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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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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은 계약을 철저히 완수하고, 의뢰자와의 의리를 지킨다는 인식이 있다.
이건 반은 맞는 말이었고 반은 틀린 말이었다.
위의 사항을 지키지 않는 용병은 용병이 아니라 도적이었으니 맞는 말.
결국 용병이 따르는 건 돈이었기에 틀린 말.
돈을 준다. 그 말에 바짝 얼어 있던 용병들의 눈이 변했다.
애초에 용병은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돈을 버는 족속들이다. 돈을 못 버는데 위험한 게 문제지, 돈이 벌리면 위험 같은 건 아무 상관 없었다.
“그 말 진짜야?”
“네.”
용병이 입술을 핥았다. 입맛이 싹 도는 듯했는데, 나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불사조. 정보. 제시요.”
“왜 하필 우리지?”
“가장 영지에 오래 머물렀으니까요.”
내가 이 용병들을 고른 이유는 간단했다.
제집처럼 편안하게 있는 것이 최소 일주일 이상 마을에 머문 행색이었으니까.
내 말에 용병들은 서로를 흘긋 살폈다. 어디까지 말해도 되나 고민하는 건데, 그 시점에서 나도 눈치챘다.
이 녀석들, 예상외로 질 높은 정보를 보유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특별한 무언가를 안 해도 됐다. 그저 욕구를 살짝 자극해 주면 끝이었다.
나는 금화를 꺼내 테이블에 굴렸다. 땡그랑. 사람의 욕망을 잡아먹고 크는 괴물이 햇빛에 번뜩인다.
하나, 둘, 셋…. 금화를 총 5개 테이블에 올렸을 때, 용병 중 한 명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불사조의 소문이라고 해봤자 다 뜬 소문이야. 제대로 된 건 없어.”
“그건 진작 예상한 바예요.”
“2배. 2배로 주면 제대로 된 정보를 공유할게.”
2배면 금화 10개였다.
금화 1개가 러프하게 100만 원쯤의 가치를 가지니 총 1000만 원에 정보를 판다는 건데, 고작 용병 나부랭이가 가진 정보에 1000만 원은 비싸게 느껴지다가도, 대체 얼마나 제대로 된 정보기에 자신 있게 가격을 2배 올리나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물론 판매자는 늘 비싸게 물건을 팔려 하고, 구매자는 늘 싸게 물건을 사려했기에 저게 정확한 가격은 아닐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그래도 뭔가가 있긴 하니 왼손으로 번개를 가지고 놀고, 오른손으로 바람을 주물럭거리는 마법사 앞에서 당당히 가격을 올린 거 아니겠는가?
어차피, 거래의 주도권은 내가 쥐고 있었다.
내기에서 이겨도 힘이 부족하면 판돈을 가져가지 못하는 것처럼.
설사 저 용병이 쓰레기 정보로 나를 속여도, 힘이 부족한 이상 내 돈을 가져가는 건 힘들었다.
즉 저 제안을 받아들여도 내게는 손해가 없었다.
나는 대답 대신 금화 5개를 추가로 테이블에 올렸다. 황금에 눈이 먼 용병들이 침을 꿀꺽 삼키고, 내게 제안을 했던 용병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뱉었다.
“우선 조용한 곳으로 가자. 여기는 사람이 너무 많아.”
“이상하지 않으세요?”
“뭐가?”
“언젠가부터 주변 소리가 안 들리잖아요.”
내 말에 용병들은 멍하니 주변을 훑었다.
나는 등불을 테이블 위에 올렸다. 등불 속 불꽃이 낄낄대며 소리를 먹어 치우고, 그걸 목격한 용병이 침음을 냈다.
“마법사는 비밀 얘기마저 편리하군.”
“모두 마법 배우세요. 그리고 저에게 넘기세요.”
“최근에 발견된 불사조는 크게 다친 상태였다.”
“그게 정말인가요.”
이건 꽤 흥미로운 정보였다.
부상을 당한 불사조라니. 그렇다면 일단 회복에 전념할 테니, 불사조가 이곳을 떠날 걱정을 당분간은 안 해도 됐다.
다만 저 말의 신뢰도는 의심스러웠다.
“그걸 무슨 방법으로 확신하나요. 직접 보셨나요?”
“당연히, 직접 봤다.”
뭐…라고.
나는 충격에 빠져 입을 떡 벌렸다. 그러자 용병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놀랄 거 없다. 우리는 은등급 용병이니까. 이 정도는 간단한―.”
“아니요. 그래서 놀란 게 아니라, 직접 봤는데도 불사조를 놓쳐서 놀랐어요.”
이 인간들은 불사조를 못 찾은 게 아니라, 찾았는데도 못 잡았다. 심지어 부상을 당한 불사조였는데도.
갑자기 정보의 순수성이 의심됐다.
이 녀석들, 혹시 그냥 온몸이 불타는 새를 불사조라고 착각한 거 아니야?
제대로 본 거 맞아?
“…진짜 봤다.”
“그럼 어쩌다 놓친 건가요.”
“그게….”
“그게요? 그게 뭐요? 설마 은등급 용병은! 목표를 발견했는데도! 심지어 목표가 부상 상태였는데도! 허무하게 놓치는! 그런 등급이라는 건가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내가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용병은 우물쭈물대다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나직이 중얼거렸다.
“볼일을 보는 중이었단 말이다….”
“저런.”
뭔가 했더니 그런 속사정이 있었나.
