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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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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조는 불꽃에서 태어나, 불꽃으로 재가 되고, 재를 불태우며 부활했다.
이런 짐승을 처음 목격한 사람들이 ‘영생’을 떠올리는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솔직히, 이치로만 따지면 불사조가 만드는 생산물에 무언가 특별한 힘이 깃드는 것이 더 자연스러웠다.
“그러니 뭐라도 만들어 보세요. 눈물이라도 흘리라고요.”
“루이나 님. 어린 여자애 상대로 그러니까 굉장히 나쁜 사람처럼 보여.”
“왜 3m의 거구로 변신하지 않았나 싶었는데, 그런 전략적인 의도가 숨겨져 있었군요?”
나는 감탄하며 내 앞에 앉은 사람을 바라봤다.
적발적안의 소녀는 고기파이를 우걱우걱 먹는 중이었는데, 저게 벌써 4개째였다. 도저히 사람이라고 믿기지 않는 먹성이었다.
“혹시나 평범한 사람을 데려온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있었는데, 다행히 아닌 거 같네요. 앉은 자리에서 고기파이를 4개나 먹다니. 사람일 리는 없겠어요.”
“루이나 님 혹시 자기소개야? 그렇게 치면 앉은 자리에서 벌꿀주랑 고기파이를 5인분 이상 먹는 루이나 님은 뭐야?”
잠깐 정적이 흘렀다. 돌연 찾아온 침묵에 나는 고개를 기울여 크리스와 눈을 마주쳤다. 크리스도 나랑 똑같이 고개를 기울여 눈을 마주치고, 그 중간에 있던 적영이 입을 열었다.
[둘 다 인간이 아니니까 불사조나 신경 쓰자.]
“가장 인간이 아닌 녀석이 신났네요.”
“적영 너는 네가 인간인 줄 알아? 너는 그저 마법에 자아가 깃든 인공 생명체일 뿐이야.”
“역시 크리스 님이에요. 제대로 된 식견을 가졌어요.”
“루이나 님. 나밖에 없지?”
“…지랄 났네.”
나직이 한탄을 뱉은 건 음침하고, 방구석에 서식하고, 사람들에게 잊히는 걸 좋아하는 웬 연금술사였다.
나는 뮤란에게 물었다.
“그래서 뮤란 님. 저거 불사조는 맞나요?”
“…저도 몰라요.”
“뮤란 님이 모르면 누가 아나요. 추측이라도 해보세요.”
“…정황상 불사조 같긴 해요.”
예비 탐정 용병에게 들은 정보와 적발적안이라는 외모적 특징, 거기에 음식을 훔치려다 발각된 상황까지 합치면 저 소녀는 높은 확률로 불사조긴 했다.
“심지어 결정적인 증거도 있어요.”
“…그래요? 어떤 거요?”
“미모가 매우 뛰어나잖아요.”
“…하?”
뮤란이 헛바람이 빠지는 소리를 냈다. 어딘가 간지러운 모양이었다.
내 말에 크리스가 박수를 치며 감탄했다.
“루이나 님 말이 맞는 거 같은데? 저렇게 예쁜데 사람일 리가 없잖아.”
“그러니까요. 그러니까요.”
“근데 그러면 루이나 님도 사람이 아닌 거 아니야? 예쁘잖아.”
“크리스 님이 사람이 아닌 게 여기서 밝혀지네요. 예쁘잖아요.”
나는 크리스와 마주 봤다.
그리고 동시에 손을 꽉 맞잡았다.
“나밖에 없지 루이나 님?”
“크리스 님이 최고예요.”
“…하아.”
“알았어요. 뮤란 님도 사람이 아니에요. 예쁘니까요.”
“…저를 당신들과 묶지 말아 주세요. 부탁해요.”
하여간.
정황상 이 소녀가. 아까부터 한마디도 안 하고 식사만 우걱우걱 하는 소녀가 불사조가 맞다고 치자.
여기서 드는 의문 하나.
그래서.
영생의 힘이 깃든 깃털은 어떻게 얻지?
나는 적발적안의 소녀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그러자 크리스가 기겁했다.
“뮤란 님! 큰일 났어! 루이나 님이 여자애의 머리카락을 다 뽑아버리려고 해!”
“그런 거 아니에요.”
“아니었구나.”
“근데 계속 아무것도 안 주면 뽑아버릴 수는 있어요.”
