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12 KiB
사람은 언제 고양감을 느끼는가.
그건 사람마다 달랐다.
누군가는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고양감을 느꼈다.
누군가는 돈을 벌 때 고양감을 느꼈다.
누군가는 정의를 실현할 때 고양감을 느꼈으며.
누군가는 방구석에서 사람들에게 잊힐 때 고양감을 느꼈다.
이건 사람의 취향과 관련된 부분이었다.
취향은 중요했다. 사람은 흥미가 생기는 분야를 통해 인격이 형성되도록 설계됐으니까.
따라서 사람은 좋아하는 게 전부 달랐다. 흥미가 생기는 분야가 전부 다른 탓이었는데, 이런 사람들이 공통으로 흥미를 가지는 분야가 있었으니.
그게 바로 애정이었다.
“의외네. 루이나 님이 그런 걸 좋아하는지 몰랐어.”
“저도 평범한 사람이에요.”
“그렇구나. 그나저나 루이나 님의 이상형은 뭐야?”
“저는 자유롭고, 무한한 가능성을 가졌고, 신비로운 게 취향이에요.”
“그래? 나는 반짝이는 게 취향인데.”
“크리스 님. 그거 사람 맞아요? 금화 얘기 아니에요?”
“루이나 님이야말로 그거 사람 맞아? 마법 얘기 아니야?”
[둘 다 집중이나 해.]
적영의 핀잔에 나는 시선을 정면으로 돌렸다.
엠버가 새하얀 벤치 위에 멍하니 누워 있다. 옆에는 파라솔이 세워져 있는데, 내가 나무 원소로 급하게 만들어준 것들이었다.
주변에 용암이 넘실거리는데 나무로 저런 걸 만들어도 괜찮나 싶겠지만, 저게 평범한 나무는 아니라.
내가 나무 원소에서 깨달은 ‘거부’의 특징 덕에 일단 불에 탈 걱정은 안 해도 됐다.
멍하니 누워 있던 엠버는 훈제 고기를 입에 넣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찰박. 용암에 들어간 엠버는 곧 용암 위에 둥둥 떠 하늘을 바라봤다. 굉장히 유유자적한 모습이었는데, 몸이야 불사조라 괜찮다지만 옷은 왜 멀쩡하지. 일종의 능력으로 만들어진 옷이라 그런가?
맞는 거 같다.
엠버는 용암 위를 천천히 가로지르다가, 가장자리에서 멈춰 섰다. 엠버가 위를 올려다본다. 끼에에엑! 그에 호응하듯 피닉스가 울부짖었다.
그 위엄찬 모습에 나는 엄지를 올렸다.
가라 피닉스.
네 매력으로 엠버를 함락시키렴.
빤히 피닉스를 구경하던 엠버는 돌핀턴을 하듯 가장자리를 박찼다. 빠르게 용암 위를 수영하는 엠버에게 다가가기 위해 피닉스가 용암에 발을 담갔다. 그리고.
끼에엑!
화들짝 놀라며 발을 뺐다.
그 없어 보이는 행동에 나는 눈을 깜빡였다.
저건 또 뭐야.
“루이나 님. 피닉스가 용암이 뜨겁다는데?”
“제 잘못이에요. 그냥 날아다니는 나무 새에 감히 피닉스라는 이름을 붙이다니. 이게 오만이죠.”
끼에에엑….
서럽게 울부짖는 피닉스에게 나는 손짓을 했다. 피닉스가 다가와 머리를 비비고, 나는 피닉스의 머리를 밀어내며 속삭였다.
“가서 춤이라도 춰보세요.”
내 말이 끝남과 동시에 피닉스가 하늘을 날았다.
그리고 피닉스가 곡예비행을 한다.
피닉스라는 이름이 붙은 건 우연이 아니라는 듯 화려하게 하늘을 누비는 피닉스에 나는 박수를 쳤다. 크리스도 박수를 쳤다. 적영도 쳤다. 뮤란도 쳤다. 세피아도 쳤다.
엠버는?
엠버는….
용암 속으로 잠수했다.
끼에엑….
다시 나한테 다가와 서럽게 우는 피닉스의 어깨를 나는 토닥여줬다.
뭐 피닉스가 솔직히? 진짜 불사조는 아니잖아.
비유하자면 이건 사람을 꼬시기 위해 안드로이드 미소녀를 가져온 거였다. 성공하는 게 오히려 신기했다.
…근데 안드로이드 미소녀는 최고인데?