나는 용병의 어깨를 토닥여줬다.
“다음부터는 잘 조절하도록 하세요.”
“…….”
“근데요.”
“뭐지?”
“그게 금화 10개짜리 정보예요?”
나는 또 무슨 불사조의 위치라도 아는 줄 알았는데, 숲에서 볼일을 보다가 다친 불사조를 본 게 전부라니. 고작 이거 말해주려고 금화 10개를 요구한 게 안 믿겼다.
내가 눈을 가늘게 뜨자, 용병이 허겁지겁 변명했다.
“당연히 아니지.”
“다행이네요.”
“기껏 발견한 불사조를 놓칠 수는 없지 않나? 그래서 허겁지겁 쫓아갔지.”
“사람이 하늘을 나는 새를 따라갈 수 있다고요.”
“다쳤다고 하지 않았나. 속도가 그렇게 빠르지 않더군.”
“그리고요?”
“불사조는 불타는 피를 흘리지. 나는 대지를 불태우는 피를 쫓아 계속 움직였다. 그러다가….”
한 박자 쉬고.
용병은 빠르게 말을 마쳤다.
“어느 순간, 피가 끊어진 걸 발견했다…!”
“흐음.”
“그 피가 끊어진 곳이 어딘지 궁금하지 않나?”
“어딘데요.”
내 심드렁한 반응에도 용병은 기죽지 않고 입술을 뗐다.
“성읍. 그쪽으로 피가 이어지다가 갑자기 사라졌어.”
“그쯤에서 상처가 회복된 거 아닐까요? 불사조잖아요.”
“아니? 그렇다기엔 불사조가 사람이 바글거리는 성읍에 갈 이유가 없지. 거기에.”
용병이 눈을 번뜩인다. 자신의 추리를 신나서 떠벌리는 모습은 탐정이 딱 어울렸는데, 괜히 용병을 해 재능을 썩히는 게 아닌지 의심됐다.
저러다가 탐정의 3대 명언.
‘범인은 이 안에 있어.
‘알았다. 범인은 당신이야!
‘살인자랑 같이 못 있는다고! 나는 내 방으로 가겠어!
도 얘기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내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용병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소곤댔다.
“그 근처에, 사람의 피로 보이는 흔적도 있었어.”
그건 또 무슨 생뚱맞은 소리지?
“불사조가 사람으로 변했다는 주장이라도 하실 생각인가요.”
“그 말대로다! 녀석은 사람으로 변해서 영지에 숨었어! 우리는 숲을 뒤져선 안 돼! 영지를 뒤져야 한다!”
흥분에 가득 차 핏대를 세우는 용병의 모습은 참 인상이 깊었다.
뭐가 인상이 깊었냐면, 내가 돈을 주지 않았어도 입이 근질거려서 떠들었을 거 같아서 인상이 깊었다.
너는 진짜 탐정을 해라.
아니면 범인을 해서 ‘소설가라도 되는 게 어때?’라고 하든가. 어쨌건 떠드는 직업을 하는 게 인생에 좋을 것이었다.
불사조가 사람으로 변해 영지에 숨었다. 꽤 기발한 발상이었지만, 믿기는 힘들었다.
별거 아니고 그런 얘기를 살면서 들어본 적이 없는 게 문제였다.
드래곤이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해 세상을 떠돌아다닌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불사조? 얘는 기껏해야 용암 바다에서 서핑을 한다는 추측만 있을 뿐이었다.
아니면 그건가? 내가 지식이 모자란 건가?
불사조는 신비로운 짐승이지만, 마법과는 거리가 멀어서. 크게 관심을 가지고 알아보지는 않았다.
따라서 여기서는 잘 알만한 사람을 부르는 게 맞았다.
“백과사전님. 저 말이 사실인가요?”
“…사람을 백과사전 취급하지 마세요. 아니요. 저는 들어본 적 없어요.”
“용병님. 백과사전님이 아니라는데, 이건 어떻게 생각하나요?”
“내 이름은 용병이 아니라 캐서린이다.”
“혹시 여자셨나요.”
“내 부모가 딸을 원하긴 했지.”
나는 부모와의 의리를 지키는 캐서린의 등급을 한 단계 높이고 팔짱을 끼었다.
뮤란은 지식이 많았다. 연금술사는 만물을 ‘변환’하고 주무르는 직업이라. 기본적으로 지식을 끊임없이 쌓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뮤란이 모른다고 한 거다. 이럼 적어도 세간엔 불사조가 인간으로 변한다는 정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는데, 또 몰랐다. 불사조는 워낙 베일에 싸인 동물이라서. 아직 안 알려진 특성이 있어도 이상하진 않았다.
“좋은 정보네요.”
“고맙군.”
“근데 금화 10개짜리라기엔 추측이 너무 많고, 확실한 게 없지 않아요?”
“…반만 받겠다.”
“6개 드릴게요.”
나는 적절한 가격을 지불하고 등불을 들었다.
직후, 소리가 사라졌던 세상에 소리가 돌아왔다.
크리스가 고기 파이를 학살하는 현장으로 돌아간 나는 테이블 위에 손가락을 올리며 상념에 잠겼다.
사람으로 변한 불사조. 굉장히 신빙성이 떨어졌고 믿기도 어려웠지만, 지금 당장은 이거 외에 다른 정보가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좋아.
결정을 내린 나는 훈제 고기를 포크로 찍으며 크리스와 뮤란에게 제안했다.
“저희 한 번 사람을 찾아볼까요.”