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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은 계약을 철저히 완수하고, 의뢰자와의 의리를 지킨다는 인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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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반은 맞는 말이었고 반은 틀린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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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항을 지키지 않는 용병은 용병이 아니라 도적이었으니 맞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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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용병이 따르는 건 돈이었기에 틀린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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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준다. 그 말에 바짝 얼어 있던 용병들의 눈이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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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용병은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돈을 버는 족속들이다. 돈을 못 버는데 위험한 게 문제지, 돈이 벌리면 위험 같은 건 아무 상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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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 진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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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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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이 입술을 핥았다. 입맛이 싹 도는 듯했는데, 나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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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조. 정보. 제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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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우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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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영지에 오래 머물렀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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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용병들을 고른 이유는 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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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집처럼 편안하게 있는 것이 최소 일주일 이상 마을에 머문 행색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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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에 용병들은 서로를 흘긋 살폈다. 어디까지 말해도 되나 고민하는 건데, 그 시점에서 나도 눈치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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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들, 예상외로 질 높은 정보를 보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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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는 특별한 무언가를 안 해도 됐다. 그저 욕구를 살짝 자극해 주면 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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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금화를 꺼내 테이블에 굴렸다. 땡그랑. 사람의 욕망을 잡아먹고 크는 괴물이 햇빛에 번뜩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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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둘, 셋…. 금화를 총 5개 테이블에 올렸을 때, 용병 중 한 명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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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조의 소문이라고 해봤자 다 뜬 소문이야. 제대로 된 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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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진작 예상한 바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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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배. 2배로 주면 제대로 된 정보를 공유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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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배면 금화 10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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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화 1개가 러프하게 100만 원쯤의 가치를 가지니 총 1000만 원에 정보를 판다는 건데, 고작 용병 나부랭이가 가진 정보에 1000만 원은 비싸게 느껴지다가도, 대체 얼마나 제대로 된 정보기에 자신 있게 가격을 2배 올리나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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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판매자는 늘 비싸게 물건을 팔려 하고, 구매자는 늘 싸게 물건을 사려했기에 저게 정확한 가격은 아닐 가능성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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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래도 뭔가가 있긴 하니 왼손으로 번개를 가지고 놀고, 오른손으로 바람을 주물럭거리는 마법사 앞에서 당당히 가격을 올린 거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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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거래의 주도권은 내가 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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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기에서 이겨도 힘이 부족하면 판돈을 가져가지 못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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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사 저 용병이 쓰레기 정보로 나를 속여도, 힘이 부족한 이상 내 돈을 가져가는 건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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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저 제안을 받아들여도 내게는 손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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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답 대신 금화 5개를 추가로 테이블에 올렸다. 황금에 눈이 먼 용병들이 침을 꿀꺽 삼키고, 내게 제안을 했던 용병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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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조용한 곳으로 가자. 여기는 사람이 너무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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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지 않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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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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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주변 소리가 안 들리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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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에 용병들은 멍하니 주변을 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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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등불을 테이블 위에 올렸다. 등불 속 불꽃이 낄낄대며 소리를 먹어 치우고, 그걸 목격한 용병이 침음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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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는 비밀 얘기마저 편리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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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마법 배우세요. 그리고 저에게 넘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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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발견된 불사조는 크게 다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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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정말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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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꽤 흥미로운 정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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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을 당한 불사조라니. 그렇다면 일단 회복에 전념할 테니, 불사조가 이곳을 떠날 걱정을 당분간은 안 해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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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저 말의 신뢰도는 의심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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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무슨 방법으로 확신하나요. 직접 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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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직접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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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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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충격에 빠져 입을 떡 벌렸다. 그러자 용병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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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랄 거 없다. 우리는 은등급 용병이니까. 이 정도는 간단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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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요. 그래서 놀란 게 아니라, 직접 봤는데도 불사조를 놓쳐서 놀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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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간들은 불사조를 못 찾은 게 아니라, 찾았는데도 못 잡았다. 심지어 부상을 당한 불사조였는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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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정보의 순수성이 의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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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들, 혹시 그냥 온몸이 불타는 새를 불사조라고 착각한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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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본 거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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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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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어쩌다 놓친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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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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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요? 그게 뭐요? 설마 은등급 용병은! 목표를 발견했는데도! 심지어 목표가 부상 상태였는데도! 허무하게 놓치는! 그런 등급이라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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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내가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용병은 우물쭈물대다가 눈을 질끈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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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직이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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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일을 보는 중이었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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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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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했더니 그런 속사정이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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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용병의 어깨를 토닥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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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부터는 잘 조절하도록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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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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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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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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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금화 10개짜리 정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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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또 무슨 불사조의 위치라도 아는 줄 알았는데, 숲에서 볼일을 보다가 다친 불사조를 본 게 전부라니. 