그럼 피닉스가 문제인가 보다.
“피닉스 님. 매력을 더 갈고닦으세요. 이건 전적으로 피닉스 님의 문제예요.”
끼에에엑….
처량하게 하늘 저편으로 사라지는 피닉스를 뒤로한 채 나는 엠버를 내려봤다.
푸하. 용암에서 나온 엠버가 내 시선에 고개를 갸웃거린다.
나는 입에 파이프 담배를 물었다. 치익. 불이 붙고, 연기를 깊게 마시며 나는 세피아에게 말했다.
“황금 마탑은 엠버 님의 소유권을 주장하실 생각인가요?”
“솔직히 말해?”
“네.”
“우리에게 불사조는 그리 중요하지 않아.”
“양보를 해주겠다는 건가요?”
“거래를 하겠다는 거지.”
거래라.
켈튼이 좋아했고, 나 또한 좋아하는 단어였다.
나는 담배를 털어 끄며 질문했다.
“조건은요?”
“나중에 우리 부탁을 한 번 들어주는 거 어때.”
“백지수표를 뿌리고 싶지는 않은데요.”
“어차피 이런 건 상호합의를 해야 되잖아. 우리의 부탁이 과하다 싶으면 그때 가서 조정하면 되지.”
맞는 말이긴 했다.
이런 건 딱 잘라 조건을 정하기 어려워서. 서로가 서로를 믿고 융통성 있게 합의하는 것이 제일 좋았다.
다만.
그래도 안전장치는 걸어야지.
나는 차분히 입을 열었다.
“기준을 용병으로 잡아요. 금등급 용병이 수행 가능한 난이도의 부탁으로만, 어때요.”
금등급이면 총 6단계로 나누어진 용병 중 위에서 세 번째에 위치한 등급이었다.
5등급. 목패.
4등급. 동패.
3등급. 은패.
2등급. 금패.
1등급. 홍패.
특급. 백패.
특급 용병은 없는 경우가 더 많은 매우 특수한 등급이라는 걸 생각하면 사실상 위에서 2번째였고, 금패 용병 수준의 의뢰라면 내가 위험한 일은 없었다.
내 제안에 세피아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상관없어.”
“세피아 님을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이런 식으로 혼자 다 결정해도 돼요?”
“그럼 황금 마탑이 전권도 없는 사람을 현장에 파견 보냈겠어?”
“좋아요.”
거래는 성립됐다.
나는 세피아에게 손을 내밀었다. 거래를 했으면 악수. 비지니스 세계의 기본 매너였다.
세피아가 내 손을 마주 잡고 위아래로 흔든다.
내가 말했다.
“좋은 거래였어요.”
“의외로 말이 통하네 너?”
“그러니 하는 김에 마법도 하나 덤으로 주시지 않을래요?”
“응. 일 없어.”
나는 손을 놓고 휘파람을 불었다. 피닉스를 부른 거다.
하늘 저편에서 울상이 됐던 피닉스가 힘없이 돌아오고, 피닉스에게 팔을 흔들며 나는 입술을 뗐다.
“세피아 님. 마지막으로 물어볼 게 있는데요.”
마법학원의 하루는 평화롭다.
사실 학교가 평화롭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하긴 했다.
아카데미물에선 흔히 외부에 습격을 당하고, 테러리스트 단체가 찾아오고, 세계의 멸망을 건 싸움이 벌어지곤 했는데, 엄밀히 따지면 이건 말이 안 됐다.
황궁을 습격하면 모를까. 학교가 대체 뭐라고 그렇게까지 한단 말인가.
때문에 해피 중세랜드의 마법학교에선 세 가지만 준수하면 됐다.
첫 번째. 열심히 수업을 듣기.
“여러분. 제가 물 원소 적성 마법사들을 위한 최고의 방법을 찾아냈어요. 한 번 맛 보세요.”
“루이나 님. 드디어 물 원소 적성인 저를 위한 교육 방법을 찾아내셨군요.”
“카이렌 님의 열정 덕이에요. 자, 이리 오세요.”
이 부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카이렌이었다.
얘는 무슨 물 원소 적성이 불에도 뛰어드는 인간이라. 마법을 굉장히 좋아하는 모양이다.
두 번째. 열심히 특별 활동을 하기.
“프린드 님. 기존의 기풍을 버리고 공격적으로 나오는 건, 딱히 좋은 방법은 아닌 거 같아요. 이건 프린드 님과 안 맞아요.”
“한 번 해봤습니다.”