“역시 뽑으려고 한다!”
나는 적발적안…계속 이렇게 부르니 귀찮네.
적당한 이름을 지어주자.
“죄송한데 이름이 있으신가요?”
“…….”
“말을 할 줄 아냐고 묻는 게 먼저였네요. 이름이 없으시면 편의상 플레임헤이즈라고 부를게요.”
“루이나 님. 잘 모르겠지만 그 이름 어쩐지 위험한 느낌이 들어.”
크리스가 나를 만류했다.
과연 대상인의 떡잎이다. 본능적으로 플레임헤이즈라는 이름에서 위험의 소지를 감지했다.
“아니면 엠버라고 부를게요.”
“그건 괜찮네.”
나는 엠버를 유심히 관찰했다.
기계적으로 음식을 학살하는 엠버는 이제 와선 불사조가 아니라 식충이로 느껴졌는데, 이 식충이에게서 깃털을 얻어낼 방법이 뭘까.
“백과사전 님?”
“…불사조는 재에서 부활하는 생명체예요. 하지만 그게 무한히 부활한다는 뜻은 아니죠.”
“그래요?”
그건 의외였다. 내가 아는 불사조는 영원히 죽지 않기에 불사조였는데, 부활에 횟수가 있었을 줄이야.
“…물론 부활 자체는 계속해요.”
“어느 쪽인 거예요.”
“…근데 그 부활을 아무 때나 하는 건 아니라는 거죠. 시간이 필요해요.”
대충 무슨 말인지 이해했다.
즉 그거였다. 불사조의 부활엔 쿨타임이 존재했고, 조건이 존재한다는 말이었다.
따라서.
“만일 불사조가 특수한 깃털을 생산한다면, 그건 부활할 때라는 거네요?”
“…제 추측이 맞다면요.”
그럴듯했다. 아니. 그럴듯한 걸 넘어 저거 외에 있나 싶을 정도였다.
다만.
나는 엠버를 조용히 내려다봤다.
가만히 있는 사람을 죽이는 건, 조금 그런데?
“의외네. 루이나 님은 망설임 없이 불태우고 시작할 줄 알았는데.”
“저를 뭐로 보는 거예요.”
“마법에 미친 사람의 마음이 없는 괴물?”
“잘못 보셨어요.”
나는 사람을 죽이는데 망설임이 없지만, 그게 기준이 없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내가 여태 사람을 망설임 없이 죽였던 이유는 하나였다. 상대도 각오가 된 상태였으니까.
타인을 죽일 생각인 사람은, 자신도 죽을 각오를 해야 된다.
그러니 내게 죽은 사람들은 딱히 억울하지 않을 거였다. 나를 죽이려다 죽은 거니, 이미 각오가 끝난 상태에서 죽지 않았겠는가?
뭐, 그런 거치고 살려달라고 발악하는 경우가 많긴 했는데, 원래 사람이 그랬다. 사람은 언젠가 죽는다면서 초연한 척해도, 막상 죽음이 닥치면 죽기 싫다고 울부짖었다.
나는 어떠냐고?
당연히 죽기 싫지.
아직 마법을 다 못 배웠잖아.
나는 머리카락을 빙빙 꼬았다.
깊은 상념에 잠겼던 나는, 곧 상념에서 벗어나며 말을 꺼냈다.
“우회로가 없을까요?”
“…우회로요.”
“진짜로 죽여서 부활시키는 건 양심적으로나 이미지적으로나 별로잖아요. 엠버가 불사조가 아닐 수도 있고요.”
“……그럼 뭔가 고통을 준다던가요.”
“와.”
나는 깜짝 놀라 입을 벌렸다. 크리스도 마찬가지다. 입을 쩍 벌렸다. 심지어 적영도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내가 말했다.
“뮤란 님. 이미지와 다르게 무서운 사람이네요? 고문을 하라니. 생각도 못 했어요.”
“…….”
뮤란이 입을 다물었다. 스스로도 방금 한 말이 꽤 이상하게 들린다는 걸 눈치챈 것이다.
크리스가 끼어들었다.
“뮤란 님 그거잖아. 방구석에서 키메라를 만드는 직업.”
“그렇군요. 연금술사는 기본적으로 생명을 가지고 노는 직업이었군요.”