고작 이거 말해주려고 금화 10개를 요구한 게 안 믿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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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눈을 가늘게 뜨자, 용병이 허겁지겁 변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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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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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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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 발견한 불사조를 놓칠 수는 없지 않나? 그래서 허겁지겁 쫓아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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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하늘을 나는 새를 따라갈 수 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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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쳤다고 하지 않았나. 속도가 그렇게 빠르지 않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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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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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조는 불타는 피를 흘리지. 나는 대지를 불태우는 피를 쫓아 계속 움직였다. 그러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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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박자 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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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은 빠르게 말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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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피가 끊어진 걸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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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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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피가 끊어진 곳이 어딘지 궁금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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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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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심드렁한 반응에도 용병은 기죽지 않고 입술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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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읍. 그쪽으로 피가 이어지다가 갑자기 사라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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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쯤에서 상처가 회복된 거 아닐까요? 불사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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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렇다기엔 불사조가 사람이 바글거리는 성읍에 갈 이유가 없지. 거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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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이 눈을 번뜩인다. 자신의 추리를 신나서 떠벌리는 모습은 탐정이 딱 어울렸는데, 괜히 용병을 해 재능을 썩히는 게 아닌지 의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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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러다가 탐정의 3대 명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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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은 이 안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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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다. 범인은 당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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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랑 같이 못 있는다고! 나는 내 방으로 가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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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얘기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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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용병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소곤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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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근처에, 사람의 피로 보이는 흔적도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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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또 무슨 생뚱맞은 소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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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조가 사람으로 변했다는 주장이라도 하실 생각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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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대로다! 녀석은 사람으로 변해서 영지에 숨었어! 우리는 숲을 뒤져선 안 돼! 영지를 뒤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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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분에 가득 차 핏대를 세우는 용병의 모습은 참 인상이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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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인상이 깊었냐면, 내가 돈을 주지 않았어도 입이 근질거려서 떠들었을 거 같아서 인상이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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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진짜 탐정을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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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범인을 해서 ‘소설가라도 되는 게 어때?’라고 하든가. 어쨌건 떠드는 직업을 하는 게 인생에 좋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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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조가 사람으로 변해 영지에 숨었다. 꽤 기발한 발상이었지만, 믿기는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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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거 아니고 그런 얘기를 살면서 들어본 적이 없는 게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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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이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해 세상을 떠돌아다닌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불사조? 얘는 기껏해야 용암 바다에서 서핑을 한다는 추측만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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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그건가? 내가 지식이 모자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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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조는 신비로운 짐승이지만, 마법과는 거리가 멀어서. 크게 관심을 가지고 알아보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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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여기서는 잘 알만한 사람을 부르는 게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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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과사전님. 저 말이 사실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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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백과사전 취급하지 마세요. 아니요. 저는 들어본 적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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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님. 백과사전님이 아니라는데, 이건 어떻게 생각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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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용병이 아니라 캐서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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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여자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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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부모가 딸을 원하긴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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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부모와의 의리를 지키는 캐서린의 등급을 한 단계 높이고 팔짱을 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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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란은 지식이 많았다. 연금술사는 만물을 ‘변환’하고 주무르는 직업이라. 기본적으로 지식을 끊임없이 쌓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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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뮤란이 모른다고 한 거다. 이럼 적어도 세간엔 불사조가 인간으로 변한다는 정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는데, 또 몰랐다. 불사조는 워낙 베일에 싸인 동물이라서. 아직 안 알려진 특성이 있어도 이상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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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정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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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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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금화 10개짜리라기엔 추측이 너무 많고, 확실한 게 없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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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만 받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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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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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적절한 가격을 지불하고 등불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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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후, 소리가 사라졌던 세상에 소리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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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가 고기 파이를 학살하는 현장으로 돌아간 나는 테이블 위에 손가락을 올리며 상념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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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으로 변한 불사조. 굉장히 신빙성이 떨어졌고 믿기도 어려웠지만, 지금 당장은 이거 외에 다른 정보가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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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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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을 내린 나는 훈제 고기를 포크로 찍으며 크리스와 뮤란에게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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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한 번 사람을 찾아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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