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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조는 불꽃에서 태어나, 불꽃으로 재가 되고, 재를 불태우며 부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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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짐승을 처음 목격한 사람들이 ‘영생’을 떠올리는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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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치로만 따지면 불사조가 만드는 생산물에 무언가 특별한 힘이 깃드는 것이 더 자연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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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뭐라도 만들어 보세요. 눈물이라도 흘리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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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 어린 여자애 상대로 그러니까 굉장히 나쁜 사람처럼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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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3m의 거구로 변신하지 않았나 싶었는데, 그런 전략적인 의도가 숨겨져 있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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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감탄하며 내 앞에 앉은 사람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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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발적안의 소녀는 고기파이를 우걱우걱 먹는 중이었는데, 저게 벌써 4개째였다. 도저히 사람이라고 믿기지 않는 먹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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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평범한 사람을 데려온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있었는데, 다행히 아닌 거 같네요. 앉은 자리에서 고기파이를 4개나 먹다니. 사람일 리는 없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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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 혹시 자기소개야? 그렇게 치면 앉은 자리에서 벌꿀주랑 고기파이를 5인분 이상 먹는 루이나 님은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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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정적이 흘렀다. 돌연 찾아온 침묵에 나는 고개를 기울여 크리스와 눈을 마주쳤다. 크리스도 나랑 똑같이 고개를 기울여 눈을 마주치고, 그 중간에 있던 적영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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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인간이 아니니까 불사조나 신경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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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간이 아닌 녀석이 신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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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영 너는 네가 인간인 줄 알아? 너는 그저 마법에 자아가 깃든 인공 생명체일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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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크리스 님이에요. 제대로 된 식견을 가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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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 나밖에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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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랄 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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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직이 한탄을 뱉은 건 음침하고, 방구석에 서식하고, 사람들에게 잊히는 걸 좋아하는 웬 연금술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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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뮤란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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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뮤란 님. 저거 불사조는 맞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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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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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란 님이 모르면 누가 아나요. 추측이라도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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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황상 불사조 같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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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탐정 용병에게 들은 정보와 적발적안이라는 외모적 특징, 거기에 음식을 훔치려다 발각된 상황까지 합치면 저 소녀는 높은 확률로 불사조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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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결정적인 증거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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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어떤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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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모가 매우 뛰어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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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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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란이 헛바람이 빠지는 소리를 냈다. 어딘가 간지러운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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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에 크리스가 박수를 치며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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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 말이 맞는 거 같은데? 저렇게 예쁜데 사람일 리가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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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요. 그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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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그러면 루이나 님도 사람이 아닌 거 아니야? 예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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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님이 사람이 아닌 게 여기서 밝혀지네요. 예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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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크리스와 마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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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동시에 손을 꽉 맞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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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밖에 없지 루이나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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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님이 최고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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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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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어요. 뮤란 님도 사람이 아니에요. 예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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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당신들과 묶지 말아 주세요. 부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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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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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황상 이 소녀가. 아까부터 한마디도 안 하고 식사만 우걱우걱 하는 소녀가 불사조가 맞다고 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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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드는 의문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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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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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생의 힘이 깃든 깃털은 어떻게 얻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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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적발적안의 소녀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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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크리스가 기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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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란 님! 큰일 났어! 루이나 님이 여자애의 머리카락을 다 뽑아버리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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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거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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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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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계속 아무것도 안 주면 뽑아버릴 수는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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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뽑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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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적발적안…계속 이렇게 부르니 귀찮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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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이름을 지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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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한데 이름이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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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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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할 줄 아냐고 묻는 게 먼저였네요. 이름이 없으시면 편의상 플레임헤이즈라고 부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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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 잘 모르겠지만 그 이름 어쩐지 위험한 느낌이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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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가 나를 만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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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대상인의 떡잎이다. 본능적으로 플레임헤이즈라는 이름에서 위험의 소지를 감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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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엠버라고 부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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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괜찮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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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엠버를 유심히 관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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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적으로 음식을 학살하는 엠버는 이제 와선 불사조가 아니라 식충이로 느껴졌는데, 이 식충이에게서 깃털을 얻어낼 방법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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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과사전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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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조는 재에서 부활하는 생명체예요. 하지만 그게 무한히 부활한다는 뜻은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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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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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의외였다. 내가 아는 불사조는 영원히 죽지 않기에 불사조였는데, 부활에 횟수가 있었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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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부활 자체는 계속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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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쪽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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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그 부활을 아무 때나 하는 건 아니라는 거죠. 시간이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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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무슨 말인지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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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그거였다. 불사조의 부활엔 쿨타임이 존재했고, 조건이 존재한다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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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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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불사조가 특수한 깃털을 생산한다면, 그건 부활할 때라는 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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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추측이 맞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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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듯했다. 아니. 그럴듯한 걸 넘어 저거 외에 있나 싶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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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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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엠버를 조용히 내려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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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있는 사람을 죽이는 건, 조금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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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네. 