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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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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지막한 시간에 일어난 나는 머리를 정리하고 여관 홀로 내려갔다.

“루이나 님? 일어났네?”

“크리스 님도요.”

여관 홀에는 크리스가 먼저 나와 있었는데, 그녀는 대낮부터 위스키를 먹는 중이었다.

그 방탕한 모습에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테이블에 앉았다.

“크리스 님. 이런 이른 시간부터 술을 먹는 건 아니지 않나요? 여기 벌꿀주 하나요!”

“적어도 내가 대답하기 전까진 말과 행동을 일치시켜야 하지 않아?”

“못 참겠어요.”

나는 빠르게 나온 벌꿀주를 감자샐러드와 함께 먹었다.

“역시 황도는 황도네요. 음식 질이 매우 뛰어나요.”

“온 세상의 미식이 모이는 곳이니까. 가격은 비싸지만.”

“벌꿀주는 그대로네요.”

“그건 성법으로 만든 거니까. 어디든 맛이 똑같지.”

“어디든 똑같이 맛있어서 좋긴 해요. 여기 감자샐러드 추가요.”

나는 감자샐러드를 5번 더 시켜 먹은 후 입가심으로 우유를 마셨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우유를 마시고 깨달은 건데, 레온 님은 어디 계시나요?”

“글쎄? 어제도 안 들어오지 않았나?”

“정보를 모으느라 정신이 없나 보네요.”

아마 사람들이 들락날락하는 펍에서 종일 죽치고 있을 거였다.

신성력을 각성한 성기사에게 며칠 밤을 새우는 건 일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이러면 당분간은 레온과 만날 일은 없을 거다. 그는 집요한 인간이니까.

“얼마나 집요하면 제가 무언가를 할 때마다 감시하겠어요.”

“그건 루이나 님이 자꾸 이상한 짓을 저질러서잖아.”

“이상한 걸로 따지면 크리스 님이 더 이상하잖아요.”

나는 테이블 위에 등불을 올렸다.

화륵. 방음 마법을 발동한 나는 천천히 입에 파이프 담배를 물었다.

“루이나 님? 갑자기 방음 마법은 왜 쓴 거야? 여자의 대화라도 하자고?”

“크리스 님은 진짜 가끔 엉뚱한 얘기를 하네요. 별 이유는 없어요. 시끄러워서요.”

“어라?”

그 말을 듣고 나서야 크리스는 내 마법이 평소와 다르다는 걸 눈치챘다.

평소의 방음 마법은 우리가 떠드는 소리를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게 막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밖의 소리가 안 들리게 막는 중이었다.

“저희가 떠드는 소리도 안 들리니 마음껏 떠드세요.”

“신기하다. 그래서 루이나 님은 레온 님이랑 사귀어?”

“진짜 억지로 화제를 짜낸 티가 나네요.”

“루이나 님이랑은 대화를 안 해도 편하단 말이지. 이유가 뭘까?”

“서로가 서로에게 큰 관심이 없어서 그래요.”

“아하.”

나는 연기를 뱉으며 등불 안의 불꽃을 쳐다봤다.

현재 내가 가진 마법을 정리하면 이랬다.

화염 원소에서 파생된 직접 익힌 순수 원소 마법과 응용 원소 마법 몇 개.

천칭으로 얻은 연단 마법과 물 원소 구속 마법.

그리고 고유 마법, 천칭과 생장.

짧은 시간 동안 참 많이도 얻었구나 싶었다.

나는 화염 원소에서 ‘공평’과 ‘포식’의 특징을 발견했다.

마법엔 마법사의 삶이 반영된다. 그게 일반적인 인식이었다.

실제로도 그랬는데, 그렇다면 나는 왜 공평과 포식을 얻었을까.

공평이야 여태까지 내 인생을 돌아보면 이해됐지만, 포식은….

혹시 불을 먹으려고 했던 게 영향을 끼쳤나?

그럴지도.

처음에 깨닫는 원소의 특징이야 마법사의 삶이 강하게 반영되지만, 그 뒤 추가로 얻는 특징들은 당장의 경험이 크게 영향을 끼치니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얘기였다.

나는 등불 안의 불꽃을 조작했다.