이 부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프린드였다.
꾸준히 특별 활동에 참여해 나랑 체스를 두는데, 가끔 묘한 말을 하는 거 빼고는 좋은 애였다.
어떤 말을 했냐고?
“강사님의 천칭 말입니다.”
“천칭이요? 왜요? 저에게 마법을 주시려고요?”
“스승님에게 받은 거라고 하셨었죠.”
“네. 그게 왜요?”
“스승님의 성함이?”
“켈튼이에요.”
“켈튼…. 켈튼…. 못 들어봤는데….”
이런 말을 했다.
내가 켈튼을 세계 최고의 마법사라 생각하는 거랑 별개로 켈튼은 유명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래서 프린드가 모르는 것이 당연했는데, 프린드는 어째서인지 자신이 켈튼을 모르는 게 이상한 듯했다.
무슨 자기가 세상 마법사를 다 알고 있는 거야 뭐야.
자의식과잉이야 그거.
아무튼.
마지막으로 세 번째.
벌꿀주 마시기.
나는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며 벌꿀주를 들이켰다.
이게 천국이지.
마법학교 만세.
“루이나 님. 마지막은 루이나 님에게만 해당하는 거 아니야?”
“벌꿀주는 누구에게나 맛있는 음료인데요?”
“맛은 있지만, 벌꿀주를 신으로 모시는 인간은 루이나 님밖에 없잖아.”
“사람들 입맛이 이상한가 보죠.”
이 달콤하고 시원한 술에 왜 사람들이 열광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너무 흔해서 가치를 망각한 건가?
나는 파이프 담배를 입에 물었다.
직후 불이 붙는다.
굉장히 깔끔하고 쾌속한 불 붙이기였다.
나는 연기를 뱉으며 중얼거렸다.
“이 짜릿하고 가벼운 감각. 드디어 돌아오셨군요. 부싯돌의 제왕.”
“요즘 바쁘게 돌아다니십니다?”
“제가 워낙 바쁜 사람이잖아요.”
내 말에 제리는 건너편 의자에 앉으며 테리가 따라준 홍차를 홀짝였다.
그리고 감탄했다.
“이게…같은 찻잎을 써도 이토록 맛이 달라지는군요. 테리 씨. 제가 돈을 2배로 쳐주겠습니다. 저랑 일하지 않겠습니까?”
“죄송하지만 저는 엘피니엘 남작님을 모시는 것에 만족 중입니다. 마음은 감사히 받겠습니다.”
“제리 님. 제 앞에서 제 사용인을 빼내려는 건 너무하잖아요.”
나는 대놓고 도둑질을 하려는 제리를 제재했다. 제리는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벌꿀주만 마시는 인간 밑에 있기엔 능력이 너무 아까운데….”
“꿈 깨세요.”
“뭐, 자주 들르면 되니 상관없겠죠. 그나저나 루이나 씨.”
“네?”
“저건 뭡니까?”
제리의 손가락이 향한 곳에는 수영장이 있었는데, 그 위에는 사람 하나가 떠다녔다.
적발적안의 소녀. 엠버였다.
나는 친절히 설명했다.
“엠버 님이에요.”
“그 말이 아니지 않습니까. 어디서 주워 온 거냐는 뜻입니다.”
“백야의 영지에서요.”
“그 말이 아니지 않습니까….”
나는 답답해하는 제리를 그대로 두고 수영장 위에 둥둥 떠 있는 엠버를 빤히 봤다.
용암이 좋은 게 아니라 둥둥 떠 있는 걸 좋아하는지 엠버는 물에서 노는 것도 좋아했다.
그래서 엠버를 마법학교에 데려왔어도 만족스럽게 놀아주고 있긴 한데….
흠.
아무리 불사조의 깃털 획득을 장기 프로젝트로 바꿨다지만, 아무것도 안 하는 건 조금 그렇지?
결정을 내린 나는 곧 제리에게 말을 걸었다.
“제리 님.”
“뭡니까.”
“저 엠버 님 불사조거든요?”
“요즘 불사조는 사람의 모습을 하는군요.”
“요점은 그거예요. 엠버 님의 기분이 좋아져야 깃털을 만드는데, 어떻게 해야 될까요.”
제리가 이마를 좁혔다. 깊은 상념에 잠긴 건데, 잠시 후. 제리의 입이 움직였다.
“저 말고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면 안 되겠습니까?”
에라이.
그럴 줄 알았다.
“가서 레온 님이나 데려오세요.”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