
|
|
그 말을 듣고 나서야 크리스는 내 마법이 평소와 다르다는 걸 눈치챘다.
|
|
|
|
평소의 방음 마법은 우리가 떠드는 소리를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게 막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밖의 소리가 안 들리게 막는 중이었다.
|
|
|
|
“저희가 떠드는 소리도 안 들리니 마음껏 떠드세요.”
|
|
|
|
“신기하다. 그래서 루이나 님은 레온 님이랑 사귀어?”
|
|
|
|
“진짜 억지로 화제를 짜낸 티가 나네요.”
|
|
|
|
“루이나 님이랑은 대화를 안 해도 편하단 말이지. 이유가 뭘까?”
|
|
|
|
“서로가 서로에게 큰 관심이 없어서 그래요.”
|
|
|
|
“아하.”
|
|
|
|
나는 연기를 뱉으며 등불 안의 불꽃을 쳐다봤다.
|
|
|
|
현재 내가 가진 마법을 정리하면 이랬다.
|
|
|
|
화염 원소에서 파생된 직접 익힌 순수 원소 마법과 응용 원소 마법 몇 개.
|
|
|
|
천칭으로 얻은 연단 마법과 물 원소 구속 마법.
|
|
|
|
그리고 고유 마법, 천칭과 생장.
|
|
|
|
짧은 시간 동안 참 많이도 얻었구나 싶었다.
|
|
|
|
나는 화염 원소에서 ‘공평’과 ‘포식’의 특징을 발견했다.
|
|
|
|
마법엔 마법사의 삶이 반영된다. 그게 일반적인 인식이었다.
|
|
|
|
실제로도 그랬는데, 그렇다면 나는 왜 공평과 포식을 얻었을까.
|
|
|
|
공평이야 여태까지 내 인생을 돌아보면 이해됐지만, 포식은….
|
|
|
|
혹시 불을 먹으려고 했던 게 영향을 끼쳤나?
|
|
|
|
그럴지도.
|
|
|
|
처음에 깨닫는 원소의 특징이야 마법사의 삶이 강하게 반영되지만, 그 뒤 추가로 얻는 특징들은 당장의 경험이 크게 영향을 끼치니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얘기였다.
|
|
|
|
나는 등불 안의 불꽃을 조작했다.
|
|
|
|
공평의 특징으로 발동된 화염 마법은 반복과 제약 위에서 강화된다.
|
|
|
|
내가 반복한 행동이 하나의 규칙으로 바뀌고, 거기에 제약을 엮는 식이었다.
|
|
|
|
매일 등불을 들고 다닌 끝에 나는 등불에 마법을 발동할 경우 이점을 얻게 됐다.
|
|
|
|
그리고 그 규칙은 곧 ‘내가 직접 익힌 마법’은 반드시 등불 안에 발동해야 한다는 제약으로 발전했는데, 대충 등불이 아닌 다른 곳에선 화염 마법이 발동조차 안 된다고 보면 됐다.
|
|
|
|
마음 같아선 이런 제약을 더 걸고 싶었으나, 제약은 내 마음대로 추가하는 게 아니라.
|
|
|
|
제약은 어디까지나 반복으로 완성된 규칙이 발전하는 것에 불과했다.
|
|
|
|
뭐, 지금만으로도 내 화염 마법은 3위계라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강력하고 효율이 높긴 했다.
|
|
|
|
그만큼 ‘공평’의 특징은 순수 원소 마법 외의 분야에 취약하다는 약점이 있었지만, 그 부분은 새로 얻은 ‘포식’의 특징으로 메꿨으니까. 큰 문제는 없었다.
|
|
|
|
나는 등불 안에 다양한 화염 마법을 발동시키며 다음 단계를 생각했다.
|
|
|
|
견위(見位), 수위(手位), 연위(連位)를 넘어선, 4위계 동위(同位).
|
|
|
|
동위는 원소의 이해력과 숙달이 동화의 경지에 닿아야 도달할 수 있는 곳이었다.
|
|
|
|
처음으로 제대로 된 마법사 취급을 받는 위계기도 했는데, 사실 이 ‘제대로 된 마법사 취급’이라는 건 뜯어보면 뜯어볼수록 웃긴 말이었다.