루이나 님은 망설임 없이 불태우고 시작할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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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뭐로 보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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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에 미친 사람의 마음이 없는 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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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보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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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람을 죽이는데 망설임이 없지만, 그게 기준이 없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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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태 사람을 망설임 없이 죽였던 이유는 하나였다. 상대도 각오가 된 상태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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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을 죽일 생각인 사람은, 자신도 죽을 각오를 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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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내게 죽은 사람들은 딱히 억울하지 않을 거였다. 나를 죽이려다 죽은 거니, 이미 각오가 끝난 상태에서 죽지 않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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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런 거치고 살려달라고 발악하는 경우가 많긴 했는데, 원래 사람이 그랬다. 사람은 언젠가 죽는다면서 초연한 척해도, 막상 죽음이 닥치면 죽기 싫다고 울부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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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떠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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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죽기 싫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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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마법을 다 못 배웠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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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머리카락을 빙빙 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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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상념에 잠겼던 나는, 곧 상념에서 벗어나며 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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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회로가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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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회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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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죽여서 부활시키는 건 양심적으로나 이미지적으로나 별로잖아요. 엠버가 불사조가 아닐 수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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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뭔가 고통을 준다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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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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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깜짝 놀라 입을 벌렸다. 크리스도 마찬가지다. 입을 쩍 벌렸다. 심지어 적영도 눈을 동그랗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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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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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란 님. 이미지와 다르게 무서운 사람이네요? 고문을 하라니. 생각도 못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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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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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란이 입을 다물었다. 스스로도 방금 한 말이 꽤 이상하게 들린다는 걸 눈치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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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가 끼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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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란 님 그거잖아. 방구석에서 키메라를 만드는 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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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요. 연금술사는 기본적으로 생명을 가지고 노는 직업이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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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뮤란 님은 사람 괴롭히는 거 좋아하잖아. 저번에도 어려운 말을 막 해서 내 머리를 어지럽게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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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크리스 님의 요리 주머니가 커서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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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로 갈 영양분을 요리 주머니가 다 빨아먹었으니, 상대적으로 머리가 덜 성장할 수밖에 없었다. 이해해 줘야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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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혹사당하는 크리스의 머리를 토닥여주고는 팔짱을 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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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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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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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반대로 가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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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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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로 잘해주면 기뻐서 뭐라도 주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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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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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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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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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조 어화둥둥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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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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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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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조는 온몸이 화염으로 된 새였다. 불타는 게 아니다. 몸의 성분이 화염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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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불사조와 관련된 각종 설화에는 꼭 화염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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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떨어진 별을 잡아먹었다는 설화라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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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비에 샤워를 한다는 설화라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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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암에서 수영을 한다는 설화라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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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도 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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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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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개를 내렸다. 내 밑에는 용암이 이글거리는 중이었는데, 엠버는 그 속에서 열심히 헤엄을 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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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손가락을 튕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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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걸 보니 불사조는 맞네요. 잘못 데려온 건 아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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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 그 말 어딘가 불순하게 느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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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점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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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조가 맞으니 여차할 때 부활시켜서 깃털을 얻으면 되겠네, 라는 뜻으로 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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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리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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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들으면 오해할 소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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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엠버를 위해 얼마나 노력 중인데, 굉장히 억울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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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손을 들어 마력을 끌어올렸다. 내가 바란 대로 용암 속에 바람길이 만들어진다. 파악 솟구쳤다가 급경사로 떨어지는 바람길이 완성되고, 바람을 따라 용암이 고속으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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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변화에 엠버는 잠깐 멈칫했다가, 그대로 용암길에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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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솟구쳤다가 풍덩 용암에 빠진 엠버가 기분 좋게 웃는다. 재밌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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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용암 슬라이드가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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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고도로 발전된 현대의 유흥이다. 숭배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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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가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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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 님 의외로 애 생기면 잘 키울 거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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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준비된 인재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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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원 출신은 애를 잘 돌볼 수밖에 없다. 매년 밑에 돌봐야 될 어린애가 늘어나는 구조니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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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전생의 나는 원장 수녀님에게, ‘부탁인데 애들한테 이상한 상식 좀 그만 심으렴. 자꾸 마법 마법 노래를 부르잖니’라는 얘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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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왜 잘 돌본 거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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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라면 고아원을 때려 부술 미운 5살들을 얌전히 마법 노래만 부르게 만들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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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진짜 대단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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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효과가 너무 대단했던 나머지 기어코 마법사가 되겠다고 탈주하는 사람이 생기긴 했는데, 이건 얘기하면 너무 길어지니 줄이도록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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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내 실력이면 엠버가 영생의 깃털을 뱉게 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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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예 용암 자이로드롭을 만들어주기 위해 바람을 조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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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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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누군가 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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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하게 여기서 용암이나 가지고 놀다니. 여전히 여유롭네. 논문 조금 잘 발표했다고 너무 풀어진 거 아니야? 하긴. 너는 마법의 탐구보다 여기저기 쏘다니는 걸 좋아하니까. 단지 그런 사람은 마법사를 자칭하는 게 아니라 모험가를 자칭하는 게 어떤가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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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돌렸다. 내 등 뒤에 서 있던 금발금안의 여자는 건방진 표정으로 이쪽을 응시했는데, 굉장히 익숙한 모습에 나는 반가운 목소리로 반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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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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