공평의 특징으로 발동된 화염 마법은 반복과 제약 위에서 강화된다.

내가 반복한 행동이 하나의 규칙으로 바뀌고, 거기에 제약을 엮는 식이었다.

매일 등불을 들고 다닌 끝에 나는 등불에 마법을 발동할 경우 이점을 얻게 됐다.

그리고 그 규칙은 곧 ‘내가 직접 익힌 마법’은 반드시 등불 안에 발동해야 한다는 제약으로 발전했는데, 대충 등불이 아닌 다른 곳에선 화염 마법이 발동조차 안 된다고 보면 됐다.

마음 같아선 이런 제약을 더 걸고 싶었으나, 제약은 내 마음대로 추가하는 게 아니라.

제약은 어디까지나 반복으로 완성된 규칙이 발전하는 것에 불과했다.

뭐, 지금만으로도 내 화염 마법은 3위계라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강력하고 효율이 높긴 했다.

그만큼 ‘공평’의 특징은 순수 원소 마법 외의 분야에 취약하다는 약점이 있었지만, 그 부분은 새로 얻은 ‘포식’의 특징으로 메꿨으니까. 큰 문제는 없었다.

나는 등불 안에 다양한 화염 마법을 발동시키며 다음 단계를 생각했다.

견위(見位), 수위(手位), 연위(連位)를 넘어선, 4위계 동위(同位).

동위는 원소의 이해력과 숙달이 동화의 경지에 닿아야 도달할 수 있는 곳이었다.

처음으로 제대로 된 마법사 취급을 받는 위계기도 했는데, 사실 이 ‘제대로 된 마법사 취급’이라는 건 뜯어보면 뜯어볼수록 웃긴 말이었다.

비능력자에겐 4위계가 뭐야. 0위계 마법사도 마법사였으니까. 어느 위계부터 제대로 된 마법사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

따라서 저건 평범한 사람들을 기준으로 생긴 말이 아니었다.

전지적 고위 마법사의 시점에서 생긴 말이지.

그런 고위 마법사의 영향을 받아 마법사들 사이에선 4위계 미만은 어깨를 내리고 다니는 문화가 생기긴 했지만, 하여간 이 4위계가 내 다음 단계였다.

허나 다음 목표는 아니었다.

내 목표는 늘 똑같았다. 이 세계의 마법 체계를 인지한 다음부터 바뀌지 않았다.

5위계, 득위(得位) 마법사.

이것이 현재 내 1차 목표였다.

자신만의 마법이 있는가.

자신의 안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는가.

이 두 가지가 4위계와 5위계를 갈랐고, 그래서 5위계를 득위라고 불렀다.

자신만의 길을 얻은 자만이 도달할 수 있으니까.

여기서부터는 평생 노력해도 재능이 없다면 도달하지 못했다.

누구나 노력하면 도달은 가능한 4위계랑은 아예 딴판이었다.

나야 켈튼의 도움으로 고유 마법을 쓰고 다니지만, 원래 고유 마법은 이런 식으로 막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스스로를 극한으로 몰아붙인 끝에 자신의 영혼에 새겨진 이름을 발견했을 때, 그때 비로소 손에 넣는 게 고유 마법인 것이다.

나는 내 고유 마법을 상상했다.

켈튼은 이고, 플로나는 이었다.

그럼 나는 뭐지.

마법을 모으고 다니니까…인가?

그럴듯한데?

“루이나 님? 무슨 생각을 그리 해?”

“크리스 님 생각을 했어요. 크리스 님이 5위계 마법사가 되면 고유 마법의 이름은 탐욕이에요.”

“좋은 거야?”

“좋은 거예요.”

나는 서큐버스의 고유 마법까지 상상해 준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등불 안의 불꽃에서 입이 사라지고, 소리가 돌아온다.

시끄러워진 여관홀 안에서 크리스가 말했다.

“루이나 님? 어디 가게?”

“잠깐 외출 좀 하려고요.”

“어디를?”

“제가 황도에 와서 갈 곳은 하나밖에 없잖아요.”

“도박장?”

잘 알았다.

크리스 안의 내 이미지가 어떤지 잘 알았다고.