“게다가 뮤란 님은 사람 괴롭히는 거 좋아하잖아. 저번에도 어려운 말을 막 해서 내 머리를 어지럽게 했어.”
“그건 크리스 님의 요리 주머니가 커서 그래요.”
머리로 갈 영양분을 요리 주머니가 다 빨아먹었으니, 상대적으로 머리가 덜 성장할 수밖에 없었다. 이해해 줘야 됐다.
나는 혹사당하는 크리스의 머리를 토닥여주고는 팔짱을 꼈다.
고통이라.
흠.
“차라리 반대로 가볼까요.”
“반대로?”
“최고로 잘해주면 기뻐서 뭐라도 주지 않을까요?”
“안 주면?”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요.”
좋아. 결정됐다.
불사조 어화둥둥 프로젝트.
개시.
*
불사조는 온몸이 화염으로 된 새였다. 불타는 게 아니다. 몸의 성분이 화염인 거다.
때문에 불사조와 관련된 각종 설화에는 꼭 화염이 등장했다.
하늘에서 떨어진 별을 잡아먹었다는 설화라든가.
불비에 샤워를 한다는 설화라든가.
용암에서 수영을 한다는 설화라든가.
“잘도 노네요.”
“그러게.”
나는 고개를 내렸다. 내 밑에는 용암이 이글거리는 중이었는데, 엠버는 그 속에서 열심히 헤엄을 치고 있었다.
나는 손가락을 튕겼다.
“멀쩡한 걸 보니 불사조는 맞네요. 잘못 데려온 건 아니었어요.”
“루이나 님. 그 말 어딘가 불순하게 느껴져.”
“어떤 점이요.”
“불사조가 맞으니 여차할 때 부활시켜서 깃털을 얻으면 되겠네, 라는 뜻으로 들려.”
“그럴 리가요.”
누가 들으면 오해할 소리를 한다.
내가 지금 엠버를 위해 얼마나 노력 중인데, 굉장히 억울하네.
나는 손을 들어 마력을 끌어올렸다. 내가 바란 대로 용암 속에 바람길이 만들어진다. 파악 솟구쳤다가 급경사로 떨어지는 바람길이 완성되고, 바람을 따라 용암이 고속으로 이동한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엠버는 잠깐 멈칫했다가, 그대로 용암길에 올라탔다.
하늘로 솟구쳤다가 풍덩 용암에 빠진 엠버가 기분 좋게 웃는다. 재밌나 보다.
내 용암 슬라이드가 어때.
이게 고도로 발전된 현대의 유흥이다. 숭배하도록.
크리스가 중얼거렸다.
“루이나 님 의외로 애 생기면 잘 키울 거 같네….”
“제가 준비된 인재긴 해요.”
고아원 출신은 애를 잘 돌볼 수밖에 없다. 매년 밑에 돌봐야 될 어린애가 늘어나는 구조니 당연했다.
덕분에 전생의 나는 원장 수녀님에게, ‘부탁인데 애들한테 이상한 상식 좀 그만 심으렴. 자꾸 마법 마법 노래를 부르잖니’라는 얘기를 들었다.
이게 왜 잘 돌본 거냐고?
원래라면 고아원을 때려 부술 미운 5살들을 얌전히 마법 노래만 부르게 만들었잖아.
이거 진짜 대단한 거다.
물론 효과가 너무 대단했던 나머지 기어코 마법사가 되겠다고 탈주하는 사람이 생기긴 했는데, 이건 얘기하면 너무 길어지니 줄이도록 하고.
아무튼 내 실력이면 엠버가 영생의 깃털을 뱉게 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나는 아예 용암 자이로드롭을 만들어주기 위해 바람을 조종했다.
그리고 그때였다.
갑자기 누군가 말을 걸었다.
“한가하게 여기서 용암이나 가지고 놀다니. 여전히 여유롭네. 논문 조금 잘 발표했다고 너무 풀어진 거 아니야? 하긴. 너는 마법의 탐구보다 여기저기 쏘다니는 걸 좋아하니까. 단지 그런 사람은 마법사를 자칭하는 게 아니라 모험가를 자칭하는 게 어떤가 싶네.”
몸을 돌렸다. 내 등 뒤에 서 있던 금발금안의 여자는 건방진 표정으로 이쪽을 응시했는데, 굉장히 익숙한 모습에 나는 반가운 목소리로 반응했다.
“누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