|
|
|
|
비능력자에겐 4위계가 뭐야. 0위계 마법사도 마법사였으니까. 어느 위계부터 제대로 된 마법사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
|
|
|
|
따라서 저건 평범한 사람들을 기준으로 생긴 말이 아니었다.
|
|
|
|
전지적 고위 마법사의 시점에서 생긴 말이지.
|
|
|
|
그런 고위 마법사의 영향을 받아 마법사들 사이에선 4위계 미만은 어깨를 내리고 다니는 문화가 생기긴 했지만, 하여간 이 4위계가 내 다음 단계였다.
|
|
|
|
허나 다음 목표는 아니었다.
|
|
|
|
내 목표는 늘 똑같았다. 이 세계의 마법 체계를 인지한 다음부터 바뀌지 않았다.
|
|
|
|
5위계, 득위(得位) 마법사.
|
|
|
|
이것이 현재 내 1차 목표였다.
|
|
|
|
자신만의 마법이 있는가.
|
|
|
|
자신의 안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는가.
|
|
|
|
이 두 가지가 4위계와 5위계를 갈랐고, 그래서 5위계를 득위라고 불렀다.
|
|
|
|
자신만의 길을 얻은 자만이 도달할 수 있으니까.
|
|
|
|
여기서부터는 평생 노력해도 재능이 없다면 도달하지 못했다.
|
|
|
|
누구나 노력하면 도달은 가능한 4위계랑은 아예 딴판이었다.
|
|
|
|
나야 켈튼의 도움으로 고유 마법을 쓰고 다니지만, 원래 고유 마법은 이런 식으로 막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
|
|
|
스스로를 극한으로 몰아붙인 끝에 자신의 영혼에 새겨진 이름을 발견했을 때, 그때 비로소 손에 넣는 게 고유 마법인 것이다.
|
|
|
|
나는 내 고유 마법을 상상했다.
|
|
|
|
켈튼은 이고, 플로나는 이었다.
|
|
|
|
그럼 나는 뭐지.
|
|
|
|
마법을 모으고 다니니까…인가?
|
|
|
|
그럴듯한데?
|
|
|
|
“루이나 님? 무슨 생각을 그리 해?”
|
|
|
|
“크리스 님 생각을 했어요. 크리스 님이 5위계 마법사가 되면 고유 마법의 이름은 탐욕이에요.”
|
|
|
|
“좋은 거야?”
|
|
|
|
“좋은 거예요.”
|
|
|
|
나는 서큐버스의 고유 마법까지 상상해 준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
등불 안의 불꽃에서 입이 사라지고, 소리가 돌아온다.
|
|
|
|
시끄러워진 여관홀 안에서 크리스가 말했다.
|
|
|
|
“루이나 님? 어디 가게?”
|
|
|
|
“잠깐 외출 좀 하려고요.”
|
|
|
|
“어디를?”
|
|
|
|
“제가 황도에 와서 갈 곳은 하나밖에 없잖아요.”
|
|
|
|
“도박장?”
|
|
|
|
잘 알았다.
|
|
|
|
크리스 안의 내 이미지가 어떤지 잘 알았다고.
|
|
|
|
나는 언젠가 크리스에게 소금과 성수를 선물해 주기로 마음먹고 입을 열었다.
|
|
|
|
“체스 클럽이에요.”
|
|
|
|
“루이나 님 체스도 해?”
|
|
|
|
“역사상 최고의 체스 플레이어예요. 잠깐 놀고 올 테니 그렇게 아세요.”
|
|
|
|
“재밌게 놀다 와.”
|
|
|
|
나는 크리스의 배웅을 받으며 여관을 벗어났다.
|
|
|
|
아르카나 체스 클럽은 꽤 많았다. 나는 그중 회원제가 아닌 체스 클럽에 들렀다.
|
|
|
|
꽤 고급스러운 곳이었는데, 안으로 들어가자 다양한 신사들의 시선이 내게 꽂혔다.
|
|
|
|
나는 입장료를 지불하고 적당한 곳에 앉았다. 목적성이 뚜렷한 클럽은 이래서 좋다. 뭘 해야 될지 몰라 헤맬 일이 없었다.
|
|
|
|
“신입인가?”
|
|
|
|
내 앞에 누군가 앉으며 말을 걸었다.