나는 언젠가 크리스에게 소금과 성수를 선물해 주기로 마음먹고 입을 열었다.

“체스 클럽이에요.”

“루이나 님 체스도 해?”

“역사상 최고의 체스 플레이어예요. 잠깐 놀고 올 테니 그렇게 아세요.”

“재밌게 놀다 와.”

나는 크리스의 배웅을 받으며 여관을 벗어났다.

아르카나 체스 클럽은 꽤 많았다. 나는 그중 회원제가 아닌 체스 클럽에 들렀다.

꽤 고급스러운 곳이었는데, 안으로 들어가자 다양한 신사들의 시선이 내게 꽂혔다.

나는 입장료를 지불하고 적당한 곳에 앉았다. 목적성이 뚜렷한 클럽은 이래서 좋다. 뭘 해야 될지 몰라 헤맬 일이 없었다.

“신입인가?”

내 앞에 누군가 앉으며 말을 걸었다.

신입을 반기는 건 어느 집단이나 공통으로 공유하는 습성인 듯했다.

“황도 자체가 처음이에요.”

“다른 지역의 아르카나 체스 플레이어라. 꽤 구미가 당기는걸?”

우리는 짧게 인사를 나누고 곧바로 기물을 정렬했다. 아르카나 체스 플레이어에게 대화는 필요 없었다.

그러다 나는 남자의 손을 보고 멈칫했다.

화상 자국이었다.

남자 또한 내 손을 보고 멈칫했다.

“이거, 아가씨도 화염 마법사인가 보군.”

“신사님도 그런가요?”

“화염 마법사다.”

“여기서 동류를 만나니 반갑네요.”

“동감이다.”

남자는 씨익 웃고는 호응하듯 말을 쏟아냈다.

“마법사라면 무릇 자신의 마법을 만져보긴 해야지. 그러지 않은 놈들이 마법이 뭔지 제대로 알기나 하겠어?”

“그러니까요.”

“나는 내 첫 마법을 손으로 온전히 느꼈는데, 그때의 감각이 아직도 선명해. 사실상 이 경험 덕에 3위계 마법사가 됐다고 할 수 있지. 아가씨는 어떤가?”

“저도 비슷해요. 저도 온몸으로 마법을 느꼈어요.”

“그렇지. 온…뭐로 느꼈다고?”

“온몸으로요.”

남자는 눈을 깜빡이고는, 그제야 로브에 가려졌던 내 얼굴에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입을 벌렸다.

“자네 제정신인가?”

“저희 동료 아니었나요.”

“같은 취급하지 말게. 이거 순 미치광이었구만.”

남자는 질색하며 기사 앞의 병사를 한 칸 앞으로 옮겼다. 클라크 나이츠였다.

이 배신자.

배신자는 살려둘 수 없다.

나는 매지션 갬빗으로 남자를 요리하고 파이프를 입에 물었다.

주변에서 난리가 났다.

“벤스가 저항도 못 하고 당했어. 저 아가씨 누구야?”

“몰라. 근데 그 또라이 벤스가 미친 인간이라고 했으면 진짜 위험한 인간 아니야?”

“다음 분?”

나는 나른한 목소리로 다음 상대를 찾았다.

허나 아무도 자리에 앉지 않았다.

이유가 뭐지.

내 실력에 겁을 먹었나?

예전에 도련님이 했던 것처럼 돈이라도 걸어야 되나, 라는 생각을 내가 한 순간이었다.

“제가 상대할게요.”

누군가 내 맞은편에 앉았다.

여자였다.

머리카락과 눈동자가 흔한 갈색인 것에 비해 얼굴이 미색이었는데, 그 상당히 예쁜 외모를 보자마자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여자가 체스를 어떻게 해.

“…….”

“…….”

“““…….”””

직후 체스 클럽이 정적에 휩싸였다.

그리고 여자의 뒤에서 누군가 잠깐 살기를 흘렸다. 정말 잠깐이고 내게만 살짝.

덕분에 나는 깨달았다.

분위기를 보니 방금 그거 생각이 아니라 말로 했나 보네?

흐음.

실수한 거니 우리 좋게 좋게 넘어가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