|
|
|
|
신입을 반기는 건 어느 집단이나 공통으로 공유하는 습성인 듯했다.
|
|
|
|
“황도 자체가 처음이에요.”
|
|
|
|
“다른 지역의 아르카나 체스 플레이어라. 꽤 구미가 당기는걸?”
|
|
|
|
우리는 짧게 인사를 나누고 곧바로 기물을 정렬했다. 아르카나 체스 플레이어에게 대화는 필요 없었다.
|
|
|
|
그러다 나는 남자의 손을 보고 멈칫했다.
|
|
|
|
화상 자국이었다.
|
|
|
|
남자 또한 내 손을 보고 멈칫했다.
|
|
|
|
“이거, 아가씨도 화염 마법사인가 보군.”
|
|
|
|
“신사님도 그런가요?”
|
|
|
|
“화염 마법사다.”
|
|
|
|
“여기서 동류를 만나니 반갑네요.”
|
|
|
|
“동감이다.”
|
|
|
|
남자는 씨익 웃고는 호응하듯 말을 쏟아냈다.
|
|
|
|
“마법사라면 무릇 자신의 마법을 만져보긴 해야지. 그러지 않은 놈들이 마법이 뭔지 제대로 알기나 하겠어?”
|
|
|
|
“그러니까요.”
|
|
|
|
“나는 내 첫 마법을 손으로 온전히 느꼈는데, 그때의 감각이 아직도 선명해. 사실상 이 경험 덕에 3위계 마법사가 됐다고 할 수 있지. 아가씨는 어떤가?”
|
|
|
|
“저도 비슷해요. 저도 온몸으로 마법을 느꼈어요.”
|
|
|
|
“그렇지. 온…뭐로 느꼈다고?”
|
|
|
|
“온몸으로요.”
|
|
|
|
남자는 눈을 깜빡이고는, 그제야 로브에 가려졌던 내 얼굴에 시선을 옮겼다.
|
|
|
|
그리고 입을 벌렸다.
|
|
|
|
“자네 제정신인가?”
|
|
|
|
“저희 동료 아니었나요.”
|
|
|
|
“같은 취급하지 말게. 이거 순 미치광이었구만.”
|
|
|
|
남자는 질색하며 기사 앞의 병사를 한 칸 앞으로 옮겼다. 클라크 나이츠였다.
|
|
|
|
이 배신자.
|
|
|
|
배신자는 살려둘 수 없다.
|
|
|
|
나는 매지션 갬빗으로 남자를 요리하고 파이프를 입에 물었다.
|
|
|
|
주변에서 난리가 났다.
|
|
|
|
“벤스가 저항도 못 하고 당했어. 저 아가씨 누구야?”
|
|
|
|
“몰라. 근데 그 또라이 벤스가 미친 인간이라고 했으면 진짜 위험한 인간 아니야?”
|
|
|
|
“다음 분?”
|
|
|
|
나는 나른한 목소리로 다음 상대를 찾았다.
|
|
|
|
허나 아무도 자리에 앉지 않았다.
|
|
|
|
이유가 뭐지.
|
|
|
|
내 실력에 겁을 먹었나?
|
|
|
|
예전에 도련님이 했던 것처럼 돈이라도 걸어야 되나, 라는 생각을 내가 한 순간이었다.
|
|
|
|
“제가 상대할게요.”
|
|
|
|
누군가 내 맞은편에 앉았다.
|
|
|
|
여자였다.
|
|
|
|
머리카락과 눈동자가 흔한 갈색인 것에 비해 얼굴이 미색이었는데, 그 상당히 예쁜 외모를 보자마자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
|
|
|
여자가 체스를 어떻게 해.
|
|
|
|
“…….”
|
|
|
|
“…….”
|
|
|
|
“““…….”””
|
|
|
|
직후 체스 클럽이 정적에 휩싸였다.
|
|
|
|
그리고 여자의 뒤에서 누군가 잠깐 살기를 흘렸다. 정말 잠깐이고 내게만 살짝.
|
|
|
|
덕분에 나는 깨달았다.
|
|
|
|
분위기를 보니 방금 그거 생각이 아니라 말로 했나 보네?
|
|
|
|
흐음.
|
|
|
|
실수한 거니 우리 좋게 좋게 넘어가죠?
|
|
